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64화 (164/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64화.

5대 재앙.

사신 레골루스.

태고의 흡혈귀.

야수왕.

악마왕.

그리고 마지막, 잿빛의 용왕.

‘재앙’들은 단 한 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회귀를 야기시킬 괴물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전생을 기반으로 최강의 좌를 측량해본다면...

그건 단연, 그 정점에 올라설 존재는 오직 하나.

악마왕, 베르제뷔트가 될 것이었다.

최고의 마법사이자 최강의 무투가이면서 동시에 지고한 주술사이자 가장 빠른 도적이며 또한 타고난 전사인 충마(蟲魔).

상대가 어떤 헌터이냐에 따라 노골적으로 그 대상을 조롱하듯 같은 무구를 들고 전투에 임하던 괴물.

그게 바로 베르제뷔트라는 재앙의 실체였다.

단순히 힘의 차이에 의한 패배였다면 모를까, 베르제뷔트와 전투를 체험한 모든 헌터들은 공교롭게도 죽지 않았다.

단,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의 자기 혐오를 품게 되는 것이다.

자존감을 부수고 삶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

그야말로 질서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마계에 서열을 만들고 법칙을 적용시킨 존재다운 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단,

그런 악마왕에게도 유일무이한 약점이 존재했으니.

완전한 이계(異界) 출신의 네 재앙과 달리 베르제뷔트를 비롯한 ‘악마’라는 존재는 모두, 그 출생부터 바티칸과 뿌리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즉, 순결하고 숭고한 성직자들만이 휘두를 수 있는 ‘백색의 광휘’만은 가능하다.

-일검에 악마왕을 토벌하겠습니다.

성검, 아스칼론을 보자마자 결심했던 전술. 단기결전.

두 성녀의 기도를 통해 드디어 쥘 수 있게 된 성검을 손에 들고 오직 한 순간에 집중한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악마왕이 이 세계에서 불완전한 형태로 노출되는 단 한 순간.

현현의 순간.

나와 앤젤라, 남궁연은 집중했다.

그 ‘일순’을 놓친다면, 지금부터 펼쳐낼 모든 작전들이 흔들릴 수 있기에.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전신을 700%로 강화해줄 ‘혈류 공명’.

마력 순환을 배 이상으로 끌어 올려 준 ‘용안 개안’.

한점에서 바다를 쏟아내는 사도의 권능 ‘천경’.

신화급 무구의 서로 다른 신력들을 일순간에 끌어올리기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모든 마력, 혈공, 신력을 폭발적으로 터트리는 그 순간...

그 모든 에너지를 과하다 싶을 만큼 ‘성검’으로 쏟아부어 모든 것을, ‘빛’으로 만들어야 했으니까.

하물며 그 과정들이 모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하는 ‘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뒤가 없는 것이다.

두 성녀의 기도.

500무인의 교란.

다섯 검객의 비수와 ‘전세계 연합’에서 아낌없이 지원해준 소모성 에테르 테크롤로지가 한 대 모여서 비로소 가능해진 전술이었다.

다만,

-빛을 내라.

나지막이 내뱉은 시동어에 맞춰 ‘일순간’에 세계로 흩뿌려지던 각기 다른 힘은 모여들었고...

-아스칼론!

성검은 교황, 성자는 물론이요 대성녀 다나 메이어의 광휘마저도 뛰어넘는 순백은 그 압도적인 자태를 뽐낸다.

이윽고,

<재앙이 현현합니다.>

최고이자 최악 그리고 최흉최강의 재앙은...

*수신의 사도, 이건우는 재앙, ‘검은 밤의 주인’을 쓰러뜨렸습니다!

‘일순’ 속에 소멸했다.

***

“성검?!”

가장 먼저 그 정체를 알아본 것은 마계 서열 21위의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였다.

-파직!

거칠게 허공으로 비산하는 푸른 스파크.

거기에 그 검을 쥔 시퍼런 눈동자의 소유자는 누가 어떻게 보아도 유일무이한 세계 최강의 헌터, ‘뇌제’였거늘.

