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 회: 전쟁의 마무리 -->
모두 포기하고 포박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순백의 사제복을 입은 교황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맹렬한 기세로 아이린과 아르엔을 쏘아보았다.
“아니! 어떻게 신을 모시는 성녀와 성기사가 타락해서 저런 악의 주구를 따른다는 말인가!”
갑작스러운 교황의 발언에 나와 히로인들은 물론 주변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던 국왕들 역시 껌벅이는 눈으로 교황을 바라보았다.
저 늙은이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게 무슨 헛소리냐. 교황.”
“성녀가 마녀로 타락하지 않는 이상 신의 뜻을 받드는 우리 신성교국을 침략하는 폭도들을 그냥 볼 리가 없다는 말이다!”
...어이가 없다.
아니, 아이린과 아르엔이 있는 교단은 신성력이 흘러넘치며 신관들도 모두 깨끗하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진정으로 신을 모시는 자부심이 있었다.
심지어 아이린은 성녀다. 신이 직접 선택한 현계의 대리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타락할 대로 타락해서 신성력조차 쓰지 못하는 교황에게 저런 소리를 듣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다.
“늙은이가 미쳤군. 신에게 직접 물어볼까? 신전과 신성교국 어느 쪽에 신의 뜻이 임하는지?”
신의 말이라도 아이린을 통해서 충분히 들을 수 있다.
“으드득!”
내 말에 교황은 진물이 흐르는 눈으로 나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하긴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조금의 신성력조차 쓰지 신관들이 신의 뜻이라고 우기며 귀족과 맞먹는 권세를 휘두르며 평민들을 괴롭히고 수탈한다.
심지어는 신성교국의 최고위 신관인 교황 본인도 신성력을 전혀 쓰지 못한다.
신성력을 쓸 수 있는 신관들이 모여 있는 신전과 신성력을 쓸 수 없는 신관들이 모여 있는 신성교국.
어느 쪽에 신의 뜻이 임하는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아니 바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교황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정확히는 여태까지 누리던 권세를 내려놓기 싫어서 저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우...웃기지 마라!! 신성은! 신의 뜻은 신성교국에 있다!!!”
교황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옆에 서있던 타이탄 국왕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검을 뽑아들더니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평범한 남성보다 못한 늙은 신관정도는 히로인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늙이가 결국 미쳤나 보군.”
아무리 나이가 있어도 저런 미친 늙은이까지 대접해 줄 수는 없는 법. 난 나에게 달려오는 교황의 뒤로 빠져나가 그의 뒷목덜미를 쳤다.
“크억!”
목덜미를 가격당한 교황은 결국 자리에 쓰러졌다. 나는 안쓰러운 눈으로 교황을 쳐다보았다. 이 교황도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이 신성교국 자체가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역사를 보면 신성교국이 태어난 이유도 속세에 관여를 하지 않던 신전이 사람들을 지키고 보살피기 위해서였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평화와 함께 부패가 진행되었고... 결국 신성교국도 이렇게 끝이 나게 되었다.
나는 기절해 있는 세 명의 국왕들과 남은 국왕들을 이끌고 다시 진지로 복귀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난 것이다.
모든 나라가 함락당하고 국왕들이 사로잡혔다. 이제 왕국들의 합병은 식은 죽 먹기이다.
그리고... 우리 레펜하르트 제국은 대륙 역사상 최초로 모든 나라를 통일한 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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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자 각 나라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파견한 병사들을 제외한 모든 귀족과 병사들이 귀환을 했다.
나는 이번 전쟁의 총사령관으로 당당히 제국에 입성하였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아이언스 후작의 작위를 공작으로 올리겠노라.”
황제 아저씨는 나를 포함해서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귀족들과 병사들에게 푸짐한 포상을 내렸다. 논공행상을 통해서 모두가 만족할 정도의 포상을 받았다.
이제 전후처리만 남았다.
그런데...
“이제 자네도 슬슬 정식으로 결혼을 해야지.”
황제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확실히 공작이 된 이상 루이나와 결혼하는 데 문제가 될 건 없었다.(사실은 루이나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 황제 아저씨가 공작의 작위를 내려 준 것이지만.)
“그 문제는 전후처리가 끝나면 바로 할 것입니다. 그 때까지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내 말에 황제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하도록 하지. 원래 프로포즈는 본인의 앞에서 직접 하는 것이 정설이니까.”
그렇게 황제 아저씨는 자리를 떠나갔다.
그리고 전후처리는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다. 우선 이번에 합병한 왕국들에게 제국의 기술을 전해줌과 동시에 본래의 제국인과 차별이 없는 대우를 하자 매우 환영을 하였다.
그리고 사전에 항복한 귀족들 몇몇을 제외한 귀족들과 국왕들의 처우가 오늘 재판을 통해서 결정이 나게 된다.
그 자리에 이번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맡았던 나는 꼭 참석을 해야 한다.
나는 재판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방금 만났던 황제 아저씨도 금방 준비를 마치고 올 것이다.
재판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귀족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황제 아저씨를 비롯한 모든 고위 귀족들이 모이면 그 때 등급이 낮은 귀족들부터 차례로 들어와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모든 귀족들이 이번 전쟁에 지원을 한 사실이 밝혀져 있으니 최하의 벌을 받더라도 감옥살이는 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다지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 가서 착석했다. 바로 황족들이 앉는 자리 바로 옆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입장 하십니다!”
이윽고 근위기사들을 이끌고 황제 아저씨가 들어왔다.
“그럼 이제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엘리니아 왕국에서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재판은 빨리빨리 진행되었다.
서기관이 포로로 붙잡힌 귀족의 죄를 말하면 황제 아저씨가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것 중에 사실이 왜곡되거나 무고죄가 있으면 내가 아저씨에게 내가 아는 사실을 밝히고 다시 판결을 하면 끝이었다.
우선 백작 이상의 귀족들은 대부분 참수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들은 반란을 일으킬 위험 소지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나 아버지 역시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되었고 딸과 아내들은 노예로 팔려가게 되었다.
남작이나 자작들은 그 죄질에 따라서 최소 5년에서 20년의 징역이 선고되었다. 대신 그들의 가족은 전쟁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해 대부분 무죄를 선고하였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검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각 나라의 국왕들을 심판할 때가 왔다. 국왕들은 모두 포승줄에 포박된 체 무릎이 꿇려졌다.
그들의 반응은 모두 가지각색이었다. 담담하게 죽음을 받으려는 국왕들도 있었고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날뛰다가 근위병들에게 제압된 국왕도 있었다.(대표적으로 카터 국왕)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목숨만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하는 국왕도 있었다.
이들의 처우만큼은 황제 아저씨도 결정하기 힘든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사실 처형을 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이들이 있으면 왕국들의 병합이 더 쉬어지는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장고의 고민 끝에 황제 아저씨가 결단을 내렸다.
“본 제국의 후계자를 직접적으로 암살하려고 했던 카터 왕국과 엘리니아 왕국의 국왕은 처형을 시킨다. 그리고 나머지 국왕들은 나라를 제국에 병합시키겠다는 공개성명을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주겠다.”
그러자 카터와 엘리니아 국왕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고 목숨을 구걸하던 국왕들은 계속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를 표했다. 담담했던 국왕들은 현재도 담담함을 유지했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판결 중 단 한 명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작품 후기 ============================
오늘 서코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