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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83화 (83/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83화.

“흐흐흐! 끄끄끅! 흐하하하하!”

‘본디오 빌라도’에 빗장뼈가 관통당한 그 상태 그대로, 성자 카르막 베르무트는 실성한 인간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즐겁나?”

이에 나는 놈의 몸에 꽂아 넣은 검을 크게 뒤틀어 놈의 어깻죽지까지 갈라버렸지만,

-끄르륵!

뼈가 으스러지는 소음이 들려와도 놈은 입가에 크게 머금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공포.

마치 미치광이 사이비 종교인, 휴거교를 떠올리게 하는 기괴한 공포가 교단의 머리라는 성자에게서 풀풀 풍겨온다.

이에 사람의 말을 잃는 건,

비단, 전사장 마르쿠스와 ‘암행’의 대원들 그리고 이준학 준장뿐만이 아니었다.

그 성자를 믿고 따르던 성기사들.

성전사, 크루세이더들과 달리 오롯이 성자만을 믿고 따르는 성기사, 팔라딘들 마저 입을 벌린 것이다.

신성한 빛, ‘신벌’을 손에 쥐고 휘두른다.

그건 분명 스스로가 성자임을 증명하는 가장 명확한 증거였지만, 빗장뼈부터 어깻죽지에 이르기까지 새빨간 피를 흥건히 흘려가며 웃는 모습은···.

아무리 다시 보아도 ‘악마’의 형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너.”

이윽고, 한참을 웃기만 하던 성자가 입가에 미소를 거두고 입을 열었다.

“내 목을 베려고 했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당사자가 아닌 외부인들은 성자의 한 마디에 수십 개의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지만, 정작 그 성자를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는 그 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운명 개찬의 권능’에 밀려, 목이 아닌 빗장뼈를 찔렀다. 네놈의 전력을 다한 그 필살의 참격도 결국···.”

“그래, 네놈의 권능을 송두리째 베어낼 수는 없는 모양이군.”

실제로 나의 ‘힘’은 이미 성자의 ‘빛’을 압도하고 있었다.

‘운명 개찬의 권능’과 오직 성자만의 힘인 ‘신벌’을 손에 쥔 그를, 힘 싸움으로 압도할 수 있을 만큼 나의 경지는 높아진 것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헌터 랭킹 20위이자, 국내 ‘황해’의 용병대장인 검은 산군 조성우를 넘어서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겠지.

허나, 그럼에도.

성자를 절대자라 불리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운명 개찬의 권능’ 만큼은 베어낼 수가 없었다.

“죽일 수 없다. 결국, 넌 나를 죽일 수 없어!”

“그래. 안타깝다만, 그게 현실이지.”

“하지만 난 널 죽일 수 있다. 20분도 남질 않았어! 성검, 성검만 다시 소환할 수 있게 되면, 너 따위 반푼이 S급 헌터 따위! 일격에 날려버릴 수 있단 말이다!”

흐하하,

하하하하하!

또다시 고장 난 태엽 시계처럼 기괴한 웃음을 터트리는 성자.

이에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곧바로 놈의 입에 신살창(神殺槍), 롱기누스를 꽂아 넣었다.

“컥!”

그러자 곧바로 놈의 입에는 큼지막한 바람구멍이 뚫렸고, 나는 놈의 육체를 송두리째 태워버릴 심산으로 붉은 오러와 푸른 마력의 반발력을 끌어올렸다!

-지이이이잉! 푸러럭!

그러자 쇠를 갈아버리는 듯한 미친 굉음과 함께 놈의 머리가 통째로 터져, 핏덩이가 사방에 비산했다.

“해, 해치웠나!”

이에 전사장 마르쿠스는 놀란 목소리로 그리 외쳤지만, 눈앞의 핏덩어리, 고깃덩어리는 놀랍게도 ‘신벌’의 도끼를 쥔 손을 중심으로 새로운 육체가 돋아나며 되살아났다.

“하하하하하핫! 날 죽일 순 없어. 넌 날 죽일 수가 없다고!”

전보다 더 말끔한 육체로 되살아난 놈은 곧바로 미치광이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는데,

“안다.”

-스릉!

그럼에도 나는 다만, ‘본디오 빌라도’를 쥐고 휘둘렀으며 ‘롱기누스’를 저 하늘로 쏘아 올릴 뿐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널 죽을 수 없지.”

내뻗는 혈검.

그 혈검을 타고 꽃처럼 수 놓이는 오러가 눈앞을 새빨갛게 가득 채웠고,

-지이이잉!

또다시 울리는 굉음은 성자에게 거대한 폭발을 아로새겼다.

-퍼어억!

또다시 폭사,

또다시 부활,

되살아날 때마다 놈은 다시 미치광이 같은 웃음소리로 나를 조롱하지만, 나는 담담히 눈을 번뜩이며 놈을 벴다.

벤다,

하늘로 치솟아 올랐던 롱기누스가 낙뢰와 함께 추락해 놈의 전신을 수직으로 관통한다.

