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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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슬기와 구성민의 생각이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오빠 누구예요?”

“카메라다. 누나 그림 찍으러 온 사람인가 봐.”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다.

지한이 약 80% 정답에 근접했을 때 영훈이 아이들에게 두 사람을 소개시켜 줬다.

“인사해. 매일일보 연예부 기자야.”

“구성민입니다.”

“한슬기입니다.”

기다리던 특종을 눈앞에 두고 잔뜩 긴장한 두 사람이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자신들을 보고 저렇게 깍듯하게 인사하다니.

‘기자라니 조심해야겠네.’

‘수상한 아줌마, 아저씨다.’

아이들 안에서 경계 순위가 높아졌다.

“오지연이에요.”

“오지한입니다.”

통성명을 한 두 아이가 바짝 붙어 앉았다.

“자.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앉으세요.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얼음물 부탁드립니다.”

“저는 커피요. 인스턴트로요! 얼음 동동 띄워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너희들은?”

“오렌지 주스.”

“나도!”

“어어. 조금만 기다려.”

영훈이 주방으로 들어가자 성민이 분위기도 모르고 눈치 없이 구는 후배를 보고 쯧쯧 혀를 찼다.

그러나 내심 자신도 카페인이 땡기던 참이었다.

할 수 없이 입맛을 다신 성민이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럼. 지한아 인터뷰 시작해도 될까요?”

“잠시만요. 아직 영훈 오빠랑 애런이 안 왔어요.”

“그냥 소감 같은 거나 감상을 물어볼 거란다.”

“아직 어른들이 없잖아요. 설마 우리들끼리만 있을 때 인터뷰 하려는 건 아니죠? 우린 아직 초등학생인데.”

“그게,”

“갑자기 찾아와서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지 잘 모르는데. 말실수하면 어떡해요? 그것도 다 써요?”

“적당히 소속사와 합의해서,”

“그럼 왜 매니저들이 없을 때 물어봐요?”

“그러니까 나ㄴ,”

“진짜 기자 맞아요? 명함 없어요?”

“…어른들 오면 다시 얘기하자.”

지연의 강력한 보호에 성민이 떨어져나갔다.

아이에게 꼼짝도 못 하고 휘말린 선배(5년 차)를 본 후배(3년 차)가 흐린 눈으로 선배를 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눈빛이 오가건 지연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졌다.

‘사전 인터뷰 질문도 없고, 미국까지 찾아오고, 뒤를 쫓고, 매니저도 없는데 바로 인터뷰 시작하려고 하고. 이게 기레긴가!’

아직은 없는 용어인 기레기란 단어를 떠올리며 지연이 지한의 손을 꽉 잡았다.

“누나, 괜찮아?”

“나는 괜찮은데, 너는?”

“나도 괜찮아. 그런데 누난 안 괜찮은 거 같아서.”

영훈이 봤다면 제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어미라고 말할 만큼 지금 지연은 낯선 기자들에게서 지한을 보호하기 바빴다.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은 없으나, 오형우 사건 때에도 기자들이 학교까지 찾아와 며칠 더 쉬어야 하기도 했었다.

그때 지연은 왜 연예인들이 기자라면 학을 떼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잘 이용하면 득이 있는 관계겠지만, 아무튼 그건 회사에서 할 일이고.

지한이에게는 티끌 하나 손대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아. 마실 거 들고 나왔습… 니다만. 혹시 싸우셨나요?”

“아니요. 긴장도 풀 겸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와아! 안 그래도 목말랐는데 감사합니다.”

기자에게 컵을 건네주고 아이들의 옆으로 다가온 영훈이 지연이에게 귓속말했다.

“혹시 오빠 없을 때 싸웠어?”

“걱정 마, 오빠. 내가 이겼어.”

지연의 말에 영훈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기자와 싸우다니.

벌써부터 지한이의 기사에 무슨 말이 올라올지 걱정됐다.

“크흠. 흠. 그러면 이제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

“예, 예? 네.”

영훈의 말에 성민이 안도했다.

