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S 월화드라마 ‘선고하겠습니다’ 카메오로 오지한 출연]
배우 오지한이 <그 남자 그 여자>에서의 인연으로 배우 이신성이 출연하고 있는 MBS 드라마 <선고하겟습니다>에 출연하기로 했다.
<선고하겠습니다>는 젊은 열혈 판사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싸운다는 줄거리의 법정 드라마다.
…오지한 군은 7화가 방영되는 26일 피해자의 아들이자 목격자로 출연할 예정이다.
“엄마엄마어마아아악!”
“어우. 이것아. 시끄럿!”
방에 있던 해수가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뛰쳐나왔다.
“너 왜 벌써 나왔어? 공부는 다 했어?”
“아, 엄마. 나 오늘 이거 꼭 봐야 해.”
짜아악!
“아아악! 아, 엄마!”
“이게 지금 고등학생이 돼서 TV나 보겠다고 하고 말이야!”
“아니, 엄마도 이거 보잖아!”
“너는 학생이잖아?”
“엄마아아. 오늘 지한이 나오잖아. 이거 꼭 봐야 해.”
“얼씨구? 전에는 이신성이 네 오빠라고 하지 않았어?”
“신성오빠는 오빠고, 지한이는 내 동생이지.”
“네가 동생이 어딨어. 엄마아빠는 너 몰래 동생 낳은 적 없다.”
“좀 낳지 그랬어. 그러면 나도 지한이 같은 동생 가지는 건데.”
“으이구.”
딱!
“아!”
“시끄러! 가서 사과랑 과도나 가지고 와.”
“에헤헤. 엄마아앙.”
해수가 부엌으로 가서 사과랑 과도를 가져왔다.
엄마 앞에 얌전히 쟁반을 대령한 해수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전화기 앞으로 기어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소희 친구 해수인데요. 소희 있나요?”
-어머, 해수니? 소희라면 잠시만.
수화기 너머로 소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해수야?
“소희야! 너 지금 뭐해?”
-뭐하긴. TV 앞에 있지.
“역시. 잘했어.”
-…기분이 이상한데. 꼭 개가 된 기분이야.
“아냐, 아냐. 오늘 지한이 나오는 날인데 까먹었을까봐 전화했어.”
-내가 너냐? 우리 중에서 제일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 누구더라?
“후후. 내 동생에 관한 거라면 기억력이 10배로 상승한다고.”
-정확하게 말하면 지연이 동생이지.
좋아하는 배우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라면 이미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해수와 친구들이 시시덕거렸다.
-아무튼 오늘 우리 엄마까지 섭외했으니 우리 지한이 놓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좋았어. 그럼 이제 서림이 남았나?”
-서림이한테는 아까 전화했다. 그러니 전화하지 마.
“벌써? 역시 소희야. 빠르다니까?”
-우린 이미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며칠? 나는 일주일 전부터 기다렸다!”
-나는 영화 본 다음 날부터 지한이의 차기작을 기다렸어!
“훗, 나는 이미 영화 촬영 끝났다는 날부터 기다렸지.”
팬에 입덕한 순서로는 해수를 이길 수 없는 소희가 수화기를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저 기지배.
내가 학원에 가 있는 동안 혼자 드라마 봤다 이거지?
해수보다 성적은 좋았으나 어쩐지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소희가 다음번에는 절대 지지 않을 거라며 해수에게 경고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 이겼다.”
“으이구. 전화기 붙잡고 뭐하고 있어?”
“후후. 엄마. 내가 방금 우리반 1등을 이기고 왔어.”
“공부로 좀 그래봐.”
“홍 여사. 딸내미는 인생에서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습니다.”
“딸?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와서 앉아.”
“넹.”
엄마가 깍아준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물고 해수가 자리에 앉았다.
소희랑 수다 떤 게 딱 좋았는지 드라마 로고가 보이고 있었다.
흰 와이셔츠를 입은 신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퀭한 눈으로 종이를 넘기고 있는 신성이 뚝 멈췄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고소장을 보던 그의 입이 벌어졌다.
“씨발.”
피고인의 이름이 고재만, 검찰 측 증인이 고성욱.
둘은 부자지간이었다.
피고인의 혐의는 살인.
피해자는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였다.
“저런 미친 놈!”
“쯧쯧쯧, 어떻게 제 아내를 죽일 수 있어.”
“애가 증인이래. 그럼 아빠가 엄마 죽이는 걸 애가 봤다는 거 아니야?”
“세상에.”
드라마를 보고 있는 해수의 가족들이 이신성이 맡고 있는 역에 몰입하여 욕을 쏟아냈다.
