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64화 (64/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64화.

대자로 뻗은 나.

그런 내 위에 앉아 내 옷을 들추려 들던 메리.

그리고 그런 메리와 나를 입만 웃는 미소로 바라보는 남궁연.

“뭐해? 뭐 하던 거야? 응? 메리? 왜 내 앞에서는 조용해져? 응응?”

어째서인지 ‘위기 감지’에 감지되어야 할 것만 같은 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연.

그리고 메리는 그 담담하던 태도는 다 어디로 갔는지 잘못을 들킨 아이처럼 사색이 되어버렸다.

...

그리고 남은 한 명의 당사자인 나는···. 까놓고 좀 편하게 쉬고 싶을 뿐이었다.

누구도,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묘한 상황.

그런데, 이 상황을 종결시킨 것은 의외의 사람이었다.

“이건우 상병, 방금 인천 공항의 군부대로부터 핫라인을 받았네만···.”

-펄럭

통신 기지화된 천막 입구를 화려하게 들추며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들어오는 한 장교.

그는 현 테라포밍 진압대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여단장 최중철을 마치 부관인 것처럼 보필하던 1군단 소속의 이정준 대령이었다.

“응···?”

통신기지 내부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묘한 목소리를 흘렸지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대령님.”

급하게 화제를 전환해, 저 하이 스트레스의 상황을 탈출하고자 하는 나는 대령에게 다음 말을 재촉했고, 다행히 대령은 눈치껏 내 의도를 받아들이며 일단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물론 영 찝찝한 느낌이 남긴 했지만,

감정과 오해를 앞세우기에 현 상황은 테라포밍의 진압 작전 현장이다.

지금은 하고 싶은 말보단, 해야 하는 말을 우선하는 게 정상인 것이다.

다행히 남궁연도 한숨을 푹 내쉬며 살벌한 표정을 풀었고, 덩달아 메리 역시 가슴께에 손을 대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렇게,

드디어 이정준 대령이 직접 뛰어올 만큼의 낭보가 무엇인지를 듣게 되었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만검’과 ‘황해’의 용병대장들과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던 모양이야.”

그렇지 않아도 이제 30분 언저리가 지나면 테라포밍이 ‘3단계’에 돌입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껏 주력으로 활동하지 않던 600여 명의 병사들가 전장에 투입될 것이고, 그러면 아무리 나라도 ‘다중 무전’을 전처럼 완전하게 운용할 수는 없게 된다.

즉,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할 타이밍이 코앞이였다는 소리다.

테라포밍 3단계의 가장 무서운 점은 종자의 ‘번식’이다.

테라포밍의 ‘종자’가 성숙기에 드는 ‘3단계’에 도달하면 그 종자는 스스로 다시금 새로운 테라포밍의 ‘종자’를 세상에 흩뿌릴 준비를 시작한다.

이윽고 파괴 불가 오브젝트로 성장하는 ‘4단계’에 도달하면, 완전체가 된 ‘종자’는 이전에 만들어 뒀던 새로운 ‘종자’들을 세상에 뿌리기 시작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일컫는 국가 멸망의 단계.

테라포밍이 완성형인 ‘부술 수 없는 게이트’로서 거듭나는 과정이다.

다만, 이같이 가장 필요한 타이밍에 칼같이 나타난 참전 소식.

심지어 그들이 언제나 국내 1위, 2위를 다투는 용병대 ‘황해’와 ‘만검’이라면···.

이는 사실상 이 테라포밍 사태의 완전한 종결을 의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새롭게 마련한 지휘소에 도착한 나.

그곳에는 부협회장 이초희를 비롯해 여단장과 인근 군부대의 지휘관까지, 퍽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다.

모여드는 군인들.

모여드는 국내 최고의 용병대들.

그렇지 않아도 도주한 베르디르의 행방을 추적할 수 없던 차, 이 정도의 지원은 참으로 달갑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이곳에 모여들 인원 중, 고레벨의 헌터들만 따로 선별해 타르타로스에 투입해도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처리되리라.

그만큼,

검은 표범 최중철.

백귀야행 이초희.

철혈검희 이서영.

천검일로 정진권.

검은 산군 조성우.

