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24화 (124/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24화.

1대 성녀, 인류의 희망, 1세대 헌터들의 대모이자 신성 바티칸의 존재 이유라 일컬어지는 다나 메이어는 말했다.

아카식 레코드의 유적으로 향하는 것이 곧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있는 길이리라.

그렇게 도달한 아카식 레코드의 유적은, 시간의 축 자체가 뒤틀린 장소였다.

‘검성’이 말하길, 이곳에서 ‘문지기’로 선택을 받은 이들은 하나 같이 뛰어난 ‘무인’ 혹은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헌터’였다고 한다.

즉, 시간은 없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이르고 싶어 하는 열망을 품은 자들이었다는 것이다.

늙지도, 졸리지도, 배고프지도 않은 곳에서 오롯이 무예와 지혜를 탐닉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탐스러운 과실과도 같은 보상이란 말인가.

그날 밤, 검성에게 퍽 충격적인 ‘꼼수’를 전수받았던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질문이란 당연히, 검성은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아는가였고, 이번에도 ‘대답할 수 없다’는 답을 듣게 되리란 예상과 달리 그는 시원하고 털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까지 듣고도 모르겠더냐? 이 노구가 바로 그 유적의 ‘문지기’였다는 것을.

그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답이긴 했으나, 또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감회가 좀 남달랐다.

시간의 축이 뒤엉킨 장소.

이 세계는 게임 시스템의 지배를 받은 세상이니 일종의 버그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검성’이 홀로 보낸 시간은 무려······. 도합 900년이었다고 한다.

그제야 나는, ‘일가족의 몰살’이라는 일을 겪고 단 2년 만에 괴물이 되어 돌아온 검성의 신화가 이해가 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한번, 나이를 먹도 다시 한번, 총 두 번이나 ‘문지기’의 삶을 살았었다고 했으니 말이다.

어쨌건, 나와 이서영 역시 100년, 200년 정도 마음껏 시간을 보내다 나가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았지만, 이젠 코앞으로 다가온 ‘흡혈종’들과의 전쟁을 고려하면 그게 마음처럼 되진 않는다.

검제와의 거래에 따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이곳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로 잡아도 열흘이다.

밖에서의 열흘이니, 이곳에서의 천일.

허나, 아무리 천일이라는 시간도 천년의 깊이가 새겨진 ‘검성류’를 완전히 익히기란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나와 이서영은 부족한 시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곧바로 수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200일이라는 시간은 흘렀다.

***

검성의 전투를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이서영의 ‘눈’.

그리고 자신의 딸이 장성하길 바라는 노부의 정성이 들어간 ‘무공서’.

‘검성류’를 마스터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을 투자하던, 우리의 선생이라곤 오직 그 두 가지가 전부였다.

“하···. 골치 아프네······.”

하지만 역시나 ‘기억’과 글귀만이 나열된 ‘무공서’로는 한계가 있었는지 나와 이서영은 벌써 백번 가까이 검을 손에서 놓고 있은 실정이었다.

그래 200일이란 시간이 흘렀으나 백번.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우린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천년의 정수를 ‘적어’두었다는 검성의 글이 너무 난해했던 것도 물론 문제였으나, 더 큰 건 우리가 무학을 탐닉하는 그 방향성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별해줄 이가 이곳에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로 인해 속에 무언가 얹힌 것처럼 답답한 심경으로 보내던 시간이 무려 한 달···.

그런데 답은, 의외의 정말 장소에서 툭하고 튀어나왔다.

둘이서 비무를 벌이기에는 턱없이 공간이 부족한 지하 계단.

그 때문에 우리는 혈마가 자신의 수행에 정신이 팔린 틈에 더 괜찮은 장소를 찾으려 다시 공동으로 내려갔고···. 묘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하! 작은 계집! 대체 그게 무엇이란 말이냐. 설마 그 한심하고 비루한 검이, ‘검성’의 흉내라고 말할 셈이냐?!”

그런 갑작스러운 말을 꺼낸 것은 다름 아닌 문지기, 혈마(血磨)였다.

그러고 보면 그의 전대 ‘문지기’가 바로 검성, 라오 위였다.

‘문지기’라는 역할이 어떻게 계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검성은 아무래도 직접적인 결투를 여러 차례 벌여본 모양이었다.

즉, 검성의 움직임을 아는, 초절정의 경지를 가뿐히 넘긴 무인이 바로 눈앞에 있던 것이다.

“스승, 아니······. 검성의 검을 알아?”

“한심한 것! 이곳에서 몇백일을 보내며 이 몸이 어떤 무인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비무를 벌여왔는지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더냐!”

