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49화 (149/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49화.

‘네크로맨서’라는 죽음에 관한 헌터 직업은 세계 헌터 역사상 그리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그들은 적게는 열, 많게는 백의 군세를 홀로 거느리며 언제나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보다 훨씬 더 흉악하게 생긴 ‘언데드’로 전장을 승리로 이끌었다.

다만, 그들이 다루는 흑마법과 폭력적인 스킬들은 기이할 정도로 같은 ‘인간’을 재료로 삼을 때 더 강대한 힘을 발휘하였고...

결국, 인간의 목숨을 너무도 가볍게 다루기 시작하는 그들을 인류는 ‘적’으로 규정했다.

‘네크로맨서’의 토벌법은 역사상 언제나 같았다.

그들은 특정한 계열 하나로 자신의 ‘언데드’들을 강화해간다.

마법 계열은 스켈레톤 메이지,

전투 계열은 구울 워리어,

부패 계열은 언제 ‘자폭’을 일으킬지 모르는 언데드를 소환하는 식이었다.

허나, 특정한 ‘술사 하나’가 다룰 수 있는 언데드에도 유독 두드러지는 점이 존재한다는 건, 동시에 그들을 격파할 공략법 역시 존재한다는 말과 같았다.

하수인들을 아무리 강화해도, 스스로는 강해질 수 없는 것이 ‘네크로맨서’였다.

설사 스스로가 강해지더라도 그만큼 하수인들의 빈틈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네크로맨서’였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파울라스는 그 모든 상식을 뒤엎은 세상에 유일무이한 죽음 수확자였고... 끝내, ‘불사왕’이 되었다.

‘불사왕의 군대에는 총 다섯 개의 군단이 존재합니다.’

일본으로 떠나가기 전, 이건우는 말했다.

‘기병, 마법병, 거신병, 키메라, 사령. 이렇게 다섯 군단은 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일인 군단. 주느비에브의 통솔 아래 완벽한 상태죠.’

모든 네크로맨서들의 단점을 스스로 보완하고 또한 그 이상의 도달한 자. ‘불사왕’과의 전쟁을 위해서는 필시 꼭 필요한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주느비에브의 침투력과 정보력은 암행과 이준학 준장, 그 이상입니다. 아무렴, 흑색 마탑에서 거듭한 연구의 결실이 모두 그 손에 쥐어졌는데 오죽하겠습니까.’

이 세계엔 아직 존재할 수가 없는 비술.

자신의 혼을 찢는 ‘빙의술’.

이를 통해 전장을, 국가를, 은밀하게 암약하던 세간의 비밀을 모두 자신의 것인 양, 손에 쥐고 흔드는 사령술사의 존재.

이건우는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한국군의 통수권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도, 전장의 한복판에서도 결코, 발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 중국 역시 그 ‘빙의체’에게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하여 사령술사 ‘주느비에브’의 정보를 이건우가 털어놓은 것은 ‘재앙의 두 번째 잉태’가 공표되었던 그 날 밤.

아직 뇌제가 일본에서 요양하고 있었기에 본국으로 귀국하지 않은 한국군뿐.

그렇게, 또다시 ‘헤븐즈 게이트’를 통해 전장에 도달한 병사는 역시나 한국의 헌터군 뿐이었던 것이다.

-다다다다다!

압도적인 굉음을 내지르며 날아드는 헬기들.

비록 수많은 ‘흡혈종’과 전투를 벌이느라 이곳저곳에 상한 모습이 역력했으나, 아무리 만전을 기하지 않은 군대라 할지라도...

-드드드드!

-치익! 7여단 전원 현장 투입 완료.

-1군단 빠르게 바리케이드 설치.

-5군단 마공학 설비를 최종 점검해라!

-여기는 757, 정찰 완료. 남부에서부터 큰 움직임 포착.

-여기는 홍진웅 중위. 번개 중대, 스텐바이.

한 국가에 3할을 차지하는 군사가 일순간에 적지 한복판에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바뀐다.

