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21화 (121/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21화.

나는 모든 보상을 갈무리하고 식사를 하며 향우 일정에 대해 ‘중국 정부’를 대표해 나를 찾아온 남자. 일각주 ‘장 웨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까지가 뇌제께서 안정을 취하시던 동안 일어난 일들입니다.”

또다시 길길이 날뛰려나 했던 예상과 달리, 마천신교의 일각주‘였던’ 장 웨이는 지극히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극존칭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화 안 내십니까.”

급변한 장 웨이의 모습에 나는 멋쩍은 얼굴로 그리 물었으나, 그는 허탈한 미소를 터트릴 뿐이었다.

“제가 어찌 화를 내겠습니까. 저도 거인을 막아서는 은하수를 직접 목격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우리를 위해 또한 세계를 위해 사력을 다했음을 압니다.”

그런 말을 내뱉은 장 웨이는 잠시 고개를 푹 숙이며 도리어 내게 사과했다.

“오히려 성녀님과 뇌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제가 어리숙하고 어수룩한 인간이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자존심 강한 무림의 헌터인데, 이렇게 고개 숙여 사과까지 한다니.

회복 호텔을 나오기 직전 앤젤라에게 듣기로, 장 웨이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앤젤라 엘런의 추종자가 되었다더니, 확실히 아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변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이에게 초를 칠 순 없지 않은가.

나는 장 웨이의 사과를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지난 일도 사실은 내가 그의 성격 이용했던 것이기도 했고.

‘전’ 마천신교의 일각주이자 미후왕이라 불리던 장 웨이.

왜 ‘전’이겠는가.

천마는 이번 사태에 흡정마공진을 준비했고, 세계의 헌터들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것을 스스로 자백했다고 한다.

뭐, 그가 진심으로 반성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동급의 강자인 ‘검성’의 압박과 세계 각국이 이대로 흐지부지 넘어갔다간 중국에 대한 국제적 탄압이 생겨날 거라며 압박을 넣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게, 그는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공식적인 마천신교의 해산을 선언했고 시대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촉구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웠던 건, 사실 천마의 ‘마교’ 해산 결정이 아니었다. 장 웨이가 물어다 준 근황 중 나를 가장 놀라게 만든 소식은 바로 ‘검성’의 결정이었다.

“정말로 그 방랑 협객, ‘검성’이 신정부의 통치자 자리를 자처하셨단 말입니까?”

“사실 자처하신 건 아니었고······. 검성님 만큼 시민들에게 이미지도 좋으며 강한 분은 없으시니까요. 반쯤 떠넘겨 받듯 맹주의 좌에 앉으시게 되셨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스스로 책임감 있게 지도자로 보여야 하니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른 식으로 보도되었다. 그거군요.”

“정확하십니다.”

나의 추측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장 웨이.

이로써 중국은 전생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맞이하는 그 분기점을 맞이했다.

방랑벽에 취해 살던 그 정의롭고 강한 의지의 ‘검성’이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아마 전생보다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겠지.

또한, 내가 잠들어 있던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나의 처지 역시 크게 변해있었다.

터벅, 터벅.

나는 장 웨이와 대화를 나누며 출입구로 향했는데, 돌연 그는 나의 앞길을 막아섰다.

“뇌제님. 아마 뒷문을 이용하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뒷문이요?”

“예. 차도 준비해뒀고 정문으로 나가면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그렇게 말하는 장 웨이는 곤란하다는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몇 걸음 다가서자 그는 길을 비켜주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가죠.”

아마, 뇌제로 수식언이 격상되었다는 소식에 이런저런 ‘도전자’들이 무질서하게 밀어닥치진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리라.

원래 세계 랭킹 10위권 내에서 순위 변동이 일어나면 그런 ‘도전’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누가 저를 기다리고 있건, 이젠 앞을 가로막을 수도 없을 겁니다.”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만···.”

이에 나는 당당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며 이 회복 호텔의 정문을 밀었는데···.

“뇌제님이다!”

“뇌제가 회복 호텔을 나왔어!”

“헌터 랭킹 세계 3위를 달성하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뇌제님! 이쪽 좀 봐주세요!”

“영국의 타임즈입니다. 뇌제님의 이전 영상을 의심했던 기획 실장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세계 최고의 방송사 ‘가디언’입니다! 뇌제님께서 이번 흑룡 토벌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인터뷰해주신다면···!”

