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50화.
세계가 황혼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아침 해가 떠오르던 것이, 재앙의 현현이 고작 30시간 남아있던 시점이었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란 고작 20시간도 채 남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재앙, 레골루스는 사실 그리 강대한 적수가 아니다.
도리어 레골루스라는 ‘사신’이 소환하고 사역하는 ‘4기사’와 그 사신의 가장 충실한 종. ‘불사왕’이야 말로 재앙의 진정한 공포라고 볼 수 있지.
4기사와 함께하는 불사왕은 강했다.
물론이다. 그의 전방을 방어해줄 전위가 없던 시기에조차 ‘놈’은 전격 방출계 헌터의 정점이었던 나와 그야말로 호각을 다투었었으니까.
허나, 아카식 레코드의 유적에서 마주한 그 특별한 만남은... 그리고 ‘태고의 흡혈귀’와 ‘12혈족’을 쓰러뜨리며 이루어낸 나의 성장은 그러한 과거가 무색해질 정도의 격차를 만들어냈다.
때는 황혼의 시간이었다.
서쪽을 등진 불사왕의 그림자가 동쪽을 등진 우리 군단을 반으로 쪼개는 그런 시간.
홀로 서서 바람에 푸른 로브를 흩날리던 불사왕은 고요히 말했다.
“숱한 영웅들을 양 날개로 달고 끝내 이곳까지 도달했구나.”
놈이 훑어보는 세계는 말 그대로 나의 힘이 되어주는 군대다.
당장 스무 발자국 거리에서 놈을 응시하고 있는 나부터, 놈의 시야가 닿는 곳이라면 그곳이 하늘이건, 땅이건 전부가 나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이 전장으로 뛰어든 동료들이 있다.
“하물며 전생에는 이미 죽어 존재하지도 않아야 했을... 그대의 손에 운명이 뒤바뀐 자들 또한 있구나.”
그런 말을 내뱉으며 불사왕의 눈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나의 옆에 서 있던 검제였다.
귀신을 베는 귀신의 검을 가진 자.
검귀, 요시히사 켄신.
아마 불사왕은 보고 있을 것이다.
그의 검에서... 그 어떤 사념도, 혼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린 사령술사, 주느비에브의 흔적을.
주느비에브는 너무도 쉽게 내 손에 ‘빙의체’를 잃었다.
아주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 텅 빈 육신에 들어있던 것은 분명한 놈의 ‘혼’.
녀석은 예상치 못했으리라.
수신의 사도가 된 것 자체가 처음이었던 내가, 회귀 후, 고작 2년보다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을 살아온 내가 ‘혼’ 자체에 간섭하는 권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쉽게 자신의 ‘완전’을 확신했고, 너무도 쉽게 내가 내어준 정보를 믿었다.
그렇게, 전생에는 살아있는 악몽이자 헌터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주느비에브 리샤흐는 정말 허망할 정도로 간단히 ‘죽음 군단’을 모두 잃었다.
잭, 퀸, 킹, 에이스 그리고 조커.
전 세계를 상대로도 흠집하나 가지 않던 무적의 그 ‘죽음 군단’을 우린, 전투 시작 단 7시간 만에 말 그대로 절멸시켜 버렸다.
그것은 완승이라 칭해도 모자랄 정도와 압도적인 승리.
이에 불사왕은 다시 입을 열었다.
“짐의 심복 또한 그대의 ‘하루’를 빼앗지는 못했던 게냐.”
“내가 네놈의 군단과 얼마나 많은 전투를 벌여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오히려 한나절이 오래 걸렸던 거지.”
놈도 전생을 기억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서도 몇 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무패의 신화를 쌓아 올렸던 것이 바로 ‘죽음 군단’이었다.
그런 ‘군단’을 그 핵심인 주느비에브부터 순식간에 뒤엎어버렸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겠지.
허나, 이러한 경이에 대한 불사왕의 답은 역시나라고 하면 역시나라고 해야 할지.
“그런가...”
무척 담담했다.
