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47화.
-콰지직!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광경을 아주 느릿하게 상영하는 것처럼 허공에서 뿌리내리는 갈래 번개가 막대한 빛을 발산하는 모습이 보인다.
곧, 너무도 빠르게 ‘날아온’ 나의 잔형이 소닉붐을 일으키며 막대한 굉음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텅 빈 도심은 붕괴하고 그 잔해가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 헤일처럼 밀어닥치지만...
“살려달라고 말이야.”
그런 후폭풍들을 뒤로한 나의 몸은 이미 사색이 된 얼굴의 다비드 호베흐와 사령술사 주느비에브 사이에 안착해 이미 검을 뽑아 든 뒤였다.
-서걱!
머리가,
전신에 극독을 품은 주느비에브의 머리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사과처럼 무심히 떨어지고 있다.
허나, 이 무채색으로 물든 세계, ‘틈’을 내달리던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주느비에브 리샤흐라는 희대의 사령술사가 ‘고작’ 목이 떨어진다고 해서 죽음에 달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캬...!”
느릿한 세계.
경각을 의미하는 흑백의 세계에서 썩은 사과처럼 툭하고 떨어진 주느비에브의 머리는 웃는다.
듣는 이를 광기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그 저열하고 역겨운 웃음소리를 또다시 터트리려고 한 것이다.
모든 산자의, 필생의 노력을 비웃던 불사왕과 같이 말이다.
“우습나.”
그렇기에 나는 입을 비틀어 열었다.
“내가 우습나.”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그 지긋지긋한 악연의 대상을 섬뜩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큰 경고의 메시지를 담아서 말이다.
-투, 욱.
이내 머리가 땅에 닿음과 동시에 남겨진 몸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주느비에브.
사체나 다름이 없어진 몸을, 저 광인은 무려 자신의 몸을... 고위 흑마법 ‘시체 폭발’의 재료로 사용한 것이다.
허나,
“내가 정녕, 너를 베지 못할 것 같아서?”
나는, 나에게 덤벼들던 검제의 형상을 떠올리며 호흡을 쪼갠다.
반 호흡에서 다시 반으로.
반의반 호흡이 폐를 비집고 들어가고 나오길 반복하던 순간...
검제류(劍帝流)-패(敗).
귀신검.
나의 검은 그 검은 검귀가 내지르던 찰나의 검광을 번뜩였다.
“52연격. 살(殺)!”
-샤샤샤샤샥!
“뭣...!”
시체 폭발에도, 언데드의 소환에도 그래도 어느 정도 제 형태를 갖추고 있는 시체는 필수 불가결한 재료다.
허나, 틈을 파고든 ‘50’연격과 총천연색의 세계에서 휘두른 두 번의 검격은 주느비에브의 육신과 머리를 송두리째 믹서기에 갈아버리듯 분쇄한 것이다.
-캬아아아아아아악!
분명 발성 기관이 통째로 으스러진 상태였음에도 주느비에브는 ‘혼’의 형태로 큰 비명을 터트리며 사라져갔고, 나는 해야 할 일을 서둘렀다.
“뇌, 뇌제...!”
그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시간 속에서 흑색 마탑의 수석 조교수, 다비드 호베흐는 나를 불렀다.
그의 눈동자에 동시다발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광경은 너무나 많다.
내가 날아들며 생겨난 소닉붐과 그 여파로 붕괴하는 건물 잔해의 헤일.
지금도 민간인들을 향해 밀어닥치는 지성이 없는 언데드들과 위험에 노출된 무고한 자들.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신음하며 제대로 된 구조 요청도 내뱉지 못하고 있는 유럽 연합군의 생존자들
그리고 이미 모습을 드러낸 저 지평선 너머의 죽음 군단...
급박한 상황은 이미 경각에 달했고,
민간인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군인을 포기하거나, 적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생사에 기로에 놓인 인간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던 것이다.
‘선택’이 필수 불가결한 순간이었다.
“제... 제가 미, 민간인들을!”
