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54화 (154/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54화.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놈의 계략이었는지 알 길은 없다.

일본에서 ‘태고의 흡혈귀’가 잉태되던 순산부터였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 흑룡 토벌전에서 내가 놈을 막았던 것부터가 놈의 계략이었나.

지금과 같은 ‘힘’을 얻은 내가, 교황과 성직자들의 피를 이 땅에 흩뿌리게 만드는 것만이 놈의 계략이었을까.

이제와서 놈과 한가한 문답이나 주고받을 일은 없으니, 도무지 해답을 구할 길이 없는 의문이 어지럽게 치솟는다.

다만, 확실한 점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제 ‘알림’이라는 단어를 잊은 것인지 또다시 적광의 흉흉한 글씨체로 나타난 메시지였고,

<경고!>

ㅡㅡㅡㅡㅡㅡㅡㅡ

*무덤 위에서 시작된 절규와 비명에, ‘기사’는 눈을 뜹니다.

*눈뜬 ‘기사’의 매개체에, 무덤 위에서 흐르는 성직자들의 피와 ‘신성력’이 스며듭니다.

*‘기사’의 부활이 빨리 이루어집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다른 신위를 섭취해 자신의 현현을 앞당기는 신적 존재들. 그리고 사신 레골루스 본인보다 더 강대한 힘을 휘두르는 ‘데미갓’ 묵시록의 기사...

그중 가장 무시무시한 질병의 힘을 가진 기사가 눈을 뜬 것이다.

다만, 질병의 기사는 무덤을 박차고 나온 그 순간부터 육안으로도 보일 만큼의 부패를 전신에서 쏟아내기 시작했다.

“크읍!”

“사,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도망쳐라!”

“맹독 가스인가! 수, 숨을 참아!”

“자리를 이탈한다! 얼른!”

1초.

모두가 극에 달한 헌터들은 그 찰나의 순간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지만, 변화는 이어지는 것이었다.

2초.

-덜그럭!

-덜그락!

-달달달달달!

이어서 동시에 손을 뻗어 올리는 건,

전쟁의 적기사, 죽음의 흑기사, 기근의 청기사의 앙상한 팔들이었다.

그렇게 고작 몇 초를 차이로 가히 ‘동시’에 일어나는 기사들을 향하여...

“전군! 도주하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이 괴물들을 무너뜨려야 해!”

나는 총공격을 명했다.

동시에 내가 내지른 검을 잡아낸 역병의 녹기사를 향해서 나는 일말의 주저 없이 혈검을 뽑아 휘둘렀다.

-휘익!

-지이이이잉!

공간을 찢는 검격의 바람 소리와 나의 전력을 실어 휘두른 혈검을 맞고도 갈라지지 않는 놈의 위팔뼈가 굉음을 터트린다.

허나, 나는 직전까지 교황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곧장 전력을 퍼부었고. 완전한 악마화를 마친 교황조차 버텨내지 못했던 2할의 다섯 배의 힘이 날카로운 검날에서 요동쳤다.

-쩌적!

그제야 굵직한 ‘질병의 녹기사’의 위팔뼈가 부러진다.

다만, 그것은 지하 무덤에서부터 들어 올린 다른 팔로 나를 가격했다.

-퍽!

둔탁한 울림이 경이로운 속도로 날아든 물리력과 함께 울린다.

그러나 때는 경각을 다투는 시간이었기에, 나는 부러진 팔을 치유함과 동시에 신력을 크게 흩뿌려 ‘질병의 녹기사’의 패시브 스킬인 ‘부패의 땅’를 중화했다.

이윽고, 3초.

호흡을 되찾은 일행들이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뼈다귀를 응시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나는 단전에 힘을 담아 가장 큰 소리로 외쳤다.

“재앙의 기사들이 군마의 탑승하면 끝장이다! 그건 이 시대에서 막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전력을 다해 막아라! 군마까지 현현하지 못하도록 막아!”

-구오오오오오오!

