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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9화 (9/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9화

대대장, 김용운 중령의 호출을 받는 건 이미 예상하던 바였다.

“충성!”

다만, 그 시기가 블랙 홉 고블린 사건이 있던 바로 다음 날이 되었다는 건 조금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래.”

김용운 중령은 손을 대충 흔들며 내 경례를 받아주었지만, 시선은 테이블 앞에 놓인 3개의 오르골에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대대장실에서 마주한 사람은 총 다섯 명.

대대장인 김용운 본인과 각 중대의 중대장들이 나머지 넷이었다.

최소한의 인원과 아직 기밀에 해당할 오르골이 대놓고 방치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자리가 비공식적인 자리라는 건 쉽게 추론해볼 수 있었다.

“이건우 이병. 대대장은 물론 이 이병의 공을 높이 사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부드러운 어조였음에도, 몸을 굳게 만드는 마력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허나, 세상 그 어디에도 D급 병사가 단독으로 보스를 격파하고 또 2주 만에 영내 테러 행위를 막아냈다는 보고는 올라간 적이 없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웃는 얼굴로 그리 말하는 김용운 중령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비교적 간단했다.

‘내 공적을 있는 그대로 보고할 수가 없다는 거지.’

이유는 일전 ‘던전 고립 사건’과 같았다.

직접 보지 않는 한, 깊게 뿌리내린 편견은 빼낼 수 없다는 소리였다.

전생에 내가 알던 김용운의 성품을 떠올려보면, 이건 보고를 ‘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닌 듯했다.

“그래서 대대장은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 이번 영내 테러 사태는 공식적으로 박동협 대위의 공으로 하고, 이 이병에게는 비공식적으로 D급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전용무기’를 제작해주겠다. 어떤가.”

‘전용무기’는,

군에 소속된 병사 중에서 최소 B급 이상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린 병사에게만 선사하는 아주 특별한 혜택이었다.

D급에다 신병인 내게 벌써 ‘전용무기’를 제작해주겠다는 건 분명, 과감한 거래 조건이 맞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내가 올린 공적에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보상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병사였다면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대놓고 D급을 차별하는 이 상황에 불만을 표할지 아니면 권위에 짓눌려 그의 제안을 그대로 따를지를 말이다.

나는 천천히 이쪽으로 이목이 쏠린 다른 중대장들을 훑어보았고, 확신했다.

‘...이건 시험이다.’

내가 아는 대항군의 김용운과 눈앞의 대대장이 동일인물이라면 이건, 일종의 테스트가 분명했다.

이 시기의 김용운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미 내부에서 다 결정된 제안을 들려주고 고작 병사의 대답을 듣기 위해 면대면으로 호출까지 했다?

애초에 그것부터 말이 안 된다.

지금 그는 나를 가늠하고 있다.

대놓고 공적을 가로채겠다는 악질 장교를 흉내 내며, 내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인간인지를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여기서는 고개를 끄덕여도, 가로저어도 오답이라는 것을.

“믿음, 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무겁게, 허나 곤란하지는 않다는 듯이 나는 운을 뗐다.

“...믿음?”

예상 밖의 단어인지 되묻듯 중얼거리는 김용운 중령. 이에 나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젊은 병사처럼 굳건하게 말을 이었다.

“예. 믿음입니다. D급 병사가, 신병이 이 같은 일을 해냈기에 여단 보고에 있어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저의 공적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

“전 믿음이, 반복적으로 착실하게 쌓여온 경험적 편견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험적 편견이란 지금까지 쌓여온 것임은 물론 앞으로 이루어갈 것 역시 포함된 개념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을 꾹 다물고 내 말에 그저 귀를 기울이는 김용운 중령. 자신이 은근히 보여준 두 선택지와 전혀 다른 대답을 하는 내게 퍽 흥미를 보이는 눈치였다.

“그 말은?”

나는 일부러 뜸을 들이고는 계속해서 하려했던 진짜 내 뜻을 입에 담았다.

“제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편견이 잘못되었다는 걸 모두가 받아들이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편견을 깨부수려면, ‘상식 밖의 일’을 주기적으로, 지속해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준학 준장’의 가르침.

우리 1대대의 대대장인 김용운 중령은 이준학 준장을 꽤나 존경하는 군인이었기에 바로 이 말이, 그가 병사에게 정말로 듣고 싶던 말이었을 것이다.

