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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3화 (3/175)

[뇌제가 돌아왔다. 신병으로] -3화

참 다행스럽게도,

잠은 극악무도했던 ‘오버 클럭’의 고통을 잊게 해주었다.

갑작스러운 격통에 하룻밤 새 두 번이나 눈을 뜨긴 했지만, 전생에 겪은 일들과 비교하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전방에 함성 5초간 발사!

오늘도 당연히 아침 점호를 받고 뜀걸음을 뛰었다.

“흡!”

생살을 찢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삼켰다.

대신 거친 숨을 조절해가며 페이스를 나눴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몸뚱이에 알맞은 호흡을 찾아 나갔다.

남들에게는 그저 귀찮고 졸린 시간에 지나지 않았을 오전 일과 역시 내게는 가히, 생사를 건 전투 훈련으로 느껴졌다.

“건우야 괜찮아?”

옆에서 지켜보던 홍진웅 상병도 식은땀을 줄줄 흘려대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볼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솔직히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오버 클럭의 격통’을 실시간으로 맛보고 있었으니까.

허나, 고작 ‘격통’을 견뎌내는 것 하나로 수백억짜리 영약 혹은 내단과 동급의 스킬 성장을 이룩해낼 수 있다.

오직 나만이 가능한 이 비정상적인 성장방식을 나는 결코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건우야 이거라도 마시고 해.”

평소 무뚝뚝한 편인 내 맞선임 김장훈 일병도 이런 내가 걱정되었는지,

-주르르르륵.

자신의 스킬인 ‘물 창조’를 발현해 수통에 시원한 물을 채워 내게 건네주기까지 했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굳이 입을 여는 사람이 아닌데···.’

내 상태가 대강 봐도 꽤나 심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감사하다고 말하며 여느 이등병과 다르지 않게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점심시간에 체단실로 향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흡!”

나의 독특한 기합으로 마음을 다잡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와중에도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야, 오늘은 트레이너 안 하냐?”

“뭐야. 기초 운동만 하잖아.”

“저 뚱보가 트레이너 최상급을 피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어느새 소문이 퍼졌는지.

옆 중대 사람들까지 간간이 나타나 이런저런 말을 툭툭 던져댔지만, 무시하고 내 운동에만 집중하자 금세 관심은 줄었다.

스스로 근육을 압박할수록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하아, 후우우.”

앞으로 있을 일들을 생각하며 잡념을 이겨냈다.

그렇게 오후 일과를 저녁 시간에도 빠짐없이 뜀걸음과 기초 운동을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홍진웅 상병의 야간 근무 시간에 맞춰 일어나 또다시 ‘감전’을 반복.

과연 언제까지 내 정신력이 버텨줄 수 있을까에 대한 심려가 생겨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빌런들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던 때와 똑같은 격통을 매일 느껴야 하는데······.

이걸 내가 정말로 견뎌낼 수 있는 걸까.

작은 의문은 걱정을 만들었고 그 걱정은 진작 내버린 줄만 알았던 공포를 다시금 내 눈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점점 더 피폐해져 가는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고 버티던 와중,

시간을 거슬러 온 지 정확히 4일 차의 아침이 밝았을 때, 이변은 일어났다.

<업적>

ㅡㅡㅡㅡㅡㅡㅡㅡ

*각성자 ‘이건우’는 시스템이 상정한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정신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상태 이상, ‘오버 클럭’에 추가 기능이 부여됩니다.

*디버프 ‘오버 클럭’이 유지 중 시행된 모든 운동은 3배의 성과를 얻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느닷없이 뜀걸음 중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그 첫머리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박혀 있는 ‘업적’이라는 단어.

‘어, 업적 메시지라고?!’

나는 너무 놀라서 뜀걸음을 멈출 뻔했다.

업적은 ‘메시지’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레벨의 상승과 헌터의 능력치가 비례한다는 헌터 사회의 상식을 거스를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성장방식의 하나였다.