-Gaaaaaaaaaaaaaaaaa!

-Kaaaaaaaa!

-쿠액?! 퀘에에에에엑!

허나, 다시 수초가 지났을 뿐인 아주 잠깐의 사이, 묵시록의 4기사들은 모두 거대한 두개골을 지상으로 들어 올리곤 포효했다.

“크윽!”

“귀, 귀가!”

“젠장! 마력을 끌어올려서 막아!”

“아, 앞이 제대로 보이질...!”

그러자 그 포효만으로 각각이 준특급 헌터에 준하는 이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눈앞에서 이미 ‘뼈검’마저 들어 올리는 ‘질병의 녹기사’를 향해 본디오 빌라도를 내뻗는다.

하지만, 4기사는 명명백백한 신위를 가진 ‘데미갓’.

나의 신력을 휘감은 검조차 놈은 자신의 녹색 안광을 번뜩이며 막아내었다.

바티칸의 성직자들이 나타났을 때와는 그 궤가 다르다.

4기사는 계속 제물을 섭취하도록 놔두었다간, 각각이 5대 재앙에 필적할 괴물로 무한히 성장하는 존재들이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리에서 토벌한다!”

이것들에게 ‘시간’을 주는 일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흐허허허허허허허허!

그때, 마탑의 상층부에서부터 음험한 웃음소리는 들려왔다.

4기사의 이른 소환에 정신이 없어 몰랐으나, 역시나 마탑의 꼭대기에서도 붕괴된 ‘재앙의 알’에서 사신은 나타난 것이다.

-이 무슨 빛이란 말이더냐! 짙고도 어둑하나, 찬란히 빛나는구나!

4기사와 달리 거대한 망토를 뒤집어쓰고 불사왕의 휘두르던 것과 똑같은 데스사이드를 손에 쥔 백골의 귀신. 저것이 바로 사신 레골라스의 실체였다.

-나의 ‘사도’가 일을 아주 잘 해내 주었도다. 내 기나긴 생에도 설마 ‘빛’을 집어삼킬 기회는 없으리라 여겨왔거늘...

등장과 동시에 손가락을 까딱인다.

그리고 하늘로 붕 떠오르는 수백 구의 시체들은 모두, 아직 온기가 남은 바티칸 성직자들의 시체들이었다.

-먹을 수 있다! 빛을 먹을 수 있다니! 하하하! 흐하하하하하!

전생에는 본 적이 없던, 성직자들의 심장에 들러붙은 그 수많은 정체불명의 ‘언데드’가 원인인 걸까.

-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

수백 구의 시체를 하늘로 솟아 올린 사신, 레골라스는 희열에 찬 목소리로 아예 폭소를 터트리며 자신의 그림자로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빛의 사용자들을 죽음에 닿게 하여 먹을 수 있는 빛을 만들어내다니! 경이롭구나. 경탄스러울 지경이구나! 이 무슨 신비란 말이더냐!

마치 내 눈앞에 쓰러져 있던 ‘악마화 교황’과 같이, 사신 레골루스의 육신에서도 믿을 수 없는 신성력이 흐른다.

도저히 조화로울 수 없는 두 힘의 조화.

그건, 언데드로 하여금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신력과 신성력이란 약점을 보강하고, 무한한 부활과 생명력이라는 강점을 강화하는 작용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다 먹었냐?”

허나, 그 거대한 ‘재앙’이 차마 그 위력적인 힘을 모두 소화해내기 전에...

아주 작은 검광은 번뜩였다.

“배부르게 처먹었으면, 이제 돌아가 썩을 시체야!”

그 검광의 주인은 가장 작으나 가장 거대한 검기를 휘두르는 자, 철혈검희 이서영이었고.

그런 그녀의 등 뒤에는 그 흑룡 아뮤르타스와도 비등하게 겨루던 천마가 그리고 일검에 백번의 휘두름을 담아내는 검제가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악!

-후웅! 휘익!?

-기이이이이이이이익?!