‘헤븐즈 게이트’는 그 규모만큼이나 파급력도 어마어마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드넓은 헤븐즈 게이트를 가득 채울 만큼의 병사들이 밀어닥치는 상황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조차 아직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한 대군을 두고 온 ‘선발대’였다는 것이다.

“사람 한번 지랄 맞게 굴리내...”

현재로서는 홀로, 등장한 대군의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작은 체구의 검사. 철혈검희 이서영은 괜히 토라진 소리를 한번 내보았다.

벌써 하늘에는 헬기가 땅에는 전차가 넘쳐난다.

일순간에 적진에 군단을 구축해버리는 이 ‘기적’은 말 그대로 ‘기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니... 지랄 맞은 건, 건우가 아니지.”

이윽고 고개를 휙하고 돌린 이서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이미 수많은 인기척을 느끼고 몰려들기 시작한 언데드들의 헤일이었다.

지성도, 감정도 남지 않은 말라비틀어진 껍데기.

저 언데드들은 어쩌면 ‘흡혈종’이 부리던 그 핏덩이들보다 잔혹하다.

언데드가 되어버린 인간은 끊임없는 갈증과 허기에 미친 상태로 오직 ‘산 것’을 먹어치우기 위해서만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고작 열흘 만에, 재앙이 또 잉태하다니...”

이미 기적을 통해 유럽 땅을 밟고 서 있음에도, 이서영은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직접 검을 겨뤄보기까지 했던 불사왕.

직접 전장에서 보았던 ‘그자’는 정말이지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나 많은 인간을 몰살시키면서, 악행이란 악행은 다 범하면서, 뭘 잘했다고 그렇게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인지...

“지랄 맞은 새끼.”

하여간, 절대자라느니 초월급이라느니 하는 미사여구가 붙은 헌터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이서영은 그런 생각을 홀로 되뇌며 거칠게 욕지거리를 뱉었고, 그런 그녀의 눈에는 저 하늘 위에서 번뜩이는 푸른 번개가 보였다.

“물론, 너도.”

그녀가 말하는 ‘너’란 당연히 뇌제, 이건우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건우마저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까닭은 다름 아닌, 그가 남긴 ‘말’에 있었다.

이서영은 얌전히 재앙의 잉태가 공표된 그 밤을 기다려 이미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던 ‘스트라우스’, ‘흑태자’의 귀환을 기다리자고 주장했으나, 이에 이건우는 단호하게 말했던 것이다.

‘불사왕의 군단은 완벽하고 정보는 완전하지만, 틈은 있습니다.’

자신이 ‘빙의’를 통해 획득한 정보라면 무엇하나 주저 없이 믿어버리는 주느비에브의 방식.

그 성급함이야말로 오직 ‘한국군’만으로 모든 ‘죽음 군단’을 몰아낼 돌파구라고 그는 확신했다.

이윽고,

-콰직! 콰지지지지직!

하늘을 가르던 757헬기부대의 ‘검은 헬기’가 좌우로 흔들릴 만큼, 허공에서 거칠게 치솟아 오르는 낙뢰가 굉음을 뿜는다.

제어하기 힘들기로는 혈마력과 거의 동급이라는 ‘전격의 마력’.

허나, 저 하늘 위의 존재는 뇌제이기에 거대하고 넓게 비산하고 사라질 것만 같던 그 번개를 그는 일순간에 넓은 직사각형의 빛으로 빚어내었다.

마침내 저 멀리에서부터 서로가 서로를 짓밟으면서까지 미친 듯이 내달리던 ‘언데드의 헤일’이 이곳에 닿으려 하면,

“흡!”

이건우는 큰 기합과 함께 자신이 형성해낸 압도적인 크기의 ‘전격 지대’를 그대로 전방을 향해 쏘아버렸다.

-콰아아아아악!

-쿠우우욱!?

-쾌애애애액!

그러자 지평선을 모두 가릴 정도로 몰려들던 언데드는 말 그대로 잿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다만, 수많은 언데드들이 내뿜는 단말마의 속에서도 묵직한 투레질 소리는 울려 퍼지니...

-히이이잉!

그건, 그 많은 언데드가 모두 눈속임에 불과했다는 듯 ‘전격 지대’를 통과해 달려오는 한 기병대였다.

