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101화 (101/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01화.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S급 헌터들로 구성된 정예병도 아니고, ‘번개 중대’의 넷을 데리고 가겠다는 나의 말에 눈앞에 서 있는 스물일곱 명의 지휘관들은 일동 말을 잃었다.

충격적인 발언이란 것은 나 스스로도 안다.

흔히 ‘전세계 합동 레이드’ 소집에는 국가에 어떤 비상사태가 없는 한, 최소 1천여 명의 헌터들을 지원군으로 보내는 것이 관례이니까.

그 관례를 억이고 최소의 수를 보내기 위해선, 보통 국제 헌터 연맹에서 측정하는 ‘헌터 랭킹’에서 최상위 권에 해당하는 이들을 보내야 한다.

그 힘이 너무나도 강대해 말 그대로 ‘국가 전력’이라 불리는 그들을 해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시대, 현시점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S급의 헌터는 총 스물아홉 명이다.

그중 9위, 17위, 2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초희, 정진권, 조성우.

1천이라는 헌터의 머릿수를 대체하기 위해서라면 한 사람도 아니고 둘, 혹은 세 사람을 모두 보내야 함이 마땅했다.

물론, 고리타분하고 낡아빠진 ‘관례’에 따르기 위해선 말이다.

“그럼······. 번개 중대의 다섯 혹시 그 명단을 지금 공개해줄 수 있겠나.”

그때, 여단장 최중철은 어느새 냉철한 표정으로 돌아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냥 아예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철혈검희 이서영, 수신의 성녀 남궁연, 전사장 마르쿠스···. 그리고 저의 자랑스러운 자발적 조력자, 검왕 류자키입니다.”

“류···?”

“마, 마르쿠스에 류자키라고?!”

“부, 분석가 홍진웅 중위도 묘한 선택이라 생각했네만, 자, 자넬 죽이려고 수작질을 벌인 검왕을 데려가겠단 말인가? 그것도 한국의 합동 레이드 지원군으로?”

대체 몇 번이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거냐는 듯. 내게 기묘한 눈길을 보내는 용병대장들.

허나, 내가 그간 준비한 계획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예. 물론입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상쾌한 어조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의 그러한 기행을 보자 열아홉의 용병대장과 ‘협회의 그림자’의 실질적 리더인 실장님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으나, 정작 눈앞의 ‘연합’을 이끄는 리더, 여단장의 반응은 달랐다.

“자네가, 지난 한 달간 흑룡 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해왔다는 것, 이미 알고 있네······. 이번에도 있는 겐가.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발한 전략이···?”

역시 이 자리에서 가장 오랫동안 나의 기행을 보아온 여단장인 것일까.

그는 비록 반신반의한 표정이었지만, 여기서 내가 고개를 조금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나의 주장을 믿어줄 듯한 말투였다.

“예.”

그리고 물론이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예상치 못했던 ‘악마 소환’ 사태랑 다르게, 저는 지금까지 줄곧 ‘흑룡 태동’을 대비해 왔으니까요.”

자신감 있는 어조와 확신 어린 태도.

내가 그리 말을 덧붙이자 여단장 최중철은 진중하던 표정을 갑자기 풀고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 내가 어찌 자네를 당해내겠나. 알겠네. 자네를 믿겠네. 어디 하고 싶은 데로 다 해보게. 뒷감당은, 내가 짊어질 테니···!”

친자식이라 할지라도 쉽게 하기 힘든 말이었다.

허나, 그러한 무한한 신뢰와 믿음의 태도는 이제막 나와 함께하길 자처했던 용병대와 요원들 그리고 장성들에게 묘한 자극이 되었는지. 그들은 그 이상 내 말에 토를 달지 않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여단장님.”

이렇게, 나는 국외를, 이곳의 지휘관급 인사들은 국내를 맡는 것으로 결론은 났다.

***

계절은 어느새 여름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의 특성상 녹음은 짙고, 숲은 푸르렀다.

그 길도,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번개 중대’ 인근의 숲을 묵묵히 거닐다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새 어때, 생각보다 많이 지낼만하지?”

