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 48화.
“푸하하하하하하하!”
나의 당돌한 대답에 거의 반으로 접힐 듯이 몸을 꺾어가며 웃는 남자.
그는 ‘정상회담’을 위해 각 국가의 중역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도 아무런 변화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멋대로 취했다.
“하하, 하하. 이 반 압둘 아자스 알 사우드 칼레드에게 구매하지 못하는 것 따위 존재할 성싶으냐.”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흑태자님.”
“임자는 누구냐. 정부인가? 협회인가? 아니면 네놈이 몸담은 군대의 머리? 이 반 압둘 아자스 알 사우드 칼레드에게 어디 말해보라.”
저 긴 이름을 숨도 안 쉬고 말하다니, 역시 흑태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뭐, 농담은 이쯤 하고.
“흑태자님. 인간의 자율성과 자아주체성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호오, 이 반 압둘 아자스 알 사우드 칼레드에게 철학을 가르치려 드는 게냐.”
“그냥 저의 이 알량한 몸뚱아리의 주인은 저뿐이라는 말입니다.”
“후, 하하하하하! 그래. 너의 그 신념이 언제까지 올곧을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여흥. 좋다. 비범한 천것이여. 이 흑태자가 너를 지켜보고 있겠다.”
“과분한 관심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나의 인사를 받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흑태자.
전생에도 느꼈다만,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다.
“크흠.”
그때, 흑태자와의 만담을 기다려준 이초희가 내게 눈치를 주었고, 나는 20개의 의자 중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이초희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럼, 제4회 황금게이트 정상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진행 순서는 다름과 같습니다.”
-띠링.
허공에 돋아나는 마나의 형상.
그것은 기다란 테이블의 누가 보아도 잘 보이게 만들어둔 마석광 프레젠테이션이었다.
1. 한국의 안보.
2. 국제 거래 제시.
3. 휴거교와 헌터 이건우.
말끔한 디자인으로 구성된 영상 속, 부드럽게 나타난 목차.
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습에서부터 이미 그녀가 얼마나 이 ‘정상회담’을 열심히 준비했는지가 이미 느껴질 정도였다.
“먼저 국내 상황에 대한 디테일한 브리핑과 대안을 들어보시고, 이후 국제 무역과 지원 혹은 요구사항을 자세히 알려주시면 마지막으로 휴거교와 여기 이건우 헌터의 상황, 의견을 고려해 결론을 도출하는 식으로 이번 회담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마치 TV에 나오는 아나운서와 같이 정말 말끔하게 브리핑을 마치는 이초희.
허나, 주최자가 준비를 어찌나 열심히 했건 시커먼 속내를 가진 이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한 점이 아니었다.
“이의 있소.”
그렇게 비열한 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린 것은 일본의 외교관인 스즈키 히로히사였다.
“아직 본제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스즈키 외교관.”
이에 부협회장 이초희는 눈을 매섭게 뜨며 대사관을 노려보았지만, 그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본제가 뭐건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가 뭡니까. ‘황금 게이트’의 보상을 거머쥔 미래의 등불···. 이건우 공을 이 위험지대에서 구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스즈키 히로히사는 상당히 저돌적인 어휘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운을 떼기만 하면 자신들과 사전에 입을 맞춰둔 이들이 알아서 동조의 목소리를 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말이다.
“스즈키 외교관! 이런 회담장에서까지 그렇게 삐뚤어지게 구는 건 일본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하? 위상! 재미있는 말을 꺼냈습니다. 부협회장. 그래요. 일본의 위상은 중요하죠. 그런데, 한국에는 과연 이건우 공을 안전하게 품어줄 만큼의 ‘위상’이 남아 있기는 한 겁니까?”
대놓고 조소를 흘리며 일본인 특유의 과장된 동작으로 이초희를 면전에서 욕보이는 스즈키 히로히사.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자연스레 이초희의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스즈키 히로히사는 도리어 비릿한 미소를 보냈다.
“아니요? 하고 싶은 말은 한참 남았습니다. 벌써 이건우 공이 죽을 뻔한 것이 몇 번이란 말입니까. 이런 장소에서 이건우 공이 과연 진정한 S급 헌터로 거듭날 수는 있는 겁니까?”
“그럼 뭐, 일본은 안전하다는 겁니까. 테라포밍이나 당해서 국토의 절반을 잃은 주제에?”
