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100화.
“갑작스러운 일에 자네가 충분히 놀랐으리라 생각한다만···.”
전국의 각기 다른 무장집단이 합을 맞춰 일으킨, ‘대대적 휴거교 소탕 작전’의 3일이 지난 바로 다음 날.
나는 다름 아닌 7여단의 여단장, 최중철 소장의 초대로 오래간만에 7여단 여단장실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윽고 보게 된 광경은 흐뭇한 미소를 입에 걸고 나를 응시하는 최중철 소장과 당당히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20명이 넘는 용병대장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중앙에 앉아 있는 여단장 최중철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나는, 이 대한민국의 헌터는 자네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네.”
용병대는, 예로부터 잔혹한 경쟁 구도와 치열한 이권 다툼으로 인해 뭉치는 일이 없는 이들이었다.
마찬가지로 7여단, 5군단과 같은 헌터군과 비헌터군 역시 서로를 협조하진 못할망정 다양한 이유 없이 서로를 혐오하고 협조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던 이 시대.
그런데 지금 나의 눈앞에는 그 손을 맞잡은 용병대의 우두머리들과 비헌터군의 장성급 인사들이 모여있다.
하루가 다르게 서로 헐뜯기 바쁘던 이들을 대체 어떻게 뭉치게 만든 것일까.
또한,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작전을 진행했길래, 정보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번개 중대’에까지 이러한 거사를 숨길 수 있었던 걸까.
수없이 많은 물과 기름을 조화롭게 얼싸안고 이 같은 광경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절대 쉽지 않은 고난과 역경이 잇따랐으리라.
허나, 여단장 최중철은 그것을 행했고, 나와는 다른 방향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역시···. 여단장님은 대단하시군요.”
“악마를 단독 토벌한 자네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되니 영광이로군. 하하하하!”
이에 내가 순수하게 감탄하자, 여단장은 그답지 않게 정말로 기뻤는지 입을 쩍 벌리고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날, 이러한 ‘소탕 작전’을 해야 한다, 해야 한다. 되뇌며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가.
이젠 흑룡, 아뮤르타스의 태동마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까놓고 나는 휴식을 원하던 차였다.
그런데 최중철 소장은 이를 어찌 알았는지 그것을 실제로 행해주었다.
내가 나의 과업이라고만 여기고 있던 짐을, 먼저 말하지도 언질을 주지도 않았음에도 그는 자력으로 해내 버린 것이다.
‘이 대한민국에 헌터는 나 혼자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아무런 감각도 없이 들었던 한마디였지만, 그 말에 담긴 깊이가 새삼 느껴져 나는 최중철 소장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풉, 사실 이 모든 건 다 나의 공이다. 이렇게 떠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다만···. 사실 이 대규모 작전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네 덕분일세.”
그런데, 돌연 여단장은 피식 웃으며 어깨에 힘을 주고 있던 자신이 우습다는 듯한 어조로 그런 말을 꺼냈다.
“저, 말씀입니까?”
“그렇네.”
갑작스러운 말에 내가 입을 다물고 말을 기다리자, 여단장은 주위의 간부, 용병대장들과 눈빛을 교환하더니 뿌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지. ‘악마 토벌’. 농담 한마디 섞이지 않은, 진짜 국가 존망의 사태를 두 눈으로 지켜봤기에 우린 올곧은 한마음으로 이렇게 뭉칠 수 있었네.”
“악마 토벌이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없었다면, 우린 결코 이렇게 뭉치지 못했을 거야. 자네가 악마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우리에게 내일이란 건 애초에 찾아오지 않았을 테니까.”
두 눈을 부드럽게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하는 여단장.
이내 그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쓱,
손을 내미는 여단장.
나야 당연히 단순한 악수를 청한다고 생각해 주저 없이 이를 맞잡았으나, 이어지는 여단장의 말은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이건우 소령. 나의 통제를 받는 7여단, 저기 박 소장의 통제를 받는 5군단 그리고 김 중장님의 특수전 전문 부대와 이 소장의 비헌터군 일동을 포함한 2만 3천여 명의 ‘군’은 금일 부로 뇌왕 이건우의 명을 따르겠네.”
그건 다름 아닌, 최종 결정권의 양도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무슨 일이 있건, 자신의 판단보다 나의 판단을 우선하여 따르겠다는 그러한 선인이었단 말이다.
“여, 여단장님 그 말씀은···.”
