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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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 꺄르르 웃었다.

형석이 조용히 아이들을 지켜봤다.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

* * *

모두가 부러워할 휴가를 보내고 온 주민이 회사로 출근했다.

오자마자 회의를 소집한 주민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장님. 지금 그 말….”

“진짭니다.”

“그럼 지연이가 진짜로?”

“네. 노래가 하고 싶답니다.”

공 사장의 입에서 다시 한번 사실이 확인되자 회의실에 있던 가수실 직원들의 눈이 촉촉해졌다.

드디어 우리도!

“으아아아아!”

“와아아악! 감사합니다. 사장님!”

“우리 팀에 지연이 있돠아악!”

가수실 팀장과 실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지한과 계약을 하고 나서 호시탐탐 지연과의 계약도 노리고 있었다.

워낙 지연이 지한을 품에 싸고돌았고, 그 외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아서 번번이 실패했지만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당장, 곡부터!”

“아니야. 지연이 노래 있잖아.”

“자장가! 자장가부터 녹음할까요?”

“제가 A&R팀에 가서 곡 받아오겠습니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공 사장이 말리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뛰어나갈 것 같은 가수실 직원들을 진정시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배우실 직원들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모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아이들은 노래하는 것도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거 다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봤을 땐, 지연이는 연기도 할 거 같으니까.”

주민의 말에 조용히 있던 배우실 직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어차피 지연이는 연기도 하게 될 거야!

“모두 아이들을 도와주되,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지연이가 부담을 느끼면 안 하려고 할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신경 쓰는 건 좋지만 다른 소속 연예인들에게 소홀해서도 안 됩니다. 그들도 우리의 소중한 배우고 가수예요. 아시겠습니까?”

“네, 사장님.”

“좋아요. 그럼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갑시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공 사장이 회의의 종료를 선언했다.

회의실을 나서는 모두의 얼굴이 밝았다.

할리우드 배우가 소속된 소속사란 타이틀만으로 회사의 주가는 치솟았다.

이곳으로 찾아오는 지망생들도 많았고, 배우들도 더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가득했다.

회사 전체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아이들 덕분이다.

“사장님.”

“아. 남 비서. 알아오라고 한 건 전부 알아왔나?”

“네.”

“좋아. 사장실에 가서 살펴보지.”

주민이 걸음을 서둘러 사장실로 향했다.

공 사장이 소파에 앉자 남 비서가 노트북을 켰다.

“평수, 주변 시설, 소음, 이웃들 평가까지 모두 조사해왔습니다.”

아이들이 거주할 예정이니만큼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주민의 의도에 따라 남 비서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조사해왔다.

주민이 스페이스바를 누르며 슬라이드를 넘겼다.

“흐음.”

그의 눈이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빛났다.

“이건 주민들 평이 별로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런 이웃이 있는 건 불편하겠어. 호? 이건 공원이 가깝다고? 산책시키기 좋겠군. 흠. 여긴 좋지만 너무 오래됐는걸.”

주민이 까다롭게 집을 골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본가와도 가깝고 주변에 산책시킬 공간도 있으며, 보안도 확실하고, 이웃들에 대한 평가도 좋은 곳을 발견했다.

“이곳으로 하지.”

주민의 손가락이 넓은 정원을 가진 2층 주택을 가리켰다.

몇십억은 하는 가격이었지만 할리우드에서 2편의 영화를 찍은 지한의 출연료는 그 집을 사는 데 무리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 돈으로 직접 사주고 싶은데.”

“아이들이 번 돈으로 한다고 하셔서 그 가격대에 맞췄습니다.”

“그래. 정말 많이 벌었군.”

“할리우드에서 넘어온 돈이 많았습니다.”

“지한이가 할리우드에서 검증된 배우였으면 더 받았을 텐데.”

“이 정도만 해도 편하게 조건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대한민국에 지한이보다 더 잘 버는 어린아이는 없습니다.”

“그랬지. 그래도 다행이야. 원하는 조건에 모두 맞는 집을 구할 수 있어서.”

더 보안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와중에 아이들이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말해서 다행이었다.

“그럼 이제 가구를 보러 가야겠군. 카탈로그는 준비됐나?”

“네. 사장님.”

남 비서가 미리 준비한 카탈로그를 건넸다.

“역시 남 비서야. 지금 바로 가야겠군.”

“사장님. 서류가 밀려있습니다.”