‘기적’에 가까운 변화를 그리고 그 ‘경이’로움을 몸소 증명한 군대를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그런 것은 별것 아니란 듯이.. 마치 이른 아침 신문을 읽는 것처럼 태평한 그런 얼굴이었다.
“역시... 그게 네놈이지. 불사왕.”
이에 나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말을 씹어 뱉었다.
“부하의 죽음에도, 군단의 절멸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한 반응...... 정말, 구역질이 난다고!”
-콰지이이익!
전격은 정말 ‘찰나’의 순간에 솟아오르고, 압축되어 얇고 기다란 형태로 빚어낸 ‘전격의 칼날’은 무시무시한 ‘예기(銳氣)’를 발산한다.
동시에 칼날은 공간 그 자체를 베어 가르듯 나아가 놈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물며 그 전격에는 푸르른 신력이 흐르고 있었고, 그 거대한 신력은 필시 죽음을 부정하고 무덤에서 일어난 저 불사왕의 육신을 증발시켜야 함이 마땅했다.
허나,
-터업!
불사왕은 내가 찰나의 ‘틈’에서 휘두른 그 칼날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잡았다.
막지도, 피하지도 않고 에너지 덩어리인 칼날을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역시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놈은 입을 비틀어 여는 것이었다.
“재앙을 넘는 힘의 경지에 도달했더냐.”
놈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래. 그리고...”
다만, 이번에는 나 역시 여유가 있었다.
“역겨운 네놈을 새카만 잿더미로 만들 경지에도 도달했다.”
나는 그리 말하며 팔을 높이 들어 올렸고 곧 나의 신호에 맞춰 동쪽을 가득 채운 군대는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거대한 사신의 낫, ‘데스사이드’를 뽑아 든 불사왕은 나와 같이 팔을 쭉 뻗는다.
직후, 아무것도 없던 서쪽의 땅 ‘프랑스’의 모든 대지가 요동쳤다.
세계가, 점멸한다.
***
그것은 직접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본 자가 아니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그런 광경이었다.
의외로 한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잘 없던 자. 헌터 협회의 부협회장이자 곧 협회장이 될 장본인. 백귀야행의 이초희는 두 눈을 부릅떴다.
처음에는 땅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의 총리’라 불리던 남자이자 이 세계의 구세주라고도 까지 불렸던 자. 프리드리히 파울라스의 손짓 한 번에 ‘서쪽’의 모든 것이 움직였기 때문에...!
흑마법이 깊게 스민 프랑스의 대지는 이미 그 자체로 흉측한 생명을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꿈틀대고 요동치다 이내 솟아올랐다.
-푸르르르륵!
직후, 마치 하나의 ‘산’처럼 우뚝 선 대지는 새카만 마력의 폭풍을 일으키며 형태를 갖춘다.
그것은 흑골.
모든 스켈레톤들의 최종 형태라 불리던 검은 뼈의 스켈레톤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특이한 그게 아니었다.
무려 S급 헌터 백귀야행 이초희의 두 눈을 떡 벌어지게 만든 괴현상은...
그 검은 스켈레톤의 크기가 마치 서울 한복판에서 소환되었던 그 ‘악마’를 떠올리게 할 만큼 거대했다는 것도 아니었다.
하물며 그 거대한 흑골의 마수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산의 개수만큼이 많았다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정말로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인 이초희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 괴현상은 바로...
-Gaaaaaaaaaaaaaaaaaaaaaa!
-Gaaaaaaaaaaaa!
-GAAAAAAAAAAAAAAAA!
그 50M에 달하는 거대 흑골들도 애들 장난으로 여기게 할 만큼 거대한... 거인들의 등장이었다.
“이 시대에... 키메라 티탄이?”
이건우의 의문 섞인 짧은 중얼거림을 엿듣고서야 이초희는 눈앞에 나타난 거인들보다 더 거대한 괴물들이 불사왕의 자랑이자 주먹이었던 ‘스카이 타이탄’을 흉내 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인 만큼, 물론 실제 ‘타이탄’의 시체에서 사역해낸 그 ‘스카이 타이탄’의 아성에는 감히 견줄 수 없겠지만...