가족들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정의감과 혈기가 넘치는 판사가 사건을 낱낱이 분석했다.
그동안 고재만의 부모는 아들의 형을 감형시키기 위해서 손자이자 또 다른 피해자인 성욱을 찾아가 닦달하고 있었다.
“성욱아. 그래도 네 아빠잖니. 네가 탄원서만 써 주면 재만이가 없는 동안 우리가 너 봐주마.”
“그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렴.”
아이는 멍하니 제 앞에서 떠들고 있는 친척들을 지켜봤다.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있는 멍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싶지 않겠지.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보려고 하지 않은 거다.
성욱이 제 앞에 놓인 종이를 바라봤다.
이것을 쓴다고 해서 엄마가 돌아오는가?
아이가 눈을 감았다.
눈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재판일이 도래했다.
“고성욱 군. 그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일을 기억하십니까?”
“네.”
“피고인이 그날 피해자를 몇 차례 때렸습니까?”
“많이요.”
“얼마나 많이요?”
성욱이 검사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에는 특별한 열의가 없었다.
냉정하게 이 사건을 처리하려는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아. 이 사람에게는 엄마가 죽은 일이 특별하지 않은 거구나.’
엄마의 죽음은 본인에게만 특별한 일이었다.
저기 앉아 있는 고재만은 재수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고,
친척이라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일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재만이 있는 쪽에 앉아 지루한 재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엄마는. 정말.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니게 죽어버렸구나.’
아이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때 고개를 들던 성욱의 눈에 법복을 입고 있는 판사가 보였다.
그의 눈을 본 성욱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절대 이 모든 것을 좌시하기 않겠다는 것처럼.
그의 눈은 차갑게 타오르고 있었다.
벌을 내리는 무시무시한 저승의 신처럼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판사를 보고 신성이 눈을 꼭 감았다 떴다.
“죽을 만큼 많이요.”
아이의 말에 법정에 앉아 있던 이들이 허리를 바로 세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영혼이 사라진 것처럼 검사의 말에 힘없이 대답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변한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도 엄마를 많이 때렸어요. 가끔은 저도 때렸고요.”
“야, 고성욱!”
“피고인, 조용히 하세요. 검사, 신문을 계속하세요.”
“네. 증인. 그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평소처럼 때렸어요. 많이. 그러다가 엄마가 그만하라고 손을 뻗었는데 아빠가 넘어질 뻔했어요.”
“피해자가 저항을 했단 말이군요.”
“야! 이 새끼가! 뭐라고 하는 거야!”
“피고인!!!!”
다시 한번 난동을 부리는 고재만을 보고 이신성이 소리쳤다.
난동을 부리던 고재만보다 더 큰 소리에 재만이 기가 죽어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번만 더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면 퇴장시키겠습니다.”
“…네.”
“검사, 계속하세요.”
재만을 제압하고 검사에게 신문을 계속 진행시켰다.
“그 뒤, 피고인가 넘어질 뻔하고 어떻게 됐죠?”
“아빠가 엄마 머리를 잡고 벽에 박았어요.”
“이…!”
재만이 다시 소리치려고 했지만 자신을 엄중한 눈으로 노려보는 판사를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먹만 꽉 쥐었다.
“그러면 피고인이 일부러 피해자의 머리를 부딪쳐 죽였다는 말이네요.”
“네. 아빠가 죽으라고 했어요.”
아이가 그날의 일을 떠올리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촉촉이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이 조금 더 컸더라면,
내가 조금 더 힘이 있었더라면.
엄마를 지켜 줄 수 있었을 텐데.
“저기 있는 고재만이 엄마를 죽였습니다. 죽이고 발로 몇 번 차더니 욕을 하고 방에 들어갔어요.”
“119를 부르지 않았단 말인가요?”
“네. 제가 119를 불렀어요.”
아이의 증언에 법정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고재만을 돌아봤다.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 고재만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당신이 내 엄마를 죽였어.”
아이의 말이 족쇄가 되어 고재만의 몸을 옭아맸다.
불같이 타오르는 눈동자가 증오를 담아 재만을 노려봤다.
* * *
“저 배우를 섭외해야겠어.”
화면에 나오는 지한의 이글이글한 눈을 본 갈색머리의 외국인이 말했다.
“좋은 배우죠?”
“저 배우가 우리 영화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어 줄 거야.”
아이의 눈에 담긴 원망, 분노, 증오, 슬픔의 감정을 본 외국인이 확신했다.
54. 여행
“지한이 앞으로 들어온 대본입니다.”
“배역이 다 비슷하군.”
“지금 지한이 이미지가 그렇다보니.”
“쯧. 다들 연기를 보지 않고 자극적인 배경을 보니 그렇지.”