그리고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검제의 제자들’이라 불리는 검왕 류자키와 그 일행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 각기 다른 생김새의 검을 묶어두곤 대답 없이 입을 꾹 닫고 있다.

지난번의 기행으로 인해 내가 형편 좋게 노예화한 ‘검제의 제자들’.

그 기약 없는 종속 계약으로 인해 이들은 나와 내가 명령권을 양도한 홍진웅의 명을 조건 없이 따라야 하는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나와 ‘번개 중대’는 그들을 딱히 학대하지도 않았고, 평소에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입을 강제로 봉해두는 것 이외에 딱히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다.

삼시 세끼는 확실하게 챙기고, 작전이 있거나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만, 우리 부대원들과 함께 출동한다.

이른바, 정말로 작은 차별 하나 없는 ‘번개 중대’의 부대원 취급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취급은 분명, 매일같이 밥 먹듯 마석에 질 좋은 마나를 쏟아내고, 빈혈이 일어날 때까지 헌혈을 반복하던 일본에서의 삶보다 좋았을 것이다.

“한 가지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지난날의 그 즉흥적이고 다혈질적이던 태도는 어디 가고 검왕, 류자키는 점잖은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뭔데.”

“혹시 저희에게 노예 계약 말고도 어떤 조치를 취하셨는지요···.”

그렇게 조심스러운 어조로 묻는 류자키의 눈은, 덧없이 총명해 보였다.

나는 그가 뭘 묻는지 알고 있기에 작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왜 머리가 너무 맑아서 신기해?”

“...?!”

“류자키 말고도 다들 같은 의견이겠지. 철들 무렵부터 들리던, 기괴한 머릿속의 목소리가 없어졌지?”

“그,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류자키는 내가 너무나 평온한 어조로 그들에게 있어선 희대의 ‘고민’이었던 현상을 짚자,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말해도 안 믿었겠지만, 이젠 내 말이 이해가 좀 될 거다. 너희는 일본에서 세뇌를 당하고 있었어. 정확히는 일본 정부를 빙자한 ‘엘프’들의 대규모 주술이었지.”

“대규모···.”

“주술?”

한껏 놀란 목소리로 그제야 입을 여는 ‘검제의 제자들’.

그 반응을 확실하게 마주한 나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일본의 현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엘프’는 일본 전역에 걸쳐 세뇌의 저주를 펼쳐 두었고, 세뇌의 영향으로 일본인의 성품은 점차 거칠고 기괴해져 ‘인간성’이란 것을 잃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간성’을 잃은 이들이 최종 통수권자로 자리한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립되어, 지난 20여 년간 점점 더 ‘엘프’들과의 교류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일본의 심각한 ‘엘프’ 의존을 낳았고 사실상 현재의 일본은 ‘엘프’, 다시 말해 몬스터에게 통치를 받는 나라가 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그런···.”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과장이 지나친 것 아닙니까···.”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단 ‘검제의 제자들’은 듣고도 믿지 못해야겠다는 듯 크고 작은 반대의견을 중얼거렸지만, 나는 그런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그럼 하나 묻자. 일본 정부에서 너희를 통제하던 그, 정부의 총리 이름이 뭐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냐는 듯, ‘검제의 제자들’은 하나 같이 헛웃음을 터트리는 반응을 보였지만, 고작 3초 만에 그 얼굴들은 전부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거야···.”

“당연히···. 어, 어라? 어째서?”

“에, 엘더···. 그라다 투라스 비타투비스······?”

이내 그들이 일동 중얼거리는 건, 아무리 들어도 일본인의 이름이 아니었다.

“일본의 통수권자는 총리라 불리지 않았던가? 왜 너희의 기억 속에는···. ‘엘더’라는 엘프들의 고유 계급 체계의 이름이 있을까. 응?”

“그··· 그건······.”

검왕 류자키만은 무언가에 항변하듯 입을 뻐끔거렸지만, 말을 잇진 못했고 다른 ‘검제의 제자들’ 동시에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었다.

“나는 일본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엘프’라는 이계의 몬스터에게 제멋대로 굴려지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이잉!

내가 말을 끝맺는 것과 동시에 일직선으로 뻗은 내 손 앞에는, 지난날 반강제로 체결했던 ‘노예 계약서’가 나타났다.

