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5화
‘헌터군’에 소속된 이상.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나 ‘실전’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목숨이 걸린 경각의 사태,
‘헌터군’에서 상명하복이 유독 강조되는 이유는 군의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부대가 전멸하는 사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부조리’도 퍽 너그럽게 눈감아 주는 문화가 정착하였고,
때문에 ‘괴롭힘’의 강도는 진작에 도를 넘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헌터군’에서 하극상이 그 자취를 감춘 것은 이 시기에도 이미 10년은 더 된 일이었다.
그러니,
사실상 처음이었을 것이다.
‘병장’ 박태진이 ‘이병’에게 이렇게 대놓고 위협을 받아보는 일은 말이다.
“시, 시팔 야. 저 새끼 뭐라는 거냐?”
눈앞에서 일어난 사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의 박태진.
그는 부릅뜬 내 눈을 계속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괜스레 태연한 척 웃으며 문현철을 비롯한 2분대원들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첫 던전이라 아예 맛이 간 것 아닙니까?”
“야. 배터리. 여기 던전이야 던전! 안에서 누가 죽어 나가도 밖에서 뭐라 할 사람 아무도 없다니까?”
“뒤지고 싶어?”
그러자 나를 보며 으르렁거리는 분대원들.
단순히 머릿수로 유불리를 계산한 모습이었다.
허나, 까놓고 말해서 D급 비전투 인원 한 명이 C급 넷을 위협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나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식이 곧,
내가 이들을 정말로 죽인다 할지라도 내 죄를 묻지 않을 방패가 되어주리라.
“너 같은 미친 새끼들이 계속 헛소리를 하니까. 군 기강이 엉망······.”
-파직!
나는 여유를 되찾고 헛소리를 옹알거리려는 박태진의 주둥이에 주저 없이 전류를 날렸다.
출력은 미미하지만, 소음도 미세할 만큼 완벽히 ‘제어된’ 전기에 박태진은 입술을 떨었고, 나는 말했다.
“교육 중 잡담은 금지하겠다.”
“이이이 개새기가아!”
내 단호한 한마디에 박태진은 마비된 주둥이를 어떻게든 비틀어 도축장의 돼지 같은 목소리를 터트렸다.
잔뜩 흥분한 괴성을 신호탄 삼아 박태진 옆에 있던 2분대원들이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총 네 명의 C급 헌터와 D급 헌터 하나.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러운 도발에 흥분해 그저 날뛴 것뿐이지만,
“흡!”
이쪽은 어제 편제 회의가 끝난 순간부터 몇 번이나 이 상황을 시뮬레이션했었다.
가장 먼저 치고 들어오는 건 신체 강화계열의 분대원.
나는 날카롭게 뜬 눈을 빠르게 움직여 오로지 한 점을 대상으로 전류를 ‘제어’해 발산했다.
-파지지직!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의 소음이 이 던전에 울려 퍼졌고,
시야를 완전히 빼앗은 나는 몸을 낮춰 탄성을 받은 것처럼 튀어나가 그의 발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어, 윽! 크으윽?!”
내 속도가 자신의 예상을 초월했는지, 얼빵한 소리나 내던 2분대원은 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에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불덩이를 손 위에 형성해 내게 집어던지려는 녀석을 향해 나는 핀포인트로 모아둔 전기를 일직선으로 방출했고,
순식간에 허공을 찢으며 전기는 놈의 손목을 핀포인트로 마비시켰다.
“악! 아아아가각!”
-펑!
그러자 놈은 자기가 기껏 모으던 파이어볼이 눈앞에서 폭발해 비명과 함께 벽으로 튕겨 나갔다.
순식간에 두 명을 녹다운시킨 상황.
박태진은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는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잠시 그런 박태진을 노려보다가,
정말 갑작스레 뒤로 돌아 현재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근력을 담아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달리 타격음은 묵직하게 터져나왔다.
이어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진 사람은 다름 아닌 전투 시작 때부터 모습을 감췄던 문현철이었다.
‘위험 감지’ 덕에 나는 놈이 처음부터 뒤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미···. 미친 시바.”
허나, 제대로 머리를 가격당했음에도 아직 욕을 짓거릴 힘이 남은 듯한 문현철.