그중에서도 업적과 칭호는 일반 상식과 그 궤를 달리할 만큼 헌터를 빠르게 성장시켜주기로 유명했는데.

‘그 업적이 지금 내게 찾아올 줄이야···!’

업적과 칭호를 얻는 방법은 멸망이 코앞까지 다가왔던 전생에도 끝끝내 명확한 알고리즘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세계에 정말 몇 없는 업적 보유자.

시간을 거슬러 온 지 고작 며칠 만에 이걸 달성해내다니.

이건 말로는 결코 다 형언할 수 없는 수준의 행운이 분명했다.

나흘째.

마침 오늘은 홍진웅 상병의 야간근무가 말번초였던 터라, 디버프가 유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상태 이상 해제까지 남은 시간: 15시간 10분.

이는 다시 말해, 온종일 이 ‘업적’의 성능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역시 내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어!’

거대한 성과가 눈앞에 나타나자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

***

군은,

멸망이 일어나기 전에도, 그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집단의 표본이자.

무려 각성자가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낡은 관습마저 몬스터의 출현과 함께 생겨난 ‘대 게이트전담부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정도로 미련한 단체.

계급으로 사람을 나누고,

그 속에서도 다시 등급을 매겨 숱한 차별과 부조리를 합리화시킨다.

김장훈 일병에게 군대란 적응을 잘하고 못하기 이전에, 결코 적응하고 싶지 않은 사회였다.

그리고 이런 김장훈의 속마음에 크게 공감하며 진심으로 맞장구를 치던 이는 다름 아닌 같은 분대의 막내. 이건우 이병이었다.

-저는···. 진짜 좆같다고 생각합니다. 고작 건전지 몇 개 충전하는 스킬 하나 생겼다고 망할 군대에서 강제로 2년이나 썩는 건 진짜 말이 안 됩니다.

‘참군인’ 분대장 홍진웅은 이런 태도의 건우를 좋게 보고 있진 않았지만,

군대에 회의적이던 김장훈은 매사 의욕이 없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건우를 나쁘지 보지 않았다.

건우는 입대하던 그 날부터 지금껏 ‘여비 배터리’라는 비아냥을 들어왔고,

장훈 자신도 ‘여비 수통’이라는 멸칭으로 불려도 아무런 항변을 할 수 없었다.

‘비전투 인원’인 D등급 헌터로 분류할 거라면 차라리 입대라도 면제해줄 것이지.

역시나 미련한 군대는 그런 D급 인원들도 짐꾼으로 쓸 수 있다며 열외 없이 징병했다.

그런데,

정말 어느 날을 기점으로 건우는 확 변했다.

선임들이 싫어하던 그 어눌한 말투부터 갑자기 고치더니, 생활관보다 체단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어딘가 아픈 사람처럼 식은땀을 흘리고, 운동 하루 이틀 만에 팔다리를 부들거리는 모습을 보면 분명 건우인 건 맞는데···.

그래,

지금으로부터 딱 일주일 전부터 건우에게는 뭔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생겼다.

뭔가 건들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흡사 조금의 으르렁거림도 없이 사냥감의 몸을 경직시키는 우두머리 늑대와도 같은 강한 눈빛이 특히 그랬다.

“건우야. 오늘도 체단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친했던 맞후임에게 장훈은 어색하게 말을 걸었다.

“예. 그렇습니다.”

장훈은 자신의 부름에 휙 하고 뒤돌아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건우의 모습이 낯설었다.

근데 그냥 느낌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정말로 눈높이도 조금 바뀐 것 같았고,

척 봐도 비만 체형이라는 게 눈에 띄던 몸은 고작 일주일만에 조금 통통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아, 아니지···. 어떻게 사람이 일주일 만에 체형을 바꿔. 기분 탓이겠지.’

장훈은 건우의 분위기가 너무 급변하는 바람에 자신이 좀 오버한 것이라 치부했다.

