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65화.
악마왕이자 충마(蟲魔).
마계를 제패한 지고의 대악마.
베르제뷔트.
5대 재앙 중에서도 단연 으뜸에 해당하는 그 ‘악마’조차도 끝끝내 ‘통제’하지 못한 대상이 바로 이곳에 있다.
보랏빛 늪의 바르바토스.
영원히 꺼지지 않는 푸른 지옥불의 소유자 아몬.
지독한 광기 속에서도 이성적인 마르바스.
죽음의 개념을 망각한 파충류의 왕 바싸고.
그리고...
지략도, 전술도, 전략도 없으며 그저 제 한 몸만을 이끌고 끝도 없이 전장을 찾아다니는 ‘전쟁광’ 아가레스.
‘통제 불능’과 동시에 ‘제압 불가’.
악마왕 베르제뷔트마저 끝내 포기한 마계의 정상급 개체들이 무려 다섯.
그들의 ‘힘’은 말 그대로 재앙에 필적한다.
‘신격’만을 가지지 않았을 뿐. 태고부터 착실하게 쌓아온 그 농축된 마기와 신화 속의 악행은 그들에게 ‘신격’은 아니나 ‘신격’을 가졌다고 오해하게 할 법한 ‘힘’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그 전능에 필적하는 양을 자랑하는 모든 ‘마기’는 ‘시스템 어시스트’를 통해 ‘경험치’의 형태로 내게 스며드는 것이다.
그러니...
태고의,
지고의,
고고하며 동시에 절대적인 대악마들은 모두.
“내가 사성(死星)에게 닿기 위한 밑거름에 지나지 않지!”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성검의 ‘빛’을 감지한 대악마들은 모두, 일말의 주저도 없이 나를 향해 몸을 날린다.
그 속도는 말 그대로의 찰나.
또한, 그 다섯 대악마의 얼굴을 짙게 물들이고 있는 감정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본능보다는 원초적 DNA에 크게 각인되어 있다고 여겨도 좋을 법한 어마어마한 양의 광기와 분노.
다만,
이곳에 ‘빛’은 있다.
소녀의 기도와 성녀의 간절한 마음으로 내리는 ‘폭우’.
간절한 소망이, 염원의 번개가 지금 이곳에 있다.
비가, 빛이, 번개가, 혈류가, 이질적 신격의 그 모든 파문들이 오롯이 한 점으로 모여든다.
이윽고,
<적정 보상 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
사실상, 더 이상의 성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70레벨대.
허나, 한계를 돌파하다 못해 새로운 지평 그 너머를 열어버리는 수준의 레벨업 메시지를 보며...
성검, 아스칼론을 휘두른다.
***
마계대공 파이몬.
그녀는 악마성 판데모니움을 이끌고 나타난 순간부터 지금껏 단 한마디의 거짓말도 내뱉지 않았다.
악마라는 ‘악’에 본성을 가진 존재치고는 드물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지독하게도 혐오하던 독특한 존재, 마계대공.
그랬던 파이몬의 입에서 자신이 일평생 혐오하기 마지 않던 단어는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거... 거...... 거짓말이야.”
차라리 찢어졌다 해도 퍽 믿음직할 정도로 떡 벌어진 입.
“이건, 꾸... 꿈이야! 말도 안 돼!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
직접 목도 하고도, 지금도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는 ‘사체’를 눈과 귀가 아닌 마기로 오감보다 더 정확하게 느끼고 있음에도 마계대공 파이몬은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촤악!
-GAAAAAAAAAAAAAAAAAAAAAA!
-쿨럭! 푸아아아악!
-치익! 치지지지지지지직!
거무죽죽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
그 악마왕 베르제뷔트의 폭격에도, 검격에도 결코 두 무릎을 꿇지 않았던 지고한 대악마들이...
하나,
둘,
-콰아앙!
쓰러져간다.
불시에 들이닥친 다섯 대악마의 협공마저도...
지속적으로 ‘레벨업’을 거듭하며 비약적인 체력과 마력의 회복을 반복 중인, 말 그대로의 무한을 손에 쥔 이건우를 꺾어낼 순 없었다.
그 기습적인 강습이 불발로 끝나는 순간, 이미 이 전투의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악마의 힘이 강대하면 강대할수록, 더더욱 거스를 수 없는 신화의 순리.
언제나, 짙은 어둠을 걷어내는 건 밝디밝은 빛이었기에...
하물며 그 ‘빛’을 제멋대로 폭풍과 벼락과 무구의 형태로 뒤바꾸며 휘두르는, 말 그대로의 신급 존재.