무서운 얼굴로 일갈하는 혈마.

허나, 그런 호통에 도리어 나와 이서영은 서로를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입가에 함박웃음을 띄웠다.

그렇게 다시 막대한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챙! 채쟁!

-채애애애앵!

“후읍!”

“하!”

호흡이 꼬이고 불꽃이 눈앞에서 튀긴다.

-훙! 후웅!

묵직한 바람 소리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만큼 강한 울림을 일으켰고, 나와 이서영은 익숙한 눈빛의 교환으로 서로의 위치를 스위칭하며 달려들었다.

검성류(劍星流)-발(拔), 제1형.

진(眞)-황무지의 꽃.

이서영의 개나리빛 오러가 일순간에 이 지하 공동을 꽃밭으로 물들였다.

상하좌우라는 방향을 초월하고 구분을 타파한 막대한 양의 짙은 오러.

그렇게 노랗게 물든 세계에 지평선이 열린다.

-그극!

그러나, 그 막대한 검기 폭풍에 휘감겨 전신이 갈려 나갈 것만 같았던 대상자, ‘혈마’는 돌연 자신의 애병. ‘여의’를 고속으로 회전시키며 몸을 틀었다.

그렇게 갈라지던 지평선의 끝에서 솟아오르는 탑. 허나 다시 보면 나는 그것이 거대한 첨탑이 아닌 한 자루의 봉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혈마(血魔).

그는 혈교의 수장임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설화, ‘서유기’의 손오공이 사용했다는 무기 ‘여의’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비록 이 유적에서 ‘문지기’가 되기 전까진 천마가 이끄는 마천신교에 패배하여 그의 수하로서 살아가긴 했으나, 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무한한 힘을 탐하는 혈마였다.

피로 세상을 씻겠다.

힘이 없는 정의는 무의미하다.

그가 혈교를 이끌 당시 입에 달고 살던 말만 들어보아도, 혈마가 얼마나 힘에 미친 존재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천신교 내에서도 ‘서열 3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열 2위의 우선(愚仙)과 혈마가 극한의 상성 관계였기 때문일 뿐이었고, 실상 혈마는 천마의 바로 뒤를 잇는 무인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소리소문없이 실종된 시점은 5년 전···. 즉, 그는 약 500년간 이곳에서 자신을 갈고 닦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500년이라는 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간의 결과물은 정말로 우리의 예상을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이 지하 공동을 가득 채운 철혈검희의 개나리빛 오러조차 올곧게 뻗어 올린 ‘혈마’의 일격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쇠가 갈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기둥 아니, 먼 과거 신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바빌론의 탑 그 자체가 된 혈마의 무장, 여의가 내리꽂힌다!

그 기세는 이미 태산, 그 이상이었다.

“크으윽!”

검성류를 완전히 터득한 발검술조차 막아내고 도리어 엄청난 중압감을 쏟아내는 혈마.

허나,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무려 ‘20000Wh’를 통째로 들이부어 일으킨 ‘자기력’으로 팽팽하게 모여든 탄성을 터트리듯 ‘그것’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내 등 뒤에서부터 거대한 공성병기처럼 나아가는 거검(巨劍).

그 정체는 지난번 ‘스카이 타이탄’의 토벌 보상으로 얻어낸 신화 속 거인들의 사용하던 무구. ‘티탄의 검’이었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난 것과 같은 압도적인 충격음이 터져 나왔다.

태산보다 거대한 여의와 그 크기만 5M에 달하는 티탄의 검이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작은 그림자는 나아간다.

검성류(劍星流)-유(流), 제4형.

진(眞)-선인장의 춤.

올곧게 뻗어 나가는 백룡도는 분명 하나였지만, 오러의 격류를 타고 흐르는 검성류의 검식은 동시다발적이고 폭발적인 일흔 번의 ‘찌르기’를 이룩해낸다.

-푸욱!

처음으로 묵직한 파육음이 터져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혈마의 육신이었다.

복부에 꽂힌 칼날과 그 거대한 충격으로 역류하는 혈마의 피. 그는 충격의 반동으로 피를 한 움큼 게워내고 말았다.

“큽!”

그런데, 반전은 그때였다.

혈마가 한 움큼 토해낸 피는 갑작스레 그대로 허공에 멈춰, 셀 수 없이 많은 칼날의 형상을 취하는 것이다.

“읏?!”

기습적인 혈속성 마력 운용에 이서영은 놀라 대응하려 하나, 이미 허공에 맺힌 핏빛의 칼날은 그녀의 목을 둘러싸듯 쇄도했다.