그 와중에도 두뇌 회전이 빠른 다비드 호헤브는 ‘역할 분담’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나는 내심 놀랐다.
‘틈’에서 충분한 사고를 거쳐 판단을 내리는 나와 달리 그는 정말로 수초만에 이 아비규환의 전장을 ‘이해’하고 당장 가능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허나, 나는 벌떡 일어서는 다비드 호베흐의 앞을 가로막으며 툭, 무심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정신 사나우니. 가만히 계세요.”
“예... 예?!”
내가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의문 섞인 목소리를 높이는 다비드.
그러나 실제로도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대답 없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파직!
작은 소음과 전혀 그렇지 않은 밝디밝은 광휘의 번개가 내가 선 전장에 내린다.
이윽고 내가 양손을 단전 앞으로 가지고 와 전격의 마력을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과거에 습득했던 전격 방출계 헌터가 습득할 수 있는 최고위 탐색 스킬, ‘천망(天網)’은 발현되는 것이었다.
지그시 감는 두 눈.
허나, 반격 5km의 넓은 일대의 모든 상황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지도처럼 아주 디테일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었다.
“흐읍!”
이내 모았던 두 손을 완전히 합장시키면, 나의 액티브 스킬, ‘전격 지대’가 거대한 구의 형태로 퍼져나간다.
천망으로 응시한 전황을 토대로 적과 아군 그리고 날아드는 건물의 잔해 따위를 완전히 구분 짓고 ‘전격 지대’를 넓게 퍼트려 그 모든 것들에 나의 힘, ‘제어력’이 통용되게 만들면 이미 끝이다.
“뇌, 뇌제?!”
다비드 호베흐는 돌연 자신의 육신을 파고드는 찌릿찌릿한 감각에 목소리를 높였다.
허나, 그의 우려 섞인 목소리와 달리 이미 전황은 나의 손에 쥐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쿠르릉!
‘재앙’과 ‘12혈족’을 쓰러뜨리며 70레벨에 도달한 나의 능력치.
인간을 초월하고, 각성자의 한계마저 넘어섰다는 그 ‘초월자’의 경지에 들어선 나는 그냥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마력 낭비가 심하던 두 스킬을 동시에 구연해낼 수 있게 되었고...
“전장을, 조율하겠다.”
불가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으로 바꿔낼 ‘힘’을 얻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직!
-치이이이이익!
일순, 세계가 빛에 둘러싸인다.
막대한 폭음과 눈을 멀게 할 만큼의 번쩍임이 폭풍처럼 밀어닥치길 수 초.
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고 이젠 20만 Wh에 근접한 ‘제어력’이 마치 인과를 비틀어내듯 격변시킨 세계를 응시했다.
“아아악! 어... 어어?”
“괴, 괴물이... 없어졌어?”
“건물이,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을 텐데?”
“허억, 허어억! 귀, 귀신들이 사라졌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민간인들.
“크흑... 여, 여긴...?”
전장 구석구석에 쓰러져 있던 군인들은 바리케이드 안쪽에 가지런히 뉘어져 있었으며...
“뇌, 뇌제... 이건 대체?”
유일하게 두 발로 서 있던 헌터, 다비드 호베흐는...
일순간에 그 ‘형체’도, ‘잔해’도 남기지 않고 말 그대로 증발하듯 사라진 ‘죽음 군단’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내게 의문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의문에 답해줄 생각도 없이 왼쪽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진 한 백발의 군인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폭풍의 헌터 킈세크.”
‘천망’으로 훑어본 결과, 그의 ‘비바람’이 없었다면 전황은 지금 이것보다 훨씬 더 최악의 상황에 치달았을 거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유부단하고 책임감 없지만, 그래도 필요한 순간이 되면 언제나 자신의 목숨을 턱, 하고 내놓을 줄 알던 노 헌터.
정말 답답하고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긴 했지만... 그대로 그는 전생에 휴거교에게 삼켜진 한국을 돕고자 나서준 몇 안 되는 헌터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역시...
