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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6화 (6/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6화

시간을 거슬러 온 뒤,

내가 첫 번째 ‘히든 피스’로 이 던전 고립 사태를 떠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이 시대의 다른 사건·사고들은 대부분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들이었던 반면,

이 ‘헌터 먹는 게이트’는 내가 직접 체험한, 경험적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현재에도 고립되어 있는 2대대 1중대 인원들을 구하러 왔던 우리 소대는 참 우습게도 함께 고립되어 이틀 밤낮을 더 던전에서 보내야 했었다.

우리 1대대에서도 2대대에서도 계속해서 지원 병력을 보내주어 생존에는 큰 무리가 없었던 전생.

허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2대대의 대대장. ‘철혈검희’의 활약으로 결국 이 던전의 비밀은 밝혀졌는데······.

“...찾았다.”

이 던전의 보스는 숨겨져 있던 것이다.

그것도 케이브 엔트가 아니라면 찾아내기도 힘든 통로 하나가 고작인, 이 반 밀실 속에서.

“미... 미친! 진짜로 벽 뒤에 뭔가가 있잖아!”

“입을 놀릴 시간이 있으면 움직여. 온다!”

“뭐···? 아악!”

나와 박태진이 쏟아낸 수류탄과 화약들로 길은 뚫렸다.

그 너머에는 흉물스러운 청녹색 피를 흘리며 터져버린 케이브 엔트의 사체가 잔뜩 쌓여 있었지만,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은 메시지가 명시한 보스룸.

고작 저 병정개미들만 있고 끝날 리가 없었다.

-스아아아악!

-스아아!

-스아아악!

벽 뒤로부터 들려오던 섬뜩한 소리가 끝도 없이 밀어닥쳤다.

“시, 시발!”

박태진은 그 흉물스러운 광경에 비명같은 욕을 내뱉으며 마탄을 장전했고,

-탕! 타다다당!

말 그대로 아무 데나 갈겨대기 시작했다.

허나, 땅과 벽 심지어는 천장마저, 개미 군단이 쏟아져나왔기에 그 판단이 옳았다.

“흡!”

나는 큰 소음에 박태진을 향하는 개미들의 빈틈을 노렸다.

-파직!

작은 소음과 함께 완벽하게 제어된 전기가 정확히 일직 선상의 개미들을 감전시켰고, 나는 멈춰선 케이브 엔트를 발판삼아 과감하게 보스룸의 중앙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보스룸 곳곳에 보이는 여군들

군복이 사납게 찢겼고, 상처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지만, 내 ‘생체전기’가 훑어낸 정보에 따르면 이곳에 끌려온 저 군인들은 살아있다.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여군들.

알에서 부화하기 직전의 보스.

이 정보가 말해주는 바는 단순했다.

‘갓 부화한 보스에게 먹여 급성장시킬 속셈이었군···.’

역시, 몬스터가 지능이 떨어진다는 말은 다 옛 1세대들에게나 적용되는 상식이 분명했다.

나 역시 전생에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이 시점에 이미, 몬스터들은 발전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되었군.’

전생이라면, 지금으로부터 이틀이나 더 지나서야 ‘철혈검희’가 나타나 충분히 강해진 보스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있다.’

-스아아악!

-스아아아아!

뒤늦게 알을 향해서 전력 질주 중인 나를 엔트들이 눈치채고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늦었다.

성인 남자의 머리만 한 가위 턱의 연쇄도, 끔찍한 소음을 내는 날갯짓의 방해도, 내겐 통하지 않았다.

-탁!

결국, 내 손은 보스인 ‘자이언트 엔트’의 알에 닿았다.

“오래 기다렸다. 이 벌레들아···. 흡!”

기합과 함께 발현되는 에너지.

호흡이,

심장의 박동이,

그리고 그 끝에서 전신으로 흐르는 피와 나의 ‘생체전기’가 그간 참아왔던 설움을 토해내듯.

