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살기가 흘렀다.
“미친 군주 사이먼, 광군주 사이먼은 우리 계획의 시작에 불과해. 우린 반드시 이 빌어먹을 세상을 진짜 지옥으로 바꿔버릴 테니까.”
“크으으윽.”
브래들리는 대답 대신 신음 소리를 흘렸다.
‘내, 내가 무슨 짓을······.’
스스로의 멍청함과 무지함을 꾸짖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상황.
헤슬은 고통에 젖은 브래들리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지 마. 차라리 지금 죽는 게 정말 행복하고 고마운 일일 테니까.”
그는 살짝 뒤로 물러섰다.
이제는 브래들리를 보내주려는 것.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리면 사이먼은 그 즉시 브래들리의 몸통을 찢어발길 것이다.
“잘 가. 아무래도 새로운 세상은 우리끼리 봐야겠군.”
“크윽!”
브래들리는 이를 악물었다.
헤슬은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리려다 멈칫했다.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아!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어.”
그는 브래들리를 똑바로 쳐다봤다.
“어때? 사이먼에게 했던 짓을 후회해?”
사이먼이 브래들리에게 했던 질문.
브래들리는 이를 바짝 물었다.
‘후회한다. 이 망할 새끼야!’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숨이 얕아졌다.
귓전으로 헤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대답은 됐어. 대답은 나중에 사이먼을 만나게 되거든 그때 해줘. 곧 보내 줄 테니까.”
동시에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기다렸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던 사이먼이 오른팔을 움직였다.
브래들리의 하복부를 꿰뚫고 있던 오른팔이 무자비하게 움직였다.
“끄아아아악!”
브래들리의 비명 소리가 대전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단단했던 몸통이 수십 조각으로 찢어졌다.
투둑.
피와 살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크크.”
헤슬은 그 모습을 보고 괴이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왕좌에 앉아있는 사이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사이먼.”
낮게 부르는 소리.
“예.”
놀랍게도 사이먼은 평상시와 전혀 다름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눈동자는 여전히 검은색이었다.
헤슬은 그런 사이먼이 귀엽다는 듯 찡긋 웃어 보인 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만들러 가볼까?”
“예. 알겠습니다.”
사이먼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검은색 눈동자가 기괴하게 빛났다.
라인스 왕국의 반쪽짜리 국왕 사이먼 라인스.
그는 지난 번 삶과 마찬가지로 광군주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 번 삼과 이번 삶의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광군주가 된 이유? 광군주가 된 시기? 광군주가 브래들리는 죽였던 상황?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헤슬이 바라는 새로운 세상이 썩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란 것만큼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술사 마스터 헤슬과 광군주 사이먼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서기 이전에 한 발 앞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선 자가 있었다.
게다가 그가 만들겠다고 공언한 세상은 무척이나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누구나 다 살기 좋은 구원의 세상이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가 나선 사람.
그는 다름 아닌 로안 랜스필이었다.
붉은 귀신 로안 랜스필 대 광군주 사이먼, 주술사 마스터 헤슬.
새로운 세상 대 새로운 세상.
누가 이기고 어떤 세상이 펼쳐질 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