상식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독특한 혈마력의 응용에 나도, 이서영도 허를 찔려 굳자, 핏빛 칼날은 이서영의 목을 빙 둘러싼 모습 그대로 허공에 정지했다.

마치, 자신의 명명백백한 승리를 과시하듯이 말이다.

“패배를 인정하겠느냐.”

이윽고 혈마는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했고 나와 이서영은 순순히 양손을 들어 올리며 패배를 시인했다.

-구구궁!

그러자 적발, 적안의 혈마는 그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이 눈으로 한참 우릴 응시하다 이내 거대화한 여의를 거두며 툭 말하는 것이다.

“119전 119승이다.”

흠.

표정은 없었고 그 목소리에는 그 어디에도 ‘감정’이란 것이 실려 있지 않았지만, 나는 눈앞의 혈마가 미묘하게 웃고 있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었다.

의도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이미 눈앞의 혈마와는 ‘밖’에서 만났던 웬만한 동료들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말았으니까.

또다시 압도적인 기량으로 나와 이서영의 협공을 타파해낸 혈마는, 그렇게 다시금 자신이 지키는 문 앞으로 돌아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원할 때 비무를 청하고,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전투를 마친다.

500년 묵은 이 귀신과 고작 이 정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까지 걸린 기한은 이 공간을 기준으로 약 400일이라는 걸렸다.

초기에는, 이전에도 그랬다시피 정말로 나와 이서영을 죽이려 했던 혈마였다.

한쪽 어깨가 완전히 박살이 난 적도 있었고, 순간적인 대처가 늦었다면 정말로 한쪽 다리가 절단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우린 그가 알고 있는 완성된 ‘검성류’의 지혜가 필요했고, 정말 끈질기다 싶을 만큼 아슬아슬하고 아찔하게 그와의 비무 아닌 비무를 이어갔다.

허나, 상대는 5년 전에도 이미 중국 땅 전역을 주름잡던 천마에 버금가는 존재였던 ‘혈마’다.

그는 끝까지 우리를 자신의 수행을 방해하는 존재로만 여겼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 500년이다.

밖에서도 그토록 특출난 인간이었던 자가 무엇이 아쉬워 굳이 우리의 훈련에 어울린단 말인가.

그런데, 그의 태도를 단번에 바꿔낸 것은 다름 아닌 사도의 권능이었다.

하늘을 집어삼킨 고래. ‘천경(天鯨)’

그날은 유독 사선을 넘나드는 공방을 오래도록 주고받던 날이었다.

나와 이서영은 교대로 포메이션을 변경해가며 혈마에게 공세를 쏟아내고, 혈마는 그러한 우리의 협공마저도 가뿐히 받아내던 상황.

혈마는 정말로 느닷없이 지천을 적빛으로 물들이는 폭발적인 오러를 발현했고 이서영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목숨을 잃기 직전의 처지가 된다.

이에 반사적으로 권능을 발하며 이 지하 대공동을 물바다로 만들던 나의 ‘천경’.

-끼이이이익!

그 길고 웅대한 울부짖음 한번에 혈마의 무시무시한 혈속성 마력은 그 출력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이서영은 그 공세를 정면으로 맞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신력, 이라고···? 그것도 보통의 것이 아니군···?!

혈마의 태도가 변한 것은 그날부터였다.

혈속성이라는 형질은 태생적으로 신선술이나 신성력 혹은 신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런 종류의 힘은, 제대로 다룰 줄 아는 헌터가 범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며 신성 바티칸의 성전사, 성기사들마저 제외한다면 그 수는 아마 스무 명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신의 ‘신력’을 다루는 나는 그에게 있어 매우 희귀한, 훈련 대상이 되었고 그제야 늦은 협력이 시작되었다.

뭐, 협조라기보단 그냥 ‘죽지 않을 정도’로만 손대중을 하게 되었다는 게 더 알맞은 말이겠지만···.

그래도 500년 묵은 귀신과 안전하게 대련을 벌일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기회였다.

“무엇하느냐.”

내가 지친 숨을 몰아쉬던 이서영을 챙기던 와중, 저 멀리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혈마는 두 눈을 감은 채 나를 독촉했다.

이건 일종의 교환 조건 같은 것이다.

혈마는 우릴 죽이지 않고, 나는 혈마에게 ‘수신의 신력’으로 구성된 비를 내려준다.

-툭, 투두두둑!

짙은 푸른 색으로 서서히 빛을 발하는 신력.

그에 맞춰 ‘혈마’는 그 빗줄기 속에서 자신의 혈속성 마력을 피워올렸다.

닿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신력과 혈속성의 상성 관계.

아마 혈마는 그 극한의 상성 관계를 뒤집어내는 자신만의 훈련을 행하는 듯했다.