현 S급 헌터와 셋과 A+급 헌터 둘 그리고 여타 여단, 군단, 연대에서 모인 베테랑 군인들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남궁연이 내 행세를 하던 베르디르의 연기를 꿰뚫어 본, 눈덩이는 구르고 굴러 이러한 결과를 일으켰다.

타르타로스의 입구는 1대대의 포격으로 틀어막았다.

타르타로스 내부는 2대대의 검사대와 협회의 정예요원들로 탈출로를 봉쇄했고,

외부의 변수는 이서영과 757헬기부대의 활약으로 배제했다.

남은 변수는 없다.

상정할 수 있는 모든 휴거교의 간계와 입장상 아직은 한국의 감시망에 들어와 있는 ‘불사왕’의 종복들마저 군부대 통신으로 위치를 파악해둔 상태였다.

그러니 끝났다.

쉽게 방심하지 않는 나라도, 이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테라포밍은 끝났다.

정말로 끝난 것이다.

“후우.”

그리 낙관하니 자연스레 내 가슴께에 묵혀두었던 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이만큼의 낭보에도, 또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퍽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던 여단장 최중철과 부협회장 이초희가 미소를 짓고,

그제야 이 지휘소의 모든 이들은 최고 결정권자인 두 사람과 나의 반응을 이해했는지 느릿하지만 명확하게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연 세계가 뒤집힌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경고>

ㅡㅡㅡㅡㅡㅡㅡㅡ

*재앙, ‘태고의 흡혈귀’는 열 번째 사도, ‘바르토’의 기도에 응합니다.

*재앙, ‘태고의 흡혈귀’는 자신의 신위를 불태워 세계에 ‘개입’합니다.

*14구역-가평, 타르타로스 산맥 일대에 ‘성역’이 선포됩니다.

<‘성역’은 세계와 단절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눈을 감았다 뜬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다.

찰나라 일컫는다면 그보다 합당한 단어가 없다 싶을 만큼 정말 한순간, 나의 세상이 점멸했다.

눈앞에 보이는 비명과 귓가를 가득 채우는 죽음의 형상.

이해가 뒤엉키고,

인지가 뒤집히고,

숨이 꼬이고 천지가 흔들린다.

보이는 것은 피,

들리는 것은 피,

만져지는 피는 끈적했고,

머리를 깨뜨릴 것만 같은 중압감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내, 눈을 뜨자.

“허어억! 허어어어억!”

멈춰있던 심장이 뒤늦게 박동하기라도 한 것인지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듯 크게 호흡했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났던 메시지를 기억한다.

특히나 내 눈에 거슬리던 것은 ‘성역 선포’라는 단어.

빠르게 숨을 고르며 현 상황을 체크한다. 내 위치는 방금까지 내가 서 있던 바로 그곳, 지휘소가 분명했다···.

그런데승리를선언하려는순간돌연나타난메시지뒤집힌세상어지러운머리아지랑이가피어오를것같은빨강색하늘느껴지는편두통죽은동료들의흐느낌

“아니! 아니야!”

나는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아비규환이 되어가는 머릿속의 정보를 일제히 차단하며 우선 진정하기 위해 혼잣말을 되뇌었다.

“진정하자, 정보의 교란이 있다. 호흡한다. 호흡한다. 호흡에 집중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모두 쳐내라.”

후우.

하아.

일정한 호흡.

서서히 되찾는 자각.

이같이 어지러운 감각은 전생 이후, 정말 처음으로 느껴본 감각이었지만, 나는 곧바로 이 끔찍한 편두통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휴거교의 저주인, 감각 증폭의 저주인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을 과민하게 만들어 대상자를 도리어 혼란에 빠뜨리는 ‘휴거교’의 원시적 저주 중 하나였다.

전생에는 이준학 준장이 통솔하는 ‘암행’의 칼 같은 연계를 잠시라도 끊기 위해 휴거교에서 애용하던 저주로, 나 역시 여러 번 맛본 경험이 있었다.

다행히 몸이 이를 기억했는지, 금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후우.”

나는 드디어 저주를 상징하는 의미하는 ‘끔찍한 편두통’이 사라졌음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텅 빈 지휘소 텐트.