“그러니까 저게, 우리 몫이라는 거죠? 부협회장님”

“믿긴 힘들지만, 그런가 봐.”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네요.”

“하지만... 벨 수 있다.”

정면의 기병대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태연하게 측면으로 진군하는 한국군.

다만, 딱 네 사람.

철혈검희 이서영과 대한민국의 세 S급 헌터.

백귀야행 이초희, 검은 산군 조성우, 천검일로 정진권은 가만히 서서 그 ‘죽음 기사단’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래. 그 애는 재앙을 몰아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게 뭐니.”

“애당초 건우는 적재적소에 인원을 분배하는 게 특기니까요.”

-스릉!

뽑히는 두 자루의 보검.

그리고 백 마리의 요괴와 공간의 일그러짐은 이제막 ‘불사왕의 검’이라 불리는 에이스. ‘죽음 기사단’과 한국의 4대 헌터의 충돌을 점지하고 있었다.

***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생물체와도 같이 움직이는 ‘죽음 군단’.

그중 단연 으뜸의 ‘기동력’과 무식한 ‘전투력’으로 무장한 군단이 바로 지금 네 사람의 정예 헌터와 전투를 시작한 ‘죽음 기사단’이었다.

칭해지길 에이스.

트럼프 카드의 잭, 퀸, 킹, 조커 그리고 에이스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에이스의 군단이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전생에는 그 투레질 소리만 들어도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헌터가 존재했을 만큼, 그 무시무시한 힘과 파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단, 저들의 약점은 불사왕에게 부여받은 마력의 절반을 ‘기사’가 아닌 ‘군마’가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군마와 기사가 사실상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기병대.

데스나이트 로드의 지휘를 따르는 사실상 반인반수의 최고위 언데드.

전투 계열로 하수인들을 발전시키는 네크로맨서의 최종 형태.

그게 저 ‘죽음 기사단’의 정체였다.

정체가 파악되었다는 건 당연히 파훼법이 파악되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전면전을 피하세요. 백 마리의 요괴와 공간을 비트는 힘은 그저 적들이 우리 군대에 닿는 것만 막는 것에 집중하면 됩니다.’

나는 말해주었다.

그 괴물과 정말 몇 번이고 맞닥뜨리며 우리 ‘대항군’이 비로소 찾아낸 빌어먹을 그들의 약점을 말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두 검사의 역할입니다. 강철보다 어쩌면 마력으로 강도를 끄집어올린 합금 마강철보다 더 단단할지 모를 군마의 발목을... 두 검사분들께서는 책임지고 갈라내야 합니다.’

사실상 두 사람에게 맡겨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흔두 개체의 데스나이트.

검을 치켜든 저 두 사람은 고작 둘이서 저 모든 ‘죽음 기사단’의 다리를 끊는 대업을 달성해야만 했다.

허나, 내가 아는한 저 두 검사라면, 그리고 저 두 헌터의 서포트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죽음 군단’과 몇십 번의 패전을 거듭한 나와 이준학 준장은 결국 알게 되었다.

‘불사왕’이 모든 ‘네크로맨서’들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말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였다는 걸.

‘놈은 극복한 게 아니었다.’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언데드가, 수많은 마탑의 연구 끝에 도달해낸 유기적 연결성이 그 약점들을 가리고 있었을 뿐.

본래 전생이었다면, 이렇게 ‘죽음 기사단’이 접전일 벌이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그것’들이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나니..!

-Gaaaaaaaaaaaaaaaaa!

산 너머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포효가 진군하는 이쪽의 몸을 굳히게 만든다.

그 정도의 경이, 그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생물의 종은 하나뿐이다.

우린 전생, 저걸 그렇게 불렀다.

‘드래곤 피어.’

다만, 산 너머의 하늘로 거대한 날개를 뻗으며 나타난 생물체는 다소 기괴했다.

앞다리, 머리, 날개, 몸통.

무엇하나 통일된 감각이 없는 해괴망측하게 기워 붙여진 존재.