이에 내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자 여단장은 미소와 함께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벌써 놀라기엔 너무 이르다네. 이건우 소령.”
“예?”
이에 내가 당황하는 소리를 내자, 드드륵 하며 ‘군’을 제외한 협회의 요원들 그리고 용병대장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3위, ‘만월’ 역시 너를 따를 것이다. S급 헌터 이건우.”
“6위, ‘케르베로스’도 마찬가질세.”
“8위, ‘타오르는 정의’.”
“9위, ‘검투사’.”
“...”
하나, 둘. 손을 쭉 내뻗으며 자신의 용병대의 명칭을 소리높여 외치기 시작하는 용병대장들.
이내 마지막 열아홉 번째의 용병대장이 자신의 용병대 명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그 순간, 맨 처음 입을 열었던 3위 ‘만월’의 용병대장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하, 대한민국의 네임드 용병대 중 열아홉의 용병대 역시 앞으로 너의 명령에 따르겠다. 대한민국을 지켜줘서, 우리를 위해 싸워주어서 정말 고맙다.”
마지막으로 흔히 ‘실장님’이라 불리며 백귀야행의 이초희의 오른팔을 담당하던 협회의 베타랑 요원은 검은 선글라스를 고쳐쓰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저희가 믿고 따르는 건, 어디까지나 협회장님과 부협회장님이십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협회의 그림자’는···. 백귀야행의 반대가 없는 한, 당신을 돕겠습니다.
협회의 그림자.
백귀야행 이초희가 직접 선출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만 모아놓은 사실상, 협회의 ‘전투력’을 담당하는 부서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마저도, 나에게 조력해줄 것을 약조하고 있다.
무언가를 원해서 ‘악마’를 토벌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국가 존속이 뒤흔들린 이 사건을 통해 돌연, 나는 대한민국 내부의 사실상 2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다.
***
반나절이 더 지났다.
대규모 작전의 성공에 대한 찬사도, 죽은 군인들에 대한 애도에도, 충분한 시간을 가졌고 이젠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부터’를 논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가장 먼저 나누게 된 주제는 당연히 ‘휴거교’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주교라는 작자를 잡지 못한 이상···.”
“예. ‘휴거교’는 언제든 부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교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로 재앙 ‘태고의 흡혈귀’에게 직접 피를 하사받음으로써 완전히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진 존재를 말했다.
지난 황금 게이트 CCTV에서도 아주 잠시 관측된 바가 있는 진조에 가장 가까운 흡혈귀.
예상은 했었지만, 이번 대규모 작전에 참여한 이들의 말을 종합해본 결과, 그 ‘주교’만큼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그런···. 그렇게나 힘들게 몰아냈거늘 부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니···.”
많은 용병대장들은 나의 확언에 다소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정작 들끓어 오르던 분위기에 찬물을 휙 끼얹은 나의 의견이 조금 달랐다.
“하지만, 여러분의 노력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 하심은...?”
“놈들은 이번 대규모 토벌로 인해 국내에서의 모든 지지기반을 초토화 당했습니다.”
차원을 도약할 휴거교의 신물도,
사방에 흩뿌릴 몬스터 양식장도,
주술의 밑거름이 될 인간 사육장도 모두 박살을 내버렸다.
“그러니, 놈들은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 국내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던 것과 달리, 곧바로 긍정적인 결과를 논하자 울상이 되어가던 용병대장들의 얼굴은 확 폈다.
“허, 헌터 이건우가 그렇게 말한다면,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크겠군요.”
“게다가 저희에게는 이제, 놈들의 저주를 꿰뚫어 볼 지식과 기술이 있습니다.”
“그, 그래! 놈들이 다시 들이닥친다 할지라도, 과거의 관습과 상식에 얽매여 있던 과거와는 다르지. 다시 나타난다면, 또다시 쓸어버리면 되는 거야.”
고작 반년 전만 해도 서로를 으르렁거리며 바라보던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용병대장들은 서로, 서로를 화끈한 어조로 격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들의 말마따나 ‘여론몰이’와 ‘상식의 역이용’을 주 무기로 삼던 ‘휴거교’에겐 이미 대한민국은 넘볼 수 있는 땅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더 달아오르던 여단장실의 회의 분위기.
허나, 냉정한 눈빛으로 이를 듣고만 있던 여단장 최중철은 돌연 나의 말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꼬집었다.