지한의 앞으로 한 트럭이 될 것 같은 대본을 보면서 공 사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화제가 되다보니 아이들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가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타올랐다.
똑똑
“들어와.”
사장과 본부장이 있던 곳에 남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지금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뭔데.”
남 비서가 들고 온 종이를 건넸다.
막 프린트 한 것인지 종이가 따끈따끈했다.
[할리우드 스타, 오지한. 그의 양육권은 누구에게?]
공 사장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지금 이게 뭐야.”
“오형우 쪽에서 아이의 양육권 소송을 냈습니다.”
“하! 이것들이 미쳤나.”
“오형우는 감옥에 간 거 아니었습니까?”
“안 갔습니다. 징역 1년에 집유 2년 선고받았습니다.”
남 비서의 말에 공 사장과 본부장이 이마를 때렸다.
“아니, 왜? 살인 미수 아니야?”
“화제성 때문에 빨리 형을 선고하긴 했는데 음주와 우발적이라는 점.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점. 아이들의 장래 등등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이들 미래를 생각하면 더 감방에서 썩어야지 왜 집행유예야. 판사 이름이 뭐야.”
“김부동 판사입니다.”
“그놈 옷 벗겨.”
“네.”
멍청한 판사 하나 때문에 아이들이 또 입에 오르내릴 걸 생각한 주민이 관자놀이를 짚었다.
“사장님. 이대로 가다가는 지한이 이미지에 안 좋습니다. 너무 동정여론이 많습니다.”
“그래.”
동정도 한두 번이지.
아이들을 언제까지 아이로 볼 것인가.
지한이가 얼마나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잠재력이 얼마나 눈부신 것인지를 생각하면 사람들의 눈에 씌인 동정이란 안경을 벗겨야 했다.
“우선 천 변호사한테 연락해서 아이들 양육권 소송 어떻게 처리할지 자문해.”
“알겠습니다.”
“임 본부장. 우리는 지한이 이미지 변화에 신경 써 보지. 좋은 생각 있어?”
“일단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지금 오는 작품이 다 뻔하잖아.”
“그게 문제입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댔다.
저 쓸모없는 부모를 치우는데 어린아이의 힘까지 빌렸으니, 아이들의 앞날에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은 어른의 몫이었다.
‘그렇게 어린 지연이도 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주민이 턱을 쥐고 고민했다.
“임 본부장.”
“네, 사장님.”
“아이들의 평소 생활을 그대로 보여 주는 건 어떨까?”
“지한이랑 지연이요?”
“그래. 사람들은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우리 애들이 그렇게 불쌍한 애들이 아니잖아?”
“그렇죠. 방해되는 것도 해치웠고, 둘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오늘도 어디 놀러 가고 싶다고 목록 작성했다고 하던데.”
“지금 상황으로는 어디 가기 쉽지 않죠. 적어도 국내에서는요.”
“그럼 우리가 보내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되지. 일상생활도 보여주고 애들 휴식도 할 겸 여행을 가는 것도 괜찮지.”
“다큐 형식으로요?”
“<사람극장>에서는 이번에 월드컵 선수들을 촬영해서 방영했죠. 시청률도 꽤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그거야! 우리도 그런 식으로 하면 되지!”
“좋은 생각입니다.”
주민과 임 본부장이 서로를 보고 활짝 웃었다.
이거야말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아이들의 이미지도 새로 정립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은가?
“당장 <사람극장>팀에 연락해.”
“네!”
“아, 그 전에. 애들한테 먼저 물어보는 거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양육권 소송?
흥!
우리 애들에게는 부모가 없는 게 더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려주지.
본부장을 내보낸 주민이 전화기를 들었다.
“어. 혁재냐? 뭐 하고 있어. 회의? 아, 할 얘기가 있어서. 딴 건 아니고 너희 그룹 계열사 중에 놀이공원 있지? 뭐? 내가 애가 어디 있어. 다른 건 아니고 전세 낼 수 있어?”
사장실 안에서 주민이 수화기를 붙잡고 아이들을 위한 장소 섭외로 열을 올렸다.
* * *
[아이 양육권 놓고 친·외가 소송? 배우 오지한의 양육권은 누구에게로?]
[엄마는 납치미수, 아빠는 살인미수. 홀로 남은 아이들은 누가 돌봐야 하나]
[오지한의 이모, 동생을 위해 조카의 행적을 넘겨]
[부모 없는 하늘 아래. “우린 괜찮아요.”]
[KBC <사람극장> ‘오지한’ 편. 촬영 확정]
[“팬 누나, 형 걱정 마세요.” 오지한, <사람극장>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