-피이이이이이익!

스산한 소리를 내며 이 보스룸 사방에 시퍼런 전기 ‘방출’했다.

전기의 날카로운 소음이 한차례 내 귀를 찢을 듯 퍼져나 왔을 때,

-크르르륵 콰르륵!

위험을 감지한 보스, 자이언트 엔트의 유충은 알 속에서 날뛰었다.

너무도 거대한 눈두덩이가 시뻘건 안광을 내뿜었지만, 피식ㅡ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안다. 네가 강하다는 건.”

메시지가 표기해주는 레벨에도 놈의 알 위에 적힌 글씨는 무려 Lv 6.

심지어 부화한 ‘자이언트 엔트’는 더 높다.

내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좀 성장했을 뿐인 Lv 1의 헌터라는 걸 생각하면 이 헌터 세상의 그 누가 이 장면을 목도해도 내 승리를 예측하는 이는 없으리라.

“하지만, 넌 알에 갇혀 나올 수 없지.”

자.

이제 남은 건 시간 싸움이다.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엔트’의 부화까지 남은 시간: 0시간 13분

그 잠깐 사이에 벌써 3분이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13분.

그 안에 나는 이 혼합 ‘광물’로 이루어진 단단한 자이언트 엔트의 알을 깨부수어야 한다.

만일 저 시간이 1초라도 지나서, 녀석의 가위 턱이 내 목을 가른다면 나의 패배.

“그러니, 넌 그 안에서 죽을 것이다.”

-파직,

이미 여러 차례 전기를 쏟아낸 터라. 남은 생체전기를 끌어오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아찔해졌다.

-파지직!

방출과 동시에 나의 81Wh의 제어력은 꾸준히 거대한 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감전시키기 시작했고,

전도체의 성질을 강하게 띠고 있던 ‘광물 알’은 내가 밀어 넣는 전류를 다시금 나에게로 흘려보냈다.

이 같은 에너지의 순환은 결국.

내가 방전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낳았고, 억지로 다시 돌아온 전류는 내 몸을 타고 다시금 알을 찢어놓을 듯 무서운 굉음을 터트렸다.

-파지지지지직!

순환하고 순환할수록 그 기세를 더 해가는 전기.

알과 나는 눈부신 빛을 발산할 정도의 고압 전류를 주고받았다.

턱턱 막혀 오는 숨과 주르륵 터져 나오는 피.

눈과 귓가가 뜨겁고 축축해진다.

전기 내성 ‘최하’로는 아무리 그래도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속의 보스가 어떤 상태인지, 내가 서 있는 것인지 누워있는 것인지 이제 그것조차 인지하기조차 힘들어질 무렵이었다.

-콰직!

아득해져 가던 나의 정신을 바로잡아준 건 다름 아닌 내 총공세를 받고 있던 ‘자이언트 엔트’ 그 자신이었다.

날카롭게 두꺼운 알을 뚫고, 시스템에 명시된 시간마저 억이고 튀어나온 섬뜩한 가위턱.

어떻게든 나를 찔러 죽이려던 발버둥이 만들어낸 참사.

허나,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저기다!’

이날을 위해 내가 꾸준히 격통을 감내해 키워낸 나의 스팩.

[생체전기량]: 1030Wh

[제어력]: 81Wh

시간에 맞춰 간신히 길러낸 1000Wh 이상의 전기가,

지금껏 나와 ‘광물 알’이라는 전도체 사이만을 파죽지세로 타고 흐르며 에너지를 더욱 키웠던 그 전기가,

드디어 전도체가 아닌 보스에게로 쇄도했다.

“아아아아아아!”

비명인지 기합일지 모를 것이 내 입에서 터져 나왔고, 자이언트 엔트는 마치 전구의 중심과도 같이 주황빛 빛을 내뿜기 시작하더니.

-콰직! 콰지직!