“우리는 세계최초로 이계(異界)와의 연합전선을 구축했을 뿐. 저희의 진취적인 성향을 무지하게 매도하지는 말아주시죠.”
끝까지 웃는 얼굴의 스즈키 히로히사.
반대로 백귀야행 이초희의 얼굴은, 미소는 그대로지만, 눈썹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니. 저는 주최자로서 스즈키 히로히사의 퇴장을 권유합니다.”
끝내 두통을 호소하던 이초희의 판단은 퇴장 권유였다.
오직 회담의 주최측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과반수의 동의를 받기만 한다면 그 대상이 누구든 이번 ‘정상회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최근 한국이 내부사정으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 이미 일본은 각국에 로비하고 다녔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보기에 일본 외교관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봅니다만?”
가장 먼저 일본 대사관의 편을 드는 마천신교의 칠각주.
“뭐. 솔직히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잖소. 한국은 휴거교라는 사이비 집단 하나 자력으로 잡지 못했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존경하는 파울라스 총리께서 직접 손을 쓰게 만들었지.”
마찬가지로 한마디를 거드는 미국의 초거대 길드 ‘제이슨 스트라우스’의 부단장.
뿐만이 아니었다.
영국, 터키,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출신의 외교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과연 이런 곳에서 ‘연약하고, 어리며 아직은 C급 수준에 불과한’ 헌터 이건우가 과연 똑바로 성장할 수나 있겠냐고 말이다.
요는 그거다.
이들은 정당한 대의, S급 헌터의 안전한 성장을 빌미로 나를, ‘황금 게이트’의 보상을 거머쥔 데다 S급 헌터의 자질마저 갖춘 나를 빼가고 싶은 것이다.
S급 헌터를 몇이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이 헌터 시대에 그 자체로 국력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은 드물게 현존하는 S급 헌터를 셋이나 보유한 상태의 헌터 강국.
그러니 S급 헌터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에서 나를 빼가기 위해 대놓고 행동해도, 국제적인 시선에서는 그다지 비난을 받지 않는다.
나는 그때, 얼핏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흑태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나도 진작 예측하고는 있었지만, 그 역시 회담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당연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처음부터 그렇게 대놓고 나를 사겠다느니 하는 말을 꺼냈던 건,
‘나름의 힌트를 준 거였나···.’
앞으로의 흐름은 이러할 테니, 어디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말이다.
‘예상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잠시 흑태자를 응시하는 사이, 기세등등해진 스즈키 히로히사는 마치 자신이 주최자인양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저희는 S급 헌터라는 인류의 자산을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일본의 드높은 긍지를 걸고, 이건우 공을 책임질 것을···.”
마치 이미 시작부터 끝까지 정해져 있는 촌극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스즈키 외교관은 과장된 동작과 함께 회심의 한마디를 내뱉으려 했으나, 뜻밖의 개입이 이를 막아섰다.
“아니, 아니 스즈키 대사관 그건 아니지요.”
그런 말을 한 자는 다름 아닌 중국 대표, 마천신교의 칠각주였다.
“에? 각주 그게 무슨···.”
“예로부터 한국의 오랜 형제국가는 우리 중국이었습니다. 당연히 중국의 마천신교에서 그를 보호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칠각주가 자신의 긴 흑발을 매만지며 그리 도발적인 언행을 취하자, 스즈키 히로히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설마 했던 배신인가.
얼마나 얇은 신뢰 관계로 되어있길래 이렇게 0.1초 만에 등을 돌리는 걸까.
흑태자는 갑작스러운 중국의 참전에 웃음꽃을 피웠고, 이초희는 그렇지 않아도 이 회장을 엎을까 말까 고민하던 얼굴이었는데 이젠 아예 사색이 되었다.
적어도 그녀의 화려한 언변을 입 밖으로 꺼낼 기회라도 생겼다면, 아무리 로비를 받았다 할지라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뭐, 조금 아쉽게 됐다.
하지만 원래 삶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허나, 그렇다고 물길을 따라 흐르며 일생을 살아가는 해파리처럼 가만히 있기에, 내가 이룩하고자 하는 경지는 드높다.
그러니 나는 움직였다.
내가 취해야 하는 히든 피스는 아직도 한국에 있으니까.
“저기···.”
나는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모두 큰 착각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누가 발언을 허락한 적이 없음에도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여는 나.
