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02화 (102/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02화.

757헬기부대의 특수전 마공학 헬기가 서해의 상공을 가르며 나아간다.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응한 12개 국가는 이미 일주일도 더 전에 자국에서 중국으로 병력을 출발시켰다고 하지만, 바다 하나를 끼고 있는 거리의 한국은 소집 당일인 금일 출발해도 늦지 않는다.

“미친놈이냐고 하지 않을까?”

그때, 757헬기부대의 헬기 내부. 얼굴이 너무 작아 헬멧을 손으로 잡고 있던 철혈검희 이서영은 맞은편 자리에 앉아 날 바라보다 그런 질문을 건네왔다.

그녀가 말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는 안다.

이 헬기에 탑승해 있는 다섯 사람.

이젠 뇌왕이란 호칭이 퍽 익숙해진 ‘나’와 ‘철혈검희’, ‘수신의 성녀’.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홍진웅에게 ‘판도라의 인벤토리’를 건네받은 전사장 마르쿠스와 출발 전날부터 입을 꾹 닫고 있는 검왕 류자키다.

“‘합동 레이드’에 응한 인원이 다섯 명이라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중 둘이 외국인이라니···. 아마 현장의 9할은 저희를 정상인으로 보진 않을 겁니다.”

나의 태연자약한 대답에 미간을 좁히는 이서영.

그녀는 최소한 내게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는 대답을 원했단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이대로 가도 되는 거야?”

“뭐···. 흑룡보단 급이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저희는 악마를 토벌했잖아요? 다들 가볍게 넘어가시는데, 원래 악마도 ‘전세계 합동 레이드’ 소집급 재앙이라니까요.”

“그건 아는데···. 마천신교의 미후왕. 그놈 성격에 가만히 있진 않을걸.”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는 이서영.

그녀가 방금 언급한 미후왕이란, 창술의 귀재이자 대 마천신교의 서열 4위를 담당하고 있는 일각주. ‘장 웨이’를 상징하는 별호다.

“부협회장님도, 이준학 준장님도 지금 대대장님과 같은 걱정을 하셨지만,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미후왕이 그렇게 나오리란 거 저도 압니다. 애초에 그놈이 그렇게 움직여주길 유도하는 의미도 있었으니까요.”

“...그래? 그럼 그렇지.”

주저 없이 차분하게 대답을 들려주자, 이서영은 어째서인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미간에 힘을 풀었다.

역시, 여단장 최중철과 더불어 나와 가장 오래 함께한 검사.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를 믿어주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신뢰에 감사하며 남은 1시간 동안 헬기 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려 했는데, 돌연 이서영은 날이 선 목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그건 뭐니?”

그거, 라고 말하며 이서영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것은 나와 내 옆자리에 앉아 잠들어 있는 수신의 성녀, 남궁연이 맞잡고 있는 ‘손’이었다.

“아, 이렇게 있는 게 신력 순환에 좋다고 해서요.”

“하아, 신력 순환에 좋으시겠다? 그래서 깍지까지 끼고 어깨에 기대서 잠이나 자고 계신다~ 그거지? 응?”

남궁연에게 전해 들은 대로 답하자 도끼눈을 뜬 이서영은 한층 더 날이 선 목소리로 되묻기 시작했다.

그녀는 믿지 못하는 눈치지만, 실제로 ‘수신의 성녀’ 남궁연은 현재 잠들어 있다.

‘꿈’을 통해 무언가 초월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성녀의 특성상, 현재의 그녀는 수신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거나, 예지몽을 통해 미래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누군 팔자에도 없는 바티칸으로 팔려가서 보름 동안 삽질하다 간신히 돌아왔는데, 누군 깍지끼고 잠이나 자고 계신다~ 그거지?”

허나, 예로부터 검과 무가 아니라면 문외한에 가까운 이서영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저 아니꼬운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참군인이니.

아직도 ‘수신의 성녀’라는 수신교의 체계보단 아직 군의 직급으로 남궁연을 바라보는 듯했다.

아니면, 그냥 귀여운 질투를 하는 거거나.

벌떡,

3분 넘게 가만히, 잠든 남궁연과 나를 번갈아 응시하던 이서영은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 작은 체구로 나를 올려다보며 뭔가를 주저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두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

“...손이요?”

“나, 나도 허울뿐이지만, 신자로 재각성했잖아. 그 신력인지 뭔지···. 나도 네 손 잡고 있다 보면 느껴질지 혹시 알아?”

그게 그렇게 되나?

나는 의아한 심경으로 묘한 말을 하는 이서영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반대로 돌렸고, 그녀의 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자기가 팔을 꺼내놓고서도 퍽 민망했던 모양이다.

-덥석!

그래서 나는 거침없이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물었다.