그리고 가장 먼저 쓰러졌던 신체 강화계 분대원도 금방 고통을 추스르고는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아직은 이 정도인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현재의 내 제어력은 고작 81Wh에 불과하다.
고작 이 정도의 전압으로는 항상 체내에 마력을 품고 사는 각성자는 물론이고 비각성자도 기절까지 시키려면 퍽 시간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의 공격이 무의미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 으으아악!”
금방 자신의 신체를 파고든 내 생체전기를 마나로 억누르고 일어나려던 강화계 분대원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다시 쓰러졌다.
“일어날 생각은 마라. 아킬레스건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뒀으니. 얌전히 누워있다가 구조팀에게 실려 가는 게 좋을 거다.”
극에 달한 나의 ‘컨트롤’은 그 미약한 전압을 한 점에 집중시켰고,
그걸 다시금 한 점으로 응집시킨다는 미친 일을 현실화시켰다.
결과, 현재의 내 능력치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출력을 나는 빚어냈다.
“너, 너 뭐야! 저번 달만 해도 울고불고 난리나 치던 새끼가 어떻게···!”
방금까지만 해도 실실 웃고 자빠졌던 박태진은 한껏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그리 외쳤다.
“지옥에서 돌아왔다고 하면, 믿겠나.”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자연스레 장교 시절의 말투가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그 뭔 개소···.”
-퍽!
나는 더 말을 지껄이려는 박태진의 턱주가리를 발로 차버렸다.
사고방식이 한없이 빌런과 가까운 놈의 말을 더는 들어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는 박태진의 어깨를 짓밟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킬레스건 얘기에 사색이 된 분대원,
자기 마력에 날아가 기절한 녀석,
그리고 마음을 먹었다면 진작 일어날 수 있을 텐데 계속 엎어져 있는 문현철까지.
아무리 박태진이 뒤에서 머리만 굴릴 줄 아는 C급 최하위 헌터라해도,
나 홀로 C급 넷을 제압해낸 것이다.
현재의 능력치를 떠올려보면, 전생에서 쌓아 올린 전투 감각과 판단력이 전투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너희가 말했었지. 이곳은 던전, 누가 죽어 나가도 밖에서 신경 쓸 사람은 없다고.”
-스릉
나는 허리춤에 부착되어 있던 5대기용 단검을 뽑아 들고는 말했다.
“교육조차 거부한 네놈들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주마.”
꿀꺽.
내가 낮게 읊조리자 쓰러져있던 인원들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나는 손가락을 세 개를 펴고 말을 이었다.
“첫째, 그냥 이대로 죽는다······. 둘째, 다시 일어나서 나와 싸우다 죽는다.”
역시나 침묵이 당도했다.
그래서 잠시간 기다려봤지만, 놈들은 기절하거나 마비되지도 않았음에도 한 명도 입도 뻥끗하질 않았다.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와 뒤늦게 찾아오는 활로.’
전생의 빌런에게 항복을 유도할 때 자주 하던 짓이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발밑의 박태진을 노골적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셋째. 내게 협조한다.”
회귀한 직후, 기나긴 계획을 정리했던 그 날 밤부터, 난 어떻게 이 2분대 인원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부조리를 멈춰야 함은 당연하고, 이놈들에게는 나름의 쓸모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겜블러 박태진.
군 내부에서 암암리에 일어나는 도박을 주도하는 딜러,
다른 건 몰라도 놈의 도박판을 찾아오는 ‘손님’과 그 판을 굴리는 ‘돈’은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다.
“제, 제발 살려만 주신다면······. 뭐, 뭐든 하겠습니다. 제발요!”
명색의 병장이란 놈이, 가장 먼저 꼬리를 내렸다.
뭐, 애당초 이렇게 치졸하고 한심한 놈이었으니 그따위 심각한 부조리와 잔꾀로 자기 권위를 내세운 거겠지만 말이다.
나는 너무나 예상대로 반응하는 박태진을 보며 놈이 가장 싫어할 말을 내뱉었다.
“네 전재산이 얼마였지? 겉으로 드러낸 돈 말고 숨겨둔 것까지 전부.”
그러자 안색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는 박태진.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귀찮게 시치미 뗄 거라면 협상은 없는 거로 하지.”
