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0화 (231/363)

“끄끄끄그.”

사이먼은 버둥거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 아이의 발버둥이나 마찬가지.

로안은 천천히 오른팔을 들었다.

사이먼의 두 다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목줄기를 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린 꼴.

로안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꽈드드득.

손가락이 사이먼의 묵을 파고들었다.

로안은 그 모습을 보고 히죽 미소를 지었다.

“네 녀석이 완전체가 되었을 때 싸워보고 싶지만······.”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그건 이 몸의 원래 주인한테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로안은 다시 사이먼을 쳐다봤다.

“그만 죽어라.”

가볍게 툭 내뱉은 말.

동시에.

화르르르륵!

로안의 손을 타고 불길이 번졌다.

핏빛 불길은 이내 사이먼을 집어삼켰다.

“끼에에에!”

사이먼은 흉성을 터트리며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중과부적.

그는 여전히 로안의 손아귀에 잡힌 채 하나의 불덩이가 되었다.

화르르르륵!

엄청난 열기.

퍼엉!

순간 불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불똥이 튀고 불꽃이 피었다.

동시에 알 수 없는 희뿌연 먼지, 아니 잿가루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로안은 여전히 오른팔을 들고 있는 모습.

하지만 그 끝에 잡혀 있어야 할 사이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짧은 정적이 흘렀다.

“후우.”

로안은 긴 숨을 내뱉으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미소였다.

“자! 그럼 이걸로 끝난 건가?”

홀가분한 표정과 목소리.

짝!

그는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럼 이제 뭘 하지? 몸을 얻어 본 게 몇 년 만이더라······. 700년? 800년? 에이, 몰라.”

로안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술부터 한 잔 할까? 아니야, 여자부터? 아니지, 아니야. 복수부터 해야지. 그게 맞아. 그게 맞는 순서지.”

그는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좋아! 그럼 일단 에스티아 제국으로 가볼까?”

스스로에게 묻는 말.

얼굴에는 짙은 환희가 떠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음?”

북쪽을 향해 당찬 걸음을 내딛던 로안이 흠칫하며 석상처럼 굳었다.

이내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이것 봐라.”

재미있다는 표정.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짜증이 묻어있는 표정이었다.

“소멸 당한 게 아니었단 말이지.”

로안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이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좋아. 나도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긴 했어.”

그는 두 눈을 감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디 한 번 제대로 놀아볼까?”

여전히 알 수 없는 말.

파앗!

순간 로안의 몸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뒤이어 아주 흐릿한 갈색 빛이 온몸을 따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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