그 수가 셋도, 다섯도 아닌 열 개체나 된다면 이야기는 변한다.
조금 전까지는 세계의 그 어느 것을 적으로 돌려도 모자람이 없어 보이던 한국군이 삽시간에 인간을 마주한 개미처럼 초라해지는 것이었다.
헌데, 경악스러운 것은 아직도 더 남았다.
-히이이잉!
-하아! 어찌 하찮은 인간이 이 여왕에게!
-쿠애애애애액!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캬캬캬캬캬캭!”
손짓 한 번에 일어선 거인들의 발치에서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후두둑 고개를 들이미는 것들.
그것은 이건우가 비유하길 잭, 퀸, 킹, 에이스 그리고 조커로 명명하던 다섯 개의 ‘죽음 군단’이 분명했다.
단순히 전장을 거니는 것으로 ‘절망’을 불러일으키는 자. ‘불사왕’은 일순간에 지난 7시간 동안의 모든 전투를 완전히 리셋시켜 버렸다.
그저 손을 한번 들어 올린다는 그 간단한 행동 한 번으로 말이다.
“하!”
도무지 말이 나오질 않는 광경이었다. 허나,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다름 아닌 이건우가 이 모든 일들을 진즉에 예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꼭 기억하세요. 그렇게 무너뜨린 모든 군단은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적들과 함께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그것도, 두 번째 재앙의 잉태가 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던 그 밤. 전쟁에 직접 뛰어들기도 전부터 이미 말이다...!
-그래도 당황하실 거 없습니다. 이 작전은 거기까지 모두 계산된 작전이니까요.
낙관도, 오만도 아닌, 그저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이건우 미소.
그 얼굴을 기억하기에 이초희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외칠 수 있었다.
“협회의 요원들은 준비해! 이제, ‘진짜’가 시작된다!”
***
전생, ‘죽음 군단’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군했다.
그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단순히 타국의 침략군이 쓸고 간 자리 이상으로 절망적이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인간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구분 없이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게걸스러운 군단은 파괴하고, 파괴하고 모든 것을 분쇄하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허나, 전생에 그런 ‘죽음 군단’을 최초로 막아낸 자가 누구인 줄 아는가.
극명한 상성을 가진 바티칸의 성전사?
혹은 대군 전투에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스트라우스’의 마법사들?
아니, 당시의 그들은 이미 불사왕이 작성해둔 ‘숙청 명단’... 다시 말해 ‘세계 랭킹’에 드는 헌터들이 절반 이상 암살당한 상태였기에 자국에 밀려드는 군단을 막아내는 게 한계였다.
그렇다면 누구였을까.
누가 그 무적의 군단에게 최초로 패배라는 것을 알려주었단 말인가.
뭐, 굳이 멀리 돌아갈 것도 없다.
그건 다름 아닌 뛰어난 지휘관 이준학 준장을 필두로 했던 우리 ‘대항군’이었으니까.
“광신도들에게 국가를 빼앗기고, 흡혈귀들에게 존엄을 빼앗긴 끔찍한 빈곤과 가난의 생이 있었다. 허나! 그런 생에서조차, 나는 네놈의 군단을 막아냈었단 말이다...!”
-콰지지지지지지직!
나는 그런 외침을 크게 터트리며 날아오른다.
거대한 번개의 굉음에 소리는 흩어져 다른 이들은 제대로 듣지 못하겠지만, 오직 불사왕 만큼은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나는 그런 놈을 향해 고했다.
“그랬던 내가, 아니 우리가! 모든 것을 손에 쥔 이번 생에... 네놈을 이길 수 없으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불사왕!”
그 어떤 마경이 눈 앞에 펼쳐지더라도 승리는 내 손에 있음을.
전생은, 터무니없을 만큼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던 생이었다.
허나, 수없이 많은 패퇴를 거듭하면서도 우린 깨달았고.
