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33화.
새하얀 빛은 대지에서부터 저 하늘 끝까지,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의 형태를 갖추었다.
새벽 2시에 갑작스레 나타난 광원.
대낮의 햇살이라 해도 믿을 법한 엄청난 빛은 그 일대를 환하게 비추었으나, 정작 그 막대한 빛에 놀라 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은 드넓은 7여단의 여단 연병장.
그 넓디넓은 연병장에는 마공학 전차와 마력만 주입하면 그 일대의 방호 필드를 형성하는 이동형 벙커를 탑재한 5t 군용 트럭에다 상공에는 757헬기부대의 비수, ‘검은 헬기’마저 떠 있는 상태였다.
“자네와 10년도 더 전에 함께 했던 종교와의 전쟁... 드디어 그 질긴 악연을 끝낼 때가 된 겐가.”
이윽고, 본래 이건우와 남궁연을 비롯한 많은이들이 몸을 담고 있던 7여단 1대대.
그 1대대장인 김용운 중령은 퍽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던 작은 체구의 검사에게 말을 걸었다.
“그땐, 중령님도 저도 몰랐죠. 설마 그 ‘휴거교’의 뿌리가 바다 건너에 있을 줄은요.”
그리고 마찬가지의 표정을 짓고 있던 이서영은 허리춤에 묶인 ‘백룡도’의 손잡이를 매만지며 툭, 말했고 드디어...
-전군, 헤븐즈 게이트로 진군하라.
이번 작전, ‘열도의 재앙 토벌’의 최종 명령권을 가진 이건우의 목소리가 방송기기를 타고 흘렀다.
“전군! 진군하라!”
이에 1대대장, 김용운 중령은 크게 외쳤고,
“충! 성! 가자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쓸어버린다!”
“나의 아버지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번개 중대, 7여단의 정예와 757헬기부대, 이윽고 전사장 마르쿠스를 필두로한 성전사단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구호를 그게 외치며 ‘헤븐즈 게이트’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헤븐즈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금기로 지정된 기적이었다.
단 한 번, 막대한 신성력을 소비해 차원을 도약하는 바티칸의 기적, ‘대규모 공간이동’과 달리, ‘헤븐즈 게이트’는 한번 ‘문’이 열리는 순간 그곳이 지구 반대편이라 할지라도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수일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기적을 행한 자는 다름 아닌 ‘2대 성녀’, 앤젤라 엘런.
숱한 미래를 엿본 그 소녀가 스스로 추측하길, 이 ‘헤븐즈 게이트’는 정확히 나흘간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즉, 이 전쟁은 나흘을 넘겨선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번개 중대의 이건우, 7여단의 최중철, 협회의 이초희가 머리를 모아 택한 방법이 바로 ‘단기 결전’이었던 것이다.
전차는, 헬기는 이윽고 5t의 군용 트럭은 거침없이 나아갔고 돌격 소총을 손에 쥔 군인들은 일순간에 ‘헤븐즈 게이트’ 너머로 사라졌다.
***
다른 이들의 시선과 감시망을 모두 피해 행했던 새벽 3시의 비밀 화상 회의.
이건우의 특수한 전격 주파수로 해킹의 염려가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비밀회의에서 백귀야행 이초희가 줄곧 언급하던 우려는, 다름 아닌 ‘민간 피해’였다.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민간인에게 아무런 피해도 없이 행해져야 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허나, 이건우는 냉정한 것인지 비관적인 것인지, 무려 다섯 번이나 민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주장하던 이초희에게 매번 같은 대답을 들려주곤 했다.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지난 20년 고립의 시기를 거친 일본에는, 이미 ‘민간인’이라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나라가 있는데 민간인이 없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직접 발언권은 없으나 그 비밀 회의에 참석해 있던 1대대장 김용운과 철혈검희 이서영은 똑같이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증을 품고 있었는데...
직접 도착해보니 무슨 말인지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그냥 폐허... 잖아?”
“여기가 정말로 일본 맞습니까?”
‘헤븐즈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리라 예상하던 군인들의 입에서는 하나같이 의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 몰래 침투해 있던 이준학 준장과 ‘암행’ 그리고 신성력의 인간 좌표가 되어줄 막내 성전사 메리가 사전에 알리길, 그들이 도달할 도시는 먼 옛날부터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던 ‘오사카’였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오사카라고?”
정말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을 타지 않았던 것처럼, 습한 해풍에 곳곳이 녹슬고 균열이 일기 시작한 높은 건물들.
그곳에는 인간의 생기라는 것이 전혀 없었고...
