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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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생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지한이가! 지한이가 진짜!’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지연이 튀어나갈 듯이 상체를 앞으로 당기고 지한의 수상소감을 지켜봤다.

“아아. 어. 안녕하세요. 오지한입니다.”

인사를 한 지한이 잠시 무언가를 삼키듯 침을 삼켰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저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준 에밀리. 고마워요. 비행기 타고 미국에 올 수 있게 해 준 공주민 사장님. 감사합니다. 여기 와서 고생했던 영훈이 형. 고마워. 애런도 고마워요.”

한 명 한 명.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지한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지한이 시선을 들어 관객석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누나를 찾았다.

“누나. 고마워.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건 전부 누나 덕분이야. 사랑해.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응원하고 있을 팬 누나, 형!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게요!”

화면에서 지한이의 감사인사를 들은 국민들이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저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다른 할리우드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짝짝짝짝짝!!!!

지한의 수상소감을 들은 이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때만큼은 백인들의 잔치라는 오스카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에게 미술상을 뺏긴 <시카고>팀에서도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카고>팀은 5개 부문 수상하고, 10개 가까이 수상후보에 오른 다른 팀들 역시 성적이 저조한 가운데 팀이 2개 부문 수상으로 이변을 보였다.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된 시상식이었다.

* * *

아카데미에서 상을 타고 온 지한을 마중하러 공항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기자, 팬, 시민들. 모두가 모여 지한의 귀국을 기다렸고, 여러 방송국들이 그 장면을 생중계했다.

지한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CF역시 물밀듯이 쏟아졌다.

그러나,

오스카 수상자의 귀국 후, 많은 이들이 지한의 활발한 활동을 예상했으나 귀국으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지한은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70. 우리 누나 데뷔해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오지한의 다음 작품은?]

[CF에서도 볼 수 없다! 어디로 갔나? 월드 스타]

[오스카상을 받은 월드스타 오지한의 몸값은?]

[새로운 진로를 정한 할리우드 스타? 오지한의 새로운 도전]

[축구장에서 목격된 오지한. 장래희망은 축구 국가대표]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네.”

“그러게 말이야.”

“그냥 지한이 너는 영구치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건데, 그치?”

“그치이?”

왕왕!

냐앙

아이들이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품에 안긴 반려견과 반려냥이 아이들 턱을 핥으며 웃었다.

인절미의 애교에 웃는 지한의 앞니가 조금 짧았다.

1년 전부터 지한이의 이가 연달아서 빠지고 자라는 바람에 지한의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꾸 발음이 새서 대사를 제대로 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김에 지한은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달리긴 했지.’

팬미팅을 가지고 휴식기를 가지고 싶었으나, 이가 빠진 지한이 팬 앞에 이런 모습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미뤄지게 되었다.

팬카페 인원수도 늘고 정식으로 창단식을 가질 분위기여서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격동의 2002년을 보낸 지한을 배려했다.

“쉬는 게 뭐 어때서? 다른 애들은 몰라도 우리 지한이는 다르지. 아직도 다들 저렇게 지한이 찾는 거 봐라. 활동 안 한다고 실력이 들통났다느니, 다른 걸로 진로를 바꿨다느니 뭐라고 해도 아직 저렇게 널 찾는 걸 보면 너한테 관심이 엄청 많다는 거 아니겠어?”

“지한이 앞으로 들어오는 대본도 아직 많잖아.”

“그렇지. 그래서 서재 한 벽이 벌써 꽉 차 버렸잖냐.”

이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서재 한 벽이 다 차 버렸는지.

물론 지한의 앞으로 들어온 대본도 있지만 연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 구해온 대본도 많았다.

새로 들어오는 대본 말고도 이미 제작된 작품의 대본을 보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아이들은 흥행이 되지 않은 대본에서 좋은 대본을 가지고도 배우의 연기력이나 사고, 스캔들 등으로 꼬꾸라진 영화라는 것을 알고 마음을 새로 먹었다.

‘우린 절대 저런 배우가 되지 말자.’

‘저러면 난 엄청 슬플 거야, 팬들도. 엄청 좋은 이야기가 제대로 태어나지도 못하다니 아까워.’

매번 겸손하고 정중한 자세로 대본을 대하는 아이들의 실력은 폐관수련을 하는 무사처럼,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는 선수처럼 멈추지 않고 늘었다.