-뇌제여... 아니, 이 망할 꼬마야! 후우. 부디 앞서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다오.
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헌터 중 한 사람이었다.
“당신의 가르침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생에 꼭 구하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였는데...
‘재앙의 연속 잉태’라는 있을 수 없는 괴현상이 그와 나를 갈라놓았다.
그래도 가만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은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아주 느릿하게 부릅뜬 그의 눈을 감겨주는 것으로 마음속에 깊게 자리한 안타까움을 갈무리하기로 했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재앙은 그 흉측한 육신을 현현시킬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고>
ㅡㅡㅡㅡㅡㅡㅡㅡ
*재앙이 잉태되었습니다!
*제6구역 ‘프랑스’의 각성자들은 재앙의 잉태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재앙의 현현까지 남은 시간: 30시간 35분.
ㅡㅡㅡㅡㅡㅡㅡㅡ
***
등장과 함께 전장의 흐름을 바꾸던 ‘폭풍의 헌터’와 달리. 뇌제는 아예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버렸다.
‘폭풍의 헌터’ 역시 세계 랭킹 100위에 드는 강자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뇌제’는 아예 ‘무한’이라고 까지 칭해지던 그 ‘죽음 군단’을 말 그대로 몰살시켜버린 것이다.
-콰지익!
거대한 번개를 쏘아 올림과 동시에 허공으로 사라진 이건우.
실제 움직임을 본다기보다는 그가 남긴 잔상을 응시하던 생존한 각성자들은 이내 수초 만에 입을 떡하고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지평선.
정말로 인간의 시야에 닿는 모든 지형을 가득 채우며 다시금 그 흉측한 몰골을 드러내던 ‘죽음 군단’의 후속 병력을 하늘로 날아오른 ‘뇌제’는 일순간에 모두 불태워버렸다.
그렇게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온 뇌제는 퍽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향후 행동 방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7할이 사라졌을지라도 저 죽음 군단을 막기 위해 동원된 각성자들은 3할 만으로도 1만을 훌쩍 넘기던 유럽 연합군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평형은 무슨 완벽히 패퇴하던 그 전쟁을, 뇌제는 홀로 막아버린 것이었다.
-꿀꺽.
마치 불사왕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와 같은 경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짙은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지금의 이건우에게는 느껴지다 못해 넘쳐 흐르고 있었다.
“전투 가능 인원과 비전투 인원을 구분. 유럽 연합군분들은 비상 지휘체계를 재구축하는 데 힘 써주세요. 여러분이 꼭 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전투에 앞서 당연한 점검 사항을 읊는 이건우. 허나, 그 말미에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라는 말이 나오자 각성자들의 얼굴에 일동 긴장이 서렸다.
뇌제 정도 되는 ‘초월’급 헌터의 부탁이다.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으며 사실 부탁이 아닌 명령이라 할지라도 이 ‘전시상황’이란 특성상 그들은 뇌제를 따라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이 상황은 1분 1초가 아쉬운 재앙의 현현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자연히, 그 자리의 모두가 깨닫는 것이다.
‘뇌제’는 당장이라도 재앙을 멸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며, 각성자들은 사력을 다해 그를 엄호해야 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초월’급의 헌터에겐 몰라도, 일반적인 헌터에게 적진 한복판에 들어가자는 말은, 사실상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어달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나,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미 수일 전 현현한 재앙을 몰아낸 자, 이건우가 아니고서야 누가 두 번째 재앙을 막아설 수 있겠는가.
그의 마력을, 그가 자신의 전격을 한 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도록 게 목숨을 내던져 보좌하는 것.
그게 이 자리에 남은 각성자들의 사명이었다.
“부탁이라는 것이 뭡니까. 뇌제.”
이미 각오를 모두 다지고 나서 다비드는 뇌제에게 그리 물었고, 이건우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야 고민될 것이다.
다비드가 아는 한 그는 선량한 자였고 쉽게 타인에게 목숨을 내던져 달라고 부탁하는 작자는 아니었으니까.