그 결실의 정수는 이미 가장 먼저 용감한 외침을 터트린 ‘이초희’를 비롯한 다른 모든 이들에게 알려두었다.
잭, 퀸, 킹, 에이스, 조커에 관해 모든 것을 파악했다는 건, 다시 말해 이 전쟁 자체가 그저 적재적소의 상황에 알맞은 인원을 배치하면 그만인 ‘OX게임’이 되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곳이 어디라도 가득 채워버린 저 흑골의 마수들과 흉측하게 기워 붙여진 거인들이라는 ‘변수’마저도 나는 대응한다.
불사왕은 내가 직접 저 거인들을 막아서길 바랐겠지만, 내가 취하는 행동은 그 반대였다.
-치지지직!
하늘 높게 떠올랐던 내가 타오르는 낙뢰와 함께 떨어져 내리는 그곳은 다름 아닌 불사왕의 눈앞.
“또 어딜 도망가려고. 개자식아!”
“...짐이 알고 있던 그대는 필시, 저 종복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는 자였을 텐데?”
그 불사왕 조차도 설마, 일백에 달하는 거대 스켈레톤들과 그 수가 두 자릿수에 달한 키메라 티탄들을 눈앞에 두고서 내가 자신에게 달려들 줄은 몰랐던 것인지, 처음으로 미간을 좁히며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불사왕을 향해 피식, 조소를 터트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 그리고 나는 지금도, 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준 이들을 버린 게 아니라고.”
“가증스러운 위선이군. 짐의 직속 군단이 저 개미 같은 것들을 짓밟지 못하리라 여긴다는 게냐. 그대가 아니면 아니 된다. 이 전장은 애당초 그리 설계된 전장이란 말이다!”
자신의 예상을 완벽하게 벗어난 나를 향해 놈은 눈에 띄게 인상을 찌푸리며 이내 언성마저 높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 생각대로 흘러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저 오만.
“설계라고...?”
나는 칼을 내뻗어 놈의 주둥이를 찢으려 들었고, 놈은 데스사이드를 휘두르며 나의 검을 쳐낸다.
-촤악!
-휘이익!
문답무용으로 내질러진 무구의 섬광이 놈을 덮친다.
동시에 ‘데스사이드’에서는 짙은 녹색의 부패가 쏟아져나와 그것을 막아내나 어림도 없다.
-콰직!
나는 번개를 타고 놈의 등 뒤를 파고들어 혈검, 본디오 빌라도를 뽑아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림없는 소리 마라. 불사왕...!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설계해온 건, 네가 아니라 나다!”
붉음이 넘실거린다.
지독한 혈공은 파지직거리는 낙뢰와 조화를 이루고, 내가 내지른 ‘적광의 벼락 검’은 놈의 데스사이드가 방어해내지 못하는 약점, 옆구리를 정확히 파고드는 것이었다.
-콰이이이이이이익!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핏빛의 번개가 놈의 육신을 붕괴시켰다.
그와 동시에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약 200m. 데스나이트 하나의 육체가 어지럽게 뒤틀리더니 이내 모습이 휙, 변한다.
“크, 아... 아악?! 아아아아아악!”
데스나이트와 어울리지 않는 격통에 찬 비명. 다만 그 비명이 잦아들고 보이는 얼굴은 다름 아닌... ‘자신의 종’이 존재하는 한 결코, 죽지 않는 자. 불사왕이었다.
이윽고, 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강인해진 나를 놀란 얼굴로 응시하고 있던 불사왕에게, 나는 말했다.
“똑똑히 봐라. 불사왕. 내가 오랜 시간을 거쳐 설계해낸 '지금'을!”
당혹감과 자신감이 교차한다.
-터엉! 터엉!
-GAAAAAAAAAAAA!
그 발걸음이 마치 포탄의 폭발을 연상하게 할 만큼 거대한 거인들의 뜀박질이 나와 놈을 스치고 지나간다.