그가 쥔 ‘성검’에서 거대한 파도처럼 넘쳐 흐르는 힘은 분명한 ‘빛’의 힘이었다.

다만, 생각보다 앞서 발은 움직인다.

영원불멸의 존재임과 동시에 수 세기가 넘도록 투쟁의 역사를 몸소 써 내려가던 장본인, 암광의 대악마는 움직인 것이다.

악마왕이었던 잿더미를 고고히 밟고 선 헌터. 뇌제를 향해서!

딱히 ‘틈’을 파고든 것이 아님에도 공간 이동의 기적을 선보였다고 여겨질 법한 스피드였다.

단숨에 이건우의 우측을 파고든 아스모데우스의 안구가 검게 물든다.

이윽고, 뿜어져 나오는 것은 세계에서 빛을 지우는 안광이었다.

-피이이이이이이이!

엄청난 폭음과 함께 정확히 이건우의 목덜미로 나아가는 암광.

허나,

“곧장 달려든 건, 너뿐인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자가 내뱉었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태평한 목소리는 들려왔다.

“무......”

이에 당황하는 아스모데우스가 무언가 말을 토해내려는 그 순간, 새카만 암흑보다도 더 짙은 검정의 안광을 ‘빛’이 수평으로 찢으며 날아들었다.

-푸욱!

이건우가 말을 토해내던 아스모데우스의 주둥이에 성검을 꽂아 넣은 것이다.

“으, 으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불멸자로서 그간 수세기를 살아왔음에도 생전 느껴본 적이 없는 고통이 대악마의 뇌를 불태운다.

생존을 위한 발버둥.

‘아스모데우스’는 곧바로 허리를 비틀어 ‘성검’을 쥔 이건우에게 무시무시한 마력을 담아 발차기를 날렸으나,

-텁! 치이이이이이익!

놀랍게도, ‘빛’과는 또 다른 형질을 가진 신력, 백색 낙뢰가 알아서 터져 나오며 아스모데우스의 다리를 불태웠다.

그럼에도,

대악마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성검을 꽂아 넣고 있는 그 뇌제의 팔을 붙잡았다.

직후,

성검 아스칼론을 휘두를 수 없게 된 이건우의 등 뒤로 날아드는 건, 광속의 할파스와 음속의 말파스였다.

거대한 은색과 금색의 발톱이 ‘찰나’의 틈 속에서 완전히 동일한 순간에 이건우의 머릴 노린다.

다름 아닌 아스모데우스와 힘싸움을 벌이는 순간이다.

아무리 뇌제가 대단한 힘을 소유하고 있을지라도 이 ‘기습’을 벗어날 수는 없다.

‘아스모데우스’는 확신과 함께 다시 한번 눈에 마기를 모아 안광을 준비했다.

설사 기습을 피하더라도, 다시 제로거리에서 날아드는 암광을 어찌 피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승리를 확신한 아스모데우스는 피식 찢어진 입꼬리를 올렸고, 두 괴조, 할파스와 말파스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런데,

“결국, 달려든 건 셋, 나머지는 도주와 방관을 택했나.”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뇌제의 눈은 호수와도 같이 고요하다.

‘뭔가 잘못된...?!’

이에 경악하는 그 순간.

“빛을 내라!”

이건우는 성검의 ‘시동어’를 내뱉었고, 아스모데우스의 머리를 관통해 있던 성검은 좀 전과 같이...

악마왕 베르제뷔트를 말소시켰던 조금 전과 같이 엄청난 빛을 방출했다!

***

<수신의 사도, ‘이건우’는 서열, 39위의 대악마. 광속의 ‘할파스’를 쓰러뜨렸습니다!>

<수신의 사도, ‘이건우’는 서열, 38위의 대악마. 음속의 ‘말파스’를 쓰러뜨렸습니다!>

<수신의 사도, ‘이건우’는 서열, 21위의 대악마. 암광의 ‘아스모데우스’를 쓰러뜨렸습니다!>

<적정 보상을 집계 중입니다···>

“무...”

악마왕 베르제뷔트의 사도.

오랜 세월 지구에 숨어 지내며 ‘악마 신앙’을 전파해왔던 그녀, 마계대공 ‘파이몬’.