-쿠에에에엑!
-퀘에에엑!
전차의 엔진음마저 뚫어버릴 만큼의 거대한 괴성만이 곳곳에서 들려올 뿐이었다.
그런 당혹감에, 당황스러운 광경에 입을 한국군이 입만 떡 벌리고 있기를 잠시.
-후욱!
갑작스러운 그림자들은 인기척도 없던 빌딩에서부터 날아들었다.
“전군! 무기를 들어라!”
“뭐, 뭐야!?”
“한국군복?”
“저분은...?!”
갑작스러운 명령에 모이는 시선.
이윽고 대략 열 명가량의 그림자는 모습을 들어냈고, 그 가슴에 달린 계급장은 무려, 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나는 대한민국 국군 사령부 특수기밀 안보부 소속의 이준학 준장이다! 시간이 없다! 전군은 지금 당장 서쪽을 향해 화력을 쏟아부어라!”
“서쪽이라면...”
이준학 준장이 쭉 뻗은 팔. 그에 따라 3개 대대 가량의 군인들은 시선을 옮겼으나, 그 앞에 보이는 광경이라곤 오직,
“텅 빈 폐허에 화력을...?”
이번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숱한 군인들의 머릿속에 자리한다. 서쪽이라고 하여 바라본 그곳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폐허의 도심뿐이었으니 말이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이 준장이라 주장하는 저 자는 누구고, 또 어째서 맨땅에 화력을 퍼부으라고 말한단 말인가.
이에 벙찐 군인들이 아무런 움직임 없이 멈춰 서 있자, 돌연 그들의 등 뒤에서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한 큰 고함이 터져 나왔다.
“멍청한 새끼들아! 눈 똑바로 안 떠?!”
이윽고, 검을 움켜쥔 자세로 허공에 붕 떠오르는 작은 그림자.
허나, 미간을 좁힌 이서영이 엄청난 양의 개나리빛 오러를 방출하며 검을 뽑자.
-촤아아아아악!
거대한 검격은 군인들의 눈앞에 놓여 있던 도시를 그대로 갈라버렸다.
그런데, 그 직후.
“어?”
“아니?!”
“모두 정신차려어어어!”
이서영의 검격에 반으로 찢어진 전경은 홀연히 사라지고...
눈앞에는 두 눈두덩이를 붉게 물들이고 이젠 인간의 형체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붉은 덩어리’들이 파도처럼 그들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무, 무슨?!”
“저게 뭐야?!”
다만, 샛노랗게 빛을 번뜩이는 검격은 연이어 그 ‘새빨간 파도’마저도 반으로 갈라버렸고 그제야 정말로 눈을 뜬 군인들은 ‘눈앞이’ 보였다.
“휴거교다. 저들은 휴거교에서 부리던 간악한 주술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은 거야!”
빠른 발의 1대대장, 김용운 준장이 5t 군용 트럭의 운전수에게 달려들던 ‘붉은 덩어리’를 발로 차며 크게 외쳤고 드디어 정신을 차린 9할의 군인들은 경악하며 노리쇠를 당겼다.
-철컥!
“서쪽으로 화력을 집중해!”
-타다다다다다당!
“이미 전쟁은, 시작된 거라고!”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사고회로에 가장 큰 영항을 끼치는 시각과 청각. 그 두 가지 대감각을 스스로 의심케 하는 ‘피의 주술’은 일본 전역에 깊게 스며들어 있던 것이다.
이윽고, 다시금 목청을 높인 이준학 준장은 차츰차츰 ‘혼란’에서 벗어나는 군인들을 쭉 훑어보며 외쳤다.
“정신을 차렸다면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들었다면 적을 겨냥하라. 적을 겨냥했다면 방아쇠를 당겨라! 이미 일본 땅을 밟고 선 우리에게 후퇴란 없다. 전진한다! 재앙의 잉태를 준비하는 ‘교토’를 향해서!”
재앙의 잉태가 준비된 순간,
다시 말해 재앙, ‘태고의 흡혈귀’의 현현을 위해 그 재앙의 열두 자손을 이 세계에 소환하던 순간, 이미 ‘세뇌’ 빠져 있던 전국의 일본인들은 핏덩이처럼 녹아내렸다.
그나마 상태가 나은 민간인들은 이미 ‘암행’과 ‘검제의 제자들’의 주도로 유일하게 그 ‘폭주’의 영향권 밖에 있던 일본의 최남단, 이시가키 섬에 대피시켜 두었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천천히, 일본 땅에 스며들어 모습을 숨기고 있던 ‘암행’과 이준학 준장은 그간의 충격적인 ‘흡혈귀’의 악행들을 그대로 각각의 지휘관들에게 낱낱이 말해주었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젠 정말로 거리낄 것은 없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일본인’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는 의미였다.