아직도 더 늘 구석이 있었냐며 영훈과 직원들이 놀라던 모습이 눈앞에 선명했다.

아이들은 매사 진지한 태도로 연기 연습에 열중했다.

연기는 인생의 전환점이었으니까.

영훈이 인절미와 모짜의 앞발을 쥐고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지연아. 네 데뷔 일정 나왔다.”

“웅?”

“누나도 데뷔한다!”

지연은 1년을 갈고닦아 앨범을 준비했다.

사실 그렇게 오래까지 걸릴 필요는 없었지만 노래, 춤, 뮤직비디오, 의상 등 모든 것을 공들였기 때문에 하나씩 추가되다 보니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럼 누나 내 팬미팅에서 부를 수 있는 거야?”

“그럴까?”

“좋아!”

“우리 같이 노래 부를까?”

“그래도 돼? 누나 노래잖아.”

“나도 지한이가 연기할 때 상대편 하잖아.”

“어라? 그러네.”

“지한이도 같이 할래?”

“할래, 할래.”

“잠깐잠깐잠깐!”

상의도 없이 일을 진행하는 아이들을 영훈이 막아섰다.

얘들이 아무리 우리가 다 해 줄 거지만 너무 막말하네!

너희가 그럴 때마다 고생하는 건 우리거든?

그러면서도 결코 아이들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은 영훈이 이어서 말했다.

“지연이 너! 데뷔곡이 그렇게 쉬운 건 줄 알아? 음방도 가고 말이야, 어? PD들한테 인사도 하고! 무대도 서고!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안 해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미리 말은 해 줘야 하지 않겠니?

영훈이 아이들의 일정을 수첩에 적어가며 세세하게 확인했다.

“그래서 뭐 하고 싶다고?”

“지한이랑 같이 노래할래.”

“노, 래. 그리고?”

“노래할 때 춤도 같이 출 건데 괜찮아?”

“그럼. 춤.”

“그런데 우리 팬미팅 앞으로 3주 남지 않았어?”

“정확하게는 17일 남았지. 아. 너희 다 할 수 있겠어? 지한이 너는 지금 새로 연습해야 하는데 17일 안에 다 배울 수 있을까?”

영훈의 물음에 아이들이 서로를 보고 눈빛을 교환하더니 자신 있게 말했다.

“오빠는 우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형은 우릴 뭐라고 생각해?”

“그래. 내가 졌다.”

아이들의 대답에 영훈이 두 손을 들었다.

지한이라면 이미 지연의 안무를 숙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난 1년간 지연의 가수 데뷔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것은 탑엔터 직원도, 영훈도, 공 사장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지한이.

제 누나의 데뷔에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이건 누나랑 안 어울린다.

저건 곡이 마음에 안 든다.

또 저건 곡이랑 컨셉이 안 어울리는 거 같다.

지연의 가수 데뷔를 지원하는 2팀과 A&R팀은 지한이가 오면 저절로 각 잡고 자세를 잡을 정도였다.

바꾼 게 모두 다 좋아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아무리 탑엔터 사람들이라도 조금 지한을 원망했을 거다.

그 후에 곡이 나오자마자 누나 옆에 꼭 붙어서 연습하는 걸 얼마나 열심히 구경하던지.

아마 지연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은 프로듀서도, 가수실 직원도 아닌 지한일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붙어 있던 너희들이니까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는다. 어휴. 정말이지 그렇게 붙어 있으면 안 질리니?”

“아니이?”

“왜 질려? 형은 우리 누나가 질려?”

“오빠, 그런 거야? 내가 질렸어?”

지연과 지한이 영훈을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매정하고 무심한 사람인 것처럼 쳐다봤다.

연기는 또 왜 잘해서 눈빛만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대사에 영훈이 울상을 지었다.

“얘들아… 내가 졌다. 항복이니까 오늘은 그만하자.”

“히힛. 알았어.”

“좋아. 오빠 내가 봐 줄게.”

“고마워.”

영훈이 천장을 보며 찔끔 흐르려는 눈물을 삼켰다.

자신이 아무리 연차가 쌓이고 일이 익숙해지면 뭐하나.

조만간 대리 승진이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대리고 뭐고 그냥 아이들에게 자신은 영원한 (만만한) 매니저 오빠(형)일 것 같았다.

* * *

지연의 데뷔 첫 일정은 지한의 팬미팅이었다.