왜 동의를 구하면서 지연을 쳐다봤는지 잠시 의아했지만 영훈은 곧바로 인터뷰에 집중했다.

“그럼 오지한 군. 우선 할리우드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지한을 보고 성민이 잠시 긴장을 내려놓았다.

경계심 가득한 누나를 보다가 온화한 동생을 보니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옆에서 슬기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작게 ‘오오!’, ‘호오?’ 하고 감탄사를 흘리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듣기로는 오디션을 보았다고 들었습니다. 할리우드 오디션은 어땠나요?”

“대사가 전부 영어였어요!”

“네? 하하. 그렇죠?”

아이다운 천진난만한 대답에 성민이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슬기는 손이 떨리지 않게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말이지 우리 엄마는 왜 지한이 같은 동생을 낳아주지 않았는가.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성진이 나왔을 때 조르기라도 했으면 올해 안에 볼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슬기가 안타까움에 다리를 꼬았다.

그 와중에도 직업정신으로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상체는 미동도 없었다.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리온과 제가 연기하는 리온이 엄청 다르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연기 잘 봤다고 해 줬어요.”

“놀랍네요. 오디션에서 감독님을 연기로 설득시킨 건가요?”

“설득? 그건 잘 몰라요. 그냥 감독님이 제 연기가 마음에 들었대요.”

“지한 군의 연기력이 대단하네요. 영어랑 연기 연습은 평소에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영어는 디즈니 보거나 누나랑 애런이랑 말하는 거랑 대본 보는 거! 그걸로 하고 있어요. 연기는 누나랑 역할놀이 하고 선생님이 과제 내 주시는 거 하면서 하는데 그냥 계속해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이미 건들 것이 없을 정도로 지한군의 연기력이 완성되어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완성? 아닌데. 저 아직 배울 거 많아요. 계속 열심히 배우는데도 누나 못 이겨요.”

지한이 시무룩하게 말했다.

그러다가 이내 언젠가 누나를 넘어서는 연기를 할 거라면서 씩씩하게 말했다.

“누나라면 옆에 있는 지연 양을 말하는 거죠?”

“네! 우리 누나 연기 엄청 잘해요. 또 엄청 똑똑하고, 그림도 잘 그려요. 헨리 선생님이 누나 많이 칭찬했어요.”

“그래요? 언젠가 지연 양의 연기로 직접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림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지한 군이 출연한 영화가 미술 영화죠?”

“네!”

“어떤 내용인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인터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지연이는 옆에서 기자가 또 헛짓거리하지 않는지 민감한 질문을 하지는 않는지 계속해서 주시했다.

성민은 지한과의 인터뷰가 즐거워 옆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지연의 시선도 눈치채지 못했다.

‘영화에 대한 내용은 에밀리와 말해서 기사로 내보낼지 말지 정하겠네. 여기까지 와서 설마 생물학적 부모에 대해서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바로 끊고 쫓아낸다.’

지뢰를 밟는 즉시 터트려버릴 거라며 지연이 예의주시했다.

다행이 매일일보의 불쌍한 두 기자가 지연이란 폭탄을 터트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2001년 11월.

[배우 오지한, 할리우드 진출]

[할리우드 촬영장에서 만난 한국 배우]

[오지한 “곧 한국에서 봬요.”]

[할리우드 진출로 미국에 발자취를 남긴 오지한]

[데이빗 앤더슨 감독 “한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배우.”]

기사가 올라왔다.

43. 귀국

[할리우드 진출로 미국에 발자취를 남긴 오지한]

[데이빗 앤더슨 감독 “한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배우.”]

[배우 오지한, 할리우드 진출]

드라마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성진 役으로 안방에 있는 시청자들을 울린 배우 오지한(7세)이 할리우드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인 M&M 스튜디오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배우 오지한을 만장일치로 ‘Moonlight’에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오지한은 작중에서 자폐증을 가진 천재 화가인 리온 役을 맡았으며 현장 스태프 모두 그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를 휩쓴 박중호 선수와 LPGA를 점령한 박세나 선수와 함께 오지한 선수가 할리우드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매일일보에서 쓴 특종에 순식간에 온 국민의 관심이 배우 오지한에게 쏠렸다.

