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66화 (166/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66화.

“이런 젠장! 젠자앙!”

-콰직!

흑왕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지휘봉을 집어던지며 격하게 차오른 분노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가 서 있는 이곳은 칼루스 궁전의 꼭대기 층 테라스.

이 장소는 대대로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인간만이 사용할 수 있던 공간으로, 얼핏 보기에는 퇴로가 없는 고립된 장소로서 왕가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듯하다만...

정작 그 정체는 그 어떤 포격도 막아낼 수 있는 방호시설에 수많은 탈출장비와 은닉된 통로가 존재하는 요새에 가깝다.

그리고 그곳에 홀로 선 흑왕은 몇 번을 내뱉어도 부족하다는 듯 욕지거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어째서냐. 왜 사성의 명을 듣지 않는 거냐!”

그가 그런 말을 퍼붓는 대상은 다름 아닌 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잉태되고 또한 현현한 재앙, ‘잿빛의 왕’이었다.

“현현과 동시에 그 잘난 날개를 펴고 브레스만 퍼부었어도...! 저 벌레 같은 것들을 쓸어버리고도 남았을 것을!!”

재앙이자 용족들의 정점.

드래곤 로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신위’의 낭비 없이 잉태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성의 명이 있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그 따분한 얼굴의 용왕은 그저 ‘흥’하며 콧방귀를 뀌어댈 뿐, 움직이질 않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피이이이이!

-콰아앙!

그런 그의 앞에서 지금도 번쩍이는 빛.

수많은 포격이 불꽃놀이처럼 솟아오른다.

거대하길 넘어 하늘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의 화력전.

에테르 기술의 정수가,

마공학의 결실이,

또한, 세계 랭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절대강자들의 스킬이, 지금도 중동 연합을 향해 퍼부어지고 있었다.

“미친! 어서 빨리 사성께 연략을 해서 저 은혜도 모르는 파충류 움직여야...!”

-피이이잉!

-쾅! 콰광!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흑왕의 눈앞에 몇 겹의 베리어를 뚫고 날아든 마광포탄 하나가 폭발한다.

“퉷! 씨발! 젠장할! 썩을!”

흑왕 본인 역시 S급의 최상위 랭크를 자랑하는 중동 연합의 대표 헌터였기에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단숨에 머리끝까지 열이 뻗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흑왕은 테라스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울타리를 움켜쥔다.

그러자 그의 격해진 감정에 맞춰 고열로 이글거리는 흑염이 울타리를 단숨에 녹인다.

“뭐야! 대체 뭐냐고!”

허나, 그런 우발적인 행동을 벌이고도 흑왕의 표정은 더더욱 일그러질 뿐이었다.

“어째서 합을 맞출 수 있지? 놈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흘조차 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저런 연계를!?”

그 원인은 단연 눈앞으로도 보이는 전장이었다.

‘전세계 연합’

그 이름부터 이미 어마어마한 수의 헌터들이 뭉쳤음을 짐작게 한다.

아무리 1위부터 20위까지의 랭커들과 특출난 특급 헌터들이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서로 다른 생활, 취급을 받아오던 각국의 헌터들이 단숨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움직이는 건 동화의 이야기였다.

그 수가 몇십만에 이르기에 도리어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니 흑왕은 당연히 저들은 십중팔구 무식한 ‘수’로 밀어붙이는 인해전술을 택하리라 예상했다.

헌데, ‘전세계 연합’은 어째서인지.

철두철미한 역할의 분배와 적재적소의 인원 배치로 사망자는커녕 부상병을 만들기도 힘들 만큼 빽빽한 방어와 진군의 전략을 보여주었다.

흑왕이 만일을 대비해 준비해두었던 관문의 수가 무려 여덟이다.

허나, 그중 일곱 개의 관문이 이미 붕괴한 상태...

“때마침 그 썩을 파충류 놈이 깨어나지 않았다면...”

사실상 중동 연합은 이미 이 칼루스 궁전마저도 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진군을 멈추게 만든 ‘잿빛의 왕’에게 감사할 수도 없다.

결국... 놈은 흑왕의 왕좌에 앉아 나른하고 따분하다는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었으니.

그 대신이란 의미인지, 드래곤 로드는 귀찮다는 듯한 손동작으로 자신의 ‘레어’를 지키는 수많은 가디언들을 전장에 풀었다.

