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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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C 연기대상 수상자, 최민종]

[MBS 연기대상에 차인범]

[배우 오지한 2001년 KBC 연기대상 ‘청소년 연기상’ 수상]

[채널 선택권은 어디로? 방송 3사의 과도한 도배]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 끝나고 기사가 쏟아졌다.

각종 시상식과 그 속에 있던 연예인들의 축하 공연에 즐거웠던 이가 있는 반면 아니꼬운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탑엔터와 지한이네 경우는 즐거웠던 이들이 가득했다.

회사에 소속된 배우 중 무려 3명이 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상을 받지 못한 곳은 MBS뿐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상 덕분에 탑엔터에 소속된 배우들의 몸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민세라 배우 광고 들어온 거 다 정리해뒀지?”

“네. 어제만 해도 20건 이상 들어왔습니다.”

“계약 기간은 6개월 이상. 계약금도 1억 기준으로 잡고.”

“알겠습니다.”

“최시우 배우는 어떻게 할까요?”

“6개월 8천.”

실장의 지시에 밑에 있는 이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소속된 연예인들의 몸값이 빠르게 바뀌었다.

이쪽만큼 대중들의 이미지를 빠르게 반영하는 곳은 없으니 빨리 움직여야 했다.

좋은 광고가 있는 반면 안 좋은 광고도 있기 마련이다.

“실장님. 오지한 배우 앞으로 들어온 광고는 어떻게 할까요?”

“뭐 들어왔는데?”

“아동복 브랜드와 음료, 라면, 통신사. 안 들어오는 게 없습니다.”

“지한이 이미지는 빨리 소모시키지 않도록. 6개월 미만, 5천 이상으로 찾아봐.”

“예? 그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6개월 뒤면 적어도 2배로 뛸 거니까. 내년 하반기에 지한이 할리우드 영화 개봉할 거야.”

“아!”

배우 2실 김실장의 말에 밑에 있는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실장님 말이 맞지.

어디 감히 우리 할리우드 배우님을 싼값에 쓸려고!

탑엔터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한이의 광고 목록을 추리기 시작했다.

“1년에 1억? 어디 감히 우리 배우를 이딴 가격에!”

“여기도 1년이네? 애걔? 8처어어언? 넌 아웃이다!”

절대 싼값에 우리 애를 팔지 않겠다며 2실 직원들이 불타올랐다.

이처럼 지한에게 주목하는 이들은 비단 광고업계뿐만 아니었다.

* * *

지한이 수상 소식이 한 조직 위원회의 눈에 들었다.

“이 아입니다.”

각자의 앞에 배부된 파일에는 종이 가득 환하게 웃고 있는 지한의 사진이 있었다.

파일철에 끼워진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며 지한의 프로필을 읽은 이들이 마지막 장까지 읽고 고개를 들었다.

“지금 겨우 8살짜리 아이를 쓰겠다는 말입니까?”

“2002년이 되었으니 이제 9살입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8살이나 9살이나.

어리기는 매한가지였다.

아직 새 학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니 초등학생 1학년이었다.

“그러면 박 위원님께서는 오지한 군을 월드컵 홍보에 이용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크흠. 그래도.”

“우리나라를 빛낸 스타들이 누가 있습니까! 고작 한류 스타를 이용하실 겁니까? 아니요. 이건 전 세계인의 축젭니다! 오지한은 고작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스타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어요. 무려 할리우듭니다! 그것도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동양인 배우라고요.”

집에서 채널권을 쥐고 있는 아내 덕분에 그남그녀에 나온 지한을 본 손 위원은 보자마자 아이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아이가 나올 때마다 아내는 우리 애 하나 더 어떠냐며 물었고, 자신은 지한을 보면서 사랑스러운 막둥이를 머릿속에 그렸다.

그리고 이 아들(로 삼고 싶은 아이)은 바다 건너가더니 무려 할리우드 영화를 찍고 돌아왔다.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우리도 이제 홍콩의 액션 배우들처럼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를 가진 겁니다.”

“그거랑 월드컵이랑 무슨 상관인지.”

“해외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전쟁 복구 중인 가난한 나라 아닙니까. 우리가 OECD에 들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손 위원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손 위원은 오지한 군을 어떻게 쓰고 싶은 건가.”

“이번에 월드컵 주제곡을 조 선생님이 부르신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그녀는 흔쾌히 요청을 들어주었다.

“코러스로 지한 군이 함께 할 수 없을까요?”

“지한 군이 노래를 잘하나?”

“그건 아직 모릅니다.”

