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05화 (105/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05화.

작전의 결행까지 아직은 조금의 시간이 남은 야심한 밤.

“어찌 그러한 우자의 행태를 취했는가를 묻지 않으마···. 그러니 순순히 털어놓거라.”

모든 헌터들이 독방을 배정받은 자금성의 귀빈실 중, 나의 방에는 손님이 찾아왔다.

“대체 네놈이 어떤 기특한 일을 계획하고 있기에 이몸의 얼굴에 그토록 당당히 먹칠을 했는지를 말이다.”

-덜그럭!

이내 옛 그리스 로마에서나 쓸법한 뭉툭한 투구를 벗고 모습을 드러내는 건 당연하지만, 흑태자 칼레드였다.

“신화급 무장 중에서도 성유물급에 가장 가깝다 전해지는 올림푸스의 3대 무구···. ‘하데스의 투구’입니까.”

그리고 저 정도로 귀한 무구를 아무렇지 않게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건, 흑태자 칼레드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행동일 것이다.

“하데스건 말데스건 관심 없다! 네놈은 얼른 이몸의 성의를 무시하고서라도 결행하려 했던 그 계획에 대해 모두 털어놓으면 되는 게야!”

아무래도 그가 대놓고 내 편의를 위해 나서주었는데, 내가 불사왕을 대놓고 찬양하고 자빠졌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흑태자 칼레드는 구겨진 종이처럼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는 언성을 높였다.

이 정도면 바로 옆방에 있는 철혈검희와 남궁연에게 들릴 법도 하다만,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또 뭔가 아이템으로 외부와 내부를 차단한 모양이었다.

“뭐, 뭐. 흑태자님 그리 흥분하지 마시고요.”

“무어라?”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겁니다만, 당연히 저는 ‘불사왕’의 편이 아닙니다.”

“하! 이몸이 그런 허무한 확인을 듣고자 직접 행차했겠느냐! 네놈은 다만 이몸에게 일언반구 없이 행하고 있는 그 해괴망측한 계획을 순순히 털어놓으면 되는 게다.”

아니, 말을 듣다 보니 이 흑태자 칼레드가 내게 불만을 품은 것은, 내가 그의 성의를 무시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이번에 준비한 ‘대규모 작전’을 사전에 공유해주지 않은 것이 진짜 불만인 모양이다.

“네놈이 계획을 털어놓지 않겠다면, 나 역시 네놈의 부탁으로 마련해둔 ‘던전 은’의 무구들을 도로 용광로에 집어넣을 것이다.”

던전 은.

일반적인 은과 달리 마력 감응도가 높은 귀하디귀한 광물이다.

벌써 반년도 더 전의 일이었지만, 나는 눈앞의 흑태자에게 ‘불사왕’에게 대항할 수단으로 ‘던전 은’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암행’의 조력을 통해 이번 ‘흑룡 레이드’에 그것을 모두 가지고 와 달라는 전언을 들은 상황일 테고······.

전생의 그는 본래, 이 흑룡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중동 대표로 참가한 자가 변하고, 이렇게 흑태자가 얼굴을 들이민 것은 분명 순전히 나의 전언 때문이겠지.

그러니, 그는 나를 믿고 목숨을 걸고 찾아왔는데, 정작 나는 그에게 내 계획의 티끌조차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던 것이다.

그리 생각해보니, 흑태자의 이 분노와 갑갑함도 퍽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부탁을 들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흑태자.”

그래서 나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부드러운 말투로 그를 달랬고, 흑태자는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입만 달싹거리고 있었다. 아마 욕지거리를 삼키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얼른 현재 상황을 전했다.

불사왕의 역할이 커지고, 그가 늦게 도착하고, 배신이 일어나고, 전멸한다는 바로 그 이야기를 말이다.

“그럼, 저의 든든한 스폰서이신 흑태자님께 본격적인 작전 해설에 앞서, 한 가지 짧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질문···?”

또 무슨 개수작이냐는 듯 흑태자는 미간을 좁혔지만, 나는 손바닥들 들어 보이며 그를 진정시키곤 바로 덧붙였다.

“그 지각쟁이 불사왕이 자신의 계획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려면······. 뭐가 가장 중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

“예. ‘저스티스 가디언즈’의 저 영국의 대표 레이첼이 앵무새처럼 ‘기다리자’라고 말하잖아요.”