바로, 흑색 마탑의 어둠이 만들어낸 부패마법의 결실이자 상대를 부패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부패를 막아낸다는 응용법에서 탄생한 괴물 중의 괴물.

키메라 드래곤.

‘죽음 군단의 몸통이자 ‘킹’이라는 단어를 몸소 증명하는 괴물이 바로 저 키메라 드래곤이었지”

모든 괴수의 정점에 위치하는 용족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내어 탄생시킨 흉측함의 결실.

또한, 그 키메라 드래곤을 만들다 탄생한 잔해들, 인간과 야수, 인간과 몬스터가 뒤엉킨 듯한 괴물들이 그 거대한 그림자를 따라 달려온다.

전생에도 무식한 화력전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여겨지던 군단. 킹.

허나, ‘잉태 중인 재앙’을 보호하고자 그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군단을 그대로 내보낸 것은 놈들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멈추지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피어에 당해서 몸이 굳은 인원은 피를 내서라도 움직여! 눈앞에 뭐가 나타나건 의심하지 마라! 우리에겐, 우리의 등 뒤에는 뇌제가 있다!

그때 이어잭을 통해 들려오는 홍진웅의 고함.

아마 ‘드래곤 피어’에 몸이 굳은 인원들을 정신 차리게 하고자 목소리를 높인 모양이었다.

허나, 실제로 내가 대동한 한국군이 상대해줘야 할 적은 따로 있기에...

-파직! 파지지지직!

나는 다시 한번 양손이 꽉 차고 넘칠 만큼의 번개를 틀어쥐고는 한 번 더 힘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거대한 창의 형태를 취하는 번개.

다만, 이번에는 그저 형태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네놈들을 얼마나 많이 상대해보았는지 모른단 말이냐...!”

나는 혈창, ‘롱기누스’를 쥔 손에 힘을 꽉 주며 붉디붉은 혈공마저 끌어올린다.

이내 번개와 뒤엉킬 수 없으리라고만 여겨지던 혈속성의 롱기누스가 안정된 ‘구’의 형태를 갖춘 번개를 끝도 없이 머금으면...

“네놈들의 ‘완전’은 이미 틀어졌고, 네놈들이 바라마지 않던 ‘영원’ 또한 먼지조차 남기지 않도록 완벽하게 짓밟아주겠다.”

나는 거대하고 또한 찬란한 ‘붉은 낙뢰의 창’을 ‘키메라 드래곤’의 머리로 내던지며 외쳤다.

“듣고 있겠지!? 불사왕!”

-콰지이이이이이이이익!

외침과 함께 붉은 벼락은 창공을 찢고, 시간을 거슬러온 나의 창은 드디어 놈들의 첫 번째 비수. ‘키메라 드래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이윽고 하늘에 붉음을 아로새긴 그 일격은, 혼을 실어 내지른... 그 단 한 번의 투창은...!

-쿠에에에에에에에에엑!

보란 듯이 거대한 키메라 드래곤의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이번 생은, 전생과는 많이... 다를 테니!”

***

이건우가 어째서 여느 네크로맨서들과 ‘불사왕’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연계’를 꼽았는가.

상상해보면 쉽다.

모든 군단의 기반.

기사 ‘잭’에 해당하는 스켈레톤과 구울 그리고 그 모든 ‘언데드’를 어지럽게 기워 붙여 만들어진 듯한 ‘본 골렘’과 ‘고기 골렘’이 밀어닥친다.

아무리 강한 힘을 휘두르는 헌터라 할지라도, 방금 목이 잘린 시체가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그 끈질김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또한, 그 ‘잭’에 한눈이 팔려있으면 들이닥치는 ‘에이스’ 죽음 기사단.

그 무지막지한 돌파력을 간신히 약점을 간파해 막아내려 하면 또다시 무식한 양과 힘을 고루 갖춘 ‘킹’. 키메라 군단은 나타나는 것이었다.

하물며 전생에 완성된 ‘키메라 드래곤’은 이미 여섯 개체나 되었음으로...

흑룡, 아뮤르타스의 사체로부터 탄생한 ‘본 드래곤’과 그것들이 지배하는 창공은 누가 뭐래도 그들의 것이었다.