“...끅끅끅···.”

내 말을 모두 듣자마자 한 손으로 이마를 탁 짚던 김용운 중령의 입에서는 돌연, 그런 소리가 새어 나왔다.

“대, 대대장님···?”

이에 놀란 박동협 중대장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네자.

“...하, 하핫! 하하하하하! 나참,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 편견을 부술 때까지···. 증명하겠다니! 하하하하하하핫!”

박동협 대위의 작은 목소리와 상반되게 김용운 중령은 정말 큰 목소리로 웃어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던 대대장은 잠시 후, 기분이 좋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건우 이병. 자네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나?”

신뢰한다기보다는 흥미롭다는 얼굴, 놀랍다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색으로 김용운 중령은 그리 물었고, 나의 대답에는 주저가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하! 다른 건 몰라도 그 패기는 확실하니 좋다! 그래, 박동협 대위. 이건우 이병을 무기고로 데려가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게 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흠칫 놀랐다가 이내 여유로운 척 고개를 끄덕이는 중대장 박동협.

“예. 그럼 이 이병을 저희 1중대 무기고로 데려가겠습니다.”

군부대는 질보다 양으로 밀어붙이는 만큼, 한 해에도 수많은 던전을 막고 이따금 던전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아이템을 드랍해 무기고에 처박아두곤 한다.

‘질 좋은 무기는 최소 대대 무기고에서나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적당한 금액으로 제작된 전용무기보단 던전 드랍 아이템이 훨씬 낫지.’

아무리 그래도, 직접 보는 것도 처음인 병사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는지.

합당한 선에서,

그래도 나로서도 나쁘지 않을 정도의 보상을 상향시켜 주려는 듯했다.

그래도 첫 대면에 그 김용운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에 만족하고 나는 적당히 자리를 뜨려 했다.

허나, 슬슬 돌아가려는 박동협 대위와 나를 김용운 중령은 멈춰 세웠다.

“자네 무슨 소린가. 중대 무기고라니? 내가 무기고에 데려가라 했으니, 당연히 대대 무기고 아니겠나.”

왜 당연한 것을 모르냐는 듯한 김용운 중령의 어투. 그러자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박동협 대위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열었다.

“...대, 대대 무기고 말씀이십니까? 착오가 없으시다면, 거기는 A급 헌터들만 이용할 수 있는···!”

“당차게 편견을 엎어놓겠다는 병사에게 또 편견을 강요하라는 말인가?”

그리 말하며 박동협 대위를 쏘아보는 대대장.

아무래도 내가 틀린 모양이었다.

나와 똑같이 ‘이준학 준장’을 존경하는 그에게, 준장의 사상을 그대로 빚어낸 듯한 나의 말은···.

아무래도 그의 심금을 제대로 울린 듯했다.

‘대대 무기고라니···!’

내 예측을 좋은 방향으로 벗어난 보상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전생에는 더 좋은 무기를 이미 손에 넣은 뒤 만나게 되어, 나와 상성이 좋음에도 그다지 이용해본 적이 없던 그 무기.

‘예상보다 빨리 그 무기를 손에 쥘 수 있겠어.’

***

내가 ‘던전 고립 사태’를 막고 받은 3박 4일의 휴가는 내가 저번 달의 잡아두었던 휴가 일정에 합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대대장의 입김이 있던 것인지. 낮은 계급 인원들에게 깐깐한 중대장마저 군말 없이 보내줄 정도였다.

그렇게, 저번 달부터 목이 빠지라 기다려왔던 여단 휴가자 버스에 몸을 실었다.

두 휴가가 합쳐져, 내가 보내게 된 이번 휴가의 기한은 무려 6박 7일.

허나, 시간이 늘었다고 마냥 여유롭게 지낼 수는 없었다.

저번 달, 회귀 직후에는 그저 ‘이번 사건’을 위해 잡은 휴가였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돈과 월혈석(月血石)의 파편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어···?”

그렇게 차분히 앞으로의 계획을 검토하던 중, 문득 다가오는 인기척이 있었다.

“저어, 혹시 이건우씨···. 맞죠?”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슬쩍 들자. 눈앞에는 이목구비가 또렷한 외향의 여군 한 명이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나는 기계적으로 답하며 이 시기의 내가 아는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는지에 대해 곰곰이 검토해봤지만, 그런 존재는 전생에도 현생에도 없었다.

“그, 그때는 정말 감사했어요!”

