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42화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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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스테이지의 테마는 ‘정직함’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적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목표 : 000/100
*목표를 달성하면 2층으로 전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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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로스, 켄타우로스에 특수한 속성의 헌터가 없다면 가히 무적이라 불리는 메틸 골렘까지···.
황금 게이트에 입장한 헌터들은 최소한 각 용병대를 대표하는 베테랑의 헌터들이었기에 일순간에 치솟아 오르는 고레벨 몬스터들의 향연에 단번에 숨을 집어삼켰다.
총 마흔둘.
앞서 황금 게이트에 무혈입성한 여덟 명의 ‘뼈가면’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시선은 몬스터들에게 모였다.
비루한 소강상태가 이어진다.
언제 뛰어들지 모를 괴수들의 위협.
“후우우.”
어떤 이의 숨소리가 아주 명확히 들려올 만큼 그들은 몸을 바짝 긴장시켰고······.
“근데······. 저것들은 왜 안 덤벼드는 거야?”
이어지는 기현상에 서서히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이! 저것들 설마 우리를 선제공격하지 않는 것 아냐?”
“보,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건···. 그런 의미였나?”
무슨 인형처럼 가만히 서 있는 몬스터들.
베테랑 헌터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기를 바로잡을 뿐이었다.
그렇게 미적지근한 고요함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찰나, 결국 성격 급한 ‘리라이프’의 마도사가 목소리를 높인다.
“에에이!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셈이야! 저쪽에서 안 오면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되는 거잖아!”
그는 그런 말을 외치며 품안에 있던 마도서 두 권을 허공에 띄웠고 긴 스펠을 외기 시작했다.
파지직거리는 뇌격,
이글거리는 화염,
휘몰아치는 폭풍이 한 대 모인 대마법.
“선제공격이 아니라면···! 한방으로 끝내면 되는 거지!”
소용돌이치는 마력의 폭풍과 흩날리는 마도사의 로브. 이윽고 모든 스펠을 다 외운 그 순간, 마법은 붉은 헤일이 되어 부채꼴로 나아가며 그 앞에 있던 모든 것들을 불태웠다.
-화르르륵!
전력을 다한 마도사의 마법은 고작 몇 초 만에 푸른 초원을 불타오르는 지옥으로 뒤바꿔버렸다.
그런데, 이를 행한 마도사 본인이 먼저 믿을 수 없는 것을 목격했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이봐! 나 목표 숫자가 단번에 92가 채워졌다고! 고블린이든 좀비든 슬라임이든! 뭐든 잡기만 하면 목표 숫자는 올라!”
“뭐···. 뭐라고?!”
마도사의 충격적인 발언과 함께,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헌터들의 얼굴.
-쿵!
심지어 그 거대한 대마법으로부터 치명상을 입은 미노타우로스가 다시 제자리에 일어서는 광경이 헌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당장이라고 그 거대한 뿔을 들이밀며 달려올지도 모를 상황···!
일촉즉발의 상황에 헌터들은 각자의 무기를 강하기 쥐었으나, 예기치 못한 일은 또다시 일어났다.
몸에 불이 붙은 그대로, 가만히 서서 허공을 바라보는 미노타우로스.
그 몬스터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그건 이미 몬스터라기 보다는 단단한 육체를 가진 인형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베테랑 헌터들의 머리는 빠르게 현 사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냥 선제공격하지 않는 게 아니야······.”
“공격을 받아도, 반격을 안 한다고?!”
“심지어 일격에 수십 마리는 해치울 수 있는 모든 몬스터···. 심지어 슬라임도 목표 숫자는 오른다.”
그리고 다시금 헌터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알림 메시지의 문구.
‘보너스 스테이지’
헌터들의 눈에 핏대가 곤두서며 진형이니 대열이니를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들! 눈에 보이는 건 싸그리 싹싹 해치워!”
“다른 놈들보다 먼저 2층으로 가야 한다!”
안전이 보장되자마자, 바람처럼 달려나가는 헌터들.
맨 앞에 앞장선 신체강화계 헌터들은 거대한 몬스터 사이, 사이에 존재하는 초급 몬스터를 일순간에 박멸시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를 들여 입장한 ‘황금 게이트’란 말인가.
허나, 결국에 ‘보상’을 거머쥘 수 있는 자들은 단 한 명.
-스으윽!
베테랑 헌터들의 손은 빨랐고, 앞선 마도사를 시작으로 하나, 둘 새하얀 빛에 휩싸여 1층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헌터들의 대다수가 사라진 1층의 언덕.
이곳에 남은 이들은 이제 칼질 한 번으로 목표 숫자를 채울 수 있는 ‘초급’ 몬스터를 놓친 이들과 어떠한 계획을 위해 따로 떨어져 나와 모인 소수의 헌터들뿐···.
