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회: 전쟁의 시작 -->
이 세계에서 사람들을 가장 괴롭히는 재앙은 무엇일까?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면서 강이나 바다 범람하면서 사람들을 휩쓰는 강렬한 물의 폭탄, 홍수?
비는 내리지 않고 강렬한 태양빛만 가득 내리쬐면서 논과 밭을 메마르게 하면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는 태양의 악몽, 가뭄?
가장 큰 위력을 지닌 재앙이며 땅이 갈라지고 사람들이 힘겹게 쌓아올린 피조물들을 부수는 땅의 분노, 지진?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언제 죽음의 신의 낫이 자신의 목을 칠지 모르는 위험을 주는 보이지 않는 침략자, 전염병?
모두 틀렸다. 확실히 위와 같은 자연재해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장 사람을 괴롭히는 재앙.
그것은 바로 전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견이 충돌하고 생겨나는 대립. 대립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완전체. 그것이 바로 전쟁이며 그것이야말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홍수는 날씨를 예측하고 치수 공사를 통해서 미리 대비할 수도 있고 식량과 잠자리는 물자가 풍족한 외부에서 지원 받으면 무난하게 해결 할 수 있게 된다.
가뭄은 미리 저수지나 댐에 모아둔 물을 방류하거나 마법사들, 혹은 정령사들의 도움을 받으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이다. 마법사들은 주변의 수분을 모아서 물을 무한히 나오게 할 수 있는 물병을 만들고 정령사들이 힘을 합쳐소 바람의 정령이나 물의 정령을 통해서 먹구름을 가뭄이 일어나는 땅으로 몰고 오면 되기 때문이다.
지진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는다. 섬들을 제외하고는 대륙이 지구와 다르게 단 하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마법사들이 어스퀘이크 마법을 쓰지 않는 이상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염병? 아이린과 같은 신관에게 부탁해서 신성력을 퍼부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사람의 몸에 해를 주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마기와 마찬가지로 신성력에 쥐약이기 때문이다. 뭐, 아이린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질병은 신관들 역시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위의 재앙에서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얼마든지 예방과 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의 의견 차이와 갈등으로 이루어지는 전쟁은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전쟁이 무서운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리엘들에게 부탁하면 이번 전쟁은 쉽게 끝낼 수 있다. 프레이나 혼자서 연합국들의 수뇌부의 목을 치면 알아서 자멸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왕들이 모두 목숨을 잃는다면 가장 강한 용병이 국왕이 되는 카터 왕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왕자들이나 공주들이 자신이 왕(혹은 여왕)이 되기 위한 내전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제국은 그들의 힘이 내전으로 인해서 최대한 빠졌을 때 한 번에 밀고 들어가면 된다. 여기에 몇몇 계승권이 있지만 세력이 약한 몇몇을 뒷공작과 지원을 통해서 왕위에 올리면 더욱 수월하게 치고 들어갈 수 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암살이라는 비겁한 방식을 통해서는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역사가 거의 없을뿐더러 드래곤 로드의 부탁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드래곤들은 중간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수준이 아니면 인간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 개미들이 서로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전쟁을 벌여도 인간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예외로 드래곤 로드가 직접 부탁을 해왔다. 내 연인들을 비롯한 이종족들은 웬만하면 먼저 공격하는 전쟁에 참전시키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사실 드래곤 로드라고 해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드래곤 뿐.
내 연인 중에서는 루엔만이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이다. 사실 하이엘프인 리엘과 다크엘프 퀸인 프레이나는 드래곤 로드와 싸워도 지지 않을 정도의 무력은 된다. 그녀들도 각 종족의 신으로부터 권능을 내려 받은 덕분이다.
그렇기에 드래곤 로드는 ‘명령’이 아닌 ‘부탁’을 해왔다. 그녀들이 인간들의 전쟁에 끼어들면 중간계의 질서가 어지럽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생각해보니 역사에서 하이엘프와 다크엘프 퀸이 대외적인 활동을 했었다는 기록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로드의 부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녀들을 우리 인간들의 일에 끼게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 대신 드래곤 로드는 중간계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부탁 하나를 들어준다는 약조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앞으로 드래곤 로드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드래곤 로드의 수명은 보통 드래곤의 수명인 1만년을 초월해서 1만 2천년 가까이 산다.
내가 알기로 로드의 수명은 아직도 2천년 이상 남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후손이 위기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서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뭐, 로드에게는 만약 내가 죽고 난 후 제국이 극도로 부패하게 된다면 깔끔히 쓸어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말이다. 내가 말하는 제국의 위기는 외세나 몬스터들의 침범 같은 외부적인 공격을 말한 것이다.
인간들의 내부적인 일까지 로드에게 부탁할 생각은 전혀, 절대로, 네버(never), 제따이(ぜったい), 추에시(确实)도 없다.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결과만 말하면 나도 이제 전쟁을 하러 가야한다는 뜻이다.
내가 영지 정리 때문에 좀 늦어서 그렇지 이미 제국군은 출정했다는 소리는 들려 온지 오래다. 우리군은 특별한 계략을 쓸 필요도 없이 진군했다. 전력이 그만큼 차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루엔의 할아버지 꼬리뼈로 만든 갑옷과 도를 차고(이 보물을 착용할 때마다 루엔의 할아버지에게 고마움을 표하자.) 다크나이트와 흑마법사들로 이루어진 군을 이끌고 있다.
이제 우리 군이 도착하면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리엘, 나와 우리 군을 나르탄 평원까지 텔레포트 시켜 줘.”
“조심하세요, 히로님.”
“걱정하지 마.”
나는 눈물을 보이면서 걱정하는 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심시킨 뒤 눈물을 닦아주었다. 리엘은 얼굴을 붉히면서 마법을 발현시켰다.
그리고 밝은 빛과 함께 나와 다크나이트들의 시야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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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가 떠나가고 남은 방, 리엘 혼자 싸늘한 방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뿐.
“갔어?”
“갔어요.”
“갔나보네.”
히로가 사라지자마자 히로인들이 방으로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히로인들의 대표하고 할 수 있는 루이나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도 오빠를 따라서 가야지.”
“응응, 빨리 가자.”
히로는 그녀들에게 전쟁에 따라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녀들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비록 참전은 하지 않을 지라도 히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멀리 떨어져서 그를 호위(?) 할 생각이 가득했다.
“리엘, 오빠를 텔레포트 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지?”
“물론이죠. 빨리 가요.”
“응, 그러니까... 나르탄 평원은 제국에서 동쪽으로 이어져있어, 그러니 오빠와 군대는 동쪽으로 진격할 거야. 그러니 오빠를 텔레포트 시킨 곳에서 서쪽으로 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면 될 것 같아.”
“네, 알겠어요. 매스 텔레포트!”
============================ 작품 후기 ============================
이번주 좀 바짜요. 운전면허학원도 가고 서코도 가고 해서요. 그래서 이번주는 아침에 연재를 해도 계속 짧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