이에 김용운 중령은 너클을 낀 주먹을 소리가 날 정도로 꽉 쥐며 표정을 굳혔다.
757헬기부대의 강진용 소령은 혀를 내둘렀고,
철혈검희 이서영은 혀를 차며 냉랭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더럽고, 추하고, 비겁하고, 역겨운... 정말 종교와의 전쟁에 그 잊고 싶은 기억들이 전부 떠오르는 말씀이십니다... 준장님.”
이들은 모두 경력이 있는 헌터 군인이다.
이들은 단 한 사람의 예외 없이 직간접적으로 ‘종교와의 전쟁’을 겪은 이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의 펼쳐진 일본의 참상은...
“만일 우리가 이건우 소령의 활약으로 ‘휴거교’를 격퇴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이 끔찍한 광경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렇게 착잡하다는 듯한 중얼거림.
허나, 한숨을 내쉬듯 작아지던 이준학 준장의 목소리와 달리, 처음이자 마지막일 회의에 모인 각 지휘관들은 주먹을 말아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마를 징벌하는 불꽃을 꽃피우겠다!”
번개 중대의 이서영.
7여단 정예군의 김용운.
757헬기부대의 강진용.
암행의 이준학.
마지막으로 ‘성전사단’의 전사장 마르쿠스까지.
이윽고 그들은 한시가 급하다는 듯, ‘비밀 화상 회의’를 통해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던 작전의 ‘실행’을 위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들은 거침없이 각각의 부대로 걷기 시작하는데,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이준학 준장은 말했다.
“나는 허울뿐인 반푼이 준장일 뿐이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모두, 죽지 마라.”
이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동시에 모이는 시선.
이윽고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휙, 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
최대한의 병력 손실을 야기하기 위해 나는 깊은 ‘해저’를 훑고 나타날 예정이었던 약 2백여 척의 일본 군함과 수천의 정예 블러드 엘프를 못 본 척했다.
이윽고 그 간악한 것들이 이미 ‘승리한 전쟁’을 결행하려 하려고 들 때...!
검은 산군 조성우.
백귀야행 이초희.
7여단의 여단장 최중철.
마지막으로 그 천마는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 전쟁의 불씨를 짓밟았다.
그리고 역으로 우린 태생적으로 막대한 신성력을 타고 난 성전사 메리와 ‘금기’의 기적마저 행할 능력을 갖춘 2대 성녀 앤젤라를 통해 ‘헤븐즈 게이트’를 열었고...
-인천항 클리어.
-강원 일대 처리 완료.
-바다의 밑바닥까지 모두 쓸어 담았다. 뇌제.
-이건우 소령. 자네의 예측이 적중했네. 확인된 흡혈귀는 모두 네 개체. 자네가 방어한 부산까지 포함하면 도합 다섯 개체겠지.
12혈족은 막내부터 차례로 한국 땅을 침범하려 했다가 나의 함정에 빠져 그대로 허무하리만치 간단히 목숨을 잃었다.
물론, 그 상대가 간사하고 간악한 흡혈귀인 만큼 또 어딘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긴 하겠지만 말이다.
유일하게 죽음을 확신할 수 있는 건, 내 ‘신력’에 휘감겨 갈가리 찢겨 죽은 열두 번째 혈족뿐.
재앙의 알을 지키는 첫 번째 혈족.
‘결국, 놈을 쓰러뜨리지 못하는 한 온전한 승리란 없는 거겠지...’
허나, 적들의 야습을 완벽히 막아냈던 만큼, 전생에 숱하게 시달리던 기억을 토대로 마련한 ‘작전’은 분명 먹혀들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12혈족이 아닌, 예측을 벗어나고 상식을 뒤엎는 사도의 존재였다.
한국에서는 사도가 아닌, ‘휴거교의 주교’로 활동하던 놈의 행보를 떠올려보면 결코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단 생각은 자연스레 떠오른다.
약 1년 전, 성전사들의 막대한 ‘신성력’을 갈취하고, 흑룡 아뮤르타스의 레이드에서는 막대한 양의 용혈을 채취해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놈들이 벌이고자 하는 만행을 예측해본다면, 금세 내 머릿속을 채우는 끔찍한 기억이 하나 있었다.
‘천사의 강림과 피 타락. 그리고 재앙의 세뇌를 받아 날뛰던 혈천사...’