이곳에 있어야 할 사람은 사라졌고,

붉은 광택으로 빛나는 저 하늘에는 피범벅 된 두 개의 메시지가 수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는 조금 전 보았던 ‘성역’ 선포 메시지였고,

또 다른 하나는 내 눈을 의심케 할 만큼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경고>

ㅡㅡㅡㅡㅡㅡㅡㅡ

*종자, ‘피를 먹는 포도나무’는 테라포밍 3단계를 달성합니다.

*새로운 종자의 양산을 시작합니다!

*테라포밍 ‘4단계’ 달성까지 남은 시간: 22시간 52분.

<주의-‘성역’의 힘으로 테라포밍의 단계 상승이 가속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테라포밍이 가속화된다고?!”

종자가 ‘파괴 불능 오브젝트’로 거듭나는 4단계는 일반적으로 24시간, 하루가 꼬박 걸린다.

테라포밍이 ‘3단계’에 도달하면, 종자는 이계의 군세를 불러들이는 텀을 늘리고 새로운 종자의 생산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니 그 간격을 이용해 종자를 급습, 개벽의 장로와 함께 종자를 불태울 셈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성역 선포가 내 계획을 수포로 돌려버렸다.

‘개벽의 장로, 박유진···.’

과하게 움직임이 없다 했더니, 이런 한방을 준비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큰일이군.’

게다가 테라포밍의 단계 진행은 성역의 힘으로 가속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내가 입으로 20초를 세는 순간 1분이 줄어들었다.

정확히 3배의 가속.

그렇다면 저 테라포밍 4단계까지 남은 실제 시간은 7시간 하고도 조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7시간···.

분명 방금까진 대놓고 승리를 선포해도 좋을 만큼의 우세였음에도, 망할 ‘태고의 흡혈귀’가 손을 쓰며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고 말았다.

<성역은 세계와 단절됩니다.>

딱 테라포밍이 진행 중인 타르타로스만을 똑 때어 단절된 공간을 생성한 이유야 뻔하다.

‘빠르게 몰려드는 지원군으로부터 테라포밍을 지키기 위해서겠지···.’

이윽고 저 테라포밍의 종자는 완전체가 되어 다시 가평의 타르타로스 산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나.

신위를 불태우면서까지 테라포밍을 완성 시키려 해?

아무래도 지금까지 국내에 있었던 ‘휴거교’의 계시가 하나도 빠짐없이 저지 당하니 그 간악한 재앙도 회심의 한 수를 둔 모양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테라포밍의 완성을 막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만일 이를 저지한다면 그건, 이 ‘성역 선포’에 함께 휘말린 이들이 알아서 적을 말살시키는 수밖에 없으리라.

그게 가능한 일인가를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순 없다.

‘성역 선포’라는 상식을 벗어난 무시무시한 권능을 나는 전생에도 맞닥뜨린 바가 있었으니 말이다.

‘이곳에선 흡혈종을 제외한 모든 생물체의 능력치가 반으로 줄어들지.’

허나, 이러한 부조리한 디버프에 비해, 정작 ‘성역’에서 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흡혈종’은 도리어 능력치가 300% 상승하는 미친 버프를 받는다.

반으로 약하진 아군.

3배로 강해지는 적.

이 부조리한 상황에 과연 우린,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걸 넘어 적의 핵심부를 파고 들어가 ‘종자’에 맹독을 들이붓기까지 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짝!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나는 금세 내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가능한가가 아니다.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생에도 막아내지 못했던 일을 이번 생에도 막아내지 못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하늘을 보았다.

메시지에 시간이 30분 줄어들어 있으니 실제로 흘러간 시간은 10분 남짓.

대책을 강구한다.

주변을 탐색해 정보를 모은다.

늘 그래왔고, 늘 해냈던 일의 반복.

어려운 것은 없었다.

현재의 나는 전투 불능의 상태이니,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인원들 머릿속으로 정리해보았다.

필요한 이는 세 사람.

나머지는 비교적 수성전에 용이한 타르타로스로 모아 뒤를 막게 하고, 그렇게 모인 선별자들을 따로 모아 총력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늦지 않을까.

스스로도 반문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최선봉을 뚫어낼 야수, 여단장 최중철.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저주를 해주 해줄 남궁연.

마지막으로 내가 종자 앞까지 도착할 수 있게 개벽의 장로를 막아줄, 이서영이 필요하다.

뒤는 백귀야행 이초희에게 통솔을 맡긴다.