“즉, 놈들이 중시하는 것은 시간이다?”

“뭐, 비슷합니다. 정확히는 너무나 촉박해진 상황에 3만 5천의 연합군이 진형이고 뭐고 다 갖다 버리고, 무작정 드래곤 레어로 돌진하길 바라는 거지만 말입니다.”

‘군’이나 ‘협회’가 국가의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세상에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적과 효율적으로 전투를 벌이기 위해 짜둔 ‘진형’을 버린다니···.

‘제발 나를 좀 죽여주세요.’라고 말하는 격이 아닌가.

허나, 헌터가 규율과 규칙에 따르는 일부 국가들과 달리, 세계 국가들의 대부분은 ‘정부나 협회’가 아닌 ‘초거대 길드’의 통제를 따른다.

즉, 기본적으로 헌터란, 협동하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보단 개별적인 전투에 각자의 방식으로 임하는 것이 더 익숙한 족속이란 것이다.

헌터이기전에 군인인가.

군인이기 전에 헌터인가.

이건 먼 옛날부터 진해 내려오던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답은, 어느 한쪽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전세게 합동 레이드’는 합을 맞춰본 적도 없는 12개국의 병력이 갑자기 뒤엉키는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 시간까지 촉박해진다면, 과연 어떤 헌터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로 그 부분을, ‘불사왕’은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가···.”

앤젤라 엘런을 핑계로 전생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을 때도 그랬지만,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흑태자 칼레드의 반응은 다소 짤막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면 조용해지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반응인 듯했다.

어느새 시계는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전 결행까지는 얼마 남지도 않은 야심한 새벽.

한참 동안 턱을 매만지던 칼레드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부터라도 곧장 대군이 움직일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주장을 해야 함이 옳겠군. 혹은 네놈에게는 한국군 다섯과 이몸의 사병들만으로 거사를 치를 자신이 있는 게냐?”

역시 그는 ‘기다림’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망설임 없이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 행동력에는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다만, 대책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서 말입니다. 흑태자님. 저희는 발상을 뒤집어 보기로 했습니다.”

“...뒤집어?”

“예. 왜 꼭 저희만 사지로 발을 내디디며 진군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음? 그야 당연히 우리의 목적지는 용의 둥지이고, 둥지에는 수많은 가디언들이···.”

당연히 말이 안 되는, 다시 말해 상식에서 어긋나는 말을 꺼내는 나에게 흑태자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보였다.

허나, 나는 그런 그의 중얼거림마저 끊으며 곧바로 주머니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 보였다.

“만일, 우리가 그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 몬스터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만들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가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오게 한다···?”

이윽고 내가 그에게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새빨간 빛을 머금은 작은 보석 조각.

바로, 휴거교의 제사 도구였던 월혈석(月血石)의 조각이었다.

“레이드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

번개 중대의 창설 직후, 나는 가장 먼저 이모님을 부대의 연금술사로 스카우트했었다.

전생에는 ‘분노의 연금술사’로서,

현생에는 딸인 ‘윤지아’가 죽지 않아 이성적인 ‘연금술사’로서 살아가고 있던 그 이모님 말이다.

지난 알프레드 아들러의 ‘번개 중대’ 습격 사태 때도 두 사람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은 전문 연구진으로서 번개 중대가 아닌 7여단의 여단 본부 연구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을까.

그건 당연히 월혈석(月血石)의 파편과 영약 그리고 ‘오브’에 대한 연구였다.

나는 처음부터 ‘번개 중대’를 가장 ‘날카로운 이빨’로 키울 생각이었지, 그저 비대한 부대로 만들 생각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부대원 모두가 영약을 먹고, 부대원 모두가 ‘오브’를 가진다.

그보다 효과적인 스팩업이 어디 있단 말인가.

허나, 그 ‘연구’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그 방향성이 크게 격변한다.

-이거···.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알 것 같은데요?

그런 당돌한 말을 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전생이라면 이미 죽은 사람이었을 운명이었던 ‘윤지아’.

그녀는 뜬금없이 휴거교의 제사 도구인 ‘오르골’에 집중했다.

확실히 전생에는 없던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 제사 도구를 이쪽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발상이었다.

그리고 그 발상은 몇 달이 흐른 지금,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북부에 미노타우로스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드래곤 레어는 남서부라고!”

