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얼굴이 팔린 데다가 동정 여론이 장난 아닙니다.”
“확실히 눈에 띄는 얼굴이긴 하지. 그리고 이런 일은 모성을 자극하는 게 있단 말이야.”
“네. 연기도 잘하는 데다 얼굴도 반반하고, 이런 개인사까지 겹치니 벌써 지한 군을 캐스팅하고 싶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본부장의 말에 공 사장이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당장 지한 군이 있는 곳에 연락을 해 보지.”
“네. 약속을 잡을까요?”
“그래. 내가 직접 찾아간다고 해.”
“사장님이요?”
회사 초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먼저 스카우트하러 움직인 적이 없는 사장의 말에 본부장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려면 버선발로 나가는 수고 정도는 들여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아직 유치원생입니다.”
“본부장은 그 아이가 스타성이 없다고 생각하나?”
“…아니요.”
“내 눈에도 그래. 그리고 아직 아이잖아.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봐, 난.”
“알겠습니다.”
본부장이 사장실을 나섰다.
공 사장은 <오싹한 집>의 투자자로서 들었던 정보와 배우 정승우의 평가. 그리고 추가촬영한 장면을 본 이후 배우 오지한을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톱스타의 신인 시절 때와 달리 그 아이는 벌써 웬만한 배우 못지않은 아우라를 보여줬다.
20-30대 남자 배우 중에서도 연기력으로는 손꼽히는 정승우와 같은 화면에 잡히면서도 잡아먹히지 않은 존재감.
아직 7살에 불과한 아이가 보여준 연기에 공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하루빨리 오지한을 자신의 배우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가 어디까지 비상할지 지켜보고 싶다!
공 사장이 신문에 인쇄된 지한의 얼굴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 * *
“지금 집이며 학교며 기자들이 찾아와서 난리래.”
“왜에?”
“지한이가 배우라는 게 알려져서 그런가봐. 유명인이라는 거지.”
“형, 내가 배우야?”
“그럼 배우지. 아주 멋진 연기를 했잖아.”
해양공원에서나 파주에서나 벌써 수일을 촬영했지만 아직 배우로서의 자각이 안 된 지한이 묻자 준호가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배우라고 대답했다.
“지한이는 연기하는 게 좋아?”
“응! 뮬란처럼 되는 거 좋아.”
“뮬란?”
“멋있어! 칼도 잘 쓰고 나쁜 놈도 물리쳤어! 노래도 잘 부르고 힘도 쎄!”
내 동생 머릿속에서 도대체 뮬란은 어떤 존재일까?
웬만한 만능 엔터테인먼트 뺨치는 동생의 롤모델을 보고 지연이 지한의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하게 해 줘야 하나?
“그래. 형도 지한이가 뮬란 되는 거 응원할게.”
“고마워!”
어린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응원한 준호가 호텔 TV를 틀어줬다.
뮬란이 되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서 만화 영상을 찾아 보여줬다.
금세 TV에 집중하는 지한을 보고 준호가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다녀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0번으로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 알았지?”
“응!”
이미 만화에 정신이 반쯤 팔려있는 지한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오빠.”
“어, 지연아. 왜?”
방을 나서려고 손잡이를 잡은 준호가 지연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지연이 다가가 준호의 옷을 잡아당겼다.
뭔가 조용히 할 말이 있는 모습에 준호가 무릎을 꿇어 지연이 입가에 귀를 갖다 댔다.
“엄마랑 아빠랑 어떻게 됐어?”
“지연아, 그건 어른들이 해결할 문제야. 고모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
“으으응. 아니야. 오빠, 우리 내려가면 또 아빠랑 계속 살아야 해?”
울 것 같은 지연의 얼굴에 준호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괜찮아. 울지 마. 앞으로 너희들이 아빠랑 사는 일 없을 거야.”
“하지만.”
“오빠 말 믿어. 앞으로 아빠가 지연이랑 지한이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야. 이제 아빠 안 봐도 돼.”
“정말?”
“그래. 같이 살지도 않을 거고, 만약 아빠가 지연이랑 지한이 만나러 와도 경찰 아저씨들이 못 만나게 막아 줄 거야. 경찰 아저씨들 믿지?”
“응!”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빠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올게. 혹시 누가 찾아와도 함부로 문 열어주지 마. 알았지?”
“알았어.”
지연이 문 앞에서 준호를 배웅했다.
문이 닫히고 지연이 언제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냐는 듯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기사 덕분에 잘 풀린 것 같은데?”
준호가 돌려서 말했지만 이미란과 오형우의 이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형우에게는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질 모양이다.
게다가 법원에서야 이번 일이 신문에 보도까지 되고 여론이 들썩이니 재빨리 처리하고 싶겠지.
“이혼만 해도 일단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더 잘 풀리겠어.”
드디어 눈엣가시 같던 오형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연이 머릿속으로 셈을 했다.
만족스러운 계산이 끝난 지연이 환하게 웃으며 혼잣말을 뱉었다.