그 안에는 고위 몬스터 종인 오우거나 트롤과 같은 개체들은 물론이고, 녀석과 같은 용족들마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제이슨 스트라우스가 키운 특수부대, ‘용살대’가 드래곤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대 언데드전의 특수부대 ‘번개 중대’가 같은 형질의 트롤을.

또한, 거대 몬스터전에 특화된 오스트레일리아의 에테르 병단 앞에 드래곤 로드의 오우거들은 말 그대로 녹아내렸다.

이윽고 현재.

-쩌적!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구비해둔 마공학 쉴드 생성기.

그 생성기의 수가 무려 1만 2천.

더욱이 그 쉴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S급 마강석이 10만 개가 넘는다.

허나, 그토록 막대한 자금을 통해 만들어낸 절대적인 최후 방어선마저도...

-쩍!

실시간으로 뚫리고 있는 상태다.

“누군가 있는 거야. 전장을 넓게 보며, 이쪽이 어떻게 나올지 그걸 모조리 꿰뚫어 보고 있는 괴물. 그건...”

이 반복되는 세계 속, ‘시스템’의 선택을 받아 기억을 유지한 채 무한한 삶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괴물 중의 괴물.

‘회귀자’

“...”

애당초 그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지 않았다면 승산은 없었다.

저 오만하고 나태한 ‘용왕’에게 한 번만 더 전투에 참전할 것을 권해보고 그게 되지 통하지 않으면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역시... ‘뇌제’인가.”

그렇게 머릿속에서 향후 방침이 모두 정해지는 순간, 흑왕은 무의식중에 짧은 혼잣말을 내뱉었고... 그 혼잣말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돌연 들려왔다.

“내 지휘가 뇌제의 지휘로 오해를 받다니... 그것참 영광이군.”

“누, 누구냐!?”

곧장 고개를 돌리며 이글거리는 양손에서 새카만 불꽃을 피워내는 흑왕.

허나, 바로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검성(劍星), 무왕(武王), 대마법사, 신비, 백귀야행, 천검일로, 검은 산군 등......

끝도 없이 늘어선 세계 랭커들의 얼굴들이었다.

“......어떻게 네놈들이 이곳에.”

그는 어지간한 헌터들이라면 트럭째로 들이부어도 눈썹 하나 까딱 않을 강자였으나,

제아무리 ‘흑왕’이라도 각국의 정상 혹은 한 시대의 대표자라 칭할 수 있는 이 ‘전설적인’ 이들이 무려 스무 명 이상 모인 이 광경에는...

-스윽.

얌전히 두 팔을 들어 올릴 수밖엔 없었다.

“포기가 빠르니 좋군.”

그 모습에, 피식 웃는 소리를 내며 서슴없이 흑왕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

“자, 그럼 말해주겠나. 재앙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는 정보력이 뛰어난 흑왕이라면 모를 수 없는 존재. ‘번개 중대’의 머리이자 뇌제의 가장 오랜 친우인 ‘홍진웅’이었다.

더군다나 S급 헌터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위 경계를 명하며 역할을 분배하는 손동작에서 뒤늦게, 흑왕은 깨닫는다.

“설마... 현장 지휘를 하고 있던 건 뇌제가 아니라......!”

“이건우 소령은 이미 아메리카로 향했다. 이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흑왕, 너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나.”

“가, 감히 이몸을 우롱...!”

“뭐, 쓸데없는 소리는 이쯤하고.”

-스릉!

-철컥!

-화르륵!

흑왕의 흑염을 눈앞에 두고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는 홍진웅.

동시에, 홍진웅의 눈짓을 받은 검성과 대마법사 그리고 천검 일로의 검사는 무기를 뽑아 들고는 흑왕을 노려보기까지 한다.

“...”

흑왕은 특유의 욱하는 성질을 간신히 삼키고 손끝에서 타오르는 흑염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헛소리한다면, 검성의 검이 네 오른손을 날릴 것이다. 그러니 똑바로 답해라.”

다만, 흑왕은 화를 속으로 삼키면서도 음험한 미소를 짓는다.

왜냐하면, 그 엉덩이가 무거운 재앙에게 그들 스스로 찾아가는 상황은 사실, 흑왕으로서도 퍽 원하던 상황이기에.

흑왕은 속으로 그들을 비웃으며 속 시원하게 ‘잿빛의 왕’ 행방을 알릴 생각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비밀무기이자 불사왕이 네놈에게 맡긴 보옥... 차원검의 파편은 어디에 있지?”

