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16화.
별빛보다 밝고, 황금빛보다 찬란한 빛은 전장의 정중앙에서 그 형태를 갖추었다.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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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성녀, ‘앤젤라 엘런’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습니다.
*성녀가 노래하는 기적은 ‘구마경’. 대천사, 미카엘은 순수한 구마의 기도에 응합니다.
*성역 선포, ‘에덴’이 지상에 현현됩니다.
*진행률 : (5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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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수놓는 것은 기적과 구마의 노래.
이윽고, 모든 중국의 헌터들이 그 광휘에 넋을 놓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이를 올려다보는 사이 하늘의 글씨는 또 한 번 변화했다.
<노래하라. 빛의 아이야.>
그와 동시에 양손을 곱게 모아 기도하던 앤젤라 엘런의 몸이 휙하고 젖혀졌다.
이에 놀란 이들이 소녀를 돕고자 다가서려 하는데, 하늘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허공으로 떠오르는 앤젤라 엘런의 입은 아주 분명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사탄의 세력을 저희 발아래 섬멸하며」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소녀의 옷가지는 엉망이었다.
깨끗한 성복을 입은 것도 아니었으며, 깨진 유리 조각이 나뒹굴던 땅과 닿았던 무릎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머리는 거센 바람과 고된 노역에 이미 산발이 되었고 그 외향은 그 누구에게 ‘고결함’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허나,
「사탄이 더는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고」
성녀는 신성했고, 소녀는 존귀했으며, 전장의 홀로 선 그 작은 아이에게서는 ‘천마’에게서도, ‘검성’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거대한 위압과 기품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윽고.
노래한다.
「죄없는 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간구하여 주소서」
한 구절, 한 구절 눈부신 광휘를 흩날리며 앤젤라 엘런은 빛을 노래하고 있었다.
-털썩.
-털썩.
-후두두둑!
누가 먼저라 할 것이 없었다.
그 신성한 빛과 고고한 기품 앞에, 기독교의 간단한 예법조차 모르던 이들마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님의 자비가 빨리 저희 위에 내리도록」
깊은 새벽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가장 어둡고 차디찬 공기만 가득해야 할 그런 새벽이었다.
다만, 그곳을 가득 채우는 새하얀 날갯짓.
그 너머를 검푸른 달빛을 휘두르며 검성이 나아간다.
검성을 목도한 ‘우선(愚仙)’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러나, 검성 라오 위는 눈짓으로 그녀에게 생도(生道)를 알려주며 검푸른 빛으로 다시금 세상을 물들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
‘월광찬천검(月光燦天剑)’이 번뜩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흩날리는 검격에 흑룡은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그 거대한 입을 크게 벌렸다.
-구우우우우우우우!
세상이 한차례 뒤집힌다.
흑룡, 아뮤르타스의 입 앞에 모인 거대한 구(球)가 쏘아진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의 응축된 브레스를 검성은 피하지 않는다.
다시금 달빛을 빛내는 ‘월광찬천검(月光燦天剑)’.
허나, 그는 무식하게 브레스를 맞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스듬하게 내리꽂은 검과 그 검에서 회전하는 달빛 오러.
이에 어슷하게 빗겨나간 응축된 브레스는 향한다.
다름 아닌 ‘흡정마공진’이 설치되어 있던 자금성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아! 안돼···!”
이에 우선은 경악하며 새된 비명을 토해내지만, 검성은 허리춤의 단도를 여섯 개나 던져 그녀가 형성하던 법진을 깨뜨려버렸다.
이윽고, 흑룡을 상대하면서도 곁눈질로 우선을 노려보며 그는 말하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라. 보이지 않는 게냐. 귀를 기울여라. 들리지 않는 게냐?! 네놈들을 위해 싸웠던 이들이 보이지 않더냐. 네놈들에게 구원을 바라고, 네놈들에게 희망을 맡긴 무인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게냐!”
거대한 갈(喝).
검성이 목청껏 높인 꾸짖음에 그제야 어리석은 신선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에 검성은 혀를 차며 검을 바로 쥔다.
눈앞에 당도하는 것은 새카만 비늘의 거대한 용.
아뮤르타스.
일평생 한 점 부끄럼 없는 생을 살아온 검성의 눈은 흔들리지 않는다.
「저희의 기도를 지존하신 분의 대전에 전달하여 주소서」
빗줄기가 내린다.