그런데, 그런 나의 당혹감은 안중에도 없는지 버스에서 요란하게 고개를 푹 숙이면서까지 인사를 해오는 여군. 명찰을 보니 윤지아라는 이름이 선명히 박혀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크흠. 죄송하지만, 그때···. 라고 하심은 언제를 말씀하시는 건지. 혹시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미, 미안해요. 너무 갑작스러웠죠. 내 정신 좀 봐.”

전생에도 현생에도 나는 윤지아라는 사람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얼떨떨한 반응에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부끄러웠는지 윤지아는 손부채 질을 하며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저번 던전 고립 사태에서 보스룸에 끌려갔다가 이건우씨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윤지아 상병이라고 합니다.”

꽤나 군인 모양새가 나오는 어조와 행동거지로 윤지아는 내게 다시금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건네왔다.

“당시에는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는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제야 나는 내가 이 사람을 모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난 사건 당시, 보스룸에 갇혀 있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눈앞의 이 사람은 전생, 이 시점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전생에는 이미 보스가 부화한 뒤에나 ‘철혈검희’가 나타나 구해주었었으니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전생과 다른 생존자의 등장에 퍽 감회가 새롭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현재의 나는 곧 일어날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는 게 더 우선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 예’, ‘그렇습니까’, ‘아닙니다.’라는 로테이션을 적절히 돌렸다.

“듣던 대로 정말 직업정신이 투철하신 분이시네요.”

“아, 예.”

“병사가 3레벨업하는 광경을 본 건 정말 처음이었어요. 정말 놀랐다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런데, 정말로 1레벨로 자이언트 엔트의 알을 깨부수신 거예요? 사실은 막, 사회에서 히트맨으로 일하던 고레벨 헌터였다거나···?”

“아닙니다.”

허나, 윤지아 상병은 내 시큰둥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라 불러도 되는 타 대대 병사에다가 계급도 더 낮은 내게 굳이 존댓말을 해주는 걸 보면, 그녀가 상당히 예의 바른 존재라는 것은 잘 알겠다.

그래도, 계속 그러고 있다간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아 뭐라고 한마디 하려던 찰나, 영 엉뚱한 곳에서 일갈이 날아왔다.

“야! 대대장님한테 포상받으니 눈에 뵈는 게 없냐? 이 새끼가 윤지아 상병님을 무시해? 하여간 4소대 새끼들은 예절이 없어. 예절이.”

앞자리에서 굳이 고개를 쑥 내밀어 내게 꾸중을 늘어놓는 행색이···. 참 볼품없어 보였지만, 이번에는 최소한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나와 같은 중대에 소속된 1소대의 일병이었다.

우리 4소대와 달리 엘리트 주의자인 중대장이 손수 모은 A급의 병사들, 그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1소대였다.

“예. 죄송합니다. 윤지아 상병님에게도 제 태도가 불쾌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부대 내에서 같은 중대 사람을 만난 것이니. 마땅한 반응은 보여야 해서 적당히 사과하니. 1소대 일병은 그제야 만족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는 느끼한 표정으로 돌변해 윤지아 상병을 보며 입을 여는데,

“윤지아 상병님 죄송합니다. 하여간 D급 인원들은 예절부터 제대로 가르쳐야 했는데, 다 제 잘못입니다. 아, 저는 1소대 김동건 일병이라고 합니다.”

뭔가, 어떻게든 윤지아 상병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어 하는 뉘앙스가 풀풀 풍겼다.

“하여간 D급이라니요···. 건우씨는 단독 공략자에 최근에는 영내 테러 사건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하하핫, 그 유명하신 윤 상병님이 그런 헛소문을 믿으시다니. 순진하신 구석도 있으시네요.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단, 제 경험담을 들어보시겠습니까. 요전번에 A급 병사들로만 구성되어 오크 게이트에······.”

그 후로도 나에 대한 소문을 윤지아 상병이 언급할 때마다, 급하게 대화의 주제를 옮기는 김동건 일병.

아무래도 처음에 크게 일갈한 것도 어떻게든 윤지아 상병에게 관심을 받아보고자 일부러 그랬던 것 같다.

뭐, 나야 나한테 말을 걸지만 않으면 다행이니 다시 조용히 생각에 빠지려던 찰나,

“...저는 봤는데요. 제가 ‘단독 공략자’라는 보상 메시지를 본 것도 제 눈이 삐어서 그런 거라고 할 건가요? 김동건 일병?”