이서영의 개나리빛 오러와 우연히도 같은 무채색의 오러를 지닌 두 노구의 공세가 서로 다른 곳을 가격해 붕괴시킨다.

재앙의 ‘데스사이드’는 가장 먼저 날아드는 이서영의 검격만을 막아낼 뿐, ‘빛’을 다 소화해내지 못한 놈의 움직임은 느렸고 일격에 다리뼈와 어깨뼈가 아작났다.

-하하하하! 기사들이여! 내게 오라!

다만, ‘죽음’ 그 자체를 조율하는 재앙에게 허상이나 다름이 없는 육신을 파괴하는 것으로는 놈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었다.

지상에서 4기사를 통째로 막아내며 후방에서 지원하는 군대의 표적을 만들어주고 있던 나는 안타까움에 침음성을 삼키지만...

“타격이 없군. 하지만, 그 사령술사와 같이 혼은 분명 저곳에 있다.”

놀랍게도, 검제임과 동시에 검귀인 검사, 요시히사 켄신은 재앙의 실체를 단번에 꿰뚫어 본다.

“그렇다면, 본좌는 조력을 줄 수 없군. 본좌는 꼬맹이와 지상으로 향하겠다.”

천마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고,

“저 해골바가지들도 발목을 갈라버리면 얌전해지겠지.”

이서영은 드높은 마탑에서 뛰어내리며, 내가 막대한 ‘자기력’ 들이부어 지상에 붙들어둔 4기사의 공략법을 이미 떠올려내고 있었다.

역시, 모두가 시대를 대표하는 강자.

굳이 내가 무엇을 가르쳐줄 필요도 없이 알아서 척척 길을 개척해낸다.

-구오오오오!

-Gaaaaaaaaaa!

-Kaaaaa!

-퀘에에엑!

이어서 현재 내가 낼 수 있는 출력의 한계치까지 들이붓고 나서야 움직임이 잦아들었던 4기사는 또다시 포효를 내질렀다.

곧, 후방의 헌터군에서는 비명, 기절, 구토 따위의 초자연적인 대마력에 노출된 반응이 잇따랐다.

그러자 공세가 옅어진 일순, ‘기근의 청기사’는 내 자기력을 억지로 비집고 나가 탑을 거꾸로 오른다.

다른 것보단 오직 ‘기동성’에 모든 능력치가 쏠려있는 청기사를 잡아낼 수 있는 이는 없었고.

청기사의 ‘마창’은 눈 깜짝할 사이 땅에서 하늘에 닿아 유일하게 재앙의 앞에 서 있던 검제에게 엄습했다.

-그래! 오너라! 나의 기사여!

이에 헌터들은 경악을, 재앙은 즐겁다는 듯한 조소를 터트린다.

재앙의 데스사이드와 힘을 겨루고 있던 검제에게 피할 길은 없어 보였고, 시퍼런 창날의 끝은 비정하게 검제의 머리를 관통했다.

아니,

정확히 관통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달빛.

나의 뇌광에 밀려나고, 불사왕이 보낸 빛의 나비 무리에 가려져 그 형체조차 제대로 보이질 않던 그 달빛이 밝게 번뜩인다.

“검 끝에서 빛나는 달빛은, 밤하늘을 모두 밝힐 만큼 아름다운 법인 게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월광찬천검(月光燦天劍).

“알겠느냐? 시체 썩은 내를 품고 사는 자들이여.”

바로, 중원 무림의 신화를 직접 쓴 장본인, ‘검성’ 라오 위였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모두가 놀라는 한편,

-콰지지지직!

마침내 지상에 안착한 검희와 천마에게 바톤을 넘겨받은 나는 일순의 주저도 없이 번개를 쏘아 올려 흑색 마탑의 정상에 올라서며 말했다.

“냄새가 지독해도 너무 지독하니, 얼른 함께 치워버리시죠. 어르신.”

“입이 살아있는 걸 보니, 이 노구가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 모양이구나. 껄껄껄.”