본래 무학에는 끝이 없다지만, 저 인간은 이미 혼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행을 다 했기에 저런 이상한 부분에 특히 더 집중하는 거겠지.

아니면 뭐, 자신보다 어딜 봐도 나약한 마교의 2인자 ‘우선(愚仙)’에 대한 경쟁 심리 따위가 있었던 걸지도 모르고···.

어쨌든, 일종의 ‘기연’처럼 혈마에게 가르침을 받게 된 우리의 성장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그렇게 시간은 더 흘러 ‘밖’에서의 일주일. 즉, ‘안’에서의 700일이 밝아왔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는 드디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띵!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신화급 아이템, ‘블랙 드래곤 하트’의 ‘융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마력재생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생체전기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제어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당신은 ‘반인반룡’입니다.>

쉼 없이 검성류를 훈련하면서도, 전투를 벌이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행해왔던 ‘블랙 드래곤 하트’의 ‘융화’작업.

‘드래곤 하트’는 그 자체로 소림사의 대환단을 상회하는 엄청난 영약이다.

연금술사인 이모님께 부탁드려 제대로 정제된 영약으로 만들어 섭취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45레벨인 나를 단번에 50레벨로 만들어주었을 최상의 부스터였다는 것이다.

보통의 드래곤 하트가 그러한데, 천외경의 마수였던 ‘흑룡’의 심장은 오죽하겠는가.

아마 50레벨대에 이르러서도 3~4회의 레벨업을 더 경험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택한 방법은 ‘섭취’와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심장과 심장의 ‘융화’.

일종의 아이템화가 된 몬스터의 심장을 있는 그대로 내 육신에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인류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제이슨 스트라우스’의 맏아들이 고안해낸 방법으로, 인간의 몸으로 드래곤의 호흡을 가능케 하는 미친 성장의 방식이었다.

‘이 시대에는 아직, 스트라우스 가문 내에서만 비전이겠지만···.’

나는 전생에 스트라우스 가문의 손녀이자 현 헌터 랭킹 4위에 빛나는 대마법사, ‘올리비아 스트라우스’에게 직접 이 비전을 전수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혹시라도 드래곤 하트가 손에 들어온다면. 이라는 마음으로 들어뒀던 정보였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을 실제로 행했다.

의외로 드래곤 하트와 자신의 심장을 융화시키는 어렵지가 않았다.

올리비아 스스로가 말했다시피, ‘2년’이라는 시간만 있다면 누구라도 가능할 만큼 말이다.

허나, 전생의 나는 2년이라는 시간을 골방에 틀어박혀 있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고, 그건 숨 가쁜 현생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시간이 뒤틀린 유적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었다.

이윽고,

Lv. 45.

[생체전기량]: 580000Wh ▶ 1360000Wh

[제어력]: 9700Wh ▶ 61000Wh

나는 레벨이 ‘50’도 되지 않는 상태로 랭커 마도사들 이상의 마력량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단번에 ‘생체전기량’이 백만이라는 임계점을 돌파하게 된 나의 몸은···.

“후우우, 하아아.”

차분히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육체의 일부를 완전히 전격화 시킬 수 있는 뇌인(雷人)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반인반룡’의 뇌인의 경지에 닿은 것이니, 이건 살아있는 ‘뇌룡’이 되었다고 봐도 좋으려나.

피식,

실제 ‘드래곤 로드’의 스킬을 가진 그놈이 날 보았을 때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이 정도라면···.’

단순한 ‘생체전기’의 총량을 제외한 모든 방면에서 이젠 전생의 자신을 뛰어넘었다고 봐도 좋으리라.

크게 들이쉰 호흡 한 번.

허나, 고작 그것만으로도 전신에 고루 퍼진 충만한 마력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요동친다.

끓어 넘치다 못해 전신에 활력을 더하는 이 마력.

거기에 지금의 내게는 전생에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신화급의 무장들마저 넘쳐난다.

빌런들은 아직도 나약한 그대로지만, 나는 그들의 배 이상으로 강인해진 것이다.

반인반룡으로서의 육체에 새로이 적응하던 나.

“너···?”

육체적 피로를 달래기 위해 기절하듯 수면을 취했던 이서영도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느껴지는 거겠지. 많은 것들이 변화했단 것을 말이다.

그렇게 묘한 교양감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새로운 육신에 적응하기 위해 마력을 순환시키던 중, 웬일로 ‘혈마’ 쪽에서 먼저 다가와 뜬금없는 제안을 꺼냈다.

“심법이 완성되었다. 그러니, 어디 한번 네놈의 전력을 보여보아라!”

버그맵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