허나, 건우의 생각은 달랐다.

‘업적······. 업적의 성능은 정말 미쳤다!’

운동 성과가 3배.

단순히 글로 적혀 있을 때는 감이 잘 잡히질 않았는데, 실제 3일이나 더 체감해본 결과는 정말 대단했다.

똥배는 육안으로만 봐도 확 줄었고, 근육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중이었다.

과하게 나가는 체중과 팔근육의 부족으로 4일 차까지만 해도 턱걸이는 꿈도 못 꿨는데,

업적을 얻은 지 이틀 만에, 그러니까 5일 차에 건우는 육중한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근력을 키워냈다.

보유한 스킬은 별 볼 일 없으나 ‘업적’을 3가지나 달성해 ‘천마’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존경받던 중국의 한 각성자.

전생의 건우는 끝까지 그 소문에는 적지 않은 과장이 있으리라 여겼었는데,

직접 ‘업적’의 힘을 맛보고 있자니 천마에 대한 소문은 과장이 아니라 오히려 과소평가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김장훈 일병님. 혹시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체단실로 내려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런 와중에 맞선임이라는 자가 자신을 불러놓고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건우는 좀 눈치 없는 신병이 되더라도 대놓고 급한 티를 내기로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김장훈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 어어. 그런데 건우야 혹시 방해가 안 된다면···. 나도 같이 가도 될까?”

맞선임 김장훈은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군인도 아니었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던 것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체단실에 가겠다니······.

당장 유추해볼 수 있는 원인은, 아마 내게 자극을 받은 게 아닐까 싶었다.

“체단실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되묻자 그래, 라며 짧게 답하는 김장훈.

새삼스럽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을 창조하는 그의 스킬은 나의 ‘생체전기’와 궁합이 좋은 편에 속했다.

혹시 이 일을 계기로 이제 2주 앞으로 다가온 ‘그 사건’에 김장훈 일병이 도움이 될 수 있진 않을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건우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예. 좋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젠 남에게 쉽게 등을 맡기지 않기로 뼈저리게 다짐했던 건우는 속으로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선, 기대하진 말자.’

다만, 정말로 우직하고 무뚝뚝한 그가 자신의 영향을 받아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그건 정말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거라고 건우는 생각했다.

***

“이야······. 건우! 나 없는 사이에 운동 시작했다더니. 진짜 제대로 했나 본데~”

꿉꿉한 냄새나 날법한 군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하이톤의 장난끼 섞인 목소리.

약 한 달간 대민지원의 지휘관으로 파견을 나갔던 우리 4소대의 소대장, 남궁연 소위였다.

그녀는 금일 우리 중대의 훈련 일정에 맞춰 바로 오늘 새벽 부대 복귀를 했음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남궁연이 4소대를 집합시킨 직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가장 먼저 한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닙니다.”

나는 곧장 집중되는 이목에 별것 아닌 것처럼 고개를 저었지만, 남궁연은 솔직 담백한 스타일인 만큼 자기가 보고 느낀 바를 그대로 이야기했다.

“아니긴! 겨우 2주 만에 체형이 바뀌었는데 체형이!”

매일 거울을 보며 운동하는 나 스스로는 제대로 된 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여주니 새삼 고마울 따름이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자 주목!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일이병에게 격투 훈련, 상병장들은 마탄 사격 훈련이 있는 날이다.”

소대장 남궁연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소대원들로 시선을 옮겨 오늘의 일정을 전파해주었다.

현생에 들어 처음 겪는 실전 대비 훈련.

마침 슬슬 운동만으로는 자신의 발전을 객관화하기 힘들던 참이었다.

더욱이 전생과 달리 현생에서는 ‘업적’의 효과로 능력치의 말도 안 되는 수식 상승을 겪었기에 이번 훈련은 내게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 훈련을 이용해서 내 수준을 정확히 판단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그 사건’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알맞은 전술을 택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이미 우리 소대는 훈련장에 도착해 있었다.

