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75화 (75/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75화.

자랑스러운 준특급의 노예, 류자키의 탄생으로부터 하룻밤이 흘렀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던 내게, 앙증맞은 앞치마를 착용한 작은 체구의 이서영이 브런치를 가져다주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무려 준특급의 헌터와 그의 수하인 5명의 검사 모두가 나를 도와주겠다며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그 바로 다음 날이 아니던가.

그런데 기분 좋은 아침 식사를 즐기려던 내 앞에, 마주 앉은 철혈검희 이서영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건우야···.”

“예. 대대장님.”

뭔가, 이서영은 왜 자기가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냐는 듯 의뭉스러운 얼굴로 나를 한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노예 계약으로 한바탕 혼내주자는 아이디어를 내시고, 직접 계약서를 가지고 온 건 대대장님이셨잖아요?”

“아니, 나도 그 새끼를 엿 먹일 생각에 신나서 말하긴 했는데···. 다른 건 잘 몰라도, 놈들은 검제의 제자들이잖아···?”

“검제가 직접 찾아올 수도 있다. 그 걱정을 하시는 거죠?”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의 이서영.

전생에도 그랬지만, 그녀는 평소 철혈검희라 불릴 만큼, 늘 냉정하고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자신의 과거와 크게 얽혀 있는 이들이 튀어나오면 상당히 조심스럽게 변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이번만큼은 그녀의 반응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닌 게.

‘검제’는 일본의 유일무이한, 원로격 헌터이자 한때 ‘검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강자.

그런데 그런 헌터의 ‘제자’를 자칭하는 놈들이, 타국에 누군지도 모를 놈에게 당해 ‘노예 계약’을 맺게 되었다니···.

노망이 난 것이 아닌 이상, 검제는 당장이라도 검을 들고 뛰쳐나와 나를 죽이려 들 것이 분명했다.

“...역시, 검제를 움직이지 않게 만들, 기발한 방법을 떠올려 둔 거지?”

그때, 내가 딱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런 질문을 건네오는 이서영.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긍정적인 질문을 꺼내는 부분에서, 그녀가 나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야 할 것 같지만···. 내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요? 검제는 올 겁니다. 제가 어디에 있건, 혼자서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아서라도 저한테 오겠죠.”

“...응?”

내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이서영.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여러 번 변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그러면 안 되잖아! 검제는 류자키놈하곤 차원이 달라. 내 스승하고 같은 전장에 섰던 그런 전설적인 헌터라니까···?”

“괜찮아요. 검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를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그걸 역이용할 방법이 있거든요.”

“검제가 오는걸···. 역이용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서영.

나는 그런 어린 외형에 어울리는 반응을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럼요.”

성자, 카르막 베르무트를 정면에서 막아야 하는데, 살아 있는 전설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성자의 교화보다 성녀의 생존으로 방향키를 잡은 이상, 카르막 베르무트 그리고 성기사들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바티칸 교단에서 성자와 성기사들이 담당하는 축은 다름 아닌 ‘천벌’.

단순 전투력 하나만을 고려했을 때, 그들은 힘은 가히 세계 최고를 논할 정도 레벨을 자랑한다.

이에 관한 나의 계획을 조금씩 이서영에게 들려주자 이서영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꽤나 중요한 부분을 짚으며 입을 열었다.

“근데 있잖아. 건우야.”

“예.”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긴 한데, 네 말대로라면···. 아직은 힘도, 권능도 물려받지 못한 성녀보다는 이미 권력도, 힘도, 세력도 완전한 성자에게 협조하는 게 더 현명한 병법 아냐?”

어떻게든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이루어내, 흑마법과 언데드를 용인하는 프랑스를 단번에 쓸어버리겠다 말하는 성자.

이서영의 지적대로 확실히, 그의 목적과 나의 목적은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나 스스로도 처음에는 성자와 대적하기보단, 차라리 그와 같은 곳에서 프리드리히 파울라스를 척결하는 게 맞지 않나 고민을 했을 정도였다.

허나, 난 단순한 효율보다 더 중요한 것의 가치를 이젠 알고 있다.

“맞아요. 그게 더 편하고, 그게 더 현명한 방법인 건 사실이죠. 하지만, ‘놈’은 손을 잡을 만한 인간이 아니에요.”

“왜?”

“괴물을 상대하다 보면 그 자신도 괴물이 되고 만다는 말, 아세요?”

“니체?”

“예. 그거요. 성자, 카르막 베르무트는···. 인간이 아니에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에 미친, 괴물이죠.”

이서영은 나의 말을 듣고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듯 미간에 주름을 잡고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오랫동안 고민해도, 긴 고민을 거듭해도, 아마 답은 쉽게 나오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성자 카르막 베르무트의 악행들은 모두 바티칸의 엄격한 검열에 사라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그녀도 직접 그를 마주하고 대화만 몇 마디 섞어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괴물의 어긋난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이다.

***

괴물, 이라는 말은 백귀야행의 이초희에게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조금만 기운을 빼면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사람을 통째로 잡아먹는 요괴들을 품고 산다는 건, 경외와 공포의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살아간다는 의미였으니까.