그리고 ‘검투사’와 ‘리라이프’에서 10년이 넘도록 그 정체를 숨기고 있던 전도사와 장로 역시 헌터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아비규환에 빠진 틈에 현장을 빠져나온 상태였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만나자마자 본론부터 입에 담았다.
“리라이프 쪽 하고는 이야기 잘 나눴습니까. 장로?”
“...그래. 어차피 뼈가면 놈들도 2층으로 향했거나 ‘전이’되어 올 테니 그곳에서 단번에 정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100마리의 몬스터를 처리하면서도, 거뜬하게 해낸 의견의 교환.
두 스파이는 이미 2층에서 ‘뼈가면’ 놈들을 일제히 소탕하자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간 후였다.
“검투사쪽도 똑같습니다. 2층에서는 또 어떤 조건이 걸릴지 알 수 없으니까. ‘전이’되는 바로 그곳에서 놈들을 일제 소탕하고 가자고요.”
“변수가 알아서 제거된다니···. 그건 희소식이로군.”
누가 보상을 쥐게 되건, 휴거교도에게 가는 것은 막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2층의 조건이 또 뭐가 되었건···.
‘뼈가면’에게만 정신이 팔릴 헌터들을 실력 있는 창술사인 그녀가 뒤에서부터 썰어버리고, ‘흑색 마탑’의 놈들은 제압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이들은 사라지고 결국, 보상은 그녀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
‘뼈가면’들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건, 어째서 휴거교를 흉내 내면서까지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었건, 이제 그건 중요치 않다.
이 ‘황금 게이트’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게 밝혀진 순간, 최상위 헌터와 동일선상에 놓일 정도의 힘을 가진 그녀를 막을 헌터는 이 게이트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휴거교의 힘으로 신에게 하사받은, 압도적인 능력치로 이미 무늬만 A급인 실질적 S급 헌터라 불리던 실력자였으니까.
“뭐, 그러면 2층에서 모든 걸 정리하고 가는 걸로 알겠습니다. 장로.”
“...옳다. 전도사여.”
그렇게 최종적인 계획의 확립을 마치고, 이제 나머지 3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 목표 숫자를 다 채우려던 바로 그때,
두 휴거교도가 예측조차 하지 못했던 한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능에 의존하는 목사놈들과 달리···. 스스로의 힘을 갈고 닦는 자를 네놈들은 장로라 칭하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다시 최강이라 불리는 개벽의 장로 박유진···.”
아주 태연한 목소리로 풀숲 사이에서 걸어오는 남자는 부산으로 향했다던, 이건우였다.
“네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건우?!”
“네놈이 어찌···!”
당혹감으로 물드는 두 휴거교도의 얼굴.
허나, 이건우는 그 잠깐의 틈을 기다렸다는 듯 주저 없이 두 휴거교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릉! 챙!
검집을 비집고 나오는 철의 소음이 날카롭게 비산한다.
갑작스러운 기습의 형태를 띠었음에도 박유진이라 불린 장로는 눈부신 반사신경으로 반응했다.
‘전도사’ 역시 게이트 내부에 찌그러져 오롯이 권능만을 쌓아가는 다른 전도사들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스킬인 그림자를 늘려 그 안에 넣어두었던 ‘넋이 나간 신도’를 꺼냈다.
이윽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기도문.
「주여. 우리의 주여. 도살할 양의 피를 머리에 부으사 축복으로 우리와 함께하소서」
그러자 신도···. 아니, 제물은 온몸의 모든 구멍에 피를 흘리며 툭하고 그곳에 쓰러졌고, 그 ‘흘러나온 피’는 오롯이 허공을 갈라 개벽의 장로 박유진에게 날아들었다.
-챙! 퉁!
-팍!
고속으로 교차하는 검과 창.
허나, 전도사의 기도와 붉은 피의 권능을 박유진이 흡입하자 간신이 평형을 이루고 있던 전황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흣···!”
짧은 호흡.
하지만 홍채가 붉게 변한 박유진의 창은 직전과 비교를 불허할 만큼 빠르게 이건우를 향해 쇄도했다.
-팡!
묵직한 철과 철의 울림만이 ‘전도사’의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고속의 전투를 증명했다.
‘이, 이상하잖아! 저 녀석이 어떻게···. 휴거교 최강의 장로에게 대적하지···?!’
이미 상황은 이건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전도사’의 눈에는 그 광경 자체가 신비로웠다.
1대1이라는 조건만 갖춰진다면 직위가 높고, 더 큰 권능을 하사받은 목사들조차 쉽게 하대할 수 없는 장로가 바로 눈앞의, 개벽의 장로다.