그럼에도 놈의 심장만은 꿰뚫을 수 없었고,

그럼에도 놈의 부활을 멈출 수는 없었지만······.

폭발하고,

베이고,

꿰뚫리던 놈의 입가에서 서서히 광인의 조소는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허허어, 허어어.”

그저 멍하니.

급하게 밀려오는 숨을 몰아쉴 뿐인 성자.

놈의 눈동자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왜 웃지 않지.”

“...뭐?”

“왜 웃지 않느냐고 물었다.”

“...”

폐인의 낯빛을 띠고 있던 놈은 나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놈 대신해 답을 주었다.

“웃지 않는 게 아니라, 웃을 수가 없는 거거겠지”

“뭔···?!”

“넌 상상도 못 했었겠지. 설마 내가, 너를 초 단위로 죽이길 계속해서 반복할 줄은 말이야. 그렇지?”

“...”

성자, 그는 그 망나니 같은 성격상.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미친 원숭이처럼 길길이 날뛰어야 했다.

허나, 놈은 자신의 입에서 침이 흐르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입을 닫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착!

이에 내가 ‘본디오 빌라도’를 검집으로 가져가자 놈은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거칠게 떨었다.

“뭘 두려워하는 거냐. 성자.”

“두, 두려워해···? 내가?!”

정곡을 짚자 반 박자 늦게 성자는 격앙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나의 눈에 놈은 맹수를 앞에 둔 피식자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고통은 쌓인다. 네 육체가 아무리 무한히 부활하고, 네 정신이 아무리 ‘완전한 이성’이라는 스킬을 통해 깨끗이 회복된다 할지라도, 고통은···. 네 육체는 내가 준 고통을 기억할 수밖에 없지.”

“허, 허헛소리를···!”

성자는 내 말에 격한 반응을 보이며 몸을 움직였지만, 나는 기다렸다는 듯 검을 잡은 손에 폭발적인 마나를 불어넣었다.

-스르릉!

기다란 빛.

적광의 궤적은 다시 한번 놈의 목을 향한다.

그러자 신비롭게도 세계가 일그러지며, 목을 향하던 검은 그 기세 그대로 놈의 어깨에 꽂혔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여러 번 목도한 현상에 그저 작은 조소를 흘릴 뿐, 생체전기의 압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리길 멈추진 않았다.

-끼기기기긱!

방사능 측정기에서나 들릴 법한 섬뜩하고 기괴한 굉음.

놈의 육체 안에서 커져가던 오러와 마력의 반발력은 결국, 또 한번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지직!

육체가 터진다.

‘권능’의 보호를 받고도, 무한한 회복의 기도로 재생하는 육체는 또다시 터진다.

이윽고 놈의 육체가 또다시 완전한 형상을 되찾았을 때···.

놈의 눈에는 초점이 잡혀있질 않았다.

“성검의 재소환까지, 남은 시간은 5분···.”

“...”

“이쯤에서, 내가 너에게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지.”

“...문, 제?”

흐릿한 눈동자로 내게 답하는 성자.

나는 그런 성자의 비참한 몰골을 바라보며 말했다.

“타락한 성자는, 자신의 ‘진짜 심장’을 열두 조각으로 쪼개 세계 곳곳에 숨겨두었다고 하지.”

“뭣···?!”

이번만큼은 장난기 하나 없이 경악으로 얼굴을 물들이는 성자.

방금 내 입에서 튀어나온 ‘그 한마디’는 성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던 것과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검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가 아는 교단의 극비 정보였던 것과 달리,

‘진짜 심장’에 대한 정보는 성자가 정말 ‘그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이 없는 은닉된 사실.

“뭐···. 그걸 네가 왜, 아니 네가 어떻게···. 너, 너는 대체 뭐 하는······.”

“내가 뭐 하는 놈인지는 나중에 논하기로 하고, 자신의 ‘진짜 심장’도 숨기고 다니는 쫄보 자식에게 내가 마법 하나를 보여주지.”

“마···. 법?”

돌연 자신의 치부를 들추는 내게 공포로 얼룩진 표정을 보이는 성자.

“자, 바로 여기서 문제다. 성자여. 나는 어째서 내 독립 부대인 번개 중대를 두고 혼자 이곳에 온 것일까. 궁금하지 않나?”

번개 중대 창설의 소식은 공표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니 세계 곳곳에 정보원을 꽂아둔 성자가 이에 대해 모를 리가 없겠지.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의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성자.

나는 빈손을 들어 총 모양을 만들고는 당혹감에 물들어 있는 성자를 향해 겨누었고, 말했다.

“스포르체스코 성의 뒤편, 셈피오네 공원.”

“...?!”

놈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나는 조용히 총 모양으로 만든 손으로 놈을 가리키다 말했다.

“탕!”

그 순간.

실제로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놈의 전신에서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올랐다.

“뭣···?!”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에 놀라 목소리를 높이는 건 비단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었다.