“제이슨 스트라우스 언론팀입니다! 저회의 단독 인터뷰를 진행해주신다면 출현비만 100만 달러를 약속···!”

“이봐! 우린 열흘 전부터 기다렸다고! 새치기하지 마!”

“뇌제님! 뇌제님!”

그 앞은 빈틈을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하아···. 이래서 말씀드렸던 건데······.”

뒤에서 장 웨이가 작게 탄식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무식하게 밀어닥치는 언론의 귀찮음을 아주 잘 아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제 내게는 이런 관심의 파도조차 큰 장해물이 되지 못한다.

나는 반쯤 뜬 맹한 눈으로 기자들을 응시하다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었고, 동시에 좌중은 일순간에 침묵으로 휩싸였다.

나는 일동 침묵하는 그들을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시일 내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팟!

직후, 나는 내가 쏘아 올린 ‘무광’, ‘무음’의 번개를 타고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아아아아아!”

“뇌, 뇌제님이 날아올랐어!”

“그리고 사라졌잖아!”

“어, 어디로 가신 거야?!”

일순간에 올라온 ‘회복 호텔’의 옥상,

나는 우왕좌왕하는 그들을 잠시 애처롭게 내려다보았다가 다시금 몸 일부를 전격화 하여 스스로 쏘아 올린 번개와 함께 허공을 갈랐다.

-쿠르릉!

내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굵고 긴 천둥소리만이 남았다.

***

“...그래서, 그 길로 날아왔다는 거야? 그 병원 호텔에서부터 10km나 떨어져 있는 여기까지?”

방금까지 입으로 가져가던 젓가락을 멈추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목소리로 그리 묻는 건 철혈검희, 이서영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던 것 치고 중국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인지라, 식탁에는 간소하게 김치와 컵라면이 올라와 있었다.

“예. 그렇죠.”

그렇게 광속으로 달려온 내가 도착한 장소는 일종의 아지트였다.

정보 수집계의 끝판왕,

이준학 준장과 ‘암행’의 대원들이 중국 활동을 위해 마련해둔 장소로, 현재는 전투를 마치고 ‘전원 생존’에 성공한 우리 번개 중대원들도 신세를 지고 있는 듯했다.

-쪼르르륵.

그리고 나 역시 자극적인 컵라면의 향에 입맛이 돌아 익숙한 찬장을 열어 라면을 꺼내 들었다.

이서영은 잠시 익숙하게 아지트의 라면 포트기에 물을 올리는 나를 보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준장님이 아직 너한테 여기 알려주지 않았다고, 데리러 가야 할 거라고 해서 사람도 보내뒀는데···.”

아마 알려준 적도 없는 아지트에 찾아와 익숙하다 못해 이 아지트가 몸에 밴 듯 행동하는 내가 신기했던 것이리라.

“이젠 차보다 제가 뛰는 게 더 빠릅니다.”

“...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이제 난 건우 네가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 같아. 후르릅”

“그건······. 참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오랜만···?”

잘 익은 면발을 입에 넣으며 언젠가 들어봤던 말을 하는 이서영.

역시 그녀는 그녀인 걸까.

내 헌터로서의 능력이 이 정도로 상승하니 보여주는 반응은 전생과 같았다.

뭐, 전생에는 나보다 그녀가 먼저 산을 베고 하늘을 찢는 경지에 이르렀었지만 말이다.

그때 당시 그녀의 수식언은 검제.

그래, 그 요시히사 켄신을 꺾고 ‘천하패도’를 베어 검제라는 호칭을 빼앗아온 상태였다.

그러고 보면 검제도, 검왕의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이에 내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니 그녀는 어떻게 알았는지 입에 넣었던 음식을 다 삼키고는 주머니에서 쪽지를 두 장 꺼내 내밀었다.

“검제랑···. 그 망할 놈의 전언이야.”

-약속은 지켰다. 이젠 너의 차례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곧 다시 보겠습니다.

그녀가 내민 두 장의 쪽지에는 전혀 다른 글씨체에 퍽 담백한 각각의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나는 이름이 쓰여있지 않음에도 뭐가 누구의 전언인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검제 켄신은 여타 검성이나 흑태자, 황해와 같은 용병대들과는 달리 정말로 그와의 개인적인 거래를 통해 이곳으로 부른 것이었다.