“잠깐이면 돼. 얼른 보고 결정해야 빨리 받아보지.”

“사장님의 휴가 때문에 밀린 업무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

남 비서의 만류에 주민이 어깨를 늘어트리고 자리에 앉았다.

“빨리 줘. 얼른 하고 가게.”

“네. 사장님.”

남 비서가 사장실을 나섰다.

잠시 후, 남 비서가 두 손 가득 서류를 들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아직 더 있습니다.”

주민이 질린 기색으로 서류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래 회사는 연말 연초가 제일 바쁜 법이니까.

* * *

개랑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한 게 얼마 전의 일 같은데 벌써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지연아 이것도 가지고 갈 거야?”

“네에!”

미나가 지연의 짐을 싸면서 물어봤다.

우리는 내일 이사를 간다.

덕분에 숙소에 있는 짐을 전부 정리 중이었다.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짐이 꽤 많았다.

“벌써 거실에 박스가 가득 쌓였네.”

“이 정도는 많은 것도 아니지. 한 식구가 이사 가는데 트럭 한 대도 안 나오는 짐이라니. 만약 지연이 네 작업실 도구들이 아니었으면 트럭은 부르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가?”

돌아오기 전에는 돈이 없어서 전부 직접 들고 옮겼다.

집은 점점 더 작은 곳으로 가서 대부분을 버렸고, 가구 옮길 때만 개인 용달차를 불렀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적은 짐을 들고 가는데도 트럭을 부른다.

이렇게 편하게 이사한 적은 처음이었다.

“뭐 놔두고 가는 거 없나?”

“가구는 새로 들일 거고 뭐가 없으면 새로 사면 되지.”

“아까운데.”

“아이구. 애기들아. 걱정 마, 걱정 마. 너희가 얼마나 버는지 모르는구나? 너희들이 CF 한 편 찍으면 그런 걱정 없을걸.”

“맞아. 아직 지한이가 한 편도 안 찍어서 광고업체가 몸이 달았더라.”

지한이는 아직 한 편의 광고도 찍지 않았다.

<그 남자 그 여자>를 찍었을 때는 갑자기 이미란이 사라지는 바람에 못 찍었고

때는 미국에 있어서 못 찍었다.

그래서 만약 찍게 된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돈 걱정 하지 마. 설사 너희들이 돈이 없어도 어디 사장님이 가만히 있을 분이시니?”

자신들이 번 돈으로 집을 사겠다는 부탁에 주민이 엄청 아쉬워하던 게 생각났다.

그 사장님은 왜 이렇게 못 해줘서 안달인 걸까.

이상한 사람이다.

“그보다 새집에 뭐 더 바라는 거 없어? 지연이 작업실에 더 필요한 건 없고?”

“으으응. 없어. 저번에 고른 가구만 있어도 될 거 같은데.”

“집이 커서 가구가 없으면 너무 휑해 보이지 않을까.”

“살다 보면 하나씩 늘걸요? 그리고 개랑 고양이 키우면 걔네들 집이랑 사료랑 밥그릇이랑 이런 게 들어올 거잖아요.”

걔들이 소파 갉아 먹지나 않으면 좋겠는데.

최대한 동물 키우기 좋은 가구를 골랐지만 지한이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가구만 골랐다.

지한이 방에 있는 가구는 나중에 크면 새로 바꾸면 되니까 괜찮겠지.

“자. 그럼 일찍 자자. 내일은 이사하고 강아지 데리러 가야 하니까.”

“네!”

“형, 우리 이사하고 짜장면 먹자.”

“그럼! 이사하면 당연히 짜장면 먹어야지.”

그건 인정.

이삿짐을 싸는 바람에 오늘은 다 함께 거실에 모여 잤다.

지연은 동생을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드디어 내일 새집에 간다.

67. 새 식구

재력가들이 모여 있는 동네.

훗날 유명 연예인들이 입주하기를 바라며 대한민국 부촌 중 한 곳으로 불리는 곳.

그곳에 남매가 입성했다.

“이렇게 넓은 집에 차 한 대밖에 안 쓰다니.”

“뭔가 낭비하는 느낌이야.”

“괜찮아. 이사센터는 사장님이 불러주신 거야. 숙소에서 탈출한 기념이래.”

영훈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집을 사주지 못한 대신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회사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사장님이 집들이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말이 자자했다.

“그런데 오빠. 우리 구경만 하고 있어도 돼?”