“아니, 그것도 없이 어떻게 노래를 불러? 나라 망신시킬 일 있어?”

“아직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한 곡 정도라면. 어떻게 되지 않겠습니까?”

터무니없는 소리에 다른 이들의 반응이 다시 미적지근해졌다.

“일단 말이라도 넣어보시죠. 일단 지한 군이 월드클래스라는 건 확실하지 않습니까?”

“아직 개봉도 안 한 영화입니다만.”

“그래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영화를 찍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지도가 약하지 않나요?”

“어차피 연예인을 쓸 예정 아니었습니까. 밑져야 본전입니다.”

“그럼 일단 영상을 받아보는 걸로 하죠.”

오지한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안다.

아직 영화가 개봉하지 않아 할리우드 반응을 알 수 없지만,

정말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영화가 대박이 난다면 자신들은 할리우드 배우 보유국이 되는 거다.

“영화가 조금 일찍 개봉했으면 좋았을 텐데.”

“촬영 끝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됐을걸요.”

“아니, 그런데 손 위원. 자네는 어찌 그리 잘 아나?”

“제 아이들이 팬입니다.”

아이 핑계를 대며 다른 위원들의 의심을 벗어난 손 위원이 뿌듯한 얼굴로 회의실을 나섰다.

나중에 가서 우리 애 홀대한 걸 두고두고 후회할 거다!

지한이 오면 뭐부터 말하지?

우선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오지한의 섭외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손 위원이지만 그의 말대로 오지한의 섭외가 비장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축하 공연?”

“내가?”

집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며 바닥에 엎드려 있던 아이들이 영훈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영훈은 바닥에 카펫을 깔아두길 잘했다며 스스로를 칭찬하고 아이들의 물음에 답했다.

“월드컵 조직 위원회에서 지한이에게 요청이 들어왔어. 노래 불러줄 수 있냐고.”

“형, 내가 부르는 거야?”

“응. 그래서 우선 지한아 너 노래하는 거 괜찮아?”

“어어. 잘 모르겠는데. 누나 나 어떡해?”

“….”

“누나?”

지한이 지연을 콕콕 찔렀다.

동생의 질문에도 대답하지도 못할 만큼 지연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굴러갔다.

도대체 배우인 애를 월드컵 개막식 축하 공연에 초청해서 어쩌자는 건가.

지한이는 아직 한 번도 카메라 앞에서 노래한 적이 없는데.

이전에는 어땠더라?

일단 아이돌 음악을 좋아했던 것까지는 기억한다.

그래도 중학교 때까지는 가족들끼리 꽤 자주 노래방에 가기도 했었지.

‘아니 지금 쓸데없는 소릴 할 게 아니지.’

월드컵이 지한이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문제다.

이건 무조건 될 주식이다.

2002년 월드컵은 성공할 테니까.

그렇다면 지한이가 축하 공연을 할 정도로 노래를 잘하느냐?

그건 잘 모르겠다.

가끔 만화 주제가나 동요를 부를 때는 잘하긴 했는데 월드컵 주제곡을 부르는 사람들이 워낙 잘 불러야 말이지.

“걱정할 거 없어. 지한이 네가 못 부르는 건 아니지만 절대 그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게 해줄 테니까.”

“응? 어떻게?”

“그건 말이지.”

“그건?”

“그건 말이지?”

“훗.”

아 더럽게 뜸 들이네.

말 안 해도 아는데.

지연이 험악한 얼굴로 먼저 말했다.

“보나마나 트레이너 선생님을 붙여주겠지.”

“앗! 내가 말하려고 하는데.”

“누나, 나 노래 불러?”

“응. 부르는 게 좋을 거 같아.”

“알았어. 그럼 부를게.”

지연의 말에 지한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깟 노래.

아직 반년이나 남았으니까 무조건 잘 부르게 해 주지.

“무슨 노래 부르는데?”

“그건 아직 몰라.”

“엥?”

“아직 지한이 네가 부른다는 게 확정된 건 아니야.”

“에엑?!”

“아니, 왜 아니야?”

“지한이가 노래 잘 부르는지 모르잖아. 그쪽에서는 일본이랑 같이 준비하는데 우리가 준비한 사람이 잘 못 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대.”

아. 그건 인정.

일본이랑 붙는 거면 무조건 이겨야지.

가위바위보도 절대 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지한아. 걱정하지마. 누나가 무조건 도와줄게.”

“좋아!”

“갑자기 왜 그러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민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의지를 불태우는 지연을 보고 영훈이 물었다.

“상대가 일본이니까요.”

“아, 그래.”