참 오랜만에 보는 사이임에도, 나와 검성은 서로에게 자연스레 농담을 건넸고 이내, 그와 신 무림맹의 등장으로 전장은 또다시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전생이라면, 이미 재앙과 불사왕의 마수에 목숨을 잃었거나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린 이들이 이곳에 모였다.

저쪽은 재앙과 4기사.

이쪽은 이젠 뇌제라는 호칭에 걸맞은 힘을 휘두르는 나와 검성, 검제, 검희, 천마, 대마법사, 무왕에다 신비의 에이바도 있다.

그 외에도 백귀야행, 천검일로, 검은 산군와 같은 한국의 영웅들마저 건제하다.

불사왕이 나를 다시 마주 보며 했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숱한 영웅들을 두 날개 삼아 이곳까지 도달했구나

과연...

그때의 그 눈은 바로 이 순간까지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허나, 검성과 신무림의 참전으로 우리의 승리는 거의 확정되어간다.

마찬가지로 ‘스트라우스’ 일가의 본대가, 아시아의 이름 있는 헌터들 역시 지금도 이준학 준장의 유도를 통해 숨 가쁘게 바다를 건너 이곳에 당도하고 있다.

‘이곳에 모인 인원들은 충분히 세계연합군의 도달까지 버텨낼 힘이 있다.’

무한한 합류는 승률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우리는 무려 ‘두 번째 재앙’을 쓰러뜨리며 더더욱 큰 성장을 이룩하겠지.

그리고 그 성장은 다시 이어질 세 번째, 네 번째 재앙의 잉태마저 막아낼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 결과 불사왕은 더는 인류에게 위협적인 적이 아니게 된다.

‘놈의 목적, 놈이 바라던 미래는 결코, 그런 미래가 아니었을 터였다.’

놈은 저 사신의 그림자에 빨려 들어간 ‘교황 베르토’와 같이 이 세상에 군림하려고 했었으니......

‘그런 놈이... 이 광경을 예견하고도...... 순순히 어비스 프리즌에 갇혔다고...?’

의문이, 의문에 꼬리를 물고 불어나 거대해져 가던 중. 눈두덩이에 회색광을 번뜩이는 사신, 레골루스는 목소리를 높였다.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불나방이로다!

이윽고 그 손짓 하나에, ‘죽음’이라는 밑거름 없이도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언데드’가 피어난다.

마치 ‘불사왕’이 그러했듯 일순에 이 프랑스의 피비린내 나는 대지를 뒤엎는 재앙.

심지어 허공에서 맺힌 마력은 뼈와 살점으로 이루어진 괴물이 되어 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벌써 사흘째 새벽을 맞이한, 본래 이 전쟁의 마지막이었을 ‘적’을 우린 마주하는 것이었다.

마공학 소총이, 거대한 자주포의 포구가 빛난다.

사방이 적이기에 거리낄 것 없이, 사방으로 향하는 공세.

이어서 첫 번째 지원군인 신 무림맹의 손에서 검, 창, 월도, 봉, 도끼, 망치, 스태프, 영물, 신물이 마력을 번뜩인다.

의문은 쌓여가지만, 전장은 움직인다.

“집중해라. 뇌제! 온다!”

검성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내가 눈앞을 응시한다.

그러자 내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건, 다름 아닌 기근의 청기사가 틀어쥔 마창의 날선 끝부분이었다.

허나,

-파지이이이익!

번개를 타고 흐르는 나의 속도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

‘죽음’이라는 개념과 동떨어진 존재, ‘재앙’과의 전쟁이 본디 그러하듯.

전투는 길어졌다.

사신의 앙상한 손끝에서, 불사왕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마력폭풍은 정말 끝도 없이 밀어닥쳤다.

허나, 이미 우리군은 엇비슷한 패턴과 전투방식을 가진 희대의 ‘네크로맨서’ 불사왕과의 전투를 기억하고 있다.