당연히 ‘어른’이라는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들은 불만의 눈초리를 보내왔지만, 무슨 상관인가.
이건 나의 이야기다.
그러니 발언권이고 자시고 나한테는 정당한 자기주장을 펼칠 권리가 있단 말이다.
“저는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어느 나라로도 갈 마음이 없죠.”
“어허! 이건우 공.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자네를 위해 모여주신 분들이야. 어찌 감사하다고 넙죽 절을 해드리진 못할망정! 벌써 거절의 자세를 취한단 말인가!”
마치 어린아이를 훈육하듯 나를 삿대질까지 하며 훈계를 늘어놓는 스즈키 히로히사.
하지만 그런 한심한 말은 내가 듣고 싶던 대답이 아니었다.
-탁!
나는 테이블을 양손으로 강하게 짚으며 벌떡 일어나 주변을 쭉 훑어보았다.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관례이기에?
관습이었기에?
아니지, 결국은 그거 아닌가. ‘황금 게이트’의 보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무엇이건 가능하다면 자신들이 그것을 가져가고 싶으니까.
그게 이들의 솔직담백한 진심이다.
그러니 나는 말한다.
이 자리의 그 누구도 함부로 꺼내지 못하던, 가장 이질적이고 허술한 맹점을 말이다.
“내가 당신네한테 모여달라고 부탁한 적 있습니까?”
그러자 정확히 이곳에 모인 국가의 대표자 중 절반 이상의 얼굴이 구겨졌다.
***
“...뭣?”
“뭐, 뭐가 어쩌고저째?!”
“저런···!”
“젊은 헌터가···.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닐세! 어서 철회하게!”
헌터 이건우의 충격 발언에 단번에 안색마저 돌변하며 성을 내는 각국의 대표들.
심지어 이건 확실히 도를 넘었다 여겼는지, 마천신교의 흑검대는 검 손잡이를 쥐었고, 일본 대사관의 측근들을 손에 마력을 모았다.
무례를 사과하라.
그게 그들의 공통된 의지인 듯했다.
허나, 결과만 놓고 볼 때 지금 선을 넘은 건, 20인의 회의 참석자 중 당사자인 이건우가 아니라, 먼저 공격적 의사를 취한 중국과 일본의 헌터들이었다.
“...야.”
드디어 적절한 때와 왔음을 감지한 이초희는 마력이 실린 목소리를 낮게 깔며 묵빛의 짙은 마력으로 회담장을 휘감았다.
“거기 흑검대랑 일본 헌터들···. 니들 지금 누구 앞에서 손에 힘을 주는 건지 알고는 있니?”
이초희의 얼굴은 어디까지나 상냥한 미소를 유지했지만, 그 한마디와 동시에 회담장 전체의 온도는 뚝, 하고 떨어졌다.
호-
하고 입김을 불면 새하얀 김이 뿜어져 나올 만큼 말이다.
“좋은 말로 할 때, 검에서 손 떼렴.”
세계 헌터 랭킹 9위.
백귀야행 이초희.
그녀가 진지하게 마력을 내뿜자. 그 극저온의 기운을 제대로 막아내는 자들은 몇 없었다.
“...뭐해! 손에 모은 마나를 치워!”
“하아아···. 멋대로 나서지 말라 했을 텐데. 흑검대.”
호들갑을 떨며 배후의 경호원들에게 윽박을 지르는 스즈키 히로히사.
마찬가지로 마천신교의 칠각주가 한숨을 픽 쉬자, 흑검대는 모두 검에서 손을 떨어뜨렸다.
이를 똑바로 확인한 뒤에야. 자신의 진득한 마력을 거두는 이초희.
사실 이초희 역시 이건우의 발언에는 기가 차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사실상 스즈키 외교관의 말은 정론이었기에 입을 열지 못하던 중이었다.
‘너라면, 이 상황을 또 뒤집을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 거겠지···?’
이대로 있다간 정론과 관습에 의해 눈뜨고 코 베일지도 모르는 상황.
이제 남은 건, 타국에서 보호하겠다며 짓거리는 ‘당사자’, 이건우 본인의 반박뿐이었다.
‘믿는다. 이건우.’
이초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이건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지만,
이건우는 브레이크 없는 덤프트럭처럼 돌진할 뿐이었다.
“...뭐 하던 말을 마저 하자면, 그겁니다. 당신네들은 계속 나를 보호하네 마네 떠드시는데···. 지금 확실히 말해두겠습니다. 난 보호를 받을 대상이 아닙니다.”