맞는 말이었다.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지.

“연습 가즈아-!”

“가즈아!”

“가즈, 그런데 어딜 가는 거니? 얘들아 어디 갈 때 오빠한테 꼭 말하라고 했지?”

당장 노래 연습하자며 노래방을 가려는 아이들을 붙잡고 영훈이 무사히 차에 태워 회사로 향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팀장님이 애들을 데리고 회사로 오라고 했나 보다.

46. 노래까지 잘한다고?

“안녕? 지한이랑 지연이지?”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보컬 트레이너에게 인사했다.

오고 가면서 안면을 튼 사이기에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을 가르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일찍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왜요?”

“다들 언젠가 지한이가 노래까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내 동생이 좀 잘나긴 했지.

지연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번에 영화 촬영하면서 그림까지 직접 그렸다며?”

“네! 우리 누나 엄청 잘 그려요.”

“지한이가 마지막에 직접 그림을 완성했어요. 에밀리가 그거 홍보할 거래요.”

“하여튼 뭐든 배우기만 다 잘해서 회사에서 노래도 한 번 시켜볼까 생각 중이었대.”

배우가 노래까지 잘하면 금상첨화지.

가수였다가 배우로 전향하는 사람도 있고, 둘 다 하는 이들도 많으니까.

언젠가 지한이에게 노래를 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아역 배우 출신의 아이돌 가수도 몇 년 후면 데뷔할 거니까.

“그럼, 노래 한번 해 볼까?”

“뭐 불러요?”

“지한이가 부르고 싶은 거 불러봐.”

“누나.”

“파워레인저.”

“응!”

보통은 동요나 가요를 할 텐데 만화 주제곡을 부른다고 하다니.

♬용기의 힘으로

악을 무찌르는

우린 파, 파, 파워레인저♬

아이들의 노래에 보컬 트레이너 신기주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음정, 박자, 전부 좋고.

아직 발성이나 호흡은 초보답게 부족해.

하지만 배우라서 그럴까 감정이 좋군.

노래를 평가하던 기주가 자신도 모르게 파워레인저가 된 것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용솟음치는 무언가를 느끼고 몸을 들썩였다.

♬Go, Go, 파워레인저

“Let’s Go!”

“Go!”

“Go!”

아차.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 가사를 해 버린 기주가 들어 올렸던 팔을 내렸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까먹은 아이들이 잔뜩 들떠서 방방 뛰어다녔다.

승리 포즈나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걸 보니 아직 흥이 가라앉지 않은 것 같았다.

“어흠!”

아무도 못 봤겠지?

평가하다가 노래에 감화되어 자신도 모르게 주제곡을 따라 불렀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창피해서 죽을지도 몰랐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기주가 조용히 앉아있던 영훈과 시선이 마주쳤다.

“….”

“….”

영훈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주가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다.

그 신호를 본 영훈이 씨익 웃으며 눈빛을 전했다.

‘이해합니다. 비밀로 해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사나이 간의 약속이 오간 뒤, 기주가 아이들을 붙잡고 세웠다.

“너희들 잘 부르네.”

“잘 불러요?”

“음정이랑 박자 다 정확하고 감정도 좋아. 역시 배우는 다르구나.”

“히히!”

기주의 칭찬에 지한이 배시시 웃었다.

당연한 말씀.

동요와 만화 주제곡으로 단련한 우리를 얕보지 말라고.

“그런데 발성이랑 호흡법은 배워야겠어. 이대로 가다가는 목을 다칠 수 있거든.”

“다쳐요?”

지한이 기겁한 얼굴로 기주를 올려다봤다.

괜히 다친다는 말로 아이를 놀라게 만든 기주가 재빨리 손을 저어서 마저 설명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방법을 배워야 해. 안 그러면 나중에 노래 부를 때 힘들어지거든.”

“어떻게 하면 잘 부르는데요?”

“목에 부담이 가지 않게 소리를 내는 법을 배워야지?”

“저 할래요! 배울래요!”

“그래그래. 지연이도 같이 할래?”

“네.”

같이 하는 게 더 빨리 배우고, 숙달도 잘 되니까.

“자, 그럼 바닥에 누워봐.”

“네에!”

“그냥 누워요?”

“응. 편하게 누워.”

“아 한번 해 볼까?”

“아.”

“아.”

“길게.”

“아~~~~~~”

“아~~~~~~”

“그래 잘했어. 그 상태로 노래 다시 한번 더 불러보자.”

기주가 하나씩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다른 것보다 호흡과 발성만 잘 가르쳐주면 더 가르칠 게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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