그 거래란, 그가 단 한 번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의 무력을 빌려준다면 내가 어떤 인물을 일본으로부터 빼내 주기로 했던 것이었다.

“어떤 인물을 일본에서 탈출시켜달라고 했다니, 남한테 뭘 부탁한 거야? 그 앞뒤 꽉꽉 막힌 검제가?”

짧은 해설에 이서영은 놀란 눈으로 물었고 나는 주저 없이 답했다.

“맞아요. 뭐 제가 굳이 숨길 것도 없으니 말씀드리자면, 검제가 해외 망명을 부탁한 대상은 그의 딸이에요.”

“...딸?”

“예. 딸이요.”

“그 인간······. 그 나이 먹도록 결혼도 한 적 없고 딸도 없을 텐데?”

“있어요. 검제의 딸. 나이는 비록 손녀뻘이겠지만, 분명한 검제의 피를 이어받은 딸이죠.”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내 단호한 확신을 들은 이서영은 그런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상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대놓고 헛소리하지 말라고 일갈했을 것이다.

허나, 이번에는 상대가 나였던 터라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잠시 마주 앉아 컵라면을 먹고 김치를 아삭아삭 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장 웨이의 정보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던 반면, 이서영은 그 후, 번개 중대와 흑태자 그리고 ‘암행’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 듣는 나도 퍽 재미가 있었다.

그녀와 약 한 시간 동안, 음식을 다 비우고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던 중, 나는 문득 떠오른 김에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들으셨어요? 검성 어르신, 맹주의 좌에 오르신다던데···.”

‘적’을 앞에 둔, 급박한 시간은 다 지났으니 정말 오랜만에 양아버지를 마주한 사람으로서 둘이 대화는 제대로 나누었나, 나누었더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가.

나는 대강 그런 것들을 물어보려 했던 것이었는데, 이서영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아, 응.”

그녀는 잘만 바라보던 내 눈을 휙, 하고 피하며 그런 맥락 없이 말을 끊었다.

“...설마, 아직도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말을 섞지 않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이에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묻자, 이서영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더 이상 입을 열질 않았다.

세상에···.

설마 아무도 그녀에게 ‘그 이야기’해주질 않았단 말인가.

나야 당연히 진작에, 작전 설계를 함께했던 홍진웅 중위나 이준학 준장 중 누군가가 그녀에게 말을 해주었을 줄만 알았는데······.

정말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대체 어째서 그 방랑 협객 ‘검성’이 느닷없이 이번 ‘흑룡 레이드’에 참가하게 되었는가.

그 원인에 대해서 말이다.

“하아아···.”

괜한 오지랖이 될 수도 있어 일부러 가만히 있으려 했던 것인데···.

눈앞의 이서영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이건 내가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았다.

전생의 기억과 경험이 있는 내게 있어, 눈앞의 광경은 정말이지,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만 진심을 털어놓지 않는 이 답답한 양부와 양녀의 등을 아주 조금만 떠밀어주기로 했다.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뭐가?”

“새삼 느끼는 거지만, 그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라는 건 참 신비롭지 않아요? 흑룡 아뮤르타스도, 그 목석같은 검제도 움직이게 만들잖아요.”

흑룡은 자신의 ‘알’을 구하고자 제 발로 함정임을 알면서도 베이징으로 날아들었다.

검제는 ‘딸’을 위해 엘프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고서도 바다를 건너 불사왕과의 싸움에 참전했다.

그 사실들을 그녀 역시 익히 알고 있었는지 이서영의 얼굴은 점점 더 무표정하게 변해갔다.

그리고는 아주 작고 빠르게, 입만 움직여 어떤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다.

만일 내가 전생에,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다.

이서영은 방금, 소리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 미친 놈도, 도마뱀도···. 제 새끼를 목숨 걸고 아끼는데···.’

그래.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녀는 오랜 기간, 방랑 협객 라오 위가 자신을 버렸다고만 생각해왔으니까,

전생에도 누군가 제 자식을 아낀다는 소식을 접하면 쭉 저런 식의 반응을 보여왔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한 꺼풀만 들춰봐도 그 실상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

딱 한 마디.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이 한마디만으로도 말이다.

“그리고···. 그 검성 어르신도 말이에요.”

나는 담담하게, 마치 어제 날씨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처럼 일상적인 어조로 말했고 눈앞의 이서영은 잠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여기서, 스승이 왜 나오는데?”