그러면서 검사대와 이서영은 오직 개벽의 장로를 뚫는다.

갑작스러운 사태였지만, ‘전이’에 휘말린 이들이 이들인 만큼 어떻게든 해법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어떻게 타르타로스 내부와 외부로 크게 나뉜 병력을 모두 끌어모으냐는 것이군.’

어떻게든 무전망만 복수할 수 있다면 다소 힘들고 복잡하더라도 다시 ‘다중 무전’을 통해 전장을 통솔하면 가능성은 열린다.

‘그래···.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나는 이러한 테라포밍 진압대 없이도 이를 막아보려 하지 않았던가.

최악을 상정하고 움직이던 순간에 비교하면,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이윽고 빠르게 훑는 지휘소의 흔적.

많은 이들이 이동한 흔적.

사족 보행을 하는 괴물의 흔적 등.

다양한 흔적이 뒤엉키고 그곳에 튄 탄피와 핏자국이 보였다.

‘전투가 있었군.’

예상외의 난전에 고역을 치르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모여있던 이들이 누구인가.

아마 시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전투에서 사망자 없이 승리를 거둔 모양이었다.

‘이윽고, 그들이 향한 곳은···. 타르타로스 내부.’

역시 경력있는 지휘관들이 많은 덕분인가. 좋은 판단이었다.

지금껏 타르타로스는 몬스터의 군세가 생성되는 미궁의 모체였지만, 현재 이곳은 성역이 되었다.

흡혈종의 몬스터는 충분한 공간과 마나만 있다면 어디서든 생성될 수 있다.

그렇기에 차라리 어디서 뭐가 튀어나와도 대응할 수 있는 협소한 장소로 향하는 것이 최악을 면하는 길이 된 것이다.

‘역시 종교와의 전쟁의 주역인 이초희와 최중철인가.’

흔적만으로 유추해본바.

아무래도 남궁연과 이초희 그리고 최중철은 모두 타르타로스 저 안으로 향한 듯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흩어진 병력들과 본디 ‘개벽의 장로’의 대적자인 이서영뿐이었다.

‘그녀는 분명, 757헬기부대와 함께 산맥으로 향했지.’

어째서 나만이 다른 이들보다 늦게 이곳에 ‘전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동방침을 모두 정한 나는 담담히 일어설 뿐이었다.

현재의 나는 사실상 무능력자.

사실 마나를 충전할 수 없는 패널티에 시달리는 처지로 어디서든 랜덤하게 적을 조우할 지 모를 산으로 향한다는 건 자살 행위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일말의 주저 없이 발을 내디뎠다.

어차피 아슬아슬한 사선을 걷는 건, 회귀 후 줄곧 해왔던 일이었으니··· 망설임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휘소의 천막을 들추며 밖으로 나간 바로 그 순간,

-치직!

갑작스럽게 내 머리끝에서 붉은빛의 스파크가 튀겼다.

“?!”

돌발적안 현상,

나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의아한 목소리가 튀어나왔으나, 이에 순순히 놀라고 있기에 내 등골을 타고 치솟는 섬뜩한 살의는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그건 분명, 나 ‘생체전기’가 가진 가장 기초적인 능력 ‘위험감지’가 분명했다.

어째서 ‘위험감지’가 발현되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도리가 없지만, 나는 어째서 마나가 돌아왔는가가 아닌, 어떤 위기를 감지했는가에 우선 집중했다.

-텁!

나는 번개같이 팔을 들어올려 정확히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던 화살을 잡는다.

서늘한 화살촉이 내 눈동자의 닿기 직전 멈췄다.

직후, 위기 상황을 직감한 나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넓게 확장했고, 넓은 지형 사이사이 은폐물로 모습을 숨긴 ‘적’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진조의 힘을 받아 ‘요정’이라는 본연의 형체를 포기한 인간형 몬스터, 블러드 엘프가 분명했다.

나는 적에 대한 파악이 끝나는 순간 경종을 울리는 생존 본능을 따라 손끝에 힘을 집중시켰다.

-휙! 휘휙!

-휘이이익!

이와 거의 동시에 돌풍과도 같은 소음을 뿜어내며 날아드는 붉은 화살의 비.

마치 첫 번째 사격은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화살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다방향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그러나,

“흡!”

나는 이미 전투에 임할 준비를 마쳤다.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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