놈와의 전투가 마치 이 레골루스와의 전투의 선행학습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데드사이드를 버리고 거대한 해골을 손에 쥔 놈은 소환을 더더욱 가속한다.

다만, 죽음의 4기사는 끝끝내 군마를 소환하지 못하였고,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그들은 내가 전생에 마주했던 그 극악무도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스트라우스의 ‘위치스’만이 아닌 거대 연합 길드 ‘제이슨 스트라우스’ 소속의 헌터들이 끝내 전장에 당도한다.

전세가 기울어진다.

-툭! 콰악!

그와 동시에 ‘기근의 청기사’의 머리를 꽉 쥔 나는 땅에서부터 하늘로 이어지는 낙뢰를 스무 번이나 반복하여 내린다.

신력에 홀딱 젖은 청기사가 끝내 부활을 멈춘다.

-나, 나의 사도여! 오너라 파울라스! 어찌하여 나타나질 않느냐! 사도여!

그제야, 목소리가 변한 재앙은 울부짖는다.

자신을 이 세계에 현현시킨 장본인 ‘불사왕’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에테르 군병들은 전장에 도달한다.

이어서 앞서 열어둔 헤븐즈 게이트를 통과해 ‘일본’과 ‘엘븐 가르드’의 연합군 또한 도달한다.

이 세계에서, ‘힘’이 있다 칭할 수 있을 법한 모든 헌터 집단이 모여들고 있다.

-사도여! 사도여어어어!

월광이 번뜩인다.

수백만의 시체를 제물로 형성된 재앙의 육신이 반으로 갈라지고, 드디어 ‘재앙’이 스스로를 방어할 모든 수단이 사라지면, 기다렸다는 듯 귀신의 검광 또한 번뜩였다.

-파울라...!

-콰드드드드드드드득!

재앙의 본체이자 핵심.

영혼이 갈라진다.

그러자 모든 성직자를 집어삼키며 흉물스럽게 부풀어 올랐던 놈의 그림자에서 간신히 숨만 붙어있던 성직자들이 뱉어졌다.

-후두두두둑!

재앙이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빛’들을 토해낸 것이다.

동시에 질병의 녹기사, 전쟁의 적기사, 죽음의 흑기사 역시 밀려드는 지원군의 무식한 폭격와 포격을 감히 견뎌낼 수는 없었으니...

재앙과의 조우로부터 시작된 쉴 틈 없는 전투가 이어진 시간은 무려 5시간.

끝내 우리는 4기사와 ‘두 번째 재앙’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허억... 허어억!”

“후우우.”

“하아, 하아아...”

들려오는 소음이라고는 거친 숨소리뿐이다.

불리하진 않은 전투였으나, ‘무한’을 상대로 한 전쟁은 길고 또한 쉼이 없었기에, 이 흑색 마탑 일대의 모두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직 ‘메시지’가 도출되지 않았기에 우리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사도... 여......

반으로 갈라진 백골과 기괴하게 자신의 형상을 잃지 않은 그림자가 뒤엉킨 재앙의 무덤에서 ‘역시’ 죽음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사신의 목소리가 돌아왔고,

동시에...!

현장의 그 누구도, 감히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는 들려오는 것이었다.

“시끄럽군.”

그 목소리는 짙은 한기가 느껴질 만큼 냉랭했다.

자연히 떠오르는 얼굴은 무표정.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어조의 주인.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다름 아닌......

“짐을 대신해 대량의 ‘빛’을 소화하느라 고생했다. 레골루스.”

쩍하고 반으로 갈라진, 재앙의 그림자였다.

-꿀럭!

-사... 사도여?!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재앙과 같이,

영체를 가진 ‘재앙’의 본체라 할 수 있는 그림자를 찢고 무척이나 짙은 어둠으로부터 태연히 걸어 나오는 존재.

그가 바로 프리드리히 파울라스.

다름 아닌 ‘불사왕’이었다.

길고 긴 계략의 실체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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