홍진웅의 입에서는 본래, 나와선 안 될 말이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그, 그걸 네놈이 어떻게...?!”

본래라면 그 존재조차 세상에 알려질 일이 없던 보구.

서열 50위의 대악마, ‘아슈타로테’가 사용하던 차원검의 파편.

“말해라. 네놈이 그걸 어찌 아는...!”

-서걱!

“크아아아악!”

욱한 흑왕의 한마디.

다만,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고함소리에도 검성의 날카로운 검은 움직였고 흑왕의 오른손은 정말로 뚝, 하고 떨어져 땅을 구르고 있었다.

이윽고, 미칠 듯한 출혈이 이어지는 팔을 감싸 안은 흑왕은 보게 된다.

마치, 뇌제와 같이...

새카만 눈동자를 번뜩이며 냉혹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는 홍진웅을.

“다음은 두 다리다.”

“...?!”

그의 눈빛에는, 자비라는 것이 없었다.

-이 반 압둘 아자스 알 사우드 칼레드는 당신을 동정하오. 아버지...

그때, 흑왕의 귓가에는 어째서인지 처절하게 피를 토해가면서도 덧없는 확신을 담아 불사왕의 패배를 예견하던...

‘흑태자’ 칼레드의 목소리가 다시금 메아리쳤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굉음은 ‘야수 신앙’의 정점이자 가장 뛰어난 사냥꾼이었던 야수왕의 껍데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언데드들에게 물어뜯겨... 정말로 너덜너덜해진 육신을 엄청난 양의 죽음 마력이 채워 강제로 기동하게 만든다.

그렇게 탄생한 ‘언데드 제라드’의 무한한 야수 소환은, 이 아메리카 대륙을 야수로 가득 채우는 그 날까지 반복될 운명이었다.

그 산과도 같은 거체를 태연하게도 등 뒤에 둔, 한 인간.

아니, 이젠 재앙이 된 ‘전율하는 사성’으로 인해서.

“괜찮겠느냐?”

그때, 묵시록의 4기사와 여섯 개체의 신화급 야수 더욱이 실제 ‘신’이었던 야수왕만을 주위에 두고 있던 ‘사성’은 돌연 묻는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주위의 누군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지막이.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말을 잇는 것이었다.

“야수 신앙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빛의 신’의 존재를 몇 번이고 의심하며 또한 믿어왔던 신앙의 힘. 그 모든 힘들이 이젠 짐의 손아귀에 있다.”

-절그럭! 절그럭!

그 일장연설과도 같은 말에 두개골을 뒤흔들며 환호하는 4기사.

“야수는 인간을 사냥할 것이며 짐의 권속들은 이 세계의 모든 생을 탐할 것이다. 그들은 이 대륙을, 바다를 이윽고, 네놈의 고향마저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란 말이다.그런데도...”

불사왕은 그런 말을 덧붙이며 말끝을 흘리다, 돌연 고개를 치켜들고는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네놈은 정녕, 생자를 지키는 길이 아닌 이 ‘사성’을 타도하는 패왕의 길을 걷는 것이란 말이더냐.”

느긋하게, 옥좌에 앉아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로 바라보는 듯한 오만방자한 눈빛으로 재앙, 전율하는 사성은 말하였고,

직후.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무지개빛 섬광은 한 석공이 평생동안 일구어낸 ‘미궁’을 일순간에 짓이기며 지하까지 날아들었다.

도저히 두 눈을 똑바로 뜨기 힘들 만큼의 압도적인 빛.

허나, 그럼에도 ‘전율하는 사성’의 회색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윽고.

“네놈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건, 어떤 책략과 권모술수를 준비해두었건 이제 나와는 관계없다.”

완전한 뇌인(雷人).

눈동자는 물론이고 이젠 머리색과 전신에 착용 중인 갑주 ‘아이기스’마저 짙게 물들일 만큼의 엄청난 뇌광을 휘감은 뇌제는 나타났다.

“나는 네놈을 심판한다. 이번에는 무슨 기행을 벌이더라도 모두 통용되지 않을 거다. 지금의 난, 네놈이 지금껏 알고 있던 나와 완전히 다를 테니...!”

이내, 이건우의 용안(龍眼)과 같이. S급 귀속 아이템, ‘현자의 눈’을 가진 ‘사성’은 목도한다.