“가, 갑자기 하늘에서 동그란 게이트가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뚝 떨어졌다는 목격 증언이 있습니다!”

“미친 소리좀 작작해!”

“저, 정말입니다!”

나를 비롯한 동양계 헌터들과 중동 지방을 대표해 찾아온 헌터들이 머무는 별궁.

방금전까지 나와 흑태자가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던 것이 도리어 민망해질 만큼, 이 별궁에는 엄청난 아비규환이 당도했다.

“지,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곳 베이징시부터 북부 러시아와의 국경선에 이르는 헤이룽장까지 도합 수백의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났습니다!”

“수, 수백이라고?!”

3만 5천의 대군이 모여있다보니 회의에서는 미노타우로스가 다소 가볍게 다루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사실 미노타우로스라는 거대 마수는 한 개체당 다섯 A급 헌터를 요하는 강인한 몬스터다.

그 정도의 특급 마수가 단번에 수백.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만을 골라 소환했다 해도, 이를 가만히 방치해뒀다간 도시 하나, 둘은 눈 깜짝할 새 사라질지 모른다.

그런데 마침, 이 베이징에는 3만 5천이라는 대군이 당장이라고 진군할 채비를 갖춘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자. 그럼 당연히 어떤 일이 일어날까.

“출발해! 북부로 얼른!”

자연스레 ‘저스티스 가디언즈’가 경계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들이 회의를 어떻게 주도해 의견을 취합했건, 그 주장에 천마가 동의하건 말건, 헌터들은 진군을 시작한다.

더욱이 중국의 신정부, ‘마천신교’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를 가만히 앉아 지켜만 보겠는가.

-지이잉!

하늘 위, 드높은 상공.

투박한 원이 하늘로 붕 떠오르고 그 원을 발판삼아 서 있던 ‘천마’는 말 그대로 허공을 박차며 굉음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아마 ‘그’의 성격상,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도착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겠지.

‘천마’는 같은 무인은 몰라도, 민초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강하니 말이다.

“자, 잠깐! 처, 천마여! 정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그리고 자금성 밖, 천안문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대군의 3분의 1정도가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뒤늦게 현장에 나타나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레이첼.

‘저스티스 가디언즈’의 간부이자, 영국 왕실을 대표해 이번 레이드에 참전한 S급 헌터였다.

물론, 그 정체는 이미 ‘불사왕’에게 충성을 바친 언데드였지만 말이다.

‘천마’를 향해 목청 높여 내지른 그녀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음속으로 내달리는 천마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니 말이다.

“회···. 회의대로 행동해! 열 개국이 모여 있는 곳에서 질서가 무너지면 안 된다니까!?”

이를 인지한 레이첼은 곧바로 아직 주변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경고하듯 외치지만···.

“부, 북서부! 또다시 미노타우로스가 출현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지역에서 그 수가 백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줄줄이 밀어닥치는 새로운 괴물의 출몰 소식은, 잠시 말을 멈췄던 헌터들을 다시금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이봐! 이봐아!”

레이첼을 비롯한 유럽 연합 헌터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각국의 대표들은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 바빴다.

놈들이 어떤 허울 좋은 핑계를 더 준비했건, 그 모든 건 몬스터의 ‘선제공격’이 없는 폭풍전야에서나 통용될 말들이었다.

허나 하늘에서 뜬금없이 미노타우로스가 뚝 떨어진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갑자기 왜 이런 일이?

굳이 독심술이 없더라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레이첼의 표정은 강렬했다.

숱한 의문이, 격한 분노가 번갈아 그녀의 얼굴에 떠오르고 사라진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태연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그렇게 계속 인상만 쓰고 있으면 예쁜 얼굴이 주름 생깁니다. 레이첼.”

이에 레이첼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참, 할 일은 많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얼굴이었다.

당혹스럽겠지.

‘저스티스 가디언즈’라는 집단 자체가 불사왕의 종복인 이상, 이 같은 이상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러한 상식 밖의 현상들은 대부분 ‘휴거교’와 그 모체인 ‘흡혈종’의 권능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흡혈종’은 현재, ‘저스티스 가디언즈’의 요청으로 일본 헌터들 사이, 사이 정체를 감추고 숨어있는 상태.