“뭐가 좀 느껴지십니까. 대대장님?”

다소 뻘쭘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던 것인데, 이서영은 돌연 움켜쥐었던 내 손을 풀어헤치고는 깍지를 끼고는 말했다.

“...몰라. 근데, 이제 대대장이라고 부르지 마. 어떤 바보 때문에 맨날 자리 비우느라 이제 다음 달이면 대대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니까.”

“아······. 그건, 죄송하네요.”

“아니야. 솔직히 나도 내가 워낙 무식해서 그런 지휘관직에 맞지 않는다고 많이 생각했었으니까···.”

“그건······.”

아니라고 말을 하려다가 돌연 말문이 막혔다.

실제로 2대대의 대대장으로 있던 이서영은 답답하면 자기가 뛴다는 행동방침으로 병사들의 통제보다 전장을 우선하기 일쑤였으니까.

운을 띄워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

이서영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런 나를 흘낏거리더니 다시 반대로 고개를 휙 돌리고는 말했다.

“그··· 그러니까······. 앞으로는 서, 서영아라고 불러. 이젠 대대장이라고 불리긴 싫으니까. 아···. 알겠지?”

“아, 그···. 예.”

어째서인지 풍겨 나오는 몽글몽글한 분위기.

허나, 내 입은 도리어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었다.

그때 이서영 역시 이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말을 돌리는 듯 급하게 목소리 톤을 바꾸며 입을 열었다.

“그, 그런데 넌 이렇게 소, 손잡고 있으면 뭐가 느껴져? 나,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

솔직히 신력은 잘 모르겠고 다른 생각이 들긴 했다.

철혈검희 이서영의 손은 의외로, 올해로 11살인 앤젤라 엘런의 손과 그닥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걸 입 밖으로 냈다간 검집으로 한 대 얻어맞게 될 테니. 나는 작게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양손에 꽃이라니···. 뇌왕은 죄가 많은 사람이군. 부디, 우리 성녀님 앞에서는 자제를 부탁하겠소.”

그때, 아까부터 홍진웅이 전해준 ‘판도라의 인벤토리’를 한참동안 뒤적거리던 전사장 마르쿠스가 도끼눈을 뜨고 그런 말을 건넸고···.

나와 이서영은 동시에 입을 열려다가 왠지 말문이 막혀 둘 다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참,

갑자기 헬기 안이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약 40분 후,

중국의 넓은 대륙이 시야에 보일 즘이 되자, 드넓은 항구가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함대가 정박 되어 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조금 더 나아가자 757헬기부대의 최신식 마공학 헬기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막대한 수의 전차와 자주포가 늘어선 풍경이,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자 열 개국에서 이 먼 중국 땅까지 찾아온 헌터 병단이 각국의 국기를 드높게 들어 올리고 그 끝이 한눈에 담기지 않을 만큼 길게 늘어서 있는 광경마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집합 장소는 베이징의 중심이자 중화 문명의 중심을 상징하는 베이징의 자금성 앞 천안문 광장.

과거에는 넓은 시가지와 도심의 건물들로 가득 차 있던 이곳은 지난 정권 교체와 함께 거대한 공터가 되어버렸다.

이 땅의 모든 건축물들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소멸시킨 이 광경 자체가 마천신교의 명실공히 한 일인자, 천마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중국에 ‘마천신교’가 집권하는 한 이곳은 언제까지나 공터일 예정이다.

-드드드드드!

이윽고, 757헬기부대의 조력으로 이곳까지 날아온 우리 한국의 지원군 역시 헬기의 문을 열고 강하했다.

헬기가 상공 몇 피트에 떠올라 있었건, 그런 것이 그다지 중요치 않을 만큼 이번 지원군에 포함된 인원들은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이들이었다.

“꺄아아악!”

유일하게 내 품에 안겨 함께 강하한 남궁연만은 짧은 비명을 내질렀지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렇게 우리는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앞.

이번 ‘전세계 합동 레이드’의 소집 장소에 알맞게 도착했다.

-후우우우웅!

이내 우리의 착지를 확인한 757의 헬기는 미련 없이 떠나가고, 우리 다섯 사람은 최소 1만 명 이상의 헌터가 시선을 집중하는 이곳에 섰다.

“큼흠···!”

“거, 건우야. 다, 다들 우리를 째려보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지?”

착지와 동시에 마르쿠스는 불편하다는 듯 콧김을 크게 내쉬고, 남궁연은 비몽사몽 한 얼굴임에도 주위 분위기를 읽고는 사색이 되어 물었다.

“타국은 최소한 1천 명을 보내는 곳에 다섯이 내려왔으니 당연한 거지. 네가 자원한 지원군이잖아. 악으로 깡으로 버텨.”