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들어 올렸던 단검을 내리쳤고, 놈의 오른 어깻죽지 부근 강화 전투복이 그대로 찢겨 나갔다.
-지이익!
이어서 이번에는 정말로 드러난 맨살을 갈라버릴 심산으로 팔을 휘두르려 하자,
“드리겠습니다. 전부요 전부!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서 전부 드리겠습니다!”
놈은 드디어 어쭙잖은 잔꾀까지 다 포기하고 백기를 들었다.
***
겜블러 박태진의 자본은 내 예상보다 많았다.
놈은 자발적인으로 자신의 전재산이라는 8천만 원을 ‘협조’하기로 약조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자기 입으로 말한 것이 8천만이니, 최소 이천만 원은 더 있다고 추론하는 게 타당하리라.
병사 신분임에도 1억.
참, 싹수부터 노란 사기꾼다웠다.
‘그나저나 1억이라니······.’
평화로움에 찌든 이 시대에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그건 부유함이 헌터의 스팩 상승에 퍽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시장경제는 헌터로 인해 그리고 헌터를 위해 굴러가고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1억이면, 당장 쓸만한 뭔가를 얻어낼 정도는 아니지만, 돈은 돈을 부르는 법이니 곧 기회가 올 거다.’
그렇게 내가 홀로 생각에 잠겨있던 중, 뒤에서부터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어······.”
퍽 공손해진 태도의 박태진은 내가 등을 노출하고 있음에도 순순히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지금은 실전 상황이다. 병장이 이병을 대하는데 태도에 어색함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 거야.”
“아, 옙. 아니···. 알았다.”
2분대 중에서 나와 함께 던전 탐색을 이어가는 인원은 박태진 하나였다.
둘은 전투 불능이고, 문현철은 정말 꼴불견으로 오줌까지 지려가며 자신의 무능을 증명했기에 굳이 데려오지 않았다.
“그으, 이건우 이병. 내 생각에는 이 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버, 벌써 심부에 도달한 지 20분이나 지났잖아.”
박태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안다.
이미 고립된 인원들이 있다는 심부에 도달한 지는 한참이 지났다.
허나, 이 던전의 몬스터라는 ‘케이브 엔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고 고립된 인원들은 물론 그 흔적조차 없었다.
상식적으로 보스 몬스터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몬스터의 개체 수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도, 몬스터도 없으니 박태진은 지금처럼 이 중앙 통로를 끝까지 탐색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이쪽이다.”
“아 진짜! 여긴 아무것도 없다니까!······요.”
그는 답답하다는 듯 일갈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파직!
천천히,
걸음을 서두르면서도 정신을 집중하자 나의 ‘생체전기’는 내 손발처럼 사방을 거칠게 훑었다.
“히, 히익! 죄송합니다. 제, 제가 화를 낸 게 아니라···. 그치만 상식적으로 몬스터는커녕 그 흔적도 없는 이런 곳에 뭐가 있을 리가······.”
“상식. 그래. 그 상식 때문에 2대대 인원들은 무려 50시간 동안 이 던전에 고립되었던 거지.”
“....예?”
어벙한 소리를 내는 박태진.
나는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사실 이곳에 고립된 헌터 여군들, 2대대의 작전은 실패하지 않았다.”
작전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즉, 무사히 던전 발생의 근원인 ‘보스 몬스터’를 격파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전생에도 그녀들은 전술적 우위와 체계적인 작전을 통해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케이브 엔트’를 공략했고 던전 심부까지 도착해 ‘퀸 엔트’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었다.
“그···. 그럼 던전 보스를 2대대에서 잡았는데도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내 말을 이해하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는 박태진.
‘영원히 열리지 않는 게이트’에 대한 괴담은 이 시대에도 퍽 널리 알려져 있던 모양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메시지의 ‘보스 격파’ 선언이 출력되지 않고 그저 끝없이 몬스터 웨이브만을 쏟아내는 극악무도의 게이트.
“허, 헌터 먹는 게이트···.”
박태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을 의욕조차 사라진 듯 제자리에 멈춰섰다.
하,
신병들에게는 악마보다 더한 짓거리도 마다하지 않던 놈이, 제 목숨 하나 위험해졌다고 별 주접을 다 떤다.