“부담 없이 말씀해주십시오. 뇌제... 우린 모두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다비드는 한 번 더 그런 말을 꺼냈고, 이내 이건우는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곤 말했다.
“다비드, 그리고 연합군과 일부 길드, 용병대의 각성자분들.”
정중하고 예의 있게.
부디 세상을 위해 죽어달라는 말을 곱씹는 이건우.
모두가 각오를 다지고, 모두가 결의를 다잡은 바로 그 순간, 고민에 고민을 이어가던 이건우는 입을 열었다.
“제가 없어도, 이 동유럽의 바리케이드를 지켜내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튀어나온 ‘말’은 다비드 호베흐의 예상과는 아예 결이 다른 말이었다.
““...?””
“예...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뇌, 뇌제...!”
당연히 죽어달라고 하려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의아한 감정이 헌터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던 그 순간, 이건우는 두 귀로 듣고도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
주느비에브 리샤흐.
전신에 극독을 품고 보랏빛 머리칼과 손톱을 가진 괴인.
사령술에 있어서는 그 불사왕 조차 한수 접어준다는 그 광기의 하수인은 전생에도 곧잘 자신을 ‘죽음’으로 위장해 적진에 숨어들곤 했다.
스스로의 영혼을 조각조각내어 여러 육신에 담아 조종하는 그 경이로운 사령술은 특히나 정보 수집에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능력이었고...
-캬아아아악!
내가 휘두른 ‘귀신검’에 육신이 분쇄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령술사는 끝내 자신의 ‘조각’을 이 벙찐 얼굴의 생존자 무리에 끼워둔 것이었다.
“저는, 이제 서른 시간밖에 남지 않은 재앙의 현현을 막고자 프랑스로 향할 겁니다.”
“그... 그렇지요. 그러니 저희가...”
“여러분은 이곳에 남아 민간인들을 더 대피시켜주세요.”
이번에도 내 말을 듣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는 유럽 연합군의 헌터들과 소규모 용병대의 생존자들.
허나, 그중 뒤에서 네 번째 줄에 서 있는 다부진 몸의 남자 하나는 다르다.
적당히 주변 반응에 알맞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유독 나의 시선을 피한다.
‘그야 피하겠지. 놈의 빙의체를 구분할 방법은 오직 눈동자에서 은근하게 엿보이는 자색 마력뿐이니까.’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빙의’라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육신을 조종하는 그 사령술사도 눈동자로 엿보이는 그 순수한 마력의 잔향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숨길 마음도 없겠지만...’
이 시대에 ‘빙의’는 아직 그 존재조차 똑바로 알려진 적이 없던 비술이다.
내 눈을 피한 것은 그냥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사실 눈을 마주했다고 해서 ‘보통의 경우’ 변하는 것은 없다.
말했다시피 이 시대에는 아직 죽지도 않은 헌터의 몸에 제멋대로 ‘빙의’하는 괴물 같은 사령술사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바로 눈앞의 주느비에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적진에 당당히 들어와 정보를 수집해가는 불사왕의 조커.
어제까지 제정신이었던 헌터의 육신을 빼앗고 ‘빙의’로 군대의 신뢰를 깨부수던 광인.
아직 이 시대에 그런 미친 짓을 자행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느비에브뿐이었지만, 마찬가지로 나는 그 주느비에브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란 말이다.
나는 줄곧 은근하게 시선을 피하는 주느비에브의 ‘빙의체’를 바라보다 피식하고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간신히 참아내곤 입을 열었다.
“다비드, 잘 들어주세요.”
억지로 사뭇 진지한 목소리를 내며 얼굴을 경직시킨다.
그러자 일대의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실상 내가 표정을 굳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간, 뜬금없이 폭소를 터트릴 뻔했거든.
적진 한복판에서 대놓고 모든 ‘정보’를 훔쳐가는 저 극악무도한 녀석을 제대로 골려줄 생각에 말이다.
빙의자를 머저리로 만드는 방법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