탑엔터 식구들은 이 역사적인 날을 준비하느라 지난 1년 동안 쉬는 날 없이 움직였다.

지한이 팬미팅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그들로서도 좋은 일이다.

지연이 역시 가수로 데뷔해 주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너무 좋은 두 아이들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며 조율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김 대리. 이거 어떻게 됐나.”

“친한 기자들에게 곧 연락을 돌릴 예정입니다. 홍보팀 한 팀장님이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홍보는 됐네. 무대는?”

“무대 설치는 미리 계약을 해 뒀고, 팬미팅 안내는 곧 카페에 올릴 예정입니다.”

“명단 잘 확보해. 혹시 있을 미성년자는 미리 잘 부모님 동의 챙기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애들은 버스 준비시키고.”

“네, 팀장님!”

“팀장님! 팀장님!!!”

영훈이 팀장을 부르며 뛰어왔다.

거친 숨을 내쉬는 영훈을 보고 다들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지한의 팬미팅을 준비하는 동안, 영훈이 저렇게 뛰어올 때마다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곤 했다.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는 가운데 영훈이 숨을 고르고 웃으면서 폭탄을 터트렸다.

“지한이. 공연 추가될 거 같습니다.”

“또?!”

“추가요?! 또요?! 이번에는 뭔데요? 시간 더 길어질 거 같아요?”

“안 돼에에엑!”

처음에 준비할 때는 다른 팬미팅 창단식을 참고해 조촐하게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자꾸 이것저것 하나씩 추가되다 보니 아이돌 가수 콘서트 못지않은 팬미팅이 준비되어가고 있었다.

하는 것마다 다 잘하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그만큼 늘어나는 시간과 무대장치와 고생 때문에 직원들은 일에 치여 죽을 지경이었다.

“다들 놀라지 마세요. 시간 추가는 없을 거예요.”

“휴우.”

“하아.”

“지연이 데뷔곡을 같이 부르기로 했거든요. 누나랑 같이 무대 올라가고 싶다고 했던가? 그러니까 추가 일정은 없는 거죠. 하하하하하하.”

“!!!!!”

“아!!!!”

그게 왜 안 놀랄 일이야?!

아이들을 닮아 가는지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고 넘어가게 된 영훈의 말에 팬미팅을 준비하던 배우 2실 팀원들만 숨이 넘어가게 놀랐다.

‘어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하하. 너무 피곤했나? 헛것이 들리는데.’

‘지한이가 지연이 노래를 부를 때 같이 올라간다니. 하하하하하. 참 사이좋은 남매라 내가 상상을 너무 리얼하게 했나 봐.’

괜히 허공을 보며 시선을 회피하는 팀원들에게 영훈이 확인사살을 했다.

“애들이 사이가 너무 좋죠? 아! 누나 노래에 맞춰 춤도 출 모양인가 봐요. 지금 연습한다고 내려갔어요.”

“커헉!”

“쿨럭!”

또다시 늘어난 일에 2실 팀원들이 격한 숨을 토했다.

무대의상에 마이크 세팅, 리허설, 등등등.

아무래도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

‘팬미팅 얼른 끝나라.’

‘작년에 했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이게 무슨 고생이고!’

다들 밀려오는 일거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 * *

지연의 데뷔곡에 맞춰 춤 연습을 한 아이들이 연습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이제. 조금 쉴까?”

“찬성.”

몇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걸까?

중간중간에 이온음료를 마셔 수분보충을 해 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땀 때문에 탈수가 왔을 거다.

벌컥

“너희들 역시. 지금까지 계속 연습한 거지?”

문을 열자마자 물씬 풍겨온 열기와 땀 냄새에 영훈이 혀를 차며 다가갔다.

아이를 가진 엄마처럼 영훈이 능숙하게 늘어진 아이들을 앉혀 작은 페트병에 빨대를 꽂아 아이들 입에 물려줬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게 썩 마음에 안 좋기도 했으나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니 적극적으로 말릴 수도 없었다.

“에효. 너희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아이들 땀을 수건으로 닦아 주면서 영훈이 쉬지 않고 잔소리를 했다.

“너희가 지금 어려서 그렇지 크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체력이라는 건 어릴 때부터 관리해야 하는 거야 알았어? 지한이 너도 그래. 아직 어린데 그렇게 무리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제 앞니도 거의 다 자랐다고 바로 팬미팅 하자니. 네가 팬들을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조금 더 쉬어도 된다고. 우리가 회의했을 때 너희들은 1년은 더 쉬어도 문제없다고.”