“이제 이미란만 남았네?”
* * *
아이들을 방에 두고 홀로 밖에 나온 준호는 호텔 로비에서 한 인물을 만났다.
“김민기 씨?”
“아! 안녕하세요. 아이들 보호자시죠?”
“이준호라고 합니다. 그때는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며칠 전에 놀이공원에서 봤던 그 매니저였다.
성실하게 명함을 챙긴 준호는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회사 연락처를 찾아 직접 전화했고, KM엔터에 정말로 김민기 매니저가 소속되어 있으며 그날 샤롯월드에 간 것이 맞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사과도 할 겸, 서울에 며칠 더 머무니 이쪽 업계에서 지한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간도 볼 겸 호텔 로비에서 만나자고 했다.
“어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놀이공원에서 본 아이의 얼굴이 떡하니 있어서 놀랐지 뭡니까?”
“우리 애 얼굴을 함부로 가져다 쓴 그 신문 말인가요?”
아. 실수했다.
신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준호의 반응에 민기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아무튼 저는 제가 처음 스타의 원석을 발굴한 줄 알았는데 이미 발굴된 보석인 줄 몰랐습니다.”
“이번이 첫 영화입니다. 정식으로 데뷔했다고 보기 조금 애매하군요.”
준호의 말에 민기가 다시 밝은 얼굴이 되어 자신이 준비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번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한 군은 정말 스타가 될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한 군이 찍은 영화에 저희 회사 배우도 엑스트라로 출연했거든요. 들어보니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이 지한 군의 연기를 보고 모두 한눈에 반했다던데요?”
“제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한이가 연기를 꽤 합니다.”
문외한인 자신이 봐도 지한의 연기는 시선을 뗄 수 없는 연기였다.
이쪽을 잘 아는 이들의 눈에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겠지.
“네 맞습니다. 지한 군은 앞으로 더욱 멋진 연기를 보일 겁니다.”
“그렇겠지요.”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계속할 수 있기 위해선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보통 배우와 관리하는 게 다른가요?”
“아무래도 어리다보니 케어할 부분이 많죠.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하구요.”
KM엔터에서는 이미 어린 연습생들을 케어하는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
아이돌 준비생들이긴 하지만 아역 배우도 몇 명 소속되어 있어서 다른 곳에 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있는 게 소속삽니다.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 작품 선정이나 기타 관련된 일을 도와주는 거죠. 게다가 작품 외적으로 이런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저희가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일단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좋군요. 하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쉽게 대답할 수 없겠습니다.”
“네! 물론 그렇죠. 다른 부모님들도 회사에 방문하고 나서 계약하신답니다. 아이들을 맡기는 건데 당연하지요!”
아이들을 어린 나이에 연예계로 진출시키려는 부모들은 거의 대부분 극성이라 회사까지 보고 나서야 계약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계약을 하고 나서도 스케줄을 따라다니면서 이런저런 간섭을 하긴 하지만.
‘저 청년은 그런 간섭은 안 할 것 같단 말이지.’
대신 무슨 일이 있으면 끝까지 회사와 싸울 것 같긴 했다.
“그럼 회사에 한 번 방문을,”
“잠시만요!”
준호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KM엔터에 가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큰 소리로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멋들어진 슈트를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당당한 걸음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지한 군의 보호자죠? 반갑습니다. 탑엔터 사장 공주민이라고 합니다.”
주민이 명함을 내밀며 준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18. 탑 엔터
“안녕하십니까. 이준호라고 합니다.”
“직접 뵙는 건 처음이군요. 아, 저도 합석해도 될까요?”
“김민기 씨 괜찮을까요?”
“네, 저는 괜찮습니다.”
자연스럽게 끼어든 공 사장 때문에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KM엔터에서 나온 민기는 갑자기 등장한 경쟁 소속사의 사장에 잠시 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준비한 것을 자신 있게 믿고 나갔다.
신인에게 이 정도로 대우해주는 소속사는 없었다.
“준호 씨.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회사 시스템이 업계에서도 꽤 평판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공 사장님?”
“KM엔터가 유명하긴 하지. 가수 쪽으로는. 배우 쪽으로는 아직 S급이 없을 텐데?”
“그래도 최근에 A급 여러 명과 계약을 했습니다. 공 사장님도 알고 계실 텐데요?”
“알고 있지. A급 셋이었나? 또 꽤 괜찮은 신인과도 계약했다지. 그렇게 새로 계약한 이들이 많은데 지한 군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을까?”
아차!
회사가 이 정도 능력이 된다는 것을 어필하다가 그 부분을 간과했어.
“흐음.”
준호가 공 사장의 말을 듣고 눈가를 찌푸렸다.
회사가 규모가 큰 건 좋지만 그러면 개개인의 아티스트를 신경 쓰기 어렵지 않을까?
딱 봐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도 저희는 다방면으로 지한 군을 서포트할 수 있어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쪽에도 확실히 밀어드릴 수 있습니다.”