시퍼런 뇌광에 휩싸인 뇌제의 머리 위, 아주 분명하게 표시된 메시지 하나를 말이다.

<수신의 사도, 이건우>

<‘Lv. 106’>

-파지직!

푸른 번개는 확실히, 전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뇌제의 전신을 물들이고 있는 짙은 마기를 통해 ‘사성’은 금세 뇌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어렵지 않게 추측해낸다.

‘짙은 광휘의 흔적... 새카만 피로 얼룩진 전신...’

성검과 악마.

그리고 악마왕 베르제뷔트가 현현과 동시에 소멸했던 메시지.

허나, 정작 뇌제를 눈앞에 둔 ‘사성’이 주목하는 건, 레벨도 전보다 훨씬 더 화려해진 외관도 아니었다.

“......그래. 그 눈이다. 뇌제.”

“...”

“상대가 누구이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정의’에 반하는 모든 존재를 말살시키겠다는 그 의지! 그야말로 패도(覇道)! 말 그대로 패왕이 길!”

-펄럭!

흑색 마탑을 상징하는 푸른 로브를 흩날리며 불사왕은 고한다.

“그래. 그게 바로 ‘정의’다. 그리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은 네놈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 말에 지나지 않지! 모든 걸 희생시키고 모든 인간들을 소모품처럼 쓰고 비정히 버려라! 그렇게 홀로 고고해졌을 때 비로소...”

“...”

“너는 낡고 닳은 옛시조의 꿈. ‘이어져 온 꿈’을 벗어나 진정한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지니. 넌 비로소 자유다.”

시조.

이어져 온 꿈.

과거의 뇌제였다면 듣고 ‘부자연스러운 두통’을 느꼈을 단어들이었으나, 지금은 달랐다.

“...혐오스럽군.”

시퍼런 번갯불이 튀기는 눈으로 뇌제는 눈앞의 재앙을 응시하다 말을 이었다.

“과거의 나였다면 그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네놈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도구처럼 여기는 무뢰한이고 도저히 구제할 방도가 없는 ‘순수악’이며 이 세계의 암적인 존재라고 말이야.”

“...허나, 이젠 깨닫지 않았더냐. 꼭두각시여.”

‘사성’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으로 이건우를 응시한다.

“그래. 깨달았지. 네놈을... 네놈의 모든 회귀를 지켜보며 깨달았다. 네놈은 악도 뭣도 아니었어......”

-파직!

그리고 그런 사성을 마주하는 뇌제의 눈에서는 번갯불이 튄다.

그 작고 날카로운 소음이 드넓은 지하 대공동에서 몇 번이고 울렸으며 그 소음이 잦아들 무렵이 되어서야 뇌제, 이건우는 말했다.

“네놈은...”

재앙, 전율하는 사성으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최악의 방향으로 말이다.

“그저 가엽고 동정해 마땅한 망상병 환자에 지나지 않는다. 부패한 신앙보다 더 무의미한 아집에 매달려 스스로 눈을 가리고 쳐다도 보려 하지 않는 애새끼. 그게 네놈의 진짜 정체다. 프리드리히!”

허나, 재앙은 당황하지 않고 작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다.

“2회차에 불과한 무지한 자에겐,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나...”

다만, 그런 ‘사성’을 목도하고도 뇌제는 전보다 훨씬 더 거대한 번개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아니, 이 자리에서 확신하지. 몇 번을 회귀해도 변하는 건 없다! 나는 네놈과 달라, 난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이윽고, 부릅뜬 헌터의 시선과 나태한 재앙의 시선이 교차할 때,

“그렇다면, 짐은 직접 도와주마. 이몸이 직접 네게 수만 번의 회귀를 선사해주마.”

“그러니, 나는 ‘지금’ 네놈을 심판한다! 이번에는 도망치도록 놔두지 않는다.”

시퍼런 번개와 회색빛 안개는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고, 집단적 독백이나 다름이 없는 외침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잿빛 안광과 푸른 안광이 정확히 서로를 주시할 때......!

「이 죽음의 별 앞에,」

“빛을 내라.”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리는 새카만 광휘와 모든 그림자를 밝혀 지우는 ‘성검’의 빛 역시, 끝없이 넘쳐흐른다.

「무릎 꿇고 전율하라!」

“아스칼론!”

강해져서 돌아왔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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