허나, 너무도 쉽게 지진을 일으키는 괴수들의 접근에도 반응하는 한국군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항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얼굴을 제대로 올려다보기도 힘들 만큼 불사왕의 ‘직속 군단’은 거대하고 또한 강대했으니까.
그렇다면, 나의 확신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그런 의문을 품는 불사왕의 미간에 큼지막한 주름이 잡히던 바로 그 순간.
빛은,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내리었다.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성 미카엘 대천사는 성녀, ‘앤젤라 엘런’의 기도에 화답합니다.
*미카엘은 성역 ‘에덴’을 선포합니다!
*진행률 : (100%/100%)
ㅡㅡㅡㅡㅡㅡㅡㅡ
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성역 선포’.
숭고한 자들을 치유하고, 부정한 것을 몰아내는 빛은 이 전장 전역에 내린다.
“뭣?!”
성역의 발현이라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규모의 기적.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필시 불사왕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허나, 눈앞의 불사왕은 역시나 아예 눈치채지 못했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고...
“놀랐겠지. 그렇지? 근데, 이번에는 이게 끝이 아니란 말이지.”
나는 그런 놈에게 건조한 비웃음을 툭, 터트리며 곧바로 번개를 뻗어올렸다.
-콰이이이이익!
높게 치솟는 번개는 이미 저문 태양을 대신해 이 평야를 밝혀주고 있던 달빛을 가른다.
그러자 텅 비어있던 것 같았던 하늘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는 거대한 군함...!
그런데 이번에는 이전에도 활약을 보여주었던 ‘황해’의 비공정과 ‘중동 연합’의 비공정 이외에도 수많은 무언가가 하늘에서 이 대지를 향해 고도를 낮추며 내려오고 있었다.
“전생, 흑태자가 암살을 당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지. 혹시 모를 네놈의 군단에 대항하고자... 하늘을 지배할 ‘익룡 부대’ 데메테르를 양성하고 있던 것.”
-꽤애애애액!
귀를 찢는 높은 괴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는 흑태자의 비밀 부대. 익룡의 ‘데메테르’.
“그리고 미국의 ‘스트라우스’ 역시 네놈에게 수상함 낌새를 느끼고 비장의 수를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다.”
마찬가지로 ‘스트라우스’ 일가의 비수.
빗자루를 타고 허공을 유영하는 마법 부대. ‘위치스’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생에는 저 모든 공중부대가 불사왕이 사역해버린 ‘본 드래곤’ 하나에 괴멸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그 ‘본 드래곤’이 없잖아?”
이윽고 창공을 가르는 공군들은 일말의 주저 없이 날아오르는 키메라 드래곤을 향해 엄청난 마법과 포격을 가했다.
마치 너무도 오랜 시간 동안 그림자 속에서 지내야 했던 자신의 설움을 달래겠다는 듯이 형형색색의 마력 폭발이 마치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기이이이이이이잉!
-휘유우우우웅!
그러자 역시나 흑마법을 통해 억지로 기워 붙여진 날개는 삽시간에 으스러졌고, 키메라는, ‘드래곤’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단숨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오랜 전쟁을 반복하던 전생처럼, 저 키메라 드래곤이 무려 여섯 마리나 된다면 모른다.
혹은, 불사왕의 세 번째 비수인 ‘본 드래곤’이 존재했었다면 또 모른다.
허나, 고작 한 마디의 키메라 드래곤은 결코 저들을 이길 수가 없다.
이윽고,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불사왕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이 아무리 천상의 거신병들과 거대한 스켈레톤을 무한히 부활시키더라도 소용없다.”
하늘과 땅. 모든 것을 지배했던 불사왕에게 하늘을 빼앗았다.
아주 오랜 시간 준비와 행동, 설계와 실행을 반복해 이룩해낸 ‘변화’.
“이번 생의 하늘은, 우리의 것이니까!”
그 ‘변화’는 그 절대적이며 전능했던 ‘불사왕’을 왕좌에서 끌어내릴 가장 힘찬 ‘원동력’이 되었다.
프랑스, 그리고 재앙과 불사왕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