휴거교의 유일무이한 대항마가 신성력이라 여겨지던 시절. 그 신성력에 완전한 내성을 가진 혈천사는 정말 많은 헌터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었다.
‘벌어지고 나면 퍽, 골치가 아픈 일이지만...’
-텁.
작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의 군인들이 이동하며 형성하는 전장들.
오사카에서 교토로 향하는 중간 산맥에는 엄청난 양의 불꽃이 피어올랐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열기가 일본 땅을 밟고 서 있는 군인들에게 엄습했다.
허나, 금세 비는 내리고.
-툭, 투둑! 투두두두둑!
그 비 한 방울 한 방울에서 발하는 푸르른 ‘신력’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붉은 덩어리’들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아아!
첫 번째 폭우가 내린 건 산맥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진군하는 군대.
그리고 그 전장에서 큼지막한 산, 세 개는 더 넘어야 볼 수 있는 드넓은 대지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제 눈을 의심할 만큼의 거대한 제단이 우뚝 서 있었다.
「천사의 음성을 내게 보고 들으매, 그 큰 음성으로 이기되 죽임당하신 가여운 혈족께서는 능력과 부와 지혜와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 하더라.」
이윽고 바로 그곳에서, 듣는 것만으로 헛구역질이 일어나는 그 음성은 들려오는 것이다.
감정이 메마른 눈동자와 새하얀 머리칼.
창백하다 못해 새하얀 눈과 다름이 없이 흰 피부의 남자.
남자는 다름 아닌 ‘휴거교’의 문양이 큼지막하게 그려진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분의 모든 피조물들은 찬송을 읊고, 모든 종과 노예들은 두 눈을 뽑아 찬향하더라.」
재단의 중앙, 비린 핏물로 가득 차 있던 웅덩이에서 그 피들은 하늘을 향해 방울, 방울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것이 하늘에 닿을 때...!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주교의 기도와 제물이 하늘에 닿아 주인을 목놓아 부릅니다.
*‘태고의 흡혈귀’는 사도의 부름에 경탄하며 외칩니다.
*제 13구역: ‘경계-교토’에는 거대 게이트가 생성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흡혈종’을 제외한 모든 생물이 거대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디버프-혼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익숙하긴 싫지만,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메시지는 하늘에서 나타났다.
그것은 휴거교의 신물인 ‘월혈석’을 제물로 바친 게이트 소환의 의식이었다.
설마, 그 어떤 미친 자가 이곳을 일종의 ‘게이트’로 만들어 진군을 막으려 할거하고 예측이나 했겠는가.
이처럼 상식을 비틀고 예측을 벗어나는 행동을 행하는 자는, 역시나 휴거교의 주교인 저 창백한 흡혈귀. ‘진조의 사도’였다.
“이것으로, 세계와 잉태를 위한 요람은 온전히 격리되었다. 열도의 노예들이여, 주신의 종들이여 그리고 신의 열두 자손들이여...”
-쨍그랑!
-으드득!
마치 인큐베이터에서 일어나는 호문클루스마냥 제단에 놓여 있던 ‘붉은 구슬’을 깨고 튀어나오는 흡혈귀들.
그들은 분명, 금일 새벽에 보고를 통해 사망이 확인되었다던, 열한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의 ‘혈족’들이 분명했다.
즉, 부활한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오직 내 앞에 나타났던 ‘열두 번째 혈족’만을 제외한 모두가.
허나, 나는 그 ‘휴거교 주교’와 넷이나 모인 ‘혈족’들을 향해서...
-콰지지지지지직!
시야를 뒤틀어버릴 정도로 거대한 번개를 내리 꽂아버렸다.
“게이트를 만드는 능력으로 길을 막으면...... 녀석이 잉태될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
이윽고, 창공에 수 놓인 빗방울들을 타고 허공을 거닐던 나는 그대로 대지에 착지했다.
역시 ‘주교’와 ‘혈족’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신력이 뒤섞인 번개를 뒤집어쓰고도 멀쩡한 모습들이다.
“주신의 대적자...”
“어머니의 숙적, 뇌제!”
시뻘건 눈동자 다섯 쌍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나를 응시했다.
-스릉!
이윽고, 내가 뽑아든 ‘수왕검’에는 시퍼런 번개와 푸르른 신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놈들은 네놈들이 만든 이 요람에서 죽을 것이다...!”
그것은 명명백백한 사형선고.
‘거대 게이트’를 통해 시간을 벌려던 간악한 자들에게 내려질 징벌의 선언이었다.
전조 없는 전쟁, 12혈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