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70화 (70/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70화.

“소소, 소, 소림사의 대환단이라고?!”

철혈검희 이서영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방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택배의 정체를 숨기고자 애써 협회 사옥의 관리자들을 모두 방에서 내쫓고, 굳이 그녀에게 귓속말로 해준 나의 노력을 무안해질 정도로 크게 목소리를 높인 이서영.

나는 그 격한 반응을 뭐라 나무라려 했다가도 생각해보면 이서영의 반응이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란 생각이 들어, 그냥 내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아, 미안···.”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순순히 사과하는 그녀에게 나는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런데 대환단이라니?”

듣고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이서영이 묻자, 나는 그녀에게 흑태자 칼레드와 있던 일을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천마···. 그 사람한테 그런 제약 같은 게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대대장님은 그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었죠?”

“아, 응. 어릴 적에 몇 번···. 스승을 따라다니다 보니 우연히.”

철혈검희 이서영의 스승이라면, 중국의 S급 헌터로 명망 높은 방랑 협객, ‘검성’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말하는 걸 들어보면 넌 천마를 만나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비밀을 알아?”

“그런 건, 묻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그치만, 그건 전 세계의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일 텐데···. 아니야. 미안.”

내 표정이 점차 무표정에 가까워지자 이서영은 급하게 자신의 말을 멈추고 순순히 사과를 해주었다.

내가 뒷사정을 다 털어놓는 대상인,

철혈검희, 백귀야행, 여단장 그리고 남궁연 소위에게는 정보를 털어놓는 대신, 그 정보를 얻어낸 방법을 묻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해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나는 더 이상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할 수 없게 된다는, 마치 ‘시스템의 강압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둘러둔 것이다.

“그나저나, 그 스승님하고는 어느 정도 연락이 닿고 있나요?”

“아니. 그 미친 인간은, 열세 살의 나를 한국군에 버려두고도 5년이나 연락이 없던 인간이야. 최근에 만났던 것도 4년 전에 그냥 우연히 마주쳤던 것뿐이고···.”

즉, 당장은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자신도 모른다.

이서영은 그리 덧붙이며, 조금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부패한 ‘무림맹’이니, 그 무림맹을 뒤엎고 일어선 ‘마천신교’니···.

중국 헌터사에 굵직굵직한 획을 그을 사건이 최근 있었음에도 목격정보가 전혀 없는 그를 떠올려보면 그럴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롯이 더 강한 검.

오롯이 더 강한 적.

방랑 협객이자 검성이라 불리우는 ‘라오 위’는 전생에도 오직 그것만을 위해 살아가는 헌터였으니까.

“그럼 어쩔 수 없죠.”

이번에 손에 쥐게 된 에픽 아이템,

아카식 레코드ⅲ의 메시지에서 ‘12구역’이라는 숫자를 보곤, 혹시나 조력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물었던 것인데, 역시나 였다.

왜냐하면 ‘12구역’이란, 다름 아닌 중국을 지칭하는 시스템 넘버이니 말이다.

그러나 사실 지금 내가 조급하게 군다고 해서 격변할 것은 없다.

‘어차피 현재의 나로서는, 중국의 천마는 물론이고 화산파도, 무당파도 그리고 필시 맞부딪치게 될 ’혈교‘의 그 놈들을 이길 수가 없을 테니까···.’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의 나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

지금의 내게는 이 ‘소림사의 대환단’이 있다.

“왜?”

뒤늦게 이서영은 굳이 ‘검성’을 다시 언급하는 내 의중이 궁금해졌는지 그리 물었고 나는 그녀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금 언급해주기로 했다.

“아마, 시일 내로 중국에 갈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이번 ‘히든 피스’는 그녀와도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중국을···?”

“그리고 아마, 그땐 대대장님도 저랑 함께 가시게 될 것 같아서 그냥 한번 여쭤봤던 겁니다.”

“···내가?”

“예. 대대장님이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는 이서영.

나는 그런 작은 키의 그녀를 내려다보며 가만히 미소지을 뿐이었다.

***

‘불사왕’이 출국 준비를 서두른다는 소식은 그날 밤 들려왔다.

아마 이서영에게 대신 전달을 부탁한 ‘성녀의 소재지’가 자세히 적힌 쪽지가 그들의 품에 전달됨과 동시에, 출국이 정해진 것이리라.

리치 베르디르의 부재는 대역을 세워 채우고, 더 이상의 소란 없이 한국을 뜨려는 ‘불사왕’.