“언제는 곧 회사가 이사 간다고 많이 벌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건 사장님이 알아서 할 일이야.”

“오빠도 걱정했으면서.”

“회사 이사 가면 나도 가까운데 숙소를 잡아야 하잖아.”

“어차피 우리랑 같이 살면서.”

“어허! 너희도 곧 사춘기에 들어갈 텐데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어? 형이 다 알아봤어.”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교육이나 아동발달, 청소년발달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영훈을 알고 있기에 남매는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우린 계속 같이 있어도 괜찮은데.”

“맞아. 어차피 형이랑 우리는 방 따로 쓰잖아.”

“그래도 지연이 곧 중학교 들어갈 나인데 너희들 방 나누는 게 좋잖아.”

“누나랑 나 방 따로 써?”

“어디 남녀가 유별한데 한방을 쓰는 것인가! 지금도 늦었느니라. 당장 오늘부터 각방을 쓰도록 하여라!”

“오빠는 진짜 연기하면 안 되겠다.”

“형. 형은 매니저를 해야 할 운명인가 봐.”

“그렇게 별로니?”

“응.”

“별로.”

아이들의 말에 기가 죽은 영훈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런데 형, 우리 이사 어디로 가?”

아이들이 다 쓴 수건을 건네받은 영훈이 말했다.

“아마 너희들 집 근처로 갈걸?”

“진짜? 앞으로 회사 더 자주 올 수 있겠다.”

“아니. 그건 자제해 줄래? 지금도 너희 팬들이 회사 앞에서 죽치고 있는데 더 자주 오면 경비하시는 분들이 힘들지 않겠니?”

“아. 그건 안 돼.”

“맞아. 아저씨들 힘들어 보였어.”

워낙 유명한 아이들 덕분에 회사로 찾아오는 팬들이 많았다.

요즘 들어서 자주 출몰하는 아이들 때문에 경비하시는 분들 일이 많아졌지.

“우리 이사 가면 경비 아저씨들도 조금 편해질까?”

“더 보안이 좋은 건물로 고르기도 했고 커진 만큼 사람도 더 쓸 거야. 사장님이 보안업체랑 계약도 더 맺으실 거라고 했으니 그분들도 편해지시겠지.”

“다행이다.”

“그렇지? 그런데 요즘 우리 집 근처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이번 주에도 하나 있지?”

“요즘 청담으로 오는 연예계 종사자들이 많아졌다더라. 확실히 살기 좋은 동네긴 하지. 보안도 좋고. 역시 사장님이 심사숙고한 이유가 있어.”

“그것보다 우리 집이 청담에 있어서 그럴걸?”

처음에는 그런 이유였겠지만 지금은 아마 지한이 탓이 클 거다.

스타가 사는 곳에는 사람이 몰린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의도치 않았지만 한동안 지한이가 휴식기를 갖자 주변을 탐문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우리 새집에 대한 기사도 났고, 그거 때문에 또 지한이의 몸값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었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지한이 덕분에 우리 회사 찾아오는 애들도 많이 늘어서 회사가 좁아졌어. 이번에 지연이 데뷔 준비한다고 가수팀도 신설한 거 알지?”

“응. 누나도 나랑 같이 2실이야! 천 실장님이 맨날 누나보고 끝까지 함께하자고 말해.”

“맞아. 조금 귀찮아. 이제 천 실장님이 뭐라고 말할지 다 예상할 수 있을 거 같아.”

“2실로 가더라도 우리 한 팀이라고 말하잖아.”

“그러니까. 근데 왜 나눠?”

“지연이 네가 기대받는 유망주라서 따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기도 하고, 새로 계약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 가수 1실은 데뷔한 지 몇 년 차 된 애들을 맡을 거야. 소위 말하는 1군이지.”

“그럼 누나는 2군이야?”

“그렇기보다는 이제 막 데뷔했거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애들 위주로 소속될 거야.”

“그렇구나. 누나는 이제 막 데뷔하니까.”

아이들이 도란도란 대화를 했다.

남매가 조금 기력을 회복한 거 같자 영훈이 아이들을 챙겨 밥을 먹이기 위해서 밖으로 데려갔다.

71. 팬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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