“격투 훈련은 일병부터 이병 순으로 한다!”

훈련장에 있는 안전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열을 맞추고 자리에 서자,

바로 앞에 있던 한 일병이 뒤를 돌아 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개새끼가······. 눈 안 깔아?”

허나 내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가만히 마주 보고 서 있자 그는 미간에 힘을 팍 주며 더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가 요새 안 맞았더니 같은 소대 선임이 아주 좆으로 보이지? 응?”

지금은 다른 중대원들의 훈련을 보며 각양각색의 스킬을 어떻게 활용할지 탐구하라고 격투 훈련을 참관시키는 시간이었다.

이런 귀중한 타이밍에 되지도 않는 시비나 걸고 앉았다니.

참, 문 일병다운 행동이었다.

이놈은 전생에도···.

아니, 약 2주 전까지만 해도 ‘나’ 이병 이건우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악질 선임 중 한 명이었다.

“요새 체단실에서 좀 깔짝거리고 소대장님이 말 걸어주니 뭐가 바뀐 줄 아나 본데, 꿈 깨라 돼지 배터리 새끼야.”

전생에는 퍽 이 녀석의 고압적인 시선에 눌려 살았지만, 지금 놈의 눈을 마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흐리멍덩하고 어벙한 게 말단 빌런보다도 살기가 없다.

“...뭐. 뭘 꼬라봐. 이런 씨벌 새끼가”

그저 가만히 숨죽여 마주 보고 있었을 뿐인데, 알아서 겁먹고 괜히 욕지거리나 더 내뱉는 문현철.

슬슬 더 추해지기 전에 뭐라고 한마디 하려던 찰나였다.

“다음, 일병 문현철!”

마침 안전통제관의 호명에 따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던 놈은 그 와중에 뭐가 또 분했는지,

내 쪽을 잠시 곁눈질하며 굳이 한마디를 보탰다.

“잘 보고 배워 새꺄. 실전은 근육만 찌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돼지야.”

아무리 날고 기어도 실전 경험이 세자릿수도 안 될 놈이 뭐라는 건지······.

나는 기가 차서 혀를 차려다 훈련장인 만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일병 문현철의 스킬은 은신.

무려 1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자신의 기척은 물론 체취까지 숨길 수 있는 퍽 쓸만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놈의 훈련 대상은 비무장 상태의 고블린 두 마리.

맨손 격투 훈련인 만큼 자신의 스킬과 육체 능력을 적절히 배합해 병사 역시 맨손으로 고블린을 제압해야 했다.

“시작!”

-드르륵!

고블린이 갇혀 있던 철창이 열리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그것들은 곧장 문현철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왔지만.

스윽,

아주 짧은 소음과 함께 문현철은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반응의 고블린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 순간이었다.

-퍽!

양 주먹을 크게 휘두른 일격이 무방비 상태의 고블린의 목을 가격해 쓰러뜨렸다.

이어서, 달려드는 두 번째 고블린과 잠깐의 육탄전 끝에 제압했고, 안면에 집중 타격을 받은 고블린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오오오.”

“맨손인데 숨통을 완전히 끊다니···.”

“최단기록 아냐? 고블린 두 마리가 1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그러자 곧바로 터지는 탄성.

일이병에게 고블린 두 마리는 결코 어려운 난이도의 훈련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솔직히 1분 만에 완전 제압을 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봤냐?”

대기 위치로 돌아오자마자 날 보며 자아 도취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문현철.

아주 제대로 꼴불견이었지만, 지금은 맞춰주기로 했다.

“예 대단하십니다.”

“그래. 새끼야! 알았으면 앞으로는 눈 마주치기도 전에 똑바로 인사해라 알긋냐.”

하,

맞춰주니 더 극성이었다.

“다음, 이병 이건우!”

그리고 드디어, 내가 호명되었다.