“왜 나오긴요. 아, 아직 못 들으셨었습니까? 방랑벽이 심하시던 그 검성 어르신이 어쩌다 이번 전쟁에 참전하게 되셨는지를요.”

“...뭐가 있어?”

아직 이서영은 그 표정 그대로이다. 다만, 아주 조금씩, 식탁 밑으로 숨긴 그녀의 손은 떨려오는 것이다.

이에 나는 최대한 평범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번 흑룡 토벌 직전에, 저를 대신해서 이준학 준장님이 몇 번이나 ‘검성’ 어르신을 설득하고자 그분의 은신처에 찾아갔던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그거야 뭐, 일이 다 끝나고.”

“그런데, 정작 ‘검성’ 어르신은 그 어떤 권력적, 금전적인 보상을 제안해도 듣는 시늉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야 그렇겠죠. 방랑 협객에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설득에 실패했다는 거야? 하지만 스승은···.”

“예. 실제로 ‘검성’ 어르신께서는 전장에 참전하셨죠.”

이어지지 않는 공백.

그 사이에 무언가가 있음은 정말 어렵지 않게 추리할 수 있을 것만 같던 그 순간, 나는 조금씩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이서영에게 말했다.

“딱 한 마디였습니다.”

한마디.

아니 사실은 굳이 문장을 완성하지 않아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검성’에게 중요한 건, 그 문장이 아닌 그 한 마디에서 언급하는 사람이었을 테니까.

“철혈검희 이서영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 그 단 한마디에 ‘검성’ 어르신은 아무런 말도 덧붙이시지 않고 날짜와 시간 그리고 위치를 물어 보였습니다.”

이서영은 양녀다.

검성의 피를 잇지도, 그 어떤 연관성도 없는 그냥 전쟁터에 방치가 되어있던 그냥 불운한 고아였단 말이다.

그런 그녀를 검성은 키웠다.

3살인 이서영을 13살이 되도록, 무려 10년간 자신의 손으로 길렀었다.

이서영은 곧잘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이 양녀이기 때문에, 그 어떤 연고도 연관성도 없는 양녀이기에 ‘검성’은 자신을 버린 것이라고.

다만,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반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어떤 연관도 없는 아이를 10년이나 애지중지 키운다고?

그거야말로 진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아니었겠는가.

이서영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당시의 중국, 지금 현재를 기준으로 약 20년 전이이었던 시절의 중국은 좋게 말해도 결코 치안이 좋은 나라는 아니었다.

무림맹은 부패하고, 소림사는 그저 방관하며, 마교와 혈교가 들고 일어나 도리어 민초를 보살피는 그런 국가였으니까.

그런 환경이었다.

내란은 밥 먹듯 일어나는데, 정작 어디가 선이고 어디가 악한 것인지 구분조차 쉽게 내릴 수 없는 망할 시대 말이다.

때문에 검성이 택한 결론이 바로, 그녀를 한국군에 넘긴다는 것이었다.

그걸 위한 어린 나이의 혹독한 수행이었고, 그 후로도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서영의 근황이나 건강 따위를 주기적으로 ‘정보상’에게서 구매해 갔다는 이력이 있었다.

그것도 무려, 자신이 한국군에 이서영을 두고 간 그해부터 바로 올해까지 말이다···.

‘정보상’에 대해서까지 차근차근 언급해주자, 이서영은 갑자기 땅이 푹 꺼지듯 한숨을 픽 내쉬고는 자신의 두 다리를 감싸 안고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렇게 장기간,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작고 여린 어깨가 애처롭게 떨려오기도 했다.

그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그저 담담히 기다려주고 있길 반 시간···.

이서영은 돌연 고개를 들고 조금 붉어진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건우야······. 나, 갑자기 볼일이 생각나서 먼저 일어날게.”

끝까지, ‘검성’에 관한 호칭을 입에 담진 않는 이서영.

허나, 그녀와 퍽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나는 이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검성에게 찾아갈 다짐을 했다는 것을.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솔직히 이번 ‘맹주의 좌’를 ‘검성’이 받게 되어 깊은 연결점을 만들고자 했던 마음도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보다도 나는 이 일을 계기로 그토록 오랫동안, ‘후회’하고 또 ‘후회’하던 전생의 이서영과 현재의 이서영이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길 바랐다.

진심으로 말이다.

검성과 검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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