섬뜩한 소음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윽고 아득해져만 가던 정신줄을 간신이 붙들어낸 나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알림>

ㅡㅡㅡㅡㅡㅡㅡㅡ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엔트’가 격파되었습니다.

*보스 공략 기여도.

-1위. 각성자, ‘이건우(Lv. 1)’ 100%.

*던전은 클리어되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적정 보상을 집계 중입니다······.>

강한 현기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허나, 그럼에도 내가 악으로 버티고 선 것은 나 스스로 ‘적’이라 인지한 박태진에게 등을 내줄 순 없다는 나의 신념 때문이었으리라.

고고하고 고매하게,

눈과 귀에서는 섬뜩하게 피를 흘려가면서도 힘있게, 나는 뒤를 돌아 박태진을 바라보았다.

내 예측대로 놈은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입도 떡 벌리고 앉았다.

아니, 정확히는 겁을 먹은 눈치였다.

귀신이라도 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하긴, 누가 1레벨 헌터가 보스를 단독사냥할 거라 생각했겠어.’

그러나,

보스를 조우했다는 메시지에도, 보스를 격파했다는 메시지에도 나의 이름은 아주 선명히 명시되어 있었고···.

이는 이 던전 내부에 있는 모든 인원이 다 함께 목격했을 것이다.

나도 전생에 ‘철혈검희’의 이름이 적힌 메시지를 보았었으니 아주 잘 안다.

허나,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저 메시지에 적힌 이름이, 내 이름이라는 점이겠지.’

잠시 그대로 멍하니 서 있으니,

저 멀리에서부터 많은 인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전 메시지를 목도한 소대장 남궁연과 홍진태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리라.

따로 고립되어 있던 여군들은 저들이 다 구했을 테고, 이 보스룸에 납치되었던 이들도 아직 숨이 붙어있다.

‘전원 생존. 즉, 작전 성공이다.’

그제야, 피식 미소가 지어졌다.

이젠 팔다리를 움직일 힘도 남아있질 않았지만, 그래도 미소는 지어졌다.

앞으로를 위해 준비한 내 장대한 계획의 첫 번째 퍼즐.

그걸 드디어 현실로 이루어냈다는 것이 다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다가오던 인기척이 이 보스룸에 당도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거, 건우야!”

곧바로 목소리를 높이는 남궁연 소위와 홍진웅 상병.

두 사람은 피를 물처럼 흘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그리고 마치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메시지는 드디어 내게 지급할 보상을 공표했는데,

<적정 보상 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는 시스템이 상정한 ‘레벨’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이언트 엔트가 미부화 상태였기에 경험치 보상이 대폭 감소합니다.

*허나, 단독 공략자의 레벨(Lv. 1)이 매우 낮아 그 경이로움에 보상 경험치가 대폭 증가합니다.

*더욱이, ‘있을 수 없는 일’을 해낸 보상으로 경험치가 한 번 더 대폭 증가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그 보상은 나의 예상을 가볍게 초월해버렸다.

도중에 경험치가 줄어들었다는 메시지는 분명 있었으나, 그럼에도 경험치 보상이 늘어났다는 메시지가 더 많았다.

“읏···!”

잠시 후, 잠시 정신이 아찔할 수준의 두통이 일순간에 밀려들었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준의 메시지를 목격하게 되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모든 헌터들의 소망이자 꿈.

레벨업을 일순간에 3번이나 해낸 것이다.

그리고 다소 기형적인 형태의 내 스킬은 이 레벨업 결과를 남들과 다른 형태로 바꿔 내게 표기해주었다.

<격의 상승으로 ‘전기 내성’의 단계가 「최하」 ▶ 「중」으로 격상됩니다.>

<제어력이 상승합니다.>

[제어력]: 81Wh ▶ 126Wh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예상했던 보상은 ‘감전 내성’ 단계의 상승.

허나, ‘최하’에서 ‘하’가 될거라는 예측을 넘어 내 감전 내성은 단번에 두 단계나 상승해 ‘중’에 이르렀다.