“이, 이건우?”
너무도 예상 밖의 말들이 이건우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눈을 크게 뜨며 이건우를 올려다보는 이초희.
그러나 이건우는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다.
“까놓고 스즈키 외교관, 당신이 나보다 강합니까?”
“이, 이런 오만방자한···! 어디서 미숙한 것이 어른을 똑바로 보면서 대들어!”
“아, 화난 척 말 돌리지 마시고. 우리 솔직하게 말해보자고요. 당신이 원하는 건 어차피 이거잖아.”
-파지지지직!
건우가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서 피어나는 굵직한 뇌광.
하지만 그 방대한 양의 전류는 그 어디로도 튀지 않고, 이건우의 손바닥에 뭉쳐 어떠한 형상을 갖추었다.
신화급 무장, 묠니르.
“저는 추잡하게 말 돌리는 거 싫어합니다. 벌써 이렇게 안 맞는데, 제가 일본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네요.”
-후웅!
숨을 내쉬듯 자연스럽게 스즈키 외교관의 머리를 향해 겨눠지는 묠니르.
허나, 이런 노골적인 도발에도 이미 이초희에게 기선제압을 당한 일본계 헌터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을 대표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오직, 스즈키 대사관.
“이노오오오오옴!”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나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크고 긴 고함을 내질렀다.
“어린 나이에, 분에 넘치는 복을 얻더니 이젠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설쳐대는구나!”
“일본에서는 스스로 쟁취한 것도 복이라고 부릅니까?”
“비아냥거리는 것만큼은 일품이구나! 네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본으로 데려가 그 썩어빠진 정신머리부터 뜯어 고쳐주겠다!”
말은 잘하네, 처음부터 묠니르를 빼앗고 죽일 계획이었으면서.
이건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는 보기 좋게 도발에 걸려든 스즈키 대사관을 보며 말했다.
“정신머리···. 좋습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아예 저랑 내기하시겠습니까?”
내기,
도저히 ‘정상회담’의 장에서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단어가 아니었지만, 건우는 거리낌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다.
하물며 그가 도발하는 대상은 비단 스즈키 외교관만이 아니었다.
“어떻습니까. 세계 각국의 여러분. 솔직히 저를 데려가 보호하겠다고 호언장담하셨으면서, 설마 정작 저와 경쟁하는 걸 겁내시진 않으시겠죠?”
‘정상회담’장 내부에는 그 어떤 메스컴의 기자도, 방송국의 카메라도 들어올 수 없다.
허나, 그럼에도 그런 미친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일삼은 이건우에게는 당일 밤, 국제적으로 ‘크레이지 루키’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윽고, 세계가 공인한 ‘미친놈’인 나의 발언에 가장 먼저 동조하고 나선 자는 다름 아닌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표, 흑태자 칼레드였다.
“옳다. 옳아! 어느 누가 같잖은 반발을 늘어놓을 수 있겠느냐. 지켜주겠다 논하는 이들이 지킴 받는 대상보다 나약한 것은 언어도단!”
-짝짝!
어찌나 흥분한 것인지, 흑태자 칼레드는 손뼉을 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고로 나 반 압둘 아자스 알 사우드 칼레드는 헌터 이건우의 의견에 찬동한다!”
그는 좀 전에 스즈키 외교관이 중국의 칠각주에게 뒤통수를 맞던 바로 그 순간부터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더니, 이젠 아예 웃음소리를 크게 내지르며 그리 말했다.
한국은 위험사회이고, 그 사회에서 S급 유망주를 꺼내는 것이 ‘정론’이라면,
그 유망주를 ‘보호’하겠다는 나라의 헌터들이 유망주 본인보다 강해야 하는 것 역시 ‘정론’인 것이다.
정론에는 정론으로.
놈들이 짜놓은 ‘다수결’의 판을 뒤엎고 내가 원하는 판을 만든다.
이게 바로 내가 이 ‘정상회담’에 들어오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한방이었다.
“...헌터 이건우.”
두 눈을 부릅뜨며 ‘이건우 공’에서 ‘헌터 이건우’로 나에 대해 명칭을 변경한 스즈키 외교관이 나를 불렀다.
그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나를 찢어 죽이고 싶은 의지를 대놓고 내비치고 있었다.
전격 방출계 헌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