그에 따른 후속 기사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촬영하고 있는 지한의 사진, 일상복을 입고 인터뷰하는 사진, 작업실에서 캔버스 앞에서 붓을 놀리고 있는 사진 등이 공개되었고.

모두가 할리우드 소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장 탑엔터 연락해봐.”

“오지한 섭외 신청해 당장!”

“인터뷰할 수 없나?”

“지난번에 스타 다큐 찍은 애가 누구였지? 탑엔터로 뛰어가라고 해. 이거 찍기만 하면 시청률 터지는 거야.”

방송국에서는 오지한을 섭외하려고 완성되지도 않은 기획서를 가지고 탑엔터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 당장 미국으로 안 날아가고 뭐 해?”

“매일일보에서는 기자 둘이 직접 비행기 타고 날아갔단다. 너흰 뭐 하느라 여기 앉아있어?”

구성민과 한슬기가 어떻게 취재했는지 아는 언론사에서는 당장 비행기에 기자들을 띄워 보냈다.

할리우드에서 촬영 중이라 한국에 없는 두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 엄한 사람들이 난리였다.

“여보세요? 아, 네. 오지한 배우 말이죠? 아직 촬영 중이라 방송 출연은 어렵겠는데요?”

“안녕하세요, 김 국장님. 오랜만이네요. 아, 저희 지한이요? 지금 촬영 막바지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최 감독님 오랜만입니다. 지한이요? 카메오로요?”

탑엔터의 모든 직원들은 오지한을 찾는 이들로 인해서 전화기를 내려놓을 새가 없었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본 주민이 뿌듯한 얼굴로 본부장에게 물었다.

“지금 지한이 섭외 전화가 얼마나 왔지?”

“모든 방송국이랑 언론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모든?”

“지금 지한이 안 잡는 곳이 없습니다. 나오기만 하면 시청률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집니다.”

“좋군. 하지만 예능은 안 돼.”

지금 예능에 보내기에는 지한이는 너무 어렸다.

출연자 보호가 잘되지 않는 시기이니 지한이에게 어떤 무리한 일을 시킬지 몰랐다.

물론 자신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다칠 수 있는 일에는 절대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출연하기 좋은 섭외 목록 좀 추려봐.”

“네. 알겠습니다.”

“지한이 영화는 언제 마지막 촬영이지?”

“곧입니다. 내일이 마지막 씬 촬영입니다.”

“할리우드라고 해서 더 오래 걸리는 건 아니군.”

“실제로 한국과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후반 작업이 더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쪽 컴퓨터그래픽 수준은 세계 최고지 않습니까.”

“그래. 잘 나온다면 다행이지. 촬영 끝나고 지한이가 들어갈 작품 목록도 추려봐.”

“네, 사장님.”

지한이 덕분에 회사 전체가 연말을 맞이한 듯 정신없었다.

아직 11월 초인 걸 생각하면 내년까지 쉴 틈은 없을 것 같았다.

* * *

한국이 난리가 나거나 말거나 아직 할리우드에서 지한은 완전 초짜 신인이었다.

신인 주제에 상업 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도 대단한데 지금 아직 만 7세라는 것도 알려지면 업계 사람들이 코웃음을 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데이빗 앤더슨 감독은 그러한 것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만의 길을 확고하게 걸어가는 그는 지한을 만나지 않았다면 Moonlight는 찍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한을 만난 게 내 생에 최고의 행운이군.’

지난 3달간 지한의 연기를 오감으로 느끼고 카메라로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오늘 영화의 마지막 씬을 찍는다는 것이 다 아쉬웠다.

“씬 98. 레디. 액션!”

신호와 함께 지한은 리온이 되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리온이 손을 들었다.

작업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리온이 홀로 그림을 그렸다.

