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풀려 버린 것.
로안은 오른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참살하라.”
명령은 간단했다.
“충!”
대답은 더 간단했다.
파밧!
100명의 태무사들이 바닥을 차고 울타리 바깥쪽으로 내달렸다.
취르르륵! 취르르르륵!
동시에 고블린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 흘렀다.
파밧!
100명의 태무사들이 다시 어둠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전과 다름없이 깔끔한 차림.
도저히 고블린과 전투를 벌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로안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간단한 보고.
“아······.”
베케일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저, 정말로 고블린들을 전멸시킨 거야?’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저, 저들은 대체 누, 누구지?’
경악.
그것은 순수한 감탄이었다.
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베케일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로, 로안. 너, 너 정체가 뭐야? 정체가 뭐냐고.”
목소리가 말려 들어갔다.
로안은 흐릿하게 웃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 이름은 로안 랜스필.”
꿀꺽.
마을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로안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는 이 땅 위에 새롭게 세워진······.”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
“아마란스 왕국의 군주다.”
쿵!
거대한 충격이 마을 전체를 강타했다.
“구, 군주?”
“지금 군주라고 했지?”
“아마란스 왕국은 어디야?”
“이 땅 위라니?”
마을 사람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베케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무, 뭐라고?! 마, 말도 안 돼! 네, 네가 왕이라고?!”
로안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믿든, 믿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주욱 쳐다봤다.
“누가 뭐라 해도······.”
또렷한 목소리가 밤바람을 타고 산중으로 퍼져 나갔다.
아니 세상을 향해 퍼져 나갔다.
“나는 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