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 회: 영지전...? -->
“응? 전쟁 준비?”
프레이나의 부하 엘프가 전해들고 온 소식에 나는 깜짝 놀랐다.
지금 나라에서 국가간의 전쟁 준비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으니 남은 것을 생각해보면 영지전 밖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내가 이 영지로 오고 나서는 한 번도 그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일단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큰 이유가 내 영지의 전력이 무시무시하다는 점이(히로인들) 가장 크지만 그 이상으로 주변 영지와 영지전이 벌어질 정도로 큰 마찰이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앙을 꽉 잡고 있는(루이나) 덕분에라도 중앙에서 영지전 허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
그런데 전쟁이라니?
놀란 나의 질문에 다크 엘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알아본 바로는 히로님의 주변에 위치한 카이텔 영지의 소영주인 라크 카이텔이 주도적으로 주변의 영지를 끌어들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도 히로님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영지전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고요.”
라크 카이텔이라... 확실히 리엘의 말을 듣고 난 후로는 최대한 멀리 했던 남자이다. 역시 리엘의 말대로 내게 접근한 것도 그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또 생각해보니까 나는 이미 루이나의 짝으로서 미래에 이 제국의 후계자로 지목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러니 영지전을 일으켜서 패배하더라도 영지를 빼앗길 걱정은 없다는 것인가?
영지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가문의 세는 얼마든지 다시 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렇군. 그럼 그 놈들이 무슨 계획을 짠 건지 알아볼 수 있나?”
“예, 이미 알아보았습니다. 우선 일주일 후에 히로님께서 부모님의 묘에 가실 때 영지들이 힘을 합쳐서 히로님을 납치하려고 합니다.”
“내가 부모님 묘를 정리하기 위해 갈 때라...”
제법 머리를 굴린 티가 난다. 내가 매년 이쯤에 혼자서 부모님 묘소에 가서 정리를 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항상 히로인들과 붙어있는 내가 그녀들과 유일하게 떨어져 있는 시간이다.
왜냐하면 부모님의 묘에 히로인들을 데려갈 때는 결혼한 후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또 묘소에 방문할 때는 조용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그것은 넘어가자.
“그리고? 내가 납치당한 후에는 어떻게 하게?”
지금 내 영지에는 모든 히로인들이 모여 있다. 일단 신분도 신분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루이나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있는 내 영지를 공격한다는 것은 잘못하면 루이나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놈들은 황족상해죄로 가문이 완전히 박살날 텐데? 아니, 나도 이미 황제...가 아니라 장인 어른을 통해서 황족의 일원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적통 황족과 차이가 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내 질문에 그녀는 막힘없이 답을 내놓았다.
“그들은 히로님을 납치한 후에 정당하게 영지전의 신청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영지전이 결정 나면 공격이 들어올 것입니다. 정당한 영지전에서 황족이 영지에 머무르다가 상해를 입는다면 그것은 황족의 잘못이므로 황족상해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내 영지에는 루엔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위대한 존재나 엘프들의 여왕, 그리고 저희의 퀸들이 있는 이상 저들의 힘으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히로님을 납치하는 것입니다.”
“인질이라는 건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히로님을 납치하는 것은 영지전이 벌어지기 전이니 그 사실을 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다고 해도 히로님의 여인들에게는 충분한 협박거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그렇네. 일단 그녀들이 없으면 엘프나 드워프들이 전쟁에 참여할 리가 없고 우리 영지에서 그들을 빼면 특출나게 군사가 강한 것도 아니니까.”
아니, 오히려 우리 영지에서 군사력은 굉장히 약한 편이다. 우선 복지들이 잘 되어있어서 범죄율이 적으니까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병사들을 많이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내가 팍 줄였다.
군사력은 루엔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뭐, 실피리아가 항상 내 주변에 머물러서 납치당할 위협은 없고, 또 납치당한다 하더라도 그녀를 소환하면 그만이지.
“알겠어. 정보는 고마워. 그리고 영지전을 꾸미고 있는 영지들의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해다 줘.”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녀가 나간 후 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영지전이라...
귀족들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생명들이 꺼져갈 전쟁을 정말 치러야 하는 것일까... 비록 내가 계속 영지에 머물러서 납치를 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영지전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면 우리 쪽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수많은 목숨이 사그라드는 것은 자명한 일. 나는 그런 전쟁은 최대한 피하고 싶은데...
용병이었던 것 치고는 상당히 유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때부터 몬스터 처리나 상단호위만 하였다. 전쟁 용병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상단 호위를 하면서 사람을 죽여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스스로 산적이 된 나쁜 놈들이니 죽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않나? 병사들이 스스로 원해서 전쟁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오직 귀족들이 억지로 시키는 것인데...
사람이 한 명도 죽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피해는 최소화 하고 싶다. 그럼 역시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함정에 빠트려야 하나? 아니면 전쟁을 일으키려는 귀족들의 목을 모조리 암살해버려?
그러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더군다나 죽이는 것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나쁜 놈들이니 죄책감도 없다.
아니면 루이나에게 부탁해서 애초에 영지전을 일으키지 못하게 해볼까?
...이건 안 되겠군. 근본적으로 그들을 쳐내지 않으면 지금은 넘어가더라도 언젠가 분명히 다시 그 야욕을 부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게 될 테니까.
그럼 역시 암살이냐 아니면 그들을 역으로 함정에 빠트리는거냐... 그게 문제로군.
일단 프레이나에게 부탁을 한다면 그들의 목을 따는 것은 쉽고 증거도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들의 자식에게 명분을 주어서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으니 기각.
...더군다나 어떠한 명분을 들더라도 암살 같은 일을 합당하다고 여길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일가족 모두를 몰살 시킬 수는 없으니까.
그럼 역시 그들이 나를 납치하러 올 때 반대로 그들을 붙잡는 방식이 좋으려나?
루엔이나 루셀에게 부탁한다면 자백을 받는 것은 식은 죽 먹기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피를 흘리지 않고 다른 놈들을 귀족의 자리에서 쳐버릴 수 있으니까.
음, 그럼 그게 좋겠군.
나는 히로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에게 역관광을 먹이기 위해서 필요한 히로인은 프레이나랑 루엔 정도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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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다크 엘프들에게서 그들의 동향을 계속해서 알아보게 하였다.
그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알아본 결과 나를 납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고 타국에서 어쌔신을 지원받았다는 것이다.
알아보니까 다른 귀족들은 아니지만 라크 카이텔, 그 돼지가 타국을 끌어들였더라고. 정확히는 라크 그 놈도 이용당하는 신세라는 거지만.
본인은 당연히 모른다. 엄청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프레이나의 다크 문에서 간신히 손에 넣은 정보니까.
하지만 그것도 그 놈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누구를 탓하리요.
그럼 본격적으로 역관광을 먹여야겠지?
타국들아(다크니스 왕국 제외) 지금부터 역관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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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성실 연재.(1일 혹은 2일 1연재 갑니다) 학교 종강했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