피를 흥건히 흘리면서도 올곧게 검을 쥔 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휙!
바람을 가르며, 신력의 바다를 가르며 날아드는 새카만 죽음.
불사왕의 ‘데스사이드’가 이건우의 눈앞까지 치닫는다!
-챙!
이를 받아내는 건 ‘자기력’의 힘으로 튕겨져 올라온 마검, ‘이터널 패인’이었다.
마찬가지로, 본래의 혈속성 마력을 잃고 쏘아지는 혈검, ‘본디오 빌라도’. 혈창 ‘롱기누스’.
허나, 신화급의 아이템은 늘 그러하듯 날카로웠기에 불사왕은 공세를 멈추고 ‘데스사이드’를 크게 휘둘러 날아드는 날붙이들을 모두 쳐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착!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착검음.
이내, 뽑아내는 기세는 눈앞의 모든 것에 수평선을 그어 넣는 발검의 묘리다.
발검(拔劒), 제1형.
황무지의 꽃.
호흡.
절정의 무인들만이 들여다보며,
초절정의 무인들만이 발을 내디딘다는 ‘틈’에 육안으로는 볼 수조차 없는 최속의 발검을 꽂아 넣는다.
-극···!
다만, 불사왕의 기다란 낫은 마찬가지로 ‘틈’을 파고들어 최속 베기를 막아섰다.
-그그그그그그그그그그극!
흑백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두 날붙이 사이에서는 흰 불꽃이 튄다.
그러나, 호흡.
이건우는 호흡한다.
들이쉰 숨에 한 발을 더 내디디고, 내쉬는 숨에 검을 고쳐잡으며 한계를 딛고, 불가능을 넘어서는 그 새로운 지평선에서, 거대한 물길을 일으키는 수레바퀴는 구른다.
수검(水劍), 제1형
회전하는 수레바퀴.
-서거거거거걱!
흑백의 세계에서 조금씩 불사왕의 안면에 균열이 일어난다.
첫째는 이건우의 힘을 얕보았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의 수왕검이 시퍼런 번개와 물길의 소용돌이를 휘감으며 강철보다 더 단단한 불사왕의 복부를 찌르고 들어왔기 때문에···!
“...악!”
처음,
아주 짧고도 미약했으나, 그것은 이건우가 생전 처음 들어본 절대자의 비명이었다.
이내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물든다.
신력으로 넘실거리던 비가 다시금 내리는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에 이건우의 귀를 장악하는 것은 길고 거대한 불사왕의 비명소리.
다만, 그것은 단순한 비명이 아닌 악에 받친 외침이었는지 복부를 꿰뚫린 그 상태로 ‘불사왕’은 도리어 다가오며 자신의 새파란 로브를 들추었다.
-펄럭!
그제야 이건우의 시야에 들어오는 망토 아래의 전경.
그곳에는 심장처럼 꿈틀대는 녹색의 부패 폭탄이 가득하다 못해 넘쳐 쏟아지고 있었다.
이건우의 눈에 크게 떠진다.
허나, 이에 도리어 즐겁다는 듯이 피식 웃는 불사왕은 고한다.
“...죽음!”
썩어 넘치던 부패 폭탄의 발동 키워드를···!
-푸아아아악!
-퐈아악!
-츠으으윽! 파아아아아악!
짙은 녹색의 부패가 불사왕의 마탑 로브를 송두리째 녹여버리며 사방으로 터져나왔다.
이에 놀란 눈을 뜨는 이건우지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그의 행동은 경악스럽게 짝이 없었다.
「마귀와 사탄에 불과한 용과 늙은 뱀을 붙들어」
퍼져나가던 부패를 통째로 가둔 푸르른 원.
뇌옥(雷玉)을 만들어 낼 때와 그 원리는 같다.
허공에 비산하는 전격 마력을 정교하고 미세하며 강대한 ‘제어력’으로 몇 겹치고 휘감아 마력으로 물리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허나, 농축된 번개를 담아내던 뇌옥과 달리, 지금의 이건우는 그 원안에 부패를 가두었다.
자신 스스로는 물론이거나와 눈앞의 불사왕과 함께 부패를 맞이하는 이건우.
“크으으으윽!”
각오를 다진 그의 입에서조차 거친 신음이 터져나왔다.