“잠깐, 이건우 소령. 자네 방금 ‘국내에서의’ 모든 지지기반을 잃었으니···. 라고 했나?”
여단장은 굳이 또 한 번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아 입을 다물고 있던 내게 그리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의 냉정한 통찰력에 놀라는 한편,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휴거교는 국내뿐만이 아닌, 국외에도 기반을 마련해 두었다는 겐가?”
갑작스레 겨울이 된 것처럼, 싸해진 분위기. 더욱이 그런 질문을 입에 담는 여단장마저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한 것인가, 긴가민가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아니···?”
“휴, 휴거교가 국내에만 존재하던 종교가 아니라고?!”
“하느님 맙소사 어떻게 그런 일이.”
당연히 반응은 격했다.
악마를 넘고, 대대적 토벌 작전을 통해 간신히 멸절시켰다 생각했거늘, ‘적’이 더 있었다니, 나였더라도 이런 소식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했으리라.
허나, 유일하게 한 사람. 여단장 최중철만은 가만히 표정을 굳힌 그대로 무언가 생각을 거듭하다 입을 열었다.
“설마, 그 국외 지지기반이라는 것이······. 일본인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일본’에 대한 발언에 용병대장들은 다소 느닷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휴거교’와 일본의 연관성을 추론할 근거는 여러 가지 있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놈들의 ‘성역’이라는 공간에 들어가. 지난 테라포밍에서 보았던 ‘피를 먹는 포도나무’를 징그럽게 많이 보았다네.”
또한 ‘테라포밍 사태’ 때 출몰하던 몬스터들은 다름 아닌 블러드 엘프.
그리고 일본 국토의 절반을 집어삼킨 ‘식물 지대’와 그 식물 지대의 주인으로서 일본 내정에 사사건건 간섭 중인 존재 역시··· 엘프였다.
“비약이 심한 추측이란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네. 하지만, 휴거교에서 보이는 특징들과 일본의 엘프들이 보이는 특징에는 흡사한 지점이 너무 많아.”
이젠 대답해 달라는 듯 입을 꾹 닫고 나를 응시하는 여단장 최중철.
나는 이미 각오를 다진 듯한 그를 향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계에서 건너온 엘프들의 수뇌부. 다시 말해 하이엘프들 역시, ‘재앙’ 태고의 흡혈귀의 사도들입니다···. 쉽게 말해 휴거교의 본진은 사실 국내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 그말은···.”
“예. 휴거교 아니, 진명 ‘혈강교’의 진짜 본거지는 한국이 아닌 일본입니다.”
극한의 세뇌와 끝없는 정치공작과 언론조작으로 인해 숨겨진 참혹한 진실.
일본의 외교 인사들이 언제나 기괴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그 국가 출신의 헌터들이 괴팍한 행동을 거침없이 행하는 것도, 모두 ‘혈강교’의 강력한 세뇌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에 대해 차근차근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자, 앞으로도 나와 함께할 것을 맹세한 총 스물일곱 명의 지휘관들은 낯빛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럼, 사실상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를 적으로 간주해야 한단 말인가.”
“잘못했다간···. 이번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국가 전력이 비어있는 틈을 타서 국가 간의 전면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겠군.”
역시나 그래도 네임드의 용병대를 이끌고 있는 용병대장들이기 때문일까.
그들은 절망적인 소식에 얼굴을 찌푸리는 한편, 곧바로 현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차피 일본일세. 우리가 국가 전력급 헌터들을 절반 이상 타국에 보내는 것이 아니고서야. 우린 당장이라도 그들의 군함을 모두 박살 낼 수 있지.”
“문제는···. 이미 중국에서 몇 번이나 ‘전세계 합동 레이드’를 소집했다는 것 아니겠나.”
“흑룡, 아뮤르타스의 부활은 바다 건너 우리 역시 좌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세.”
“그럼···. 이를 어찌해야······.”
냉철하게 현황을 분석하는 듯싶다가도 곧바로 난관에 부닥쳐 말을 잃는 용병대장들.
실제로 그들의 말대로, 한국은 현재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이미 30일 전부터 주야장천 언급되던 흑룡 아뮤르타스의 부활과 중국의 ‘전세계 합동 레이드’ 소집.
‘토벌 불가’ 판정을 받은 천외경의 마수인 흑룡은, 같은 천외경의 절대자 ‘불사왕’의 적극적인 주장으로 이번 기회에 토벌대를 구성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프랑스의 총리’의 주장이니 중국으로서도 나쁠 것은 없는 제안이었으리라.