“자. 이젠 너희가 선택할 시간이다. 검제의 제자들.”

-화르륵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의 눈앞에서 ‘노예 계약서’를 스스로 불태우고는 말했다.

“내게 협력해 국토 전체가 노예화되어가는 일본을 구할 테냐, 아니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엘프’들의 노예로서 여생을 살아갈 테냐. 난, 놈들처럼 너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너희 스스로 선택하는 거야.”

사실,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면서도 나는 이미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검왕, 류자키를 살려둔 첫 번째 이유.

일본이란 나라를 통째로 ‘적’으로 돌리는 것보단, 일본과 ‘엘프’의 존속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나는 진실을 말해준다.

허나, 그 ‘진실’만으로 일본에서는 엘프에 대항하고자 일어서는 불씨가 피어날 것이다.

충격에 빠져 있던 ‘검제의 제자들’.

그들은 내가 ‘노예 계약서’를 아무런 주저 없이 스스로 불태우는 모습에 크게 경악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미련없는 해방은 도리어 그들이 내 말을 신뢰하는 계기가 되어준 듯, ‘검제의 제자들’의 눈은 하나 같이 감동한 이들의 눈빛을 띠고 있었다.

물론, 이 상황도 모두 계획된 연출이었지만 말이다.

-스르릉!

잠시간,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던 ‘검제의 제자들’은 돌연 일순간에 모두 허리춤의 검을 빼 들었다.

물론 나를 공격할 생각은 아닌 듯했고 그들은 검 끝을 검집에 닿게 한 그 자세로 꽤 멋들어진 대형을 갖추더니 중앙에 선 류자키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검’은 뇌왕과 함께하겠소.”

-착!

-차자작!

이게 그 검객의 맹세라는 놈일까.

전생에도 말로는 들어봤었는데, 직접 보니 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이로써 검왕, 류자키는 나와 함께 중국으로 향할 것이고,

검희 이서영과 검왕 류자키를 함께 그곳에 데려가는 일은···. 분명 검제와 검성을 움직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윽고 검성과 검희, 검제와 검왕이 한자리에 모이면······.

‘불사왕의 힘이 없어도, 흑룡 아뮤라타스를 토벌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우선,

‘엘프’ 정벌과 흑룡 아뮤라타스 토벌 계획의 첫 단추는 꽤나 잘 끼워진 듯했다.

***

이튿날 757헬기부대의 부대시설.

나와 함께 ‘전세계 합동 레이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네 명의 헌터는, 전설급 이따금 신화급의 장비와 소모품들이 가득 실린 다섯 대의 트럭에서 각자 원하는 장비를 고르고 있었다.

용병대는 활동 자금을,

협회는 책임을 지고 이 말도 안 되는 ‘합동 레이드’ 명단으로 입국 허가를 받아내기로 해주었고,

지금 눈앞에 있는 ‘전설, 신화급’ 아이템으로 가득한 차량은 모두 여단장 최중철 소장을 비롯한 ‘군’에서 전해준 물건이었다.

“이···. 이 정도라면 폭격용 아이템만으로도 도시 하나를 날려버리고도 남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은 홍진웅은 두 눈을 빛내며 이 트럭 저 트럭을 오가고 있다.

나는 그런 그에게 5군단에서 내가 사용해달라며 특별히 전해준 신화급 아이템, ‘판도라의 인벤토리’를 건네주곤 필요한 것은 모두 담아달라고 부탁했고, 금세 트럭을 나왔다.

이내 내가 향하는 곳은, 757부대의 인적이 드문 흡연장.

주위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휑하지만, 나는 그 근처 의자에 앉았다.

“자네는 흡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자, 인기척이 없었음에도 들려오는 목소리.

“준장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내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목소리에 답하자.

텅 비어있던 공간이 수직으로 갈라지며 기이한 ‘틈’이 생겼고, 그 안에서 퍽 익숙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내 앞에 선 이들은 모두, ‘암행’이라는 부대명과 같이 새카만 그림자 같은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하···. 우리 암행의 존재를 알고 김용운 중령을 보낸 것도, 마치 나의 ‘스킬’을 간파하고 이렇게 선뜻 다가온 것도···. 자네는 몇 번이고 나를 놀라게 하는군?”