그래도 간신히, 정말 간신히 잭과 킹과 에이스의 무식한 물리력에 대행해냈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퀸’.

먼 과거 이계 왕국의 여왕이었다는 역사를 가진 고대의 유령, ‘에이션트 리치’가 이끄는 ‘퀸’의 군단이 나타나 대체 이 전장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군단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또한, 고위 마법종, 리치라는 이름의 걸맞게 하늘의 색을 뒤바꿀 정도의 폭격 또한 내린다.

이런 연계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전투가 한 시간, 30분도 아닌 3분에서 2분마다 번갈아 일어난다.

허나, 이마저도 전생의 지략가 ‘이준학’ 준장은 각종 정공법과 눈속임을 통해 간신히 돌파해냈으나, 소름 돋는 사실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각기 다른 인원 배치와 간신히 떨어뜨린 잭, 퀸, 킹, 에이스의 군단들.

뛰어난 지략가였던 이준학 준장의 머리에서 나온 ‘전장’은 분명 산 자에게 유리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고, 승리는 정말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지만...

캬캬캬캬캬캭!

희대의 사령술사이자 언제나 전황을 뒤엎는 ‘조커’. 주느비에브 리샤흐의 등장은 언제나 그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혼자이나 군단.

마치 불사왕과 같이 홀로 수천의 사령을 품고 다니는 그 사령술사는 전장에 형성된 평형을 으스러뜨리고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였다.

허나.

-재창하라... 불사의 주문을! 되돌리라 하찮은 병졸들을...!

이번 생은, 달랐다.

마력으로 만든 지하 공간에 숨어 무한히 전장의 언데드들을 되살려내던 ‘에이션트 리치와 퀸의 군단’.

어둠 속에 숨어 악행을 이어가던 그들의 앞에는 웬 검은 그림자의 무인이 당도했다.

“흥!”

지하에서부터 넘실거리는 ‘죽음 마력’마저 모두 하찮다는 듯 콧방귀를 내쉬는 노구.

허나, 오만방자한 자신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듯 그가 걷음을 내딛는 그 대지는 그대로 붕괴하였다.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이게 무, 무슨!

그의 한걸음에 예순이 넘는 리치들이 합작으로 만든 마력적 요새는 붕괴한다.

지하에 틀어박혀 있던 리치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갑작스레 하늘이 무너진 것과도 같은 광경.

그러나 그 무너져 내리는 하늘의 잔해 속,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무표정한 얼굴의 무인은 입을 열었다.

“밝게 빛나는 것에 한눈을 팔고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놓친 것.”

-뭐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아!

“그 썩은 귀를 열고 새겨듣거라. 네놈들이 패배한 그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니...!”

두 손을 움직여 형(形)을 갖추는 그 무인은, 다름 아닌 전 세계 랭킹 2위의 헌터. 마천신교의 주인, 천마였다.

동시에 그의 뒤를 따르는 오백의 그림자는 마치 검은 비처럼 ‘물리력’에 취약한 리치들에게 내린다.

-어떻게, 어떻게 우리의 위치르으을!

발목이 도륙 난 군마가 땅을 구르고, 전력이 반 토막 난 에이스, 데스나이트들의 앞에는 서슬 퍼런 칼날이,

‘키메라 드래곤’이라는 핵을 잃고 방황하던 킹, 키메라 군단에게는 시퍼런 벼락이,

언제나 전선의 중심을 지키던 잭, 죽음 군단의 앞에는 언데드 특유의 괴기스러운 재생력으로도 버틸 수 없는 총탄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수신의 성녀와 바티칸의 2대 성녀가 기도를 바쳐 신성력을 한껏 머금은 포탄과 총탄이 소용돌이친다.

이윽고 땅에 떨어진 키메라 드래곤의 입에서 더는 그 어떤 부패의 브레스가 나오게 되지 않게 되었을 무렵...

“이, 이게 무슨!”

이건우의 손에서 불타, ‘빙의체’를 잃었던 사령술사이자 일인군단... 주느비에브 리샤흐는 눈을 떴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늦게...”