“우리가 저기서 얼쩡거리는 게 더 방해될걸?”

“음료수라도 나눠드려야 하지 않을까?”

“그거 좋은 생각이네. 오빠가 사 올게. 여기 있어.”

“응.”

지연의 말에 영훈이 슈퍼를 찾아 나섰다.

아이들은 정원 한쪽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방해되지 않게 구경하고 있었다.

먀옹.

“어? 누나 저기 고양이.”

지한의 말에 지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데 고양이가 돌아다니네.”

“사람 손을 탔나 봐.”

“미나 누나.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예전에 사람들 손에 자랐거나 길가면서 사람들이 먹이를 나눠 줬거나. 아무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고양이란 말이지.”

“우와. 관심고양이네.”

“어, 으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지한의 표현에 미나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대사 외울 때나 지연이랑 연기놀이 할 때는 그렇게 어휘력이 좋을 수 없었는데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 보면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고양이.”

지연의 시선이 고양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노오란 무늬가 귀여운 치즈냥이었다.

“안녕.”

꿈뻑

지연의 인사에 고양이가 눈인사를 했다.

“어머 너무 순하다. 만져 봐도 될까?”

하아악!

미나가 손을 뻗자 고양이가 하악질을 하며 도망쳤다.

지연이한테 대할 때와 명백하게 다른 태도에 미나가 내밀었던 손을 거뒀다.

“고양이는 날 싫어하나 봐….”

“누나, 괜찮아.”

“길냥이라서 그런가 봐. 그럴 수도 있지.”

“못된 고양이. 고양이 주제에 얼굴 밝히기는.”

“그게 아닌 거 같은데.”

“누나, 고양이도 얼굴 봐?”

“쟤들이 얼마나 도도한데! 분명 사람을 자기 아래로 보는 게 분명해!”

오? 꽤 정확한 분석이었다.

“저어. 짐을 다 옮겼는데. 가구가 없어서 전부 다 정리 못 했습니다. 그 외에는 다 세간에 맞게 정리했으니 한 번 보시겠습니까?”

“정말요? 이렇게 빨리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짐이 별로 없어서 빨리했는걸요.”

아직 영훈이 음료수를 사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짐 정리가 끝났다.

미나와 같이 집에 들어가니 확실히 전문 업체라 그런지 깔끔하게 청소와 정리가 끝나있었다.

넓은 거실. 넓은 방. 높은 천장.

이 집이 정말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이란 말이지?

지연이 감회가 새로워져 입을 벌리고 집을 구경했다.

원룸 구할 때는 이상한 렌즈로 찍은 사진 때문에 며칠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확인해야 했는데.

여기는 사진보다 훨씬! 훠어얼씬! 더 좋아 보였다.

“진짜 깔끔하게 잘 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에. 수고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현관까지 나와 이삿짐센터 직원들을 배웅했다.

멀리서 막 현관으로 들어오던 영훈이 돌아가는 직원들을 보고 허겁지겁 음료수를 나눠주는 게 보였다.

“이야. 내 생에 이렇게 빨리 이사가 끝난 적은 처음이야.”

“짐이 얼마 없기도 했고, 가구가 안 와서 그런가 봐요.”

“해외에서 가져오는 것도 있다더라.”

“왜 그렇게 멀리서 온대요?”

“나도 몰라.”

이사가 끝났으니 밥을 먹을 차례였다.

짜장면 배달을 시킨 아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강아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데리러 가는 거예요?”

“우리 할머니 집.”

“형 할머니 집이 어딘데?”

“강원도.”

“왜 오빠 할머니 집에 가는데?”

“강아지 분양받으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할머니 집 개가 마침 새끼를 낳았데. 5마리 낳아서 어떻게 할지 물어보던 찰나에 내 연락을 받고 데려가라고 하셨어.”

“5마리나!?”

지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게 빨리 가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띵동-

짜장면 왔습니다!

“배달 왔나 보다. 먹고 바로 갈까?”

“응!”

이사 날 먹는 짜장면은 정말 맛있었다.

* * *

영훈이 차를 몰았다.

미나는 오후에 일이 있어서 동행하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이 간식을 까먹었다.

“너희들 차에서 너무 많이 먹으면 멀미한다.”

“괜찮아. 아직 한 번도 그런 적 없으니까.”

“응응. 형, 계란 줄까?”

“목 막힐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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