그녀는 도저히 떡하고 벌린 입을 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게 정녕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마계에서도 최고위.

왕좌를 탐낼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대악마’들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말았다.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간, 그야말로 파이몬의 안구까지 구워버릴 법한 광휘.

순백의 빛.

그 시리도록 아름다운 ‘성검’을 쥔 남자는 다름 아닌 뇌제 이건우.

“대체... 어떻게 이계의 신격을 섬기는 네놈이 그 검을! 그 힘을!!”

발악적으로 파이몬은 괴성을 내뱉는다.

허나, 그 목소리에 푸른 스파크가 번뜩이는 이건우의 눈이 자신을 향한 순간.

-덜덜.

파이몬은 자신의 양팔, 양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던 ‘피식자’의 행동을 보이고 말았다.

그 사실은 긍지 높은 마계대공, 파이몬에게 있어 죽음보다 더 끔찍한 굴욕이었고...

“아슈타로테님! 자칼! 단탈리안! 안드레말리우스!”

파이몬은 두 눈두덩이를 시뻘겋게 빛낼 정도로 발악적인 기세로 다른 고위 악마를 호명했다.

허나, 마계대공 파이몬의 진짜 힘은 다름 아닌 마기 증폭!

소멸한 악마왕과 대악마 셋에게는 그럴 틈도 없었으나 진노와 함께 이름을 부른 네 악마들에게서는 어마어마한 남색 오라가 번뜩이기 시작한 것이다.

단,

“소용없을 거다.”

고요하기 그지없는 한 마디와 함께 성검은 거대한 호를 그리며 들이닥쳤다.

-서걱!

파이몬으로서는 필사의 몸부림으로 비틀린 검의 궤도는 비틀린다.

허나, 그럼에도 압도적인 두께와 크기를 자랑하는 성검의 빛은 파이몬의 상반신을 비스듬하게 파고들어 허리까지 파고들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고통에 눈이 뒤집히는 마계대공.

그러나 이건우는 그 얼굴을 차디찬 눈빛으로 응시하며 더없이 냉혹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차원의 악마 둘 그리고 불꽃과 절망을 어깨에 이고 있는 그 악마 녀석들은... 이미 한참도 더 전에 이 판데모니움을 빠져나가고자 몸을 돌렸으니까.”

격통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뇌제의 말을 들은 파이몬의 얼굴에는 십자핏줄이 곤두선다.

도주.

도주라니.

감히 악마왕을 섬기는 심복으로서 마계의 은총을 받던 그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을 코앞에 두고 도망을 치다니.

한심하길 넘어 혐오스럽다.

너무 끔찍해서 차라리 제 손으로 그것들을 죽여버리고 싶다.

고통으로 가득한 파이몬의 머릿속이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찬다.

다만, 그럼에도 눈앞의 이건우를 응시하면...

-덜덜... 덜덜덜덜...... 덜덜덜덜덜덜!

마계대공은 격한 분노로부터 피어난 그 거대한 투지조차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폭우’라는 수신의 신력을 휘두르며 위협적인 적이라 생각하고 있었거늘...

성검을 쥔 뇌제는 마계대공이 관측할 수 있는 그 모든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괴물이었다.

감히 누가, 악마왕을 일검에 날려버린 뇌제를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뭐. 걱정은 마라.”

압도적 무력감에 서서히 절망과 함께 가라앉고 있던 마계대공 파이몬.

그런데 정작 그녀의 육신에 성검을 쑤셔 박고 있는 이건우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배신자에게는 확실한 처단을, 그렇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일까.

이에 파이몬이 의문을 품던 그 순간...

<‘빛의 성녀’가 올리는 간절한 기도에 대천사 미카엘은 응합니다.>

<‘성역-아크’, 만물을 본디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리는 성역이 발현됩니다.>

밤하늘의 달보다도, 내낮에 올려다본 태양보다도 더 아름다운 ‘새’의 형태를 한 빛은 독특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아... 크?”

만물을 본디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린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런 의문을 품기도 잠시.

“무... 무슨 일이.”