뇌제는 끝내 압도한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모든 강자를 피식자로 만드는 바르바토스, 아몬, 마르바스, 바싸고.
이윽고 단순한 무력으로는 악마왕마저 두 손을 들게 했던 그 ‘아가레스’마저도.
-크윽! 크으으으으으으으윽!
-푹! 촤아악!
머리부터 상체 이윽고 하체까지도 수직으로 베어 가르는 ‘성검’을 당해낼 순 없었다.
“히... 히익!?”
다시금, 이건우의 함정에 속아 사실상 5대 대악마를 제물로 바친 것이나 다름이 없어진 마계대공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만다.
왜냐하면,
“파이몬.”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티던 대악마.
‘아가레스’를 반으로 찢어버린 뇌제의 시퍼런 눈동자가 다름 아닌 그녀, 파이몬을 응시하고 있있기 때문에.
-덜덜덜덜덜덜.
죽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자신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 자포자기와 절망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파이몬은 다시금 팔다리를 후들거리며 통제 불가의 죽음을 직면했다.
그런 ‘피식자’의 행동거지를 굴욕이라 느끼던 마계대공은 이제 없다.
눈앞에서 지고한 존재들이 모두 절멸되어버리는 걸 지켜본 파이몬은... 눈앞의 뇌제에겐 그 어떤 간계와 술수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이다.
“파이몬.”
“히이이이익!?!”
아무렇지 않게 반걸음 거리까지 다가오는 이건우의 모습에 파이몬은 양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까지 추하게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에 이건우는 잠시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파이몬은 그런 뇌제의 인간적인 면모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공포에 사로 집힌 상태였다.
그때, 그런 파이몬에게 뇌제는 돌연 이상한 말을 꺼냈다.
“공교롭게도, 앞선 7마리의 악마들을 모두 토벌했음에도 상승한 레벨은 고작 11이었다. 아마 80레벨대가 되면서 필요한 경험치량이 천문학적으로 상승한 거겠지.”
“...”
“그리고 지금 대악마 다섯... 뭐, 집계 중이라는 적정 보상은 까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레벨’이라는 놈은 가능하다면 더 많이 더 높이 올려두는 게 언제나 상책이지. 너도 같은 생각이지?”
그제야, 마계대공은 느꼈다.
이건우의 목소리에 ‘적대감’이 없다는 것을.
“그... 말씀은......?”
파이몬은 얼굴을 가리던 팔을 치우고 눈물을 한 움큼 머금은 눈동자로 뇌제를 올려다보았다.
“너를 죽여도, ‘신’을 상징하는 90레벨대에 도달하기에는 무리겠지... 하지만, 마계대공. 너에게는 이 악마성의 진짜 힘을 사용할 권능이 있지 않나.”
뇌제는 웃으며 말했다.
악마성의 진짜 힘.
그건, 조금 전 대악마를 다섯이나 동의 없이 이곳에 제멋대로 소환해낸 베르제뷔트의 비술을 뜻하는 말이었다.
“나와 거래해라. 파이몬.”
미친놈.
아니, 광기의 주인인 ‘마르바스’보다도 더한 광인.
수많은 욕지거리가 끝없는 모독이 파이몬의 입가를 맴돈다.
이건우가 무엇을 요구할지 잘 안다.
마계대공은 결국, 힘이 아닌 지략과 책략으로 사도가 된 악마였으니까.
그러니 알고도, 거부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그럼... 그리하면 저를 살려주시는 겁니까. 마, 마계로 도,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그녀는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던 ‘불멸자’였기에 더더욱...
정말로 ‘소멸’해 버릴지 모른다는 공포는 파이몬의 전신은 물론이고 이성마저 마비시키기 충분했으니까.
-피식.
마침내, 이건우의 입가에는 큰 미소가 걸렸다.
“물론, 너 하는 거 봐서.”
‘악마’는 불멸하는 존재이며 동시에 지고의 존재다.
그런 ‘악마’를 마치 살아 숨쉬는 ‘경험치 상자’ 취급하는 뇌제는 분명, 몇만 번, 몇억 번 찢어 죽여 마땅한 ‘악의 모독자’였지만...
파이몬은 그럼에도 자신이 그를 따를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
‘육성’에 의한 대화가 오가던 워싱턴과 달리, 올드 몬트리올의 지하 미궁 속에서는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지는 ‘신격’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물론, 서슬 퍼런 칼날과 함께.
「울부짖어라!」
격앙된 목소리.