-울지마···.

약혼자의 유언이 있었다.

팔이 날아가고, 목에서는 주르륵 피를 흘려가면서도, 땅을 기어 다가와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

그를 떠올리면, 그리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그저 묵묵히 아들의 영정 사진을 닦아주던 협회장을 떠올리면···.

이초희는 장례식장에서 두 발로 서 있을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피해왔다.

통제할 수 없는 그녀의 그림자가 죽여온, 그럼에도 그녀를 위해 불구덩이에 뛰어든 용사들의 장례식에 말이다.

하지만,

어두운 비가 내리던 날.

테라포밍 진압대의 사망자 427명 합동 장례식장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아직도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는 이초희를 보고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협회장님···.”

뜨거운 눈물로 뺨을 흥건히 적시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는 감사의 말.

“부협회장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희생이었다니, 아들도 할 땐 하는 놈이었군요.”

눈은 퉁퉁 붓고, 머리가 엉망진창이 될 정도로 크게 울부짖던 남자는 도리어 크게 웃으며 부협회장 이초희의 손을 꼭 쥐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저흴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제 딸이 이 세상을 위해 싸울 기회를 주셔서······.”

많은 이들이, 이초희의 손을 움켜잡았다.

손을 잡고 울기도,

손을 잡아 웃기도,

손을 잡고 말없이 몸을 떨다,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은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이초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끝까지···. 끝까지, 내 아들을 지켜주시려고 하셨던 거죠······.”

말 한마디 내뱉을 기력 없이 바닥에 주저 앉던 노파마저, 깁스를 차고 있는 이초희를 마주하자 그런 말을 해주었다.

“다행입니다. 부협회장님이 무사하셔서, 당신이 살아남아서 아들의 죽음은 무의미하지 않았어요.”

죽음의 의미.

노파는 얼핏 이건우에게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로 그녀를 위로 해준다.

이초희는 울지 않았다.

눈물이, 흐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몇 번이나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이제 그녀는 그저 주저앉아 울기만 하진 않았다.

사망자 427명.

중상자 366명.

경상자 581명.

자칫 사망자의 수를 지금의 ‘만 배’로 늘릴 수도 있었던 작금의 테라포밍 사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합동 장례식장의 중앙, 추적추적한 비가 내리는 그곳에서 이초희는 문득 입을 열었다.

“저의 삶은 언제나, 언제나 두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요괴를 품고 태어나,

통제를 벗어난 우를 범하고, 격멸과 혐오의 우상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이끌어주고, 변화시키고, 구해준 것은 항상 타인이었다.

두려움의 대상, 격멸의 대상에서 그녀가 현재의 존경과 경외를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을 도와주었던가.

처음에는 미안할 뿐이었던 감정.

허나, 이 열흘간의 합동 장례식을 거치며 이초희는 깨달았다.

처음은 그저 미안하고 두려울 뿐이었던 이 감정은 끝내 무언가 다른 형태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감사합니다. 쓰러져간 영웅들이, 그들의 숭고한 의지가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합동 장례식은 막을 내렸다.

그렇게 외부의 소식을 일절 차단하고 오롯이 장례식에만 성심성의껏 몰두하고 있던 이초희는······.

“노, 노예 계약···?”

다소 괴상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심각한 표정의 협회 요원이 건네준 말을 듣고도, 이초희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퍽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

긴 고민을 끝내고 꽤나 후련한 표정과 경악한 표정이 혼재된, 이상한 얼굴의 이초희가 협회 사옥을 방문한 것은······.

내가 류자키와 합당하고 합리적인 ‘노예 계약’을 행한 지 약 20시간 후의 일이었다.

“...그래서 노예 계약을 했다.”

방문 직후, 훈련장에서 자율 훈련을 시켜둔 ‘검제의 제자들’을 확인한 이초희는 내게 찾아와 곧바로 사정을 물었다.

당연히 나는 그것을 간략히 설명했고,

원리원칙주의자 이초희는 응당 내게 화를 낼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타국의 정계인사이자, 준특급의 헌터를 ‘노예 계약’으로 묶는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시스템의 공인을 받는 ‘노예 계약’은 정말로 웬만한 방식으로는 끊을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을 자랑함과 동시에···.

국제 헌터법으로 명시된 금기 중의 금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으으으음.”

미간에 주름을 잡고, 그런 목소리를 흘리는 이초희.

“부, 부협회장님. 백번 양보하고 보아도 건우의 잘못은 일절 없습니다. 놈은 협회 요원의 등에 칼을 꽂으며 협박을 자행했고, 기자들에게 건우의 사옥을 멋대로 공개했으며, 문답 무용으로 찾아와선 강제로 전투를 벌이자고 강요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때, 꽤 긴장한 얼굴로 ‘노예 계약’의 정당성을 주장해 나를 변호해주는 철혈검희 이서영.