“제가 좀 많이 유능한 사람의 밑에서 일을 배웠었거든요.”

“그래. 저번에도 그런 말을 했었지. 누군진 모르겠지만, 내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인재를 발굴하다니. 정말 대단한 자겠지.”

물론, 지금 이준학 준장이 칭찬하는 사람은 이준학 준장 본인이었지만···.

나는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고, 그에게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찾았습니까?”

묘한 눈초리로 나를 응시하는 이준학 준장.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한 사람의 예외 없이 이준학 준장을 ‘뭐든지 아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외지의 현인, 수수께끼의 학자 등등. 전생에도 그런 식의 별칭이 뒤따를 정도로 이준학 준장은 정보력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존재.

그러니 그와 마주한 사람들은 그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면 물어봤지, 그에게서 질문을 받는 일은 없다.

그래. 그게 ‘정상’임에도, 이준학 준장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끝내 말했다.

“검성의 행방은 우리 ‘암행’에서도 지난 2년간 끈질기게 추적해왔던 사안이었다네. 하지만 우린 끝까지 그에게 닿지 못했었지······. 자넨 대체 어떻게 알고 있던 겐가. 그가 두룽강 끝자락에 있는 윈난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걸···.”

묘한 얼굴은 지난 칭다오 류팅 공항에서 만났을 때 내가 건네주었던 ‘검성’의 행방에 대한 정보에서 발로한 것이었나.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나를 참 신비로운 무언가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욱이 늘 이준학과 함께 행동해온 이들조차, 이준학 준장이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모습에 퍽 놀란 눈치였다.

그런 ‘익숙한’ 반응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나는 그들에게 보이지 않게 작은 미소를 지은 뒤 말했다.

“그 말인즉···. 찾으신 거군요. 검성을요.”

“맞네. 허나, 그는 이번 ‘합동 레이드’에도 모습을 드러낼 분위기가 아니었다네.”

“괜찮습니다. 검성을 불러낼 방법은 이미 준비해뒀으니까요.”

“하! 그 방랑 협객을 불러낸다니···. 자넨 정말 여러 번 날 놀라게 하는군?”

뭐,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추론해본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말할 순 없으니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피했다.

“검성을 찾았고, 검제를 불렀습니다. 준장님.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입니다.”

“부디 자네의 계획이 부드럽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네.”

마지막으로 나와 이준학 준장이 나누는 말은 계획의 확인이었다.

물론 이 또한 그에게 배운 것이지만, 나와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최선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도록 플랜을 네 개씩 만들어뒀으니 말이다.

“그래, 최종적으로 플랜은 역시···.”

“예.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플랜 A입니다.”

“그거참, 다행이군. 흐흐흐, 하하하하!”

“그러니 말입니다. 흐흐흣, 후후후!”

아주 상쾌한 미소를 주고받는 나와 이준학 준장.

그런데 어째서인지, 질색하는 표정으로 나와 그에게서 거리를 벌리는 ‘암행’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내,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이준학 대장이 둘이 된 것 같은데?”

“하아······. 내 생에 설마 대장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을 또 만날 줄이야···.”

직후, 거리를 벌린 대원들로부터 그러한 쑥덕거림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냥 못 들은 척해주기로 했다.

‘준장님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윤 중위랑 김 대위···.’

저들은 상상도 못 하고 있겠지만, 나는 저 두 사람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떻게 잊겠나.

전생에는 홍진웅을 비롯한 나의 선임 장교로서 많은 것을 내게 전수해주고 또한, 장렬하게 전사했던 내 동료이거늘.

저들의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보고 있자니, 이번 ‘흑룡’ 사태를 더더욱 확실히 막아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그래.’

악마 사태는 전생이었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지난 뒤에 일어났어야 할 대사건.

허나, 흑룡, 아뮤르타스의 태동은 다르다.

난 지금껏 흑룡을 제압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고, 이젠 그 장대한 계획과 준비의 실행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나는 꼭 ‘불사왕’의 패배를 보고야 말 것이다.

‘이번 생은···. 조금 다를 거다. 파울라스.’

결실을 맺을 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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