-빡!
“악!”
나는 한시가 바쁜 만큼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심부에서도 더 깊이, 더 깊은 곳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가, 같이 가요!”
‘헌터 먹는 게이트’.
이는 먼 과거, 구조 요청을 받은 S급 헌터가, 생존자들을 제외한 던전 전체를 불태우거나 얼려버리면서 강제 생환하게 된 이들을 통해 처음 알려진 괴담이었다.
그러니 사실은 괴담이라 불리고는 있으나 그건 아예 뜬구름 잡는 말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비상식적인 던전’의 출현 주기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봐도 2년에 한 번이 있을까 말까 한 현실.
그 때문에 이 시대에는 아직 자세히 연구된 적이 없었으나 내가 살던 시대에는 달랐다.
“박태진. 헌터 먹는 게이트에서 생환한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뭔 줄 아나?”
“엇, 그으. 던전 어디에도 보스가 없지만, 메시지는 계속해서 보스를 처치해야 탈출할 수 있다고 하는······.”
“그래. 어디에도 없는 보스를 그저 잡으라고만 말하는 메시지.”
-메시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명시적으로 보여주지도 않는다.
전생의 ‘대항군’에게는 상식과도 같았던 이 구절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참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 만일, 몬스터가 헌터들의 상식을 역이용하는 거라면?”
“모, 몬스터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합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 흠칫한 표정을 짓는 박태진.
잔꾀가 많은 놈이라면 바로 이해했을 것이다.
모든 헌터군이 믿고 신봉하는 하나의 상식.
‘보스몬스터 주변에는 몬스터가 많다.’
그런데 반대로, 이곳의 보스 몬스터처럼 보이던 ‘퀸 엔트’라는 더미를 두고···.
진짜 보스는 그 상식과 정반대인 구석에 숨겨두었다면?
“설마···.”
박태진은 그제야 주변을 휙, 휙 둘러보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땐 결코, ‘보스몬스터’가 있을리 없는 환경.
그건 바로 지금 나와 놈이 서 있는 바로 이곳이었으니까.
“그래. 네 생각이 맞다.”
막다른 길.
허나,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나의 ‘생체전기’를 조금씩 방출했다.
-파직!
다시 한번 내가 사방으로 흩뿌려진 ‘생체전기’
허나, 이전과 달리 그것들은 그저 비산하여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무언가에 이끌리듯 눈앞의 벽으로 향했다.
“케이브 엔트는 자신들의 개미굴을 강화하기 위해 광물을 섭취해 그 토사물로 벽을 보강하지. 그리고 때때로는···.”
나는 천천히 전기가 모여드는 벽으로 다가가 손을 짚고는 말했다.
“알을 지키기 위해 없는 벽을 만들어 헌터를 속이기도 하지.”
-파지지지직!
강한 전압이 전도체인 광물을 타고 흐르며 빛을 내뿜었다.
“미···. 미친”
박태진이 놀란 듯 욕지거리를 읊조리는 그 순간,
-스아아아아!
케이브 엔트의 토사물로부터 무언가 기이한 소음이 들려왔고, 나는 한껏 전기를 머금어 자성을 띠게 된 그 벽에 가지고 있던 고폭 수류탄을 전부 집어 던지며 말했다.
“가진 수류탄이 있으면 지금 다 던져, 아니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거다.”
“예? 예!”
눈치는 있는지 곧바로 폭약이 있는 모든 장비를 집어 던지고 나처럼 벽 뒤에 엄폐하는 박태진.
-콰과광!
섬뜩한 폭발음이 이 던전에 메아리쳤다.
이윽고 고개를 내밀자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히든 피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찾았다.”
나의 중얼거림과 거의 동시에, 피로 그린 듯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경고>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가 던전의 근원을 찾아냈습니다.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엔트’의 부화까지 남은 시간: 0시간 16분
*‘자이언트 엔트’를 처치하시오.
ㅡㅡㅡㅡㅡㅡㅡㅡ
2대대의 인원들,
그리고 전생에는 협조를 위해 이 게이트에 들어왔던 우리 5대기 소대까지 전원 고립시켰던······.
‘헌터 먹는 게이트’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Lv. 1의 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