척 들어도 그 묵직한 분노를 실감할 수 있을 법한 울림은 사도, 엘리자베스가 평생 깎아낸 지하 미궁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해룡, 레비아탄과 야수왕의 오른팔, 베히모스가 지진을 일으키며 나아간다.
물론 그 흉악한 두 맹수의 이빨이 향하는 방향의 끝에는, 작디작은 인간의 외형을 벗어던지지 못한 한 인간...
아니, 이젠 신격을 얻은 재앙. ‘전율하는 사성’이 있었다.
-크아아아앙!
엄청난 울림과 함께 이빨은 사성의 목을 파고든다.
다만,
「전율하라」
그럼에도 그 혹한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니... 네 쌍의 안광은 번뜩이는 것이었다.
본디 그들은 ‘사신’의 권속이었으나, 이젠 사신을 넘어 사성이 된 새 주인을 섬기는 4기사.
전쟁의 적기사.
죽음의 흑기사.
기근의 청기사.
역병의 녹기사.
네크로맨서의 정점. 한계를 극복하여 새 지평을 열고 그 지평 위에서 다시 한번 더 ‘초월’을 이룩한.
네 개체의 데미갓은 주인의 부름을 받아 눈을 뜬다.
기근의 청기사의 창이 레비아탄의 주둥이를 관통한다.
전쟁의 적기사가 거대한 단두대나 다름이 없는 도끼를 베히모스에게 집어 던지고,
죽음의 흑기사는 대검을, 역병의 녹기사는 양손 검을 들고 들이닥치는 무한의 야수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칼날을 휘둘렀다.
-쿠아아아아아악!
-꿰애애애애애액!
그럼에도 야수의 행진에는 끝이 없다.
동시에 모든 무리의 어미 제라드 역시 감춰두었던 발톱을 드러내며 그 육중한 육신을 움직였다.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구나. 사성!」
말과 함께 비웃음을 토해내며 제라드는 이미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사신 레골루스도, 그 사도였던 불사왕도 결국 그 근본적인 특징은 권속을 소환하고 죽음을 사역하는 메이지에 불과하다.
즉, 모든 맹수와 괴수의 정점인 자신보다 접근전에 강할 리가 없던 것이다.
하물며 이 ‘미궁’은 제라드의 신력이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짙게 스며든 야수들의 낙원.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이 미궁, 그것도 가장 깊은 이 심부에서...
전율하는 사성이 야수왕을 이길 가능성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네놈의 그 무한한 탐욕과 기형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신력’ 이 야수왕이 그 모든 것을 탐해주마!」
미궁의 밑바닥에서 천장으로, 그리고 다시 천장에서 바닥으로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야수왕이 거대한 몸을 움직였고, ‘전율하는 사성’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야수왕에게는 어마어마한 시간일지라도, 본디 근간이 메이지인 사성에게는 필시, 찰나에 불과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사성은 아직도 야수왕이 앉아있던 텅빈 왕좌를 응시하고 있다.
‘끝이다.’
시작과 동시에 끝.
야수왕 제라드는 정확히 사성의 정수리 위에서 수직으로 하강하며 그 육신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콰악!
그가 서 있던 지면까지 통째로.
한입에 말 그대로 꿀꺽 삼켜버린 제라드는 확신했다.
자신의 뱃속, 그 강산성의 소화액과 닿는 순간, ‘전율하는 사성’이 쌓아온 그 모든 권능들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되리란 것을.
-콰직!
해룡 레비아탄의 사망과 약간의 야수 군단이 소실된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그래도 ‘사성’의 정예 권속이었던 4기사 역시, 얼마 안 가 야수의 발톱에 짓이겨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4기사의 눈두덩이에서 각각 빛을 내던 광체가 사라졌다.
이겼다.
현현과 동시에 벌써 하나의 재앙을 집어삼켜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무려 레골루스와 불사왕. 이렇게 두 재앙의 에너지를 삼킨 제라드는 이제 하늘 아래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완전하고 고고한...
무, 무적의......
-쿨럭!
승리를 확신하며 동시에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던 제라드는 돌연, 전신이 원자단위로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이... 이게 무......」
당황하는 것도 잠시.
「무엇이건, 집어삼키고 나면 끝이리라 여기던 그 흉한 버릇은, 수십 번의 회귀를 거쳤음에도 도저히 낫질 않는 모양이군.」
제라드는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는 ‘전율하는 사성’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 무슨! 너는 이미 나의 소화액에...!」
「그렇다. 소화액. 적룡과 사룡의 브레스보다도 더 강력한 모든 것을 융해시켜버리는 네년의 진정한 힘.」
「내 소화액은 시, 신력마저도 녹아든 무적의...」
「머저리 같은 것.」
들려오는 사성의 목소리에 격한 분노를 토해내던 야수왕.