“KM은 끼워 팔기가 유명하다더니?”
“….”
두 사람이 기 싸움을 하는 모습을 준호는 흥미롭게 지켜봤다.
역시 좋은 것만 얘기해 준 거군.
끼워 팔기가 뭐지?
그래도 승자는 공 사장인가 보네. KM엔터에서 나온 사람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걸 보니.
준호가 흥미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면 이제 내가 준호 군과 대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저는 지한 군이 이미 누군가의 아역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봐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연습생 계약이나 작품에 들어갔을 때만 하는 에이전트 계약이 아니라 지한 군과 전속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아티스트 계약?”
“전속이라니요! 아직 지한 군은 7살입니다!”
옆에 있던 민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역 배우라고 해도 소속사와 정식으로 전속 계약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아니, 드물다 못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직 어린 만큼 성장하면서 아이들의 진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릴 때 남들보다 앞선 연기를 보여준다고 해서 커서도 그렇다는 보장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역 배우 중에서 아역의 이미지를 벗지 못해 성인 연기자로 선 이가 거의 없겠는가.
“전속이라고 하면 몇 년이나 계약을 하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저희 지한이가 앞으로도 계속 연기가 하고 싶다고 할지는 모르겠네요.”
“더 이상 지한 군이 연기에 흥미가 없다고 하면 계약을 언제든지 파기해도 좋습니다.”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한 공 사장의 말에 민기도 준호도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저야 지한 군이 계속해서 연기에 흥미를 가지고 계속해 주면 좋겠지만 하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계약 기간 동안 붙잡고 있는 건 싫습니다. 회사에도 손해거든요. 그러니 서로 합의하에 지한 군이 배우를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 계약을 종료하자는 겁니다.”
“….”
“그럼 자세한 사항은 계약서를 보고 설명드릴까요?”
“계약서를 주시면 이쪽에서도 검토하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당연하죠. 원래 계약이라는 건 신중해야 하니까요.”
공 사장은 자신의 할 말을 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던 이가 물러나자 민기도 생각하고 연락을 달라고 말한 후 호텔을 나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분명 중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기 싸움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는 워낙 충격적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공 사장을 따라온 이가 주고 간 서류 봉투를 용케 챙긴 준호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일단 당사자들과 보호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 * *
“그래서. 지한아 너는 어때?”
“연기 재밌어.”
“계속하고 싶어?”
“응!”
“지한아 잘 생각하고 대답해야지. 계속하고 싶다는 거는 힘들거나 슬퍼도 연기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거야. 정말 할 수 있겠어?”
준호의 물음에 지한이 잠시 생각하는 로댕의 자세로 고민했다.
미간을 좁히고 ‘흐으음’ 소리를 내며 고민하던 지한이 지연과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대답했다.
“할 수 있어! 누나가 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지연이가 없으면 결국 못 한다는 소리잖아.”
“괜찮아. 누나랑 함께하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엉뚱한 소리 하기는.”
장난 같은 말에 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이 가득한 오빠를 보고 지연이 말했다.
“오빠. 지한이 할 수 있어.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가 도와줄 거니까.”
“지연이 너도 어린데 누가 누굴 돕겠다는 거야.”
“아직 지한이 어리잖아. 어리니까 도와달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오빠도 지한이 도와주고 있잖아.”
“흐음.”
지연의 말에 설득당하고 있는 준호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지연이가 도와줬다고 하지만 혼자 그 정도로 연기한 것도 대단했다.
소속사와 계약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서포트를 받기 위한 거니 지한이가 하고 싶어 한다면 계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그럼 고모한테 물어보자. 너희가 소속사가 생기고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하게 되면 서울로 이사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오빠! 고마워!”
“나도, 나도! 형 고마워.”
“아직 계약한 거 아니다, 이것들아!”
준호가 품으로 안기는 동생들을 양팔로 안으며 투덜댔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 우릴 받는 걸 보면 분명 자기도 좋은 게 틀림없다.
* * *
“아닙니다. 그런 사람 몰라요.”
준호가 짜증을 내며 전화기를 끊었다.
고모한테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까 안 받을 수도 없었다.
“후우. 여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한 거지? 지긋지긋한 기자 놈들.”
벌써 13번째 전화를 떠올리며 준호가 기자들의 집요함에 진저리를 쳤다.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소속사에서는 어떻게 안 건지 호텔 밖에 갈 때마다 받은 명함이 주머니에 한가득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그나마 여기가 숙박비도 싸고 방도 깔끔해서 좋았는데.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숙소를 옮겨야 할 것 같았다.
“오빠, 또 기자야?”
“응.”
“신기하다. 기자들은 다들 초능력잔가 봐.”
감탄하는 동생을 보고 준호는 고모에게 말해서 오늘 중으로 호텔을 꼭 옮기겠다고 다짐했다.
띠리리리-
“또 왔다.”
“형, 기자야?”
“글쎄다.”
지긋지긋한 얼굴을 하고 준호가 수화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