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3화 (114/363)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대로는 폐인이 된다!’

로안은 재빨리 목봉을 잡아당겼다.

달려오는 브라이언의 몸속 마나 흐름을 살폈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흐름이 끊겨라!’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브라이언의 마나가 몸속에서 잠시 튕겨져 나갈 때, 그 순간에 자신의 마나를 찔러 넣는 것.

자칫하면 브라이언의 마나가 전부 소실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폐인이 되거나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 번만, 딱 한 번이다.’

로안은 창을 쥔 채 브라이언의 몸속 마나 흐름을 노려봤다.

그사이 브라이언은 이제 코앞에 이른 상태.

자칫하면 마나를 가득 머금은 목검에 머리통이 박살 날 수도 있었다.

꿀꺽.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가고 이마를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피해야 하나?’

일촉즉발.

그때.

퉁.

브라이언의 몸속 마나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움찔.

브라이언 자신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그의 목검 끝이 살짝 떨렸다.

‘지금이다!’

로안은 왼발을 내딛으며 재빨리 목봉을 내찔렀다.

쾅!

진각.

굉음과 함께 왼발이 단상을 파고들었다.

목봉은 공간을 가르고 날아가 브라이언의 목검 끝을 때렸다.

쾅!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졌다.

브라이언의 목검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잠시 동안 마나 흐름이 끊겼었기 때문에 로안의 공격을 당해 낼 수 없었던 것.

로안은 그대로 목봉을 밀어 넣었다.

퍼억!

목봉 끝이 브라이언의 복부를 때렸다.

동시에 한 줄기 마나가 그의 몸속을 파고들었다.

파앗!

로안의 마나는 브라이언의 마나로드를 헤집고 다녔다.

덕분에 잠시 동안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던 브라이언의 마나들은 다시 뭉치지 못하고 마나홀로 돌아가 버렸다.

“커헉!”

브라이언은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쿵.

무릎을 꿇고 앉은 모습.

“쿨럭! 컥.”

마른기침을 몇 번이나 토해 냈다.

로안은 목봉을 갈무리하며 브라이언의 몸속을 쳐다봤다.

‘후. 다행히 진정된 모양이군.’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브라이언의 몸속을 헤집던 로안의 마나도 자연스럽게 소멸되어 가는 중이었다.

퍼억!

로안은 발치 앞에 목봉을 꽂았다.

“쿨럭!”

기침을 쏟아 내던 브라이언이 낭패한 얼굴로 로안을 쳐다봤다.

얼굴 가득 떠올랐던 광기는 말끔하게 사라졌다.

“죄, 죄송합니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넙죽 고개를 숙였다.

로안은 그 모습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마일즈 학생. 내 생각에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 마나법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브라이언의 성장 정체는 왕국의 인재들이 모여 만든 그 망할 마나법에 있는 것 같았다.

‘몸속의 마나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하고 조금씩 튕겨져 나가고 있다. 분명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야.’

이것저것 좋다는 건 죄다 갖다 붙여 만들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로안은 자신의 갑옷을 툭툭 쳤다.

“다음에는 꼭 방어구 갖추세요. 언제나 기본이 제일 중요한 겁니다.”

그는 긴 숨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섰다.

어쩐지 썩 말끔한 기분은 아니었다.

‘도움을 주긴 준 것 같은데 왜 이리 찝찝하지?’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학생들을 쳐다봤다.

학생들은 로안의 승리에 반쯤 넋이 나간 상황.

그건 아카데미 교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로안이 먼저 어색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대련은 끝났습니다.”

그제야 여기저기서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와아······.”

탄성은 이내 함성으로 바뀌었다.

“와아아아!”

“대박이다!”

“마, 마지막 그 기술은 뭐야?”

“아까 그 조르기는 어떻고!”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로안 테일! 로안 테일!"

"로안! 로안!"

로안은 빙긋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이제 진짜 끝인가······.’

하루가 너무 긴 느낌.

로안은 단상 한쪽에 있던 램블에게 살짝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

“테, 테일 남작님!”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안은 단상 끝에 서서 고개만 돌려 그를 쳐다봤다.

브라이언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그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후련하면서도 쓸쓸해 보였다.

“부탁이 있습니다.”

힘찬 목소리.

동시에 간절한 목소리였다.

브라이언은 양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는 로안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