수신의 신력을 아무리 전신에 휘감아도, 부패 폭발의 산성은 이건우의 피부를 녹여버린다.
“죽음이다. 꼭두각시여. 네놈은 지금 죽음에 닿았다.”
“...”
“이 보잘것없는 결계는 무엇이냐. 동료를 지키고자 하는 게냐. 네놈의 생명보다도 저 땅을 기고 있는 벌레들을 우선시한단 말이더냐!”
녹색의 부패가 짙은 안개처럼 시야를 흐린다.
그 짙고 짙게 밀집된 ‘제어력’의 안에서 불사왕은 타오르는 듯한 눈동자로 말했다.
“결계를 풀어라, 저 땅의 벌레들이 어떻게 부패해 죽어가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절대자란 그런 것이다. 수천의 시체마저 무정히 딛고 일어나 수만의 괴물을 쓰러뜨린다면 그것이 ‘정의’다!”
무표정의 무미건조한 억양.
고저가 없는 기계가 입력된 단어를 읊는 것과 같은 무기질적인 목소리였다.
괴물이 사람의 말을 하고, 귀신이 산자에게 말을 하고 악마가 천사에게 말을 거는 듯한 기괴함이 흘러넘친다.
“그래. 네놈은 끝내 절대자의 길이 아닌 벌레들과의 공존을 택하는가.”
허나, 그럼에도 이건우가 ‘제어력’을 해제하지 않자 불사왕은 이내 자신의 검지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리석은 그대를 죽일 것이다. 이 산맥 일대를 장악한 그대의 동료들도 죽일 것이다. 저 산맥 너머 기적을 발하는 성녀도 죽일 것이다. 흑룡과 필사적으로 싸우던 ‘천마’ 그리고 그대의 비장의 수인 검성마저도 짐의 손에 죽을 것이다.”
죽을 것이다.
모두가 죽고, 죽고, 죽어.
그 모든 사체를 권속으로 일으켜 세웠을 때···!
“짐은, 이 엉망진창인 세계를 구원할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네놈의 보잘것없는 저 지상의 벌레들을 위한 희생으로 말이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는 눈이었다.
불사왕을 가로막고, 불사왕을 속이고, 불사왕의 걸음을 멈춰낸 지금 이 순간마저도 모든 죽음 수확자들의 ‘왕’인 그에게는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는 듯한, 그런 오만방자함으로 뼛속 깊이 물든 그런 눈이었다.
허나, 이건우는 그런 그에게, 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열어 답했다.
“어디서 그 역겨운 입으로 ‘정의’를 논하느냐!”
「쇠사슬로 묶어 심연 속에 빠뜨리고」
-콰득!
이를 강하게 악물고, 얼굴에서는 십자핏줄을 곤두세워가며 입을 여는 이건우.
“동료를 벌레 부르고 부하를 종복이라 칭하는 네놈의 그 썩어빠진 이상이 진짜 ‘정의’라면, 내가 너의 악마가 되어주마.”
-파지지지직!
짙은 부패를 찢어 가르는 번개.
그와 동시에 지금껏 차가운 기계 인형처럼 굳어 있던 불사왕의 눈에는 이채가 서렸다.
침묵하던, 고요하던 이건우의 눈동자에 푸르는 뇌광이 번뜩인다.
그는 이미 몸의 이곳저곳에 부패에 녹아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 참이었다.
다만, 이건우는 움직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몰골이 되더라도 오직 ‘불사왕’만을 베기 위해서···!
부패로 물든 이 닫힌 세계를 크게 가르는 푸른 뇌광!
그러자, 갈라진다.
불사왕의 ‘데스사이드’를 비스듬히 타고 흘러내려간 날카로운 ‘수왕검’의 검신이 이윽고 불사왕의 오른 손목에 닿은 것이다.
으스러지는 뼈.
두 동강 나는 손목 허나, 이건우는 이에 그치지 않고 검을 돌려 잡아 올린다.
불사왕의 팔이 갈라진다.
부패가 이건우의 전신을 좀먹고 있듯, 불사왕 역시 신력의 비에 좀먹혀가고 있었기에 ‘데스사이드’를 쥐고 있던 그의 오른팔에는 큰 균열이 일어났다.
“윽?!”
두 번째.
불사왕의 비명이 들린다.
허나,
-푸욱!
불사왕의 부패로 물든 손은 하염없이 이건우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끄으으으윽!?”