심지어······.

생각지도 못했던 ‘제어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되었다.

지난 3주간 그 끔찍한 격통을 감내하면서도 고작 21Wh라는 미미한 상승을 보여주었던 제어력이다.

그 제어력이 무려 45Wh나 상승했다.

‘이 정도의 성장은···. 자이언트 엔트가 아니라 자이언트 오크를 잡아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걸, 나는 고작 단단한 알 하나를 깨부수는 것으로 이루어냈다.

역시, ‘히든 피스’가 히든 피스라 불리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까지 달려온 여군들까지 포함해 대략 60여 명···.

그 많은 인원 중에서 이 파격적인 보상에 놀라지 않은 헌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는,

‘이 정도의 성장이라면······. 너무 이른 시기라 포기하려고 했던, 그 히든 피스도 챙길 수 있겠어.’

경이로운 지금의 광경이 아닌, 앞으로의 대한 기대로 참 오래간만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

심각한 ‘과부하’ 상태 때문에 향후 사흘은 몸져누워있으리라 예측했던 바와 달리 나는 그 일이 있던 바로 다음 날부터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도 무슨 부작용이 차후에 일어날지 모르니 이건우 이병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아, 체단실은 금지야. 알았지?

게다가 5대기 임무에서도 배제되었는데, 이게 다 이해심 있는 우리 소대장 남궁연의 배려 덕분이었다.

전생에도 많이 마주쳤지만, 역시나 군인을 사람답게 대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보여준 신뢰에 조금은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체단실에 내려와 있는 상황이었다.

군 내에서 이처럼 조용히 ‘레벨업’한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볼 기회는 많지 않다.

‘찾아온 기회는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법.’

전생에도 나를 몇 번이고 도와주었던 행동방침을 되새김질하며 손끝에 힘을 주었다.

-파직!

‘레벨업’은 전투가 일상인 전생에서조차 쉬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A, B급과 같이 고등급의 인원들에게는 평균 4개월 주기로 한 번씩 겪는 일일진 몰라도,

나와 같은 저등급 인원들에게는 군 생활을 통틀어 두 번 경험하면 운이 좋았다는 소릴 듣는다.

마치 구시대의 군대에서 눈에 띄는 병사에게 휴가를 몰아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 같은 신병 딱지도 못 뗀 ‘이병’이,

거기에 D급 헌터가.

보스를 단독격파하고 ‘3연속 레벨업’을 해냈다는 이번 사건은 분명 일파만파 퍼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할 것이 분명했다.

‘허나, 그 현장에 있던 60여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믿지 않을 거다.’

픽션도 그럴듯해야 픽션인데, 이번 사태는 너무나도 거짓말 같은 진실이니 더 믿음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우선 이건우라는 내 이름 석 자를 퍼트리는 것 자체가 ‘그’가 내게 찾아오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어줄 테니까 말이다.

-위이이잉.

내가 전원 버튼을 누르자.

참 오랜만에 엔진을 달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이도를 설정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내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최상급을 선택하셨습니다. 준비된 패턴을 로딩합니다.

“그래. 너도 근질근질하지?”

-로딩······ 52퍼센트···.

가장 빠르게 나 자신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은 시간을 거슬러온 뒤 내가 맨 먼저 시험해봤던 전자동 훈련 지원 AI.

트레이너였다.

-로딩······ 92퍼센트···.

“와라.”

-로딩이 완료되었습니다.

-후우웅!

트레이너의 선언과 함께 날아드는 거대한 몽둥이 같은 죽도.

전과 같이 내 머리를 날려버릴 심산인지 눈으로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가 날 향해 엄습해왔으나,

나의 전기는 저번 달과는 전혀 다른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피이이이!

창공을 거니는 독수리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소리가 체단실을 가득 채웠고,

“재미있군.”

내 얼굴에는 또다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지독한, 죄악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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