주느비에브는 불사왕의 가장 가까운 심복이다.

고작 ‘빙의체’ 하나가 사라진 정도로 흔들릴 리가 없는 ‘혼’의 소유자. 흑색 마탑의 부마탑주란 말이다.

그런데 이게 대체 어찌 된 노릇이란 말인가.

홀로 ‘조커’라는 군단을 담당하는 ‘만능좌’인 자신이 이렇게 오랫동안 정신을 잃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주느비에브는 빠르게 정신을 집중해 모든 ‘빙의체’의 눈과 귀로 현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곧바로 보이는 광경은 쓰러진 키메라 드래곤과 잿가루가 되어버리는 키메라 군단의 전경이다.

또한 데스나이트 로드를 제외한 모든 데스나이트가 군마를 잃고 땅을 구르고 있었으며,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지하 깊숙이 숨겨두었던 ‘퀸’의 리치 부대는 이미 전멸한 상태였다.

더욱이, 군단의 몸통인 ‘잭’은 언데드라면 치를 떨 만큼 언데드전에 도가 튼 한국군에 의해 거의 몰살되기 직전인 상태...

-치직!

그때, 주느비에브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타오르는 고통이 있었다.

“..?!”

허나, ‘혼’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주느비에브에게 그런 물리적인 충격이 와닿을 리는 없어야 했거늘.

그제야, 주느비에브는 이건우의 손에 ‘빙의체’가 번개에 불타오르던 찰나, 자신의 ‘혼’이 어떠한 바다 밑바닥에 잠기는 감각을 느꼈었다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이런...! 이런! 설마 ‘혼’에 직접 타격을 줄 정도로 사도의 권능에 숙달했을 줄은!”

전후 상황을 자세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시대에 성녀나 성자도 아니고 주느비에브의 ‘혼’에 직접 간섭을 하다니.

이는 수신의 성녀 혹은 사도인 그들 이외에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기행임이 분명했다.

다만, 주느비에브는 알지 못했다.

신성 바티칸의 인간들 혹은 수신의 신력을 다루는 이들 외에도, 오직 ‘검’으로 살며 ‘검’으로 죽었던 어떤 인물은 혼과 사념체를 벨 수 있는 ‘귀신의 검’을 다루고 있음을.

“놈에게 전해 들었다. 타인의 혼을 불태워 사욕을 채우는 자여.”

아무런 전조도 없이 아비규환에 빠져 있던 주느비에브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너무 놀라 고개를 휙하고 돌리자, 그곳에는 전신을 새카맣게 물들인 웬 ‘검귀’가 홀로 서 있다.

“너, 너는?! 검...”

-샥! 샤샤샥! 샤샤샤샤샤샤샤샤샥!

검은 빛을,

검은 혼을,

검은 세계를 가른다.

한 검에 일백 번의 겸격을 담아 휘두른다는 ‘귀신의 검’.

그 검의 본래 주인.

“검제?!”

요시히사 켄신은 희대의 사령술사, 주느비에브 리샤흐를 그 짧은 단말마조차 남지 않도록 무참히 참(斬)했다.

이윽고, 진군에 진군을 반복하던 한국군은 불사왕이 유럽을 뒤엎기 위해 지난 몇 십년간 준비해 두었던 다섯 단군을 모두 몰살시키며...

단, 7시간 만에 프랑스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해가 진다.

하늘은 노을로 물들어 황혼의 빛을 발하고 사람의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명계의 시간.

지천을 뒤덮는 군대와 그 필두에 선 천마, 검제 그리고 뇌제.

그리고...

“왔느냐.”

단 한 남자.

푸른 마탑의 로브를 두르고 태연한 얼굴로 군단을 홀로 마주하는 남자, 프리드리히 파울라스는 서 있었다.

이제 곧 세계에 달할지 모를, 그 끝없이 많은 군대를 정면에 두고서 말이다.

“그래. 왔다. 빌어먹을 새끼야.”

두 번째.

이제는 서로 간의 전심전력을 다 할 불사왕과 뇌제의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그리고 재앙과 불사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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