비명은 마찬가지로 이건우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이어 대각선으로 내리 꽂히는 수검.
복부를 파고든 그대로 내장을 뒤엎는 놈의 손.
말도 안 되는 고통에 두 헌터의 눈에 핏발이 곤두선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빠르게 건우의 안면을 움켜쥐려는 불사왕의 다른 손아귀.
이에 이건우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복부를 파고든 놈의 손목을 또다시 가르지만, 언데드의 왕은 숨을 쉬듯 손실된 육체를 복구한다.
상처투성이의 몸을 틀어 회피한다.
하지만 불사왕은 이를 예측했다는 듯 타올라 있던 거신병의 어깨에서 수많은 뼈가시를 솟아올린다.
이번에는 두 다리가 뼈가시에 관통당한다.
다만, 이건우 역시 신력과 뇌격으로 웅축된 라이트닝 볼트를 날린다.
-치이이이이익!
굉음과 함께 불사왕의 상체가 날아간다.
그럼에도 떨어져 나온 놈의 팔은 땅을 기어 이건우를 향한다.
이건우 역시 거센 자기력으로 신화급 무구를 튕겨 견제를 막고 도리어 견제한다.
날아든 무구를 손으로 잡은 불사왕은 전신을 감전당했으나 움직인다.
이건우의 무구로 이건우를 공격한다
상단을 파고드는 찌르기,
이를 역수로 감아쥐고 파훼하며 아래에서 위로 치솟는 베기.
숨을 쉬는 것보다 빠르게 손아귀가 날아든다.
최속 베기가 경로를 바꿔 그 불사왕의 손을 쳐낸다.
내지른 검과 창이 교차하고,
떨어졌던 새카만 ‘데스사이드’가 돌연 회전하며 이건우의 사각을 노린다.
다만, 전격 방출계 헌터에게 사각은 없기에 그는 회전하는 그 ‘데스사이드’를 꽉 움켜쥐고 그대로 불사왕에게 휘두른다.
-푸욱!
‘데스사이드’가 불사왕의 목에 꽂힌다.
“아아아아아아악!”
“그으으으으으!”
두 헌터의 목구멍에서는 참았던 비명과 악다리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쇠사슬로 묶어 심연 속에 빠뜨리고」
동시에 기도는 울려 퍼지고···.
새하얀 광휘의 빛은 이내 산맥 너머 번개 중대와 남서부, 흑룡의 레어에서 가디언과 전투를 마무리 중인 ‘전세계 합동 레이드’의 인원들을 따사로이 비추었다.
「백성들을 더 이상 불태우지 못하게 하소서」
달빛을 손에 쥔 ‘검성’의 ‘월광찬천검(月光燦天剑)’이 흑룡의 심장을 파고든다.
이건우가 휘두른 ‘데스사이드’는 불사왕의 목을 완전히 갈랐고,
검희와 검왕의 날카로운 ‘두 검격’은 드디어 마지막 거신병의 아킬레스건을 도륙냈으며,
번개 중대의 총탄과 전차 부대의 화력 지원은 이윽고 지상의 모든 언데드를 불태웠다.
이윽고, 종막에서도 다시 마지막을 고하는 마침표의 선언이 들려오면······.
「아멘.」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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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 대천사는 완성된 ‘구마경’의 효력을 발현합니다.
*미카엘은 성역 ‘에덴’을 선포합니다!
*진행률 :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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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부정을 정화하고, 부패를 씻어내리는 거대한 빛이 내리었다.
새벽을 몰아낸 것은 태양의 볕이 아니었다.
그 수를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의 새들과 드넓은 지역 전체를 밝히는 단죄의 백염(白炎), 이윽고 죄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생자들을 치유하는 치유의 기적.
그 빛이, 세상을 휘감았을 때.
이건우는 드디어 전신에 힘을 풀며 바닥에 엎어졌고···.
이내 뇌옥막을 비집고 나온 부패는 앤젤라 엘런의 기적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건우야! 건우야!”
이건우가 잠시 그렇게 무너져 산 중턱에 머리를 처박은 ‘거신병’의 어깨뼈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여기! 건우야!”
그녀는 중국으로 향하던 헬기에서 예지몽을 꾸었다던 남궁연이었다.
이렇게나 빠르게 건우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예지몽의 덕택이었을 것이다.
“끝났어. 건우야. 이제 다 끝났어.”