“대, 대령님? 저는 이 지원군에 자원 안 했는데요···?”

그런 남궁연에게 주의를 주는 이서영. 그런 이서영에게 울상을 짓는 남궁연.

두 사람은 가만히 놔뒀다간 몇 마디 더 아웅다웅할 것 같아 나는 확 내리깐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당해지세요. 저희 다섯은 결코, 저기 천명의 헌터들에게 꿀리지 않으니까요.”

“그, 그그, 그래? 그, 그런데 건우야. 네 말을 저, 저기 헌터들도 드, 들은 것 같은데? 지, 지금! 무, 무섭게 노려보잖아!”

‘수신의 성녀’로 재각성을 이루며 특유의 오오라를 가지게 된 것만 같았는데···. 권능을 행사하지 않을 때의 남궁연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나는 그리 말하며 남궁연의 손을 꼭 잡아주었고, 그제야 그녀는 입을 닫았다.

그래도 무서운 것은 어디 가지 않는지 몸을 바짝 붙여 내 등 뒤에 숨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잠시 헬기에서 내려온 그대로 가만히 서 있자 검정색 도복을 입은 자들이 하나, 둘 우리에게 다가왔다.

“따라오시죠.”

아무래도 나와 이서영 그리고 남궁연이 한국군의 군복을 입고 있다 보니 우리의 신원을 한눈에 알아본 모양이었다.

사람이 무려 다섯‘씩이나’ 되다 보니, 우리 한국의 지원군은 자금성 밖, 공터에 남는 인원 없이 모두 회의가 진행될 내부로 향하게 되었다.

천안문을 지나 오문을 통과.

이윽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태화문 광장이었다.

자금성 밖이 각기 다른 열 개 국가의 헌터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은 오직 중국의 헌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앙의 길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마천신교의 일각부터 팔각까지를 상징하는 깃발이 쭉 늘어서 있고 좌측에는 각기 다른 문파의 무인들이 각 문파의 문양기를 들고 쭉 늘어서 있다.

밖과 안을 다 합치면 이번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동원된 인력은 아마 3만은 훌쩍 넘을 것이다.

그리고 쭉 들어 올린 시선의 끝.

태화궁의 활짝 열린 문 내부에는, 흑태자 칼레드를 비롯한 각국의 지원군 대표가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의 초거대 복합 길드 ‘제이슨 스트라우스’ 부단장.

앞서 언급한 ‘흑태자’ 칼레드에다 유럽 연합의 대표적인 헌터집단, ‘저스티스 가디언즈’ 간부들 또한 보인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터기까지.

이번 작전을 지원한 서방계 국가만으로 이미 원군의 과반수는 가득 찬 듯 보였다.

나를 비롯한 다섯의 한국 지원군은 터벅, 터벅 그 태화궁을 향해 걷는다.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휘권을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재확립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가 태화문 광장을 거의 다 가로지르던 그 순간···.

-척!

앞장서던 나의 눈앞에 섬광이 날아들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던 일격.

심지어 그 일격에는 일반적인 헌터라면 그냥 나가떨어졌을 만큼 무시무시한 양의 내공이 담겨 있었다.

-챙!

허나, 나는 그것을 ‘본디오 빌라도’를 뽑지도 않고 쳐냈다.

내가 손에 쥔 것은 다름 아닌 새카만 검신의 ‘이터널 패인’.

오래간만에 뽑은 그 저주의 검은, 흉흉한 마력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장난이라면 도가 지나쳤고, 진심이었다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일격이군요.”

나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옆에서 시퍼런 창살을 내지른 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터벅, 터벅.

나의 눈앞으로 걸어와 태연하게 창을 고쳐잡는 눈썹이 짙은 남자.

“그야 단순한 경고였을 뿐이니까. 신생 헌터 이건우.”

그가 바로 미후왕이란 이명으로 더 알려진 ‘중원제일창’.

마천신교의 일각주, 장 웨이였다.

젊어 보이는 외견과 달리 머리 곳곳이 희게 센 그는 창을 화려하게 돌리더니, 쿵! 하고 바닥에 내리찍어 태화궁으로 향하는 길을 막아서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마천신교의 장로분들과 이 자리에 먼저 모인 열 개 대국 사절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본 결과, 반반이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네놈을 정식으로 지원군이라 여길지, 아니면 뒷간의 똥 막대기보다 열등하고 주제를 모르는 개새끼들이라 여길지 말이다.”

굳이 앞선 회의의 결과를 언급하면서도 후자에 더 격한 감정을 섞어내는 것을 보면, 이 미후왕의 마음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금방 깨달을 수가 있다.

‘...역시 걸려들었군.’

이제 남은 일은··· ‘설계된’ 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뿐이다.

나는 겉으로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는 한편,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결실을 맺을 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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