손이고, 발이고 체구 전체가 작은 그녀가 양손을 바둥바둥거리며 그리 말하니, 엄마한테 용돈을 달라는 어린아이처럼 보여 귀여웠지만, 오가는 대화의 내용은 결코 귀여운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니, 목숨을 빼앗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저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족속이니까?”

눈에 힘을 주고 이서영을 바라보며 그런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초희.

어째서인지 그 모습에서 적잖은 분노가 느껴져, 이서영은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내 소매를 작게 움켜쥐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정당방위였습니다···.”

그럼에도 ‘노예 계약’이란 금기를 깬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아마 그녀가 이 아이디어의 발안자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찌푸린 이초희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도 조금은 긴장이 되던 바로 그 쯔음, 이초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잘했어.”

“...?”

“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칭찬.

이에 나와 이서영의 입은 자연스레 떡하고 벌어졌다.

“왜 그런 반응인데···. 내가 뭐 그래도 노예 계약은 아니지. 뭐 그럴 줄 알았어?”

“그야···.”

본래부터 이초희는 철두철미한 원리원칙주의자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허나, 이초희는 순수하게 놀라는 나와 이서영의 반응에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 안 그래. 이제 그런 고리타분한 일은 그만두기로 했거든.”

“고, 고리타분···.”

“나중에 쟤들은 내가 아주 제대로 교육해둘게. 그나저나 그런 자질구레한 건 집어치우고, 건우 너. 이번에 중대를 구성하게 됐다면서”

“자, 자질구레해?”

이초희의 한마디, 한마디에 토끼 눈을 뜨고 충격적인 단어를 주문처럼 외는 이서영.

또한, 나 역시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우릴 편 들어주는 이초희에게는 적잖게 놀라는 중이었다.

“변하셨네요.”

그래서 문득, 내가 느낀 바를 그대로 입에 담아 이초희에게 건네자, 그녀는 평소와 달리 길게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 그대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변했지. 어떤 귀여운 꼬마애가 나에게 울지 말라고 말해줬거든.”

곧바로 내 머릿속을 스치는 건, 무너져 가는 ‘성역’에서 내가 그녀에게 해주었던 말들이었다.

고작 그 한 마디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는 건가.

지금의 그녀는 전과 달리 꽉꽉 틀어막힌 느낌이 전혀 나질 않았다.

도리어, 가볍고 후련한 느낌.

거기에 평소 단정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저렇게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나를 계속 응시하고 있으니···.

꽤나 고혹적인 여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꼬마라니, 그 말을 해준 사람이 부협회장님보다 더 덩치가 컸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맞아. 그래서 더 듬직하고, 신뢰가 가서, 그 말을 믿고 나를 돌이켜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 그 아이는 참 착한 아이지?”

“...착한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능한 놈은 아니었나 보네요.”

“지금 무슨 얘길···.”

전혀 대화에 끼지 못하는 이서영이 나와 이초희를 번갈아 보며 퉁명스럽게 그런 중얼거림을 흘렸다.

“아, 그게 말이죠.”

나는 곧바로 옆자리에 앉은 이서영에게 간략히 사정을 설명해주려 했지만,

-덥석.

고혹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이초희는 테이블에 올라와 있던 내 손을 갑작스레 꼭 쥐더니 입으로 쉿, 하는 소리를 냈다.

“몰라도 돼. 서영아.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거든”

“...?!”

갑작스럽게 이초희는 도발적인 어조로 그리 말했고, 이서영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게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계에에속 전장에 함께 서야 하는 전우에게 비밀 같은 건, 있어서는 안 되죠.”

“어머, 전우라면 말 그대로 비즈니스 관계라는 거 아니니? 하지만 나랑 건우가 나눴던 대화는 지극히 사적인 대화였단다. 아니며 뭐, 너희 관계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더 발전했다거나. 그런 거니?”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상관없잖니.”

이번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할 말을 주고받으며, 어째서인지 으르렁거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

굳이 비교하자면, 몸집 작은 고양이와 대형 견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분명 스물셋이라···. 너무 어린 애한테는 관심 없다고···.”

그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초희만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이서영.

그런 소극적인 소동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지은 이초희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꼭 나이가 많다고 성숙하고 어리다고 미숙한 건 아니더라고.”

“...”

“그렇게 삐지지 말고~ 내가 서영이 너도 예뻐하는 거 잘 알잖니? 나도 막 무식하게 그럴 생각은 없단다.”

“...흥.”

뭔진 모르겠지만,

이초희는 토라진 이서영을 보며 뒤늦게 그녀를 달래주려는 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고,

정작 그 달램을 받는 이서영은 고개를 완전히 돌려 이초희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저···. 혹시 무슨 대화를 나누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에 내가 중재를 위해 그리고 궁금증 해소를 위해 그리 묻자. 이서영은 나를 획하고 돌아봤다가 두통이 올라온다는 듯 머리를 짚었고···.

“와···. 면전에서 이렇게 떠들었는데, 그래도 모른다고? 진심으로?”

“예?”

“와······.”

이초희는 나를 무슨 신기한 생물을 바라보듯 보며, 연신 뭔지 모를 감탄을 흘려댔다.

수신의 성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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