사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던 그들이 한국에서 떠난다는 소식은 내게 있어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테라포밍은 휴거교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완전한 흡혈귀가 된 알프레드 아들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아마 ‘불사왕’이 그 ‘죽음 사역자’를 다시 거둬갔거나 혹은 두 빌런 집단 간의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뭐든, 내 행동의 결과로 놈들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건 결코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그 ‘본디오 빌라도’의 전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던 그 ‘성역’에 알프레드 놈이 나타났다면, 그 놈까지 단번에 일망타진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쉽지만, 기회는 또 찾아올 거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의 일이다.

고요한 새벽.

나는 서늘한 달빛 한 줌만이 내부를 비추는 이 사옥 ‘훈련장’에서 드디어 두 겹, 세 겹으로 밀봉 되어있던 흑태자의 택배 상자를 열었다.

혹여나 작은 이상이라도 생길까 꽉꽉 들어찬 충격 완충재들.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걷어내자 사람의 머리만 한 함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그것을 열자, 보이는 영롱하게 반짝이는 주먹만 한 크기의 대환단.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영물의 기가 집약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전생에, 이 대환단을 천마에게서 빼앗아 복용했던 존재는 다름 아닌 불사왕의 반려이자 심복인 ’마녀‘였다.’

사령술의 여제라 불리던,

이미 예전에 세상을 떠난 시체마저 완벽하게 되살려내어, 수많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놀던 ‘마녀’를 제(帝)급의 괴물로 만들었던 그 대환단이 내 눈앞에 있는 것이다.

나는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며 전생을 회상하다, 박동하는 심장을 진정시키고는 단번에 그것을 입에 넣어 삼켰다.

-꿀꺽!

묵직한 덩어리가 좁은 목에 닿자 신비롭게도 액체처럼 흘러내려 뱃속으로 내려간다.

“후.”

내쉬는 숨 한번.

그리고 들이켜는 숨 한번.

그렇게 몇 초가 지났을까···.

“읏?!”

돌연, 뱃속의 가장 아랫부분, 단전에서부터 타오르는, 얼어붙는, 찢어지는, 포탄이 폭발하는 것 같은 고통이 솟구쳐 올랐고 나는 그 격통에 팔을 덜덜 떨면서도 몸속의 마나를 빠르게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전생의 이준학 준장은 이렇게 가부좌를 틀고 몸속의 마력을 순환시키던 것을 운기조식이라 불렀지.

나는 전신이 기화점에 닿은 물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이를 악물고 그 격통을 전신에, 그 순수하고 방대한 마력을 온몸으로 흘려보냈다.

그때 악착같이 정신을 바로잡고 있던 내 앞에, 끔찍한 의미가 담긴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는 유물급 영약, ‘소림사의 대환단’을 섭취했습니다.

*각성자, 이건우(Lv. 23)는 소림사의 대환단을 완전히 받아들 수 있는 레벨이 아닙니다.

*시스템은 각성자의 ‘정신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수용량을 최소화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뭣?!’

정신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수용량을 최소화해?

너무 놀라 식은 땀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흐른다.

눈은 완전히 찢어질 듯 커졌고, 서서히 가라앉는 격통에 도리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누구 마음대로 수용량을 최소화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있는가.

전설급을 넘어선 유물급의 영약을, 온전히 흡수할 수가 없다고?

‘미친 소리!’

생각한다.

침착하게 허나, 빠르게.

그러자 내 머릿속에는 이와 비슷한 일을 겪어봤던 것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거대한 마나 핵.

현재는 나의 단전에 자리를 잡아 또 다른 심장으로서 마나를 생성해주는 기관, ‘오브’.

나는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어차피 지금껏, 언제나 나의 몸에 맞지 않는 영약을 섭취해왔으니까.

‘단순한 운기조식으로는 안된다···. 저 헛소리를 뒤집으려면!’

나는 곧바로 내 단전에 자리한 ‘오브-성혈’에 마력을 집중했다.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의 ‘오브-성혈’은 그 힘을 발합니다.

*유물급 영약, ‘소림사의 대환단’의 수용량이 대폭 증대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오브-성혈’의 활성화와 동시에 새롭게 변화하는 메시지의 문구. 허나,

‘아직 한참 부족해!’

나는 가부좌를 틀고 있던 다리를 쭉 펴고 단단한 대지를 두 발로 딛고 선다.

이윽고, 한 손에 거머쥐는 것은, 이젠 그 힘의 3할 정도는 리크스 없이 휘두를 수 있게 된 혈검, ‘본디오 빌라도’.