눈물을 흘려가면서도, 숨 가쁘게 치유의 물방울을 만들어 이건우의 상처에 펴 바르는 그녀.
그녀는 울면서도, 정말로 불사왕과 단독 전투를 벌여낸 이건우의 경이에 감탄하듯 웃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났음에 남궁연이 건우를 치유하다 안도의 한숨을 툭, 내쉬는 그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신의 성녀여.”
흉측하게 목만 떨어져 땅을 구르고 있던 ‘불사왕’의 머리가 목소리를 냈다.
“읏?!”
이에 경악하는 얼굴로 이건우를 이고 일어서는 남궁연이었지만, 불사왕의 머리는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기괴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흐흐흐! 하하하하하! 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
보는 것만으로도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광경.
-스으으으으!
허나, 이내 그 머리는 일순간에 먼지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이윽고···.
하늘 위에서 ‘거대한 산’이 떨어졌다.
-GAAAAAAAAAAAAAAAAAA!
“으으읏!?”
반사적으로 물빛 결계를 펼친 남궁연 덕분에 그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나···.
흙먼지가 걷히고, 보이는 전경은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지형이 변했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으리라.
쭉 이어지던 산맥에 운석이 내리꽂힌 듯,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된 눈앞의 광경···.
이내 산맥을 끊고, 그 외침만으로 지축을 뒤흔들어 놓는 거악(巨惡)은 바로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불사왕의 비수이자, 별을 부수는 거인.
‘스카이 타이탄’.
“짐이 말하지 않았더냐. ‘이어져 온 꿈’의 꼭두각시여.”
이윽고, 불사왕은 그 ‘거악’의 어깨 위에 멀쩡한 모습 그대로 선 채 입을 열었다.
“그대도, 그대의 동료들도, 성녀도, 천마도, 검성마저도! 짐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빈사 상태의 이건우.
방어와 치유밖에는 재주가 없는 남궁연.
긴 전투에 지쳐 주저앉은 번개중대.
흑룡과의 전투로 기력을 다 소모한 ‘천마’와 ‘검성’.
아비규환에 빠진 마천신교의 헌터들.
상황이 이러하다.
그 누가 이제와서 저 거악에 대항할 수 있겠는가.
‘승패는 정해졌다.’
그런 생각이 이 대화를 듣는, 이 광경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던 이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그 순간···.
이건우는 돌연 팔을 쭉 들어 올렸다가 자신의 심장 부근에 있던 기묘한 버튼 하나를 눌렀다.
-치이익!
그러자 들려오는 거친 무전음.
그런 돌발 행동에 당황하는 것은 비단 남궁연과 지쳐 쓰러진 부대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불사왕마저 의문 섞인 표정으로 이건우를 바라보던 바로 그때!
-칙! 이건우 소령. 드디어 이쪽의 시간인가.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이준학 준장의 목소리였다.
“예. 지금입니다.”
동시에, ‘스카이 타이탄’이 소환되어 떨어졌던 드높은 창공 보다도 더 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는 구름, ‘야광운’ 너머에서 모습을 숨기고 기함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핵폭탄을 들고 날랐던 ‘황해의 비공정’이 아닌······ 또 다른 비공정.
바로 ‘흑태자’가 소유한 ‘중동 연합 비공정’이었다!
“...허”
두 번째 비공정의 등장만큼은 상상조차 못 했는지 일순간에 부활한 불사왕의 입에서조차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허나, 이것으로 놀라긴 너무나도 이르다.
그 창공의 너머에서부터 떨어져 내라는 소수의 헌터들.
그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여유롭게 지상으로 내려오다 땅에 닿기 직전,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스르릉!
-스릉!
일순간에 일어나는 폭풍 검.
이내 지상에 선 이들은 품이 넓은 사무라이의 의복을 여유롭게 흩날리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크게 과시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검제의 제자들.
이윽고, 그 중앙에 서서 아직도 태평하게 입에 갈댓잎을 물고 있는 흰 머리칼의 남자는 다름 아닌···.
검왕, 류자키와 저 검제의 제자들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
검제(劍帝), 요시히사 켄신이었다.
이건우는 약속을 지켜준 검제를 잠시 바라보다가 전보다 더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는 불사왕 프리드리히 파울라스를 보며 말했다.
“드디어 종막이다···. 불사왕.”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삶은 필생의 역작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