의사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리온이 그리는 그림은 온전히 리온의 것이었으니.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다.

‘엄마는 리온이 뭘 하든 전부 다 좋단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렴.’

왜 좋아할까.

혹시 엄마도 나랑 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 내 그림을 보고 얼굴을 일그러트리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는 물에 비친 달을 그렸다.

그러더니 그 그림을 보고 조지아는 자신을 끌어안아 줬다.

‘미안, 미안해. 엄마는 리온이 너무 좋아.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 괜찮다면 엄마도 같이 달구경 하러 가도 될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사과하는 조지아가 이상했다.

그래도 달을 구경하러 가는 것은 즐거웠다.

하늘과 땅이 전부 어둠에 물들어 있는데 그곳을 비추는 달빛은 너무 아름다웠다.

달빛이 스며들어서 숲이 다정하게 물들었던 광경을 잊지 못해서 캔버스로 옮겼다.

그러더니 조지아도 좋아했다.

‘조지아도 다정해.’

어느 순간부터 리온은 자신이 하늘에서 달을 찾듯이, 자신을 달을 찾듯 쫓는 조지아의 눈동자를 알게 되었다.

그 시선이 다정해서 리온은 자신이 달을 바라보는 눈과 조지아의 눈이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달을 찾고 있었나봐.’

자신을 다정하게 맞이해줄 이를.

아니, 달처럼 다정하게 바라봐줄 이를 찾고 있었던 건가?

리온의 붓이 서서히 캔버스를 채워나갔다.

달처럼 다정한 눈을 한 조지아가 캔버스에 가득 차 있었다.

동그란 조지아의 눈 속에 달을 채워 넣자 캔버스가 달처럼 환하게 빛났다.

천천히 붓을 내려놓은 리온이 그림 속의 조지아와 눈이 마주쳤다.

‘내 아가.’

다정한 눈동자에 리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컷!”

부드러운 리온의 미소에 모두가 말을 잊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때, 데이빗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홀린 듯이 보도 있던 이들이 감독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것처럼 어깨를 떨었다.

잠시간의 정적 후, 모두 입을 맞춘 것처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짝.

짝짝짝짝짝.

휘익-!

“멋졌어!”

“리온 너무 잘했어. 장하다.”

“연기 잘해요. 한 최고!”

촬영장이 팬미팅 장이라도 된 것처럼 스태프들이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그들도 영화를 보는 관객 중 하나인 것이다.

제일 처음 영화를 접하는 이들로서 스태프들은 지한의 연기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앞으로 할리우드가 ‘오지한’이란 배우의 이름을 주목하게 될 거란 좋은 예감이.

영화 가 성공적으로 촬영을 마쳤다.

* * *

“지연아 봤어? 크흑. 감동이지 않니? 그 할리우드의 스태프들이 지한이의 연기를 보고 박수를 치다니.”

“나도 봤어. 역시 지한이는 최고야.”

“맞아. 어흑. 나는 마지막 씬 촬영할 때 왜 울컥한지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리온이 대견하고, 저 아이가 저렇게 컸나 싶고. 애도 없는데 애 키운 기분이야.”

그런 영화니까.

리온이라는 어린 천재가 자신만의 세상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였다.

두 사람은 스태프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둘러싸여 있는 지한을 보았다.

모두의 칭찬에 환한 웃음을 걸고 웃고 있는 지한을 대견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내 동생은 정말 대단한 아이였어.’

저렇게 모두의 주목을 받고, 환호를 받는 것이 어울리는.

아련한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쪽을 바라보는 지한과 눈이 마주쳤다.

지한이 누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왔다.

“누나, 어때? 봤어?”

“응. 봤어. 내 동생 너무 잘하더라. 영훈 오빠도 울었어.”

“정말? 히힛.”

동생이 볼을 감싸고 좋아했다.

“그런데 누나 그림. 내가 망친 거 아니야?”

“아니야. 네가 있어서 완성할 수 있었어. 솔직히 누나는 조지아가 보는 눈빛 같은 건 잘 모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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