쥔다.

쥐는 것과 동시에 격통이 손을 타고 흘렀다.

다만, 내디딘다.

뇌를 뒤흔드는 고통은 다리와 발을 타고 솟구치는 용천수처럼 격렬하게 흘렀다.

그러나, 그 고통이 곧 대환단의 마력과 내 몸의 마력이 합일을 이루지 못해 일어나는 반발의 증거이기에···.

고통이 느껴진다는 것이 곧, 대환단의 마력이 전신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방증이기에···!

‘더 고통스러워야 한다! 더 격하게 검을 휘두른다!’

나는 내가 아는 가장 효율적임과 동시에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영약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호흡을 조절했다.

“하아. 후우.”

작은 호흡에도,

끓어 넘치는 마나가 묻어나와 구역질과 두통이 치밀어올랐지만, 그딴 것은 내게 행동을 멈추는 이유가 되진 못했다.

형(形)을 갖추고,

발을 내디디고,

심장 박동에 호흡을 맞춰 낭비를 일절 금한다.

내뻗는 검.

휘두르는 검.

그리고 격동적인 나의 움직임에 맞춰, 내 육신을 터트릴 듯 요동치는 대환단의 기.

그러자, 내 노력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한 메시지 하나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경고!>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는 강제로 ‘혈도(血道)’를 열어, 시스템이 상정한 한계 이상의 마력을 흡수합니다.

*극한의 격통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의 발생이 상정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시스템은 각성자의 무리한 행동을 멈출 것을 권고합니다.

“하!”

지금 시스템이 내 걱정을 해주는 건가?

정말 두 번 살고 볼 일이었다.

하지만, 저런 메시지가 굳이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나의 이러한 행동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역으로 저 고리타분하고 어처구니없는 헛소리만을 늘어놓는 메시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고작 이따위 고통은, 내게 트라우마가 되지 못한다.”

내디디고, 뻗고, 휘두르는 검.

그러면서도 나의 눈은 줄곧 메시지만을 노려보았다.

“내게 트라우마란···! 이 대환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해서 또다시 그 망할 재앙에게 패배해 죽는 것이란 말이다!”

훅 들이쉰 숨, 큰 목소리를 내기엔 엄청난 격통이 이미 내 몸을 크게 뒤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악을 담아 외쳤다.

“그러니 나는 이 모든 기를 취할 것이다. 쓸데없는 방해만 늘어놓을 셈이라면, 썩 꺼져!”

악을 담아, 피까지 내뱉으며 끄집어낸 나의 목소리.

그러자, 놀랍게도 메시지는 또 한 번 지지직거리며 그 형상을 뒤바꾸었다.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는 ‘소림사의 대환단’을 완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대환단 내부의 모든 ‘기’가 각성자 이건우에게로 향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마치 나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것처럼 변화하는 메시지.

그 내용은 순순히 ‘대환단’의 경험치를 전해주겠다는 것으로 변했다.

“윽?!”

그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되는 격통에 다시금 이를 악물어야 했다.

허나,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친 격통 속에서 나의 입꼬리는 서서히 올라갔다.

***

-부우우우우!

우람한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거대 크루즈를 방불케 하는 전투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그리고 그 배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있는 사내들.

풀잎을 입에 물고, 여러 자루의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들은 어딜 어떻게 보아도 일본의 사무라이를 연상케 하는 행색이었다.

“한국 협회는 검왕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윽고 그들 모두가 배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흑색 정작의 사내들.

협회의 요원들은 눈을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에 오한이 들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검사 집단, ‘검제의 제자들’을 눈앞에 두고 무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환영이라······. 타국의 외교관을 옥에 가두고, 잘도 환영이란 소리가 나오는군?”

그때, ‘검제의 제자들’을 대표하는 남자. ‘검왕’ 류자키가 앞장서서 입을 열었다.

“좋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올바른 대처를 해두었을 뿐입니다.”

“흐흐흐, 말은 잘하는구나. 그들의 무사 귀환을 바란다면, 나 정도되는 정계 인사를 데리고 오라며 협박까지 해놓고서는 뻔뻔하게 말이야.”

입은 웃으면서도 부릅뜬 눈으로 요원들을 노려보는 ‘검왕’ 류자키.

중국에, 전설적인 검사이자 방랑 협객인 ‘검성’이 있다면, 일본에는 유일무이한 S급 헌터이자 한 국가의 자존심인 ‘검제’가 있다.

그리고 지금,

외교관 스즈키 히로히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협회의 요원들을 상대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으르렁거리는 그는···.