설마 했던 배신?

아니면 어떤 착오가 발생한 건가?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도 쉼 없이 그러한 의구심들이 마구 뒤엉켜 아비규환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조소를 머금었다.

이에 레이첼은 발끈하며 핏발 선 눈으로 나를 응시했으나, 나는 소리 없이 입만 움직여 응수했다.

[그러게 믿을 수 있는 놈들을 믿었어야지.]

입 모양만으로 전달한 의사.

물 흐르듯 튀어나온 괄시와 비웃음.

더욱이 나는 자연스럽게 ‘휴거교’를 비롯해 ‘흡혈종’을 연상시킬 법한 말을 꺼내 놈들의 동맹에 불신의 씨앗을 수놓았다.

“이··· 이런 개 같은 놈이······.”

레이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욕지거리를 중얼거렸지만, 나는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영국 대표가 어째서, 이런 초유의 사태에 제게 욕을 하시는지 그 영문을 모르겠군요.”

시치미를 떼며 태연하게, 아직 태화궁에 남아 있는 이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아비규환에 어지럽게 뒤틀려 있던 시선이 모이자, 레이첼과 ‘저스티스 가디언즈’의 헌터들은 몸을 흠칫 떨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유치하다 못해 한심한 반응.

S급 헌터 셋에 특급 헌터 다섯 그리고 A급 이상의 헌터를 열 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저스티스 가디언즈’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역시, 휴거교의 기술을 역이용한다는 이 발상은 저들의 이성마저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던 모양이었다.

빌런의 동맹에 충분한 의심암귀를 심고, 충분히 한국의 무고를 보여주었다 싶은 그 시점, 나는 회심의 흑태자 칼레드와 함께 사전에 준비해두었던 회심의 한방을 입에 담았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쇼. 레이첼···. 천마께서는 출발하시기 전, 이곳에 남을 인원들에 행동방침 역시 분명하게 전해주셨으니까요.”

“...뭐라고?”

나와 천마가 따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놀란 표정을 짓는 레이첼.

허나, 나는 놀라 까무러치는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녀가 경기를 일으킬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천마 어르신께서는, 만일 대응이 늦거나, 이번 소식에 움직이지 않은 국가가 이곳에 남는다면 당장이라도 흑룡의 레어로 진군하라,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진, 군···?”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혹 ‘저스티스 가디언즈’는 이 급박한 사태를 그저 방관하실 예정이셨습니까?”

현재 이 태화궁에 남은 인원은 대부분, ‘저스티스 가디언즈’의 소속 맴버를 국가의 대표로 둔 ‘유럽 연합’의 국가들이었다.

본래라면 신나게 우리 ‘흑룡 공략대’의 뒤통수를 칠 예정이었던 그들.

허나, 나는 그들이 이곳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보다 한 수 더 앞서 덫을 놓았다.

“아, 아니···. 우리는 총리의 도착을 기다릴······.”

“정의의 수호자라는 분들이···. 무고한 이들이 학살당하는 광경을 앞으로 다섯 시간이나 더 구경만 하시겠다, 그겁니까?”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나의 태도.

레이첼은 이에 인상을 확 찌푸리지만, 따지고 드는 내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

당연하겠지.

이곳에는 본디 이 땅의 주인인 ‘마천신교’의 무인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금도 우릴 살펴보고 있으니 말이다.

보는 눈이 많은 상황,

그리고 평소 ‘정의’를 입에 달고 살던 그들의 태도.

이 치밀하게 짜여진 판에서 놈들은 결코, 출전하지 않겠다는 말을 내뱉을 순 없다.

놈들은 누가 뭐라 해도, ‘정의의 편’이니까.

전생에는 그들이 형편 좋게 이용했던 그 선량한 이미지와 믿음을, 이번에는 내 쪽에서 역이용하는 것이다.

“그럼, 최선봉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저스티스 가디언즈’분들.”

끝끝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똥씹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레이첼.

허나, 저런 눈빛에 이제와서 겁을 먹기엔···.

나는 이미 충분히 강인해졌고, 내 손에는 수없이 많은 변수를 모조리 통제하고도 남을 만큼의 카드가 쥐어져 있는 상태였다.

“뭐합니까. 얼른 움직이지 않고”

나는 대놓고 레이첼에게 꼽을 주었다.

분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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