‘고작 석 달 전만 해도 분명, 단순 정보원이었다는 녀석이 어떻게 철혈검희를 잡기 위해 육성하던 휴거교의 창과 맞먹냔 말이야!’
짧은 시간에 지나간 수많은 합.
그때마다 이건우는 버프를 받은 박유진의 창날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는 그녀를 마주한 상태로 한 걸음도 물러나질 않았다.
갑작스러운 전투와 믿을 수 없는 교전.
그러나, 그 믿을 수 없는 신비의 광경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푹!
철이 살점을 파고드는 섬뜩한 소음이 들려온 것이다.
이윽고 ‘전도사’의 눈에도 보이는 모습은 이건우의 왼쪽 가슴에 박유진의 창이 꽂힌 광경이었다.
주륵,
이건우의 입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피가 단번에 터져 나온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아무리 좋게 봐도 이제 10레벨대에 접어들었을 이건우가 36레벨의 괴물 같은 개벽의 장로와 비등하게 싸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았다.
“예측을 아예 못 한 것은 아니었다만···. 정말로 네놈이 뼈가면의 주인이었나, 그럼 부산의 이건우는 대체···”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했는지, 붉은 안광을 빛내던 박유진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팬텀의 뼈가면은 관측자의 인식을 비트는 것 말고도, 타인의 인상착의를 완벽하게 복사할 수 있지···.”
“...?”
“그리고···. 쿨럭! 후우우. 가면을 쓰게 된 자는 아이템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기 전까지는 결코 가면을 벗을 수 없다. 그건 그런 효과의 저주 아이템이니까···.”
피를 듬뿍 흘려대면서도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는 이건우.
개벽의 장로, 박유진의 눈에 그것은 영 수상한 행동에 아닐 수 없었다.
“뭐냐···. 왜 쫑알쫑알 그런 말을 해대는 게냐. 아는 건 다 말했으니, 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할 셈은 아닐 테고···.”
이미 심장에 창을 꽂아 넣은 상황이다.
어떤 꿍꿍이가 있건 이제 모두 무의미한 일이 되었을진대 이건우는 어째서 이런 기이한 행보를 보인다는 말인가.
“아니, 애초에 네놈은···. 개벽의 장로인 이몸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이런 짓을 벌인 게로군···. 대체 왜 그런 게냐. 죽이기 전에 그것이라도 좀 알아야겠다.”
장로 박유진이 의문을 표하는 바로 그 순간 지금껏 피로 물들어 굳어있던, 이건우의 입꼬리가 갑작스레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긴···.”
이윽고, 그는 말을 꺼냈다.
“무슨 효과인지를 사용자가 직접 읊어주는 게, 뼈가면의 사용조건이기 때문이지···!”
피를 흘려가면서도, 섬뜩한 웃음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이건우.
개벽의 장로는 왠지 모를 위기감에 곧장 그의 심장을 파고든 창을 비틀어 완전히 육체를 조각내려고 했지만···.
“뭣···?!”
그녀가 들고 있던 창은 이내, 자색의 나비가 되어 사라졌고, 동시에 이건우의 심장에 뚫려 있던 구멍조차 자색으로 빛나며 그 자취를 감춘다.
“개벽의 장로, 박유진. 노을의 전도사, 김총준. 체크메이트다.”
직후, 그런 말을 남기며 인간의 힘이라고는 가히 믿을 수 없는 ‘각력’으로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이건우의 몸.
당연히 36레벨의 괴물인 박유진은 일순간에 등 뒤에 달려 있던 자신의 창을 다시금 꼬나쥐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프로텍트!”
새하얀 광휘의 빛이 게이트의 하늘을 가르며 내리꽂힌다.
-팍!
박유진과 충돌한 그것은 그녀의 몸에 깊게 새겨진 ‘전도사’의 버프를 소멸시켰다.
이윽고 눈앞에 보이는 흰 방패.
그것은 어딜 어떻게 보아도 휴거교와는 상극을 자랑하는 신성력이 분명했다.
“...성전사인가.”
장로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이건우가 지금껏 배후에 두고 있던 풀숲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금발의 성전사.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건우와 똑같은 타이트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팬텀의 저주여···!”
이내 이건우는 새하얀 방패 너머에서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그런 말을 외친다.
그러자, 장로와 전도사의 눈앞에는 특이한 형태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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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이건우는 ‘팬텀의 뼈가면’의 사용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1. 아이템의 패널티 고지.
2. 아이템의 고유 효과 해설.
3. 저주의 대상과 5분 이상, 10m 이내의 거리를 유지하기.