‘검제의 제자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의 레벨, 검술, 검기를 자랑하는 ‘검왕’ 류자키였다.

아무리 감정을 배제하고 임무를 수행하는데 능숙한 협회의 요원들이라도, 일순간에 자신의 목을 도륙 낼 수 있는 상대를 눈앞에 두고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물며 ‘검왕’은 일본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문제적 인물이 아닌가.

조금 기분이 상하거나, 일이 틀어진다 싶으면 정말로 검을 빼 들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무리 감정을 배제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협회의 요원들일지라도, 상대가 이 정도의 거물이라면 주춤할 수밖에 없다.

“어이, 왜 답이 없어. 안내하건, 내 말에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던 뭘 해야 할 거 아냐!”

-팍!

그리 말하며 커다란 검집으로 부산항의 콘크리트를 내리치는 류자키.

움찔!

협회의 요원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떨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부협회장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빠르게 주차해둔 리무진을 가리키며 말하는 요원.

이에 ‘검왕’은 움츠러든 그들에게 대놓고 조소를 날리며 걸음을 옮겼다.

“핫. 한심한 새끼들.”

그렇게 리무진에 탑승한 ‘검왕’과 ‘검제의 제자들’.

사실, 한국의 요원들이 그들에게 수그리고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현재, 검왕과 그 일행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범죄를 저지른 뇌왕 타테미츠 코타로와 무려 ‘정상회담’에서 간악한 짓거리를 꾸몄던 스즈키 외교관을 변호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그들의 죄를 묻는 입장이고,

일본은 죄를 항변하거나 혹은 깊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며 한국의 판사가 부디 선처를 바라야 할 처지였다는 것이다.

허나, 지금 ‘검왕’ 류자키의 태도나 행보를 보면 그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럼 저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국을 방문한 거지···?’

아예 보석금이라도 왕창 내고 인질을 데려가듯 스즈키 외교관을 빼낼 셈인 걸까.

도저히 짐작이 안가는 ‘검왕’의 심리를 열심히 추측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던 협회의 요원.

그런데, 뜬금없이 그런 그의 옆으로 서슬 퍼런 칼날이 번뜩였다.

-스릉!

날카로운 소음과 동시에 요원의 목 바로 옆에서 멈춰서는 칼날.

“이게 무슨···.”

요원은 해도 너무한다는 마음에 이번에는 정말 언성을 높이려 했지만, 뒷좌석에서부터 날아드는 압도적인 ‘살기’에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야. 선글라스.”

대담하다 못해 대범하게 뒷좌석에서 양다리를 쭉 펴고 앉아 말을 거는 검왕.

“...왜 그러십니까. 검왕.”

“그 공개된 ‘뇌왕 방송’에서 말이야. 뇌왕 코타로를 아주 가지고 놀던 그 이건우라는 새끼···. 지금 어딨냐?”

뜬금없이 검왕이 언급하는 사람은 외교관도, 죽은 뇌왕도 아닌···. 이번 테라포밍 사태의 영웅, 이건우였다.

“저는 헌터분들의 사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처지인지라···.”

“다시···.”

“...예?”

“그딴 헛소리 말고, 다시 대답하라고, 네 목이 몸이랑 붙어 있고 싶다면 말이야.”

협박이라고?

요원은 단순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넘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행보를 이어가는 검왕의 모습에 화가 올라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부협회장님이 용납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 백귀야행? 캬. 그래. 그 여자는 정말 무섭지. 근데 말이다? 지금 네 목에 칼을 대고 있는 우리 막내가 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애거든.”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요원은 곧장 그렇게 외치고 싶었으나, 들려오는 검왕의 말은 정말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의 개소리였다.

“얘가, 우발적으로 네 목을 땄어. 그래서 나도 책임을 지고 백귀야행 앞에서 우리 막내 목을 딸게. 그럼 되는 거지?”

요원은 그 말을 듣고도, 이해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지금, 이따위 협박을 하고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제의 제자들’ 중 하나의 목을 건다고?

...진심으로?

쉽게 움직일 수가 없다.

자칫 잘못했다간 정말로 자신의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이건우 헌터의 거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그래서 요원은 살짝 말을 돌려서 그들의 진의를 캐내고자 입을 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그것만 먼저 말씀해주십시오. 그럼 순순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 것 치고는 꽤나 도발적인 언행.

허나, ‘검왕’은 그저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이윽고, 이어지는 ‘검왕’의 소름 끼치는 계획에 요원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상상은 자유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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