나는 귀찮게 계속 시비를 거는 문현철을 뒤로하고 훈련장에 발을 들였다.

오늘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 나는 무려 ‘업적’의 성능을 포기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상태 이상, ‘오버 클록’을 받지 않은 상태라는 말이었다.

몸이 가볍다.

그동안에는 격통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확실히 내 몸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정신을 집중하자 내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생체전기량]: 820Wh

[제어력]: 74Wh

무려 열네 번에 달하는 ‘오버 클럭’ 훈련은 보름 전과 비교해 내 최대 전기량을 두 배 이상으로 끄집어 올려 주었다.

심지어 이 비약적인 성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특히 중요했다.

씨익,

자연스레 나오는 미소를 참고 손을 들었다.

내가 준비되었다는 사인을 보내자 안전통제관은 내 훈련 상대가 되어줄 고블린 케이지를 내렸다.

-덜컹.

케이지 안쪽에는 두 마리의 고블린이 굶주림에 미쳐 날뛰기 일보 직전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고 순수한 살의.

보통 이병 중에는 이에 덜컥 겁을 먹고 포기를 선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허나, 내게는 저 고블린들이 그저 움직이는 샌드백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시작!”

안전통제관의 갑작스런 선언에 따라 단숨에 올라가는 케이지 입구.

-크라락!

고블린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곧장 나를 향해 달려왔지만, 나는 천천히 그것들을 바라보며 향상된 능력의 테스트 계획을 검토할 뿐이었다.

‘그래. 우선은 생체전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방출이다.’

내 장기인 ‘마이크로 컨트롤’도 뭣도 없는, 전기 능력자의 가장 기초적인 능력.

‘방출’

나는 우선 내 전기를 내뿜어 고블린을 마비시킨 뒤,

제어력의 향상,

2배 이상 늘어난 생체전기량 한계 시험.

그리고 착실히 근육이 붙고 있는 내 몸 자체의 성장까지 모조리 시험해볼 심산이었다.

그렇게 움켜쥔 양 주먹 끝에 순간적으로 힘을 강하게 준 그 순간···.

-파직!

섬뜩한 소리를 내뿜으며 내 상상 이상의 출력으로 방출된 전기는,

허공을 찢으며 나아가 두 고블린을 그대로 관통했고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의 고블린은 새카만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이어서 찢긴 허공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웅장한 소음.

-콰지지직!

번개를 따라 천둥이 오듯,

반 박자 늦게 내가 방출한 전기의 위력을 실감하게 할 거대한 소리가 훈련장에 메아리쳤다.

“어?”

“미친?”

“뭐, 뭐야 이게!”

“저 새끼 돼지 배터리잖아?!”

“그, 그냥 배터리 급인 거 아녔어?”

갑작스러운 빛과 커다란 소음.

멍하니 격투 훈련을 지켜보던 병사들로부터 그런 탄성이 터져 나오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2.26초···?”

심지어 수많은 병사를 봐왔을 안전통제관마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손에 들고 있던 시계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렇게 숱한 감탄과 경악이 잇따라 터져 나왔지만,

정작 그 신비한 광경을 만든 장본인인 나는 남들과 전혀 다른 포인트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앞서 말했듯 ‘방출’은 내 모든 능력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 능력일 뿐이다.

‘방출’은 압도적인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사실 전기계열 능력자의 진짜 무서움은 방금처럼 아무렇게나 비산하는 전기를 완벽하게 ‘제어’해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냥 단순한 방출이 이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줬다. 그 말인즉슨.’

지금도 착실하게 발전하고 있는 나의 ‘제어력’으로 그 전류를 컨트롤 했다면···?

그 위력은 필시 마법 계열 헌터의 강력한 한방에 버금갔으리라.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아직 시간은 일주일이나 남았다. 하지만,’

난 이미 사실상 히든 피스를 얻을 수 있는 스팩을 갖췄음을 확인했다.

따끔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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