성자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그 충격적인 현장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이윽고, 철퍼덕.

자신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피 웅덩이에 엎어졌던 성자는 다시금 ‘부활’하여 몸을 일으켰지만, 그의 얼굴에는 분노도, 의문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저 공포.

치가 떨리는 공포에 놈은 전신을 달달 떨기 시작했다.

“우리 번개 중대는 아직 쉰 명 정도밖에 없어서 말이야. 네놈의 다음 심장을 찾아내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더군. 다음은 아마······. 팔라티노 언덕의 어딘가였던가.”

“어, 어떻게, 어떻게 아는 거야.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그걸 어떻게···! 넌 대체 뭐야아아!”

초조해 보이는 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약간의 조소와 함께 다시금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자, 놈은 돌연 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자. 선택해라. 카르막 베르무트. 3분을 더 기다려 성검을 소환하고 나와 사생결을 벌일 테냐, 아니면 겁쟁이처럼 꼬리를 말고 네놈의 숨거둔 ‘진짜 심장’을 찾아 도망갈 테냐.”

나는 마치, 다시 싸우길 선택하라는 듯 조롱 섞인 어조를 가득 담아 말했고, 성자는 그런 나의 노골적인 어조를 읽어내고는 말했다.

“퇴, 퇴각이다! 기사단이여! 나를 지켜라! 내, 내가 공간 이동의 기도를 올릴 것이다!”

자신의 목에 ‘실제 위협’이 드리워지자 주저도 없이 도주를 택하는 성자, 카르막 베르무트.

이에 목숨을 걸고 사지로 뛰어들던 성기사들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이대로 남을 수도 없으니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자를 중심으로 방진을 구축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을 딱히 방해하지 않았다.

당장은 내가 성자를 압도하는 듯하니 다들 잊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까놓고 현재의 나는 성검의 위력적인 공격력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즉, 나는 처음 이 류팅 공항에 발을 디디던 그 순간부터, 성자의 ‘도주’를 유도해왔던 것이다.

정작 나 역시, 초 단위로 놈을 폭사시킬 수 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었지만 말이다.

“너, 너와 내가 다시 만나는 날. 그날이 네 심판의 날이 될 것이다!”

새하얀 빛줄기에 휩싸여 ‘대규모 공간 이동’의 기적이 일어나기까지 3초.

놈은 자신의 안전을 확신하고 나서야 이성을 되찾았는지 별 시답지 않은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나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냉랭하게 놈을 노려보며 답했다.

“썩 꺼져라.”

대규모 공간 이동.

7여단에 체류하는 척, 바티칸으로 돌아갔던 성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새하얀 광휘가 놈과 성기사들을 휘감더니, 그들은 순식간에 이 류팅 공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후우우.”

사라지자,

나는 그제야 머릿속에 핑핑 돌던 아드레날린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겁을 먹었다기보단 단순한 피로다.

나 자신의 생체전기량은 무려 11만을 돌파하고 있었지만, 개중 절반 이상을 오직 성자를 상대하기 위해 불태웠다.

어찌 성자급 괴물의 육신을 터트리기 위해선 실제로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또 놈의 도주를 유도하기 위해선 그 막대한 에너지를 단번에 소모하고도 태연한 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윽고,

결과는 퍽 만족스러웠다.

“하아아.”

몇 번이고 연신 숨만 들이쉬고 내쉬는 나를 주위에서는 기이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굳이 내 약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팔다리에 힘을 주어 움직였다.

“마르쿠스. 다 끝났습니다.”

곧바로 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전사장, 마르쿠스의 곁이었다.

그의 품에 안겨, 세상 모든 것에서 눈을 돌린 듯 미동조차 보이질 않는 어린아이.

앤젤라 엘런의 눈은 그 어떤 주위의 변화에도 반응이 없었다.

마치 보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고,

듣고 있음에도 들리지 않은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전부터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던 아이라 들었다.

전생에도 솔직히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기에 어떠한 감회 따위가 샘솟지도 않았다.

다만, 아픔이 눈앞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그 아픔만큼은 사무치게 공감할 수 있는 나였기에, 나는 진중한 어조로 당장 아이가 가장 듣고 싶어 할 만한 말을 입에 담았다.

“돌아가자.”

반짝이는 은발, 영롱한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눈동자.

아주 잠깐이었지만, 시간이 멈춘 듯 허공에 멈춰있던 눈동자에 이체가 서렸다.

허나, 그 모든 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처럼 이내 사그라지는 빛.

아마도 제대로 된 성녀로 거듭나기 전, 성자가 벌인 간악한 짓거리들 때문에 ‘신성력’이 독자적으로 움직여 그녀의 정신 붕괴를 막고자 환각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손에 쥐면 힘없이 부스러질 듯 연약하다.

당장이라도 허무하게 이 세상에서 스러져갈 것만 같은 이 아이가···.

바로, 미래를 바꿀 것이다.

1대 성녀 다나 메이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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