“난 분명, 이곳을 탈출했을...”

“뭐, 뭐야!”

차원검의 ‘아슈타로테’.

차원문의 ‘안드레말리우스’.

불꽃의 ‘자칼’.

절망의 ‘단탈리안’.

일순간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곳을 탈출했던 네 악마는 좀 전 그들이 도주하기 직전에 서 있던 그 위치로 ‘공간 이동’ 된 것이다.

“공간의 금제가 사라지며 이득을 보는 건... 너희들만이 아니라는 거지.”

오직 인간 혹은 선인에게만 통용되는 신성력으로부터 발로한 ‘공간 이동’의 기적.

허나, 금제의 증발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이고 무엇이든 간에 이쪽의 의도대로 불러온다는 사기적인 기행이.

이윽고 다시, 시퍼런 눈동자는 번뜩인다.

동시에, 마계대공의 상체를 절삭하고 있던 성검은 빠르게 회수되며 또다시 그것을 쥔, 이건우의 손에서 폭발적인 기세를 더한다.

그렇게, 악마성 판데모니움 자체를 수평으로 양단하는 예리하고 거대한 빛은 ‘성역’의 힘으로 전보다 배 이상의 힘을 발휘했고...

172, 112, 92, 50위라는 절대적인 힘의 불멸자들은 한순간에 소멸하고 말았다.

“허... 어억......”

이를 눈앞에서 목격한 파이몬은 심장이 당장이라도 가슴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쿵쿵거린다는 사실에 다시 놀라고 만다.

이 무슨 치욕, 이 무슨 모독이란 말인가.

이내, 갈 곳을 잃은 파이몬의 머리와 심장이 생존을 위한 굴복과 명예를 위한 발버둥으로 서로가 서로를 부정할 때.

돌연, 그 기이한 현상은 일어났다.

-샤, 아, 악.

오래된 전구가 수명을 다하듯, 끝도 없이 흘러넘치던 성검 아스칼론의 ‘빛’이 말 그대로 몇 번의 번뜩임을 반복하다 꺼져버린 것이다.

이윽고, 들려오는 이건우의 무심한 한마디.

“벌써 힘을 다했나...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이를 들은 파이몬은 확신한다.

‘역시...! 성검은 신에게 직접 선택받은 성자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성물이야! 그런 물건을 이계 신의 사도가 리스크 없이 휘두를 수 있을 리가 없지!’

즉, 이건우는 출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약 10분의 가동을 끝으로 성검을 잃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성검이 없는 뇌제는 결코...

‘이기지 못할 벽은 아니다...!’

확신에 찬 파이몬은 팽팽한 긴장의 끈을 다시금 틀어쥐며 전신에 두터운 마기를 휘감는다.

“...그래. 성검이 힘을 다했다. 그리 말한 게냐. 지금...!”

그 멸마의 광휘가 사라지자, 곧바로 뇌를 구워버리는 듯한 고통은 자취를 감췄으며 마계대공의 육신은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아 완벽히 회복된다.

평생 느껴본 적 없던 고통이 사라지자 뛰어난 모략가이자 음험한 지략가인 파이몬의 머리가 다시 빠르게 회전한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악마왕은 토벌되었고... 그 수족은 모두 소멸했다. 더군다나 넌, 이미 죽은 목숨이지.”

이건우가 말한다.

그 말투 그리고 느릿한 어휘까지.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방심’으로 짙게 물든 오만한 자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이미 죽은 목숨이지. 허나, 빛의 방해가 없는 이 악마성에, 이토록 짙은 마기를 품은 악마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는 건......”

그리고 마계대공은 발버둥 쳐볼 테면 쳐보라는 듯 자신을 내려다보는 뇌제의 저 ‘오만’을 이용하기로 다짐한다.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 법이다!”

-드르르르르륵!

-절그럭! 달그락!

마계대공의 외침과 함께 공간의 큰 일렁임이 일어난다.

사체, 뼈 그리고 그 농축된 에너지만으로 형태를 가지는 마기가 둥그런 원을 형성하면...!