*조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저주는 ‘3단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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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의 저주가 당신의 몸에 스며듭니다.>
-당신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주인’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주···. 주인···?”
달싹거리는 목사의 눈썹.
그녀의 얼굴은 단번에 붉으락푸르락 변했고, 그 모습을 어째서인지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건우의 표정에 더 화가 났다.
“자, 장로!”
그러나, 그 분노를 모두 이건우에게 쏟아내기도 전에 들려오는 기이한 목소리.
이에 놀라 개벽의 장로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분명 사람의 형태이지만, 새카만 그림자처럼 전신을 물들인 어떤 존재가 서 있었다.
“네놈이냐 김충준···.”
“자, 장로! 우리의 얼굴에 뼈가면이 씌워져 있습니다!”
“뭣!?”
전도사의 말에 당황하는 장로 박유진.
게다가 그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변한 외형에 당황하는 사이, 눈앞의 이건우와 성전사 메리는 옆에 서 있던 켄타우로스의 목을 갈라, 이미 전이의 빛에 휩싸이고 있었다.
-스으윽!
잠깐의 소음 끝에 자취를 감추는 이건우와 메리.
“젠장!”
그제야 개벽의 장로, 박유진은 자신이 이건우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음을 알았다.
하지만 박유진에게 있어 변하는 것은 없었다.
“죽여버리겠다. 그 하찮은 것을···!”
어차피 이건우는 장로 박유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목표 숫자를 채워 놈을 쫓아, 이번에야말로 그 가증스러운 목에 창을 꽂아 넣으면 될 따름인 것이다.
허나, 정말 어처구니가 없게도 그녀의 창을 막아서는 것은 다름 아닌 ‘인지 왜곡’의 저주에 휩싸인 전도사였다.
“뭐, 뭐 하는 겁니까. 장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가여운 전도사여! 얼른 놈을 쫓아 찢어발겨야 할 것 아니겠느냐!”
박유진의 머리에서는 이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없어 보였지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게도 전도사는 그런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씨바! 너야말로 목 위에 달린 게 장식이 아니라면 생각을 좀 해!”
“죽고 싶은 게냐?!”
“죽기 싫어서 이러는 것 아닙니까! 장로! 생각해봐요. 놈이 나타나기 전까지 우리가 하던 대화가 뭡니까! 그 좆같은 뼈가면 개새끼들이 오면! 다 같이 족쳐버리자고 준비하던 거잖아!”
헌데, 현재 ‘뼈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짜 휴거교의 ‘전도사’와 ‘장로’였다.
“다, 죽이면 된다···. 그냥 다 죽이면···!”
잔뜩 흥분한 개벽의 장로는 머리를 제대로 굴리지도 않고 그리 말했지만, 그런 말은 되레 전도사를 화나게 할 뿐이었다.
“아니 장로, 쫌! 장로가 그랬잖아! 흑색 마탑 놈들은 건들면 안 된다고!”
“그, 그건···?!”
“우리가 멋대로 마탑 놈들 싹 쓸었다간 메시아와의 동맹 관계가 위험해진다고 말한 건 장로라고!”
전도사의 몰아치는 듯한 타박에도 마땅한 대책을 떠올리지 못하는 장로, 박유진.
그녀는 뒤늦게라도 이성을 되찾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의 해법을 떠올리려 했지만······.
‘가면’은, 이건우의 허락이 있기 전까진 벗을 수 없다.
자신들은 지난 경매 때부터 이미 착실하게 적의를 받아온 그 뼈가면을 뒤집어쓴 상황.
하물며, 실제로도 ‘전도사’의 막대한 버프만 있다면 차라리 이 황금 게이트 내부의 모든 헌터들을 도륙 낼 수도 있는 자가 바로 박유진이건만···.
갑작스러운 ‘흑마술’ 보상이라는 정보로 끼어든 ‘흑색 마탑’의 흑마도들을 건드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방심을 틈타 등을 찌르는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적으로 인지되는 상황에 흑마도만을 공격하지 않는 건 불가능해···.’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다.
이제 1층에 남은 헌터는 그녀와 전도사, 딱 둘밖에 없건만···.
99/100
목표 숫자도 고작 단 하나를 남겨둔 상황에서, 그녀와 전도사는 말 그대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그것도 단순한 무력이라면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휴거교의 비밀 병기, 개벽의 장로가···.
“으아아아아아!”
분노에 찬 박유진의 참격.
허나, 가만히 멈춰있는 몬스터를 맞추는 것조차 그녀에게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에 그 공격은 허공을 갈랐고, 분노로 눈을 붉게 물들인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휴거교 최강의 마창사는 창을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쓰디쓴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
특급 테러리스트, 알프레드 아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