허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격통이 밀어닥치며 야수왕의 복부가 흉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우욱!?
“와... 왕이시여!”
“제라드님 이, 이게 무슨!?”
그제야, 하찮은 야수왕의 사도와 책략가 베히모스는 당황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짐이, 몇 번이나 네년의 뱃속에서 생을 마감했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게냐.」
사성, 아니...
재앙이기 이전에 회귀자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네크로맨서는 이미 몇십 년도 더 전부터 이 순간을 대비해왔던 것이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귀를 찢는 비명.
그리고 그 어떤 특제 마강철과 놓고 보아도 ‘완전무결’의 강도를 자랑하던 야수왕의 육신은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로 흉측하게 찢어진다.
「‘완전’이라는 것은 허상이다. 네년의 그 잘난 소화액도, 육체 강도도... 모두 허상에 지나지 않지.」
이윽고, 그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있던 뱃속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붉은, 새카만, 푸른, 녹색 안광을 번뜩이는 거대한 스켈레톤.
전쟁과, 죽음과, 기근과, 역병의... 4기사였다...!
-구오오오오오오!
-Gaaaaaaaaaaaaaaaaa!
-Kaaaaaaaa!
-쿠액?! 퀘에에에에엑!
네 기사의 울부짖음.
허나, 단순히 공포와 절망을 전파하기 위해 포효를 내지르던 이전과 달리... 이번 4기사의 비명에는 ‘힘’이 있었다.
분명, 야수왕 제라드의 권능이자 힘이었던 능력. 포식자의 포효.
그 울부짖음 앞에 자격 미달의 생명체는 이미 정신을 잃으며, 자격을 갖춘 생명체마저도 결국, 마력 운용도 심장 박동도 둔화되어 야수의 발톱 앞에 찢겨나간다.
다만,
「기사들이여!」
-푹!
-퍼억!
-푸욱! 찌거거거거걱!
-퐈아아악!
현재 포효를 내지르는 존재는 다름 아닌 재앙의 4기사였기에,
육신이 얼어붙듯 몸을 굳히는 건, 다름 아닌 사도 엘리자베스와 지진의 베히모스 그리고 ‘야수 신앙’으로 탄생한 그 모든...
야수형의 몬스터들이었다.
「먹어치워라.」
배를 찢고 튀어나온 4기사.
혼을 잃은 재앙의 남은 사체를 먹어치우며 뱃속에서 태연히 걸어 나오는 흉물스러운 언데드의 무리.
그 ‘재앙’이라는 거대한 밑거름에서 새롭게 탄생한 ‘죽음’들은...
모든 방면에서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선보이며 단숨에 지하 미궁을 가득 채운 ‘야수의 무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완전’은 언제나 헛된 것에 불과하였기에...」
불사왕은 칠흑 같은 미궁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어째서인지 회색 눈빛을 밝게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짐은 도리어 기나긴 꿈을 꾸었다. 완전을 뛰어넘어 완벽에 도달할 수 있는 세계를 일구어내겠다는 그 꿈의 실현이, 드디어 눈앞까지 다가왔구나.」
재앙을 섭취한 재앙.
맹수를 섭취한 죽음.
-Kaaaaaaaaaaaa!
-Aaaaaaaaaa!
한층 더 ‘완전’에 가까워진 죽음과 그 죽음의 주인은 끝내, 야수들의 주인이었던 껍데기... 야수왕 ‘제라드’마저 일으켜 세우고 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울부짖는 포효와 진동하는 세계.
네 개체의 데미갓.
여섯 개체의 신화급 야수.
이윽고, ‘신’이었던 괴수의 그 육신마저 자신의 종으로 만들어버린, ‘완전해진 존재’.
그는 다름 아닌 ‘사성’.
이젠, 이 세계의 ‘이치’와 ‘공간’마저 손에 쥔 전율의 이름이었다.
「오라. 천공을 양단하는, 가장 사나운 빛이여. 오랜 꿈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여.」
***
동시간,
악마성 판데모니움의 내부에서는...
보통의 헌터라면 한번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쾌재의 함성을 지르거나 입에서 군침을 질질 흘리기 마땅한 어떠한 메시지가......
<적정 보상이 산출되었습니다.>
<적정 보상이 산출되었습니다.>
<적정 보상이 산출되었습니다.>
......
한줌의 과장도 없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솟아오르고 있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강해져서 돌아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