이번에는 윤지아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고개를 돌리자 무서운 눈빛으로 김동건 일병을 노려보는 모습이 보였다.

“예? 그, 그게 아니라요. 윤지아 상병님. 사, 상식적으로······.”

“상식이 어쩌고 저쨋고, 저는 관심 없고요. 앞으로 제 앞에서 건우씨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건 그만두셨으면 좋겠네요.”

분명 순한 양 같은 사람이었는데, 지금 보니 사냥감을 눈앞에 둔 치타와 같았다.

두 병사의 온도차는 아마 내 성과로 인해 퍼진 이야기를 믿었는가, 믿지 않았는가로 갈리는 듯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내 성과에 대한 소문은 현장에 있던 사람이 아니면 믿기 힘들 것이다.

솔직히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니, 그으······.”

윤지아에게 쓴소리를 들은 김동건은 그렇게 말꼬리를 흘리며 괜히 나를 날카롭게 노려볼 뿐이었다.

솔직히 조금 의외였던 건, 당연히 윤지아의 태도였다.

마치 나의 일이 제 일인 양 화를 내주는데,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괜히 더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김동건이 얌전히 물러난 뒤에야, 안심했다는 듯 표정을 풀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건우씨는 왜 화 안 내요?”

“화 말씀이십니까.”

“예. 그렇게 열심히 해서 달성한 일이 이렇게 폄하 받고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잖아요······.”

김동건 일병만 애 같은 줄 알았더니, 이쪽도 아이 같은 것은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아니, 실제로 이들은 20살 초반일 테니. 이게 알맞은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괜찮습니다.”

허나, 폄하니, 비웃음이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기에 나는 적당한 대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윤지아 상병은 그게 또 불만스러운 눈치였지만, 원래 무언가를 바꾸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야 하는 법이니까.

얼마 후, 드디어 휴가자 버스 선탑자가 도착해 인원 확인을 했고,

드디어 버스는 출발했다.

우리 여단은 퍽 산골짜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버스로 20분은 가야 시내가 보이고 거기서 10분을 더 가야 가장 가까운 역이 나타난다.

버스가 역에 도착해 병사들이 하나, 둘 내렸다.

“저어, 건우 씨···. 건우 씨는 어느 쪽으로 가요? 혹시 가는 방향이 같으면, 같이 대화라도 하면서 갈래요?”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 퍽 부끄러운지 뺨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그런 말을 건네오는 윤지아.

저 멀리에서는 선탑자 간부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 김동건 일병이 윤지아 상병과 나를 번갈아 보며 눈을 크게 뜨는 순간이었다.

나는 윤지아 상병이 아닌 허공을 보며 답했다.

“안타깝지만, 휴가지로 출발하는 건 조금 나중에 될 것 같습니다.”

“네? 왜, 왜요?”

왜긴.

드디어 기다리던 ‘그 시간’이 되었으니 그렇지.

-쨍그랑!

그때였다.

-쏴아아아아!

하늘에서부터 깨진 유리 파편 따위가 쏟아지고, 텅 비어있어야 할 폐건물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줄기와 성인 남자만한 크기의 ‘무언가’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철퍽!

물줄기를 타고 내려온 그것들의 정체는 바로 ‘머맨’

4층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아무렇지 않아 할 만한 내구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중하급의 몬스터였다.

“꺄아아아아악!”

“모, 몬스터야!”

“게이트도 없는데?!”

순식간에 이 역을 둘러싼 일반인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나, 게이트 없이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상식 밖의 상황’에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인 군인들.

그 사이에서,

나는 유일하게 침착함을 유지하고는 허리춤에서 무기를 집어 들었다.

-촤악! 탁!

마나를 불어넣자마자 점차 길어지고, 탄력감 있게 흔들리는 그것은. 이번에 대대 무기고서 내가 직접 선택한 무기.

전도율 높은 순은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와이어나 로프처럼 휘두를 수 있는 형태에 탄탄한 내구성까지 고루 갖춘 ‘은빛 채찍’이었다.

-파직!

손끝에 발산한 전기가 순식간에 채찍을 훑으며 파지직 거리는 스파크를 발산했다.

전생,

몬스터의 이러한 시가지 습격은 정말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지만,

오늘은 좀 많이 다를 예정이었다.

14구역과 태고의 흡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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