그 뼈와 사체와 마기로 이룩한 게이트, ‘헬’은 열리는 것이었다.

“내가 어찌 왕을 맞이하는 이 판데모니움에 이토록 소수의 대악마만을 대동했다고 생각하는 게냐.”

서열 21위, 38위, 39위, 50위에 92위... 이후로도 현장에 있던 악마들은 참으로 무질서했으며 또한 서열은 규칙성 없이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그런데, 어째서 악마왕의 사도이자 마계대공이기도 한 파이몬은 이들만을 대동했는가.

그 의문에 관한 답은 사실, 거꾸로 생각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마계는 무질서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리고 그 악마왕 마저 통제하지 못한 괴수들은 말 그대로 썩어 넘친단 말이다!”

-휘이이잉!

-콰앙!

돌연,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헬’의 게이트가 열린다.

그 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세계는 피 혹은 불꽃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곳에서 흉측하고 거대한 형상을 가진 각기 다른 ‘통제불능’의 대악마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서열 9위, ‘바르바토스’

서열 7위, ‘아몬’

서열 5위, ‘마르바스’

서열 3위, ‘바싸고’

이윽고 악마왕 베르제뷔트의 왕좌를 위협하던 가장 거대한 악.

서열 2위, ‘아가레스’

“저 괴물들은 신격만 가지지 못했을 뿐! 그 힘은 모두가 악마왕에 필적하지! 뇌제...! 네가 막을 수 있겠느냐? 한 개체만 생존하더라도 이 세계를 통째로 불태울 저 괴물들을?!”

회심의 한방.

뇌제는 마계대공이 더이상 그 어떤 발버둥을 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라는 듯 오만했고, 파이몬은 그런 주제넘은 인류를 향해서 한방을 날린 것이었다.

결국, 이 판데모니움에 발을 디딘 대악마들.

“이젠, 누구도 돌이킬 수 없다. 너도, 이 세계도! 모든 것은 무로 돌아가리라!”

오직 이건우가 절망하는 표정을 보기 위해 파이몬은 양손을 높이 치들며 웅장하게 외쳤고...

“흐흐흐, 하하하하하하!”

광인처럼 웃고 있는 이건우를 목도하게 되었다.

...?!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파이몬이 돌처럼 굳자 그제야 이건우는 말한다.

“무, 무슨... 드디어 네놈이 실성을 한 게냐? 완전히 미친 게야?!”

“아니, 나는 정상이다. 난 오히려 네가 ‘계획대로’ 이 대악마 소환을 행하지 않을까봐. 그걸 걱정하고 있었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보이지 않는 게냐?! 저들은 말 그대로 재앙이다. 성검이 없는 네놈은... 결코, 저것들을 막을 수.....!”

입에서 침까지 튀겨가며 이건우에게 대악마들의 위험성을 강조하던 파이몬.

허나, 그런 그녀의 앞에서 이건우는 아주 나지막이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빛을 내라.”

그 한마디와 함께.

‘성역-아크’를 가득 채운 빛이 뚝하고 꺼진다.

동시에, 분명 빛의 성녀를 따르고 있을 빛들은 그가 손에 쥔 ‘성검’에 응집하였고...

돌연, 일순간에 퍼붓듯 내리기 시작한 ‘폭우’마저, 기형적으로 소용돌이치다 문득, ‘성검’으로 향한다.

“무......”

슨... 일이......?!

그런 중얼거림을 채 다 내뱉기도 전에.

“아스칼론!”

뇌제는 성검의 이름을 크게 외쳤고, 놀랍게도 완전히 소실되었던 ‘빛’은...

그 순백의 광휘는 번뜩인다.

-파직!

기분 나쁜 미소로 마계대공을 응시하는 이건우.

다시금 성검을 틀어쥔 뇌제의 입꼬리가 좀 전보다 훨씬 더 높이 말려올라간다.

“폭발적인 레벨업의 시간이다!”

그제야. 파이몬은 자신이 제대로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검을 쥔 뇌제는 그 어떤 악마종에게 있어서도 절대적임과 동시에 압도적인...

무적의 괴물이었으니까.

강해져서 돌아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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