따지고 보면 고작 한 마리의 마수, 용으로 인해 중국 남서부 전역을 빼앗긴 상황 아니던가.
다만, 문제는 ‘불사왕’이 노리는 건, 흑룡을 토벌하고 얻을 ‘명성’과 그 ‘부산물’이 아닌 그 흑룡의 시체 자체였다는 점이다···.
‘절대로···. 놈에게 넘겨줄 순 없다.’
전생에 ‘본 드래곤’을 얻었던 놈을, 이길 수 있던 자는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뭐, 그런 속사정이 어쨌건, 당면한 문제는 그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한국은 대체 어디까지 지원군을 보내줄 것이냐는 것이다.
너무 많은, 혹은 너무 강대한 이들을 ㅁ모두 중국으로 보냈다간, 앞서 말하던 것과 같이 본색을 드러낸 ‘엘프’들의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자칫 잘못했다간,
흑룡은 무사히 잡고 그 시체를 잘 정화했음에도, 정작 내가 돌아갈 국가 자체가 이미 지도에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지원을 보내지 않는다?
그것 또한 결국, ‘불사왕’의 전력 증강을 눈뜨고 지켜보는 꼴이며, 대외적으로는 ‘흑룡의 부활’을 방관한 국가로 낙인찍혀 자칫 고립되어 버릴 수도 있다.
심지어 그 흑룡이 부활하면,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대한민국이 그랬다간 악마 토벌이고 뭐고, 국제적인 여론은 나빠지기만 반복하겠지.
“결론은···. 일본의 ‘엘프’와 도망친 ‘주교’놈이 넘볼 수는 없게 국내에 충분한 전력을 남기면서도, 흑룡 토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정예병들을 선발해 최소한의 인원만을 보내야 하는 게로군.”
여단장은 스스로 정리를 하면서도 막막하다는 듯이 그런 말을 툭 내뱉었고, 다른 이들 역시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모른다는 심정을 얼굴로 여과 없이 드러냈다.
사실, 국가 존망이 달린 일인 만큼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은 좋지 않은 상황임이 맞다.
허나, 사실 정작 현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를 화두에 올린 장본인인 나는, 이미 한참 전부터 결론을 정해둔 상태였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침묵에 휩싸여 있던 방에서 아무런 전조도 없이 튀어나온 나의 목소리.
자연스레 모든 이목이 나에게로 쏠렸고, 그들의 눈은 수없이 많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 그런 그들의 의중을 확실히 읽어내고서, 지금껏 가만히 기다려왔던 말을 드디어 입에 담았다.
“다섯, 저를 포함한 딱 다섯 명만 중국의 ‘전세계 합동 레이드’에 응하면 됩니다.”
그러자 이 자리에 모여있던 이들의 대부분은 입을 떡하고 벌리며 경악하는 표정이 되었다.
“다, 다섯?!”
“아무리 악마를 토벌한 자네라 할지라도 다섯은 너무 적지 않나!”
“...아무리 S급 헌터 넷을 모두 대동하더라도 국제적인 비난을,”
“지금 비난이 문제요? 그보단 중국으로 S급 넷이 향하고 나면, 그 넷도 위험하고 정작 한국도 위험에 노출되는 게 더 문제 아니겠소.”
동시에 목소리를 높여가며 내 의견이 ‘불가능’하단 것을 다방면으로 증명하려 달려드는 용병대장들.
허나, 나는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집중된 이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작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제가 함께 ‘합동 레이드’에 데려가려는 팀에 다른 S급 헌터 세 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뭣?!”
“아, 아니 이, 이건우 소령 그게 무슨···!?”
다섯이라는 극단적인 수.
그러니 당연히 그 다섯에 넷은 한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들로 구성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인지, 눈앞의 모든 이들은 이번에는 더욱더 경악하는 얼굴이 되었다.
하물며 이번에는 그간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여단장 최중철마저도 놀란 눈으로 나를 응시하기까지 했다.
그런 격렬한 반응을 미소와 함께 지켜보던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작은 웃음을 흘린 뒤, 이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자 말했다.
“제가 데려갈 다섯 명은 모두 번개 중대의 대원들입니다.”
그러자 눈앞의 모든 이들은 단 한 사람의 예외 없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결실을 맺을 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