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회: 강화? 강화! -->
결국 루엔에게 돈을 빌리기로 한 나는 통신마법구에서 마나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통신구에 정열적인 붉은 머리를 한 어린 소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마법구를 만들어 준 루엔이었다.
-오빠!
“하..하, 루엔아 잘 있었어?”
-네. 이제 10일 정도만 기다리면 오빠를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레어에서 책을 읽으며 즐겁게 기다렸어요.
“다행이네... 근데 혹시... 휴우우우...”
말을 꺼내려고 하지만 의외로 쉽지 않다. 여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남자의 무능력을 말하는 것 같아서.
물론 이 영지의 돈을 거덜 낸 것은 내 책임은 아니지만.
...차라리 용병일이나 다시 할까? 좀 위험하기는 하지만 트롤을 한 3~4마리만 잡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응?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아...아니야...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래, 역시 여자에게 돈을 빌리는 것은 성미에 안 맞아.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지!
.....
나는 결국 루엔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서 레어로 이동했다. 크흑!
“오빠 이쪽으로 와요.”
루엔은 즐거운 표정으로 내 팔짱을 끼더니 그대로 레어 한 쪽에 마련되어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황금의 산.
헐, 저게 도대체 얼마야? 더군다나 은화인 실버 따위는 보이지도 않고 금괴가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으며 골드의 산에는 엄청 큰 루비나 사파이어들도 박혀있었다.
어째서 드래곤 레어를 털면 나라 몇 개는 넉넉히 세우고도 남을 만큼의 재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겠다.
“오빠, 이 정도의 돈이면 돼요?”
촤르륵 촤르륵.
루엔은 공간확장 마법이 걸린 주머니에 10골드를 뜻하는 10이 새겨진 골드와 100골드를 뜻하는 100이 새겨진 골드와 더불어서 엄청난 양으 보석까지 주머니에 담기 시작했다.
“허걱!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
“괜찮아요! 오빠라면 여기 있는 보석들을 모두 가져가셔도요!”
나는 잠깐의 실랑이 끝에 3만 골드와 몇 개의 보석을 받는 것으로 하였다. 크윽! 남자 체면이!
“오빠, 진짜 이거면 된 거에요?”
“응, 고마워. 이 정도면 충분해.”
“헤헤, 그럼 그 대가로...”
츄~
앗! 방심한 사이에 루엔에게 키스를 당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키스에 세계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헤헤, 이걸로 대신할게요.”
루엔은 귀엽게 혀를 날름거리더니 내 품 속에 쏘옥하고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루엔을 품에 안으면서 보물 창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 루엔은 여동생 같은 애니까 여동생에게 키스를 받았다고 치면 되지.
“근데 오빠, 그 레더 아머나 검은 옛날부터 쓰던 거예요?”
루엔은 내가 입고 있는 여기저기 상처가난 레더아머와 닮고 닮아서 여기저기 이가 빠진 검을 보면서 말했다.
“이거? 응. 뭐, S급 용병이 된 후의 내 힘이라면 보물이나 전설의 무구급은 못 사더라도 최소한의 마법이 걸린 무구는 살 수 있었겠지. 근데 내가 운이 없는 건지 마탑이나 경매장에서 팔던 것 중에서 나에게 알맞은 무구는 별로 없더라고.”
기동력을 살리기 위해서 레더 아머와 파괴력과 스피드가 적당히 섞인 도(刀)를 애용하지만 경매장이나 마탑에 있던 것은 대부분 철로 이루어진 갑옷과 기사들이 쓰는 검이나 창 같은 것들 밖에는 없었다.
물론 레더 아머나 도도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레더 아머는 천한 용병들이 애용하는 무구라는 인식이 강해서 마법이 걸린 물품은 거의 그 효능이 낮은 것들 뿐이었다.
용병은 대개 의뢰로 번 돈을 그날의 쾌락을 위해서 도박이나 술에 탕진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그리고 도도 이 세계에서 흔하지 않은 종류의 무구라서 그런지 별로 없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도도 나름 실력있는 장인에게 특별주문해서 만든거다.
물론 그 장인도 처음 만드는 것이라 검을 만들 때보다 질이 떨어졌지만 나름 쓸 만한 무기였기에 지금까지 착용했다.
“엑! 그럼 안 되죠! 무서운 몬스터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하라고요?”
“뭐, 그럼 죽는거지.”
비록 내가 살았다는 발자취를 남기지 못하는 게 한이기는 하지만 용병이었을 때는 언제나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실력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여느 용병들처럼 최대한 안전을 위해서 뒤에 물러나있지 않고 적국적으로 생사투를 벌여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군.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마법 무구를 구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호재일 수도 있다.
너무나도 간단히 죽음을 언급하는 내 말에 루엔은 보기드물게 쌍심지까지 켜가며 소리쳤다.
“안 돼요! 오빠는 너무 목숨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는 안 되겠어요!”
아, 그건 이미 죽음을 한 번 경험해 본지라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네.
죽음, 그거 별거 아니더라고.
“흠, 오빠 따라와요!”
루엔은 나를 강제로 보물창고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우와...”
그러자 이번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보물이 아니었다. 아니, 찬란하게 빛나는 보물은 맞았다.
바로 엄청난 양의 절세의 무구들이었다. 하나같이 예기나 빛을 뿜어내는 것이 경매에 내놓으면 백작이하는 참가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값나가 보이는 무구들이었다.
“이게, 좋은가? 아니.. 오빠라면 이것도...”
무기들을 감탄스럽게 구경하는 사이 루엔이 여러 가지 갑옷과 장신구들, 그리고 무기를 가져왔다.
뭐야 이것들은?
“오빠, 이것들 전부 입어봐요. 성룡이 되었을 때 아저씨들이 축하 선물로 주신 것들이에요.”
루엔은 칼머리 끝에 루비가 장식되어있는 엄청나게 비싸보이는 검을 내게 내밀었다.
“일단 이 검에는 7서클까지의 화염계 마법을 하루에 3번 사용할 수 있고요...”
“잠깐 기다려.”
“예?”
나는 루엔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를 위해서 이래주는 것은 고마워. 하지만 나는 이 무구들을 받지 않을거야.”
“예? 어째서요?”
루엔은 이제 울 것 같은 얼굴을 지었다.
휴우우우...
나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도를 들고 오러를 운용했다. 그러자 검에 푸른색의 오러가 차올랐다. 순수한 내 힘으로 이루어진 힘이었다.
“마법 무구라... 마법 무구가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 만약 나중에 다시 용병이 될 때 이 정도의 무구가 있으면 용병왕도 꿈이 아닐거야. 하지만...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삶일까?”
“......”
“개인의 힘이 아닌 강한 도구의 힘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이유가 있을까? 드래곤도 그렇기에 강한 힘을 일부러 봉인하고 유희를 다니는 거잖아?”
그렇다. 게임도 치트키를 가지고 공략을 보면서 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그건 이미 게임이 아니라 그냥 작업일 뿐이다.
물론 게임의 노가다나 현실의 수련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을 통해서 시련을 돌파했을 때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오러를 다시 갈무리하며 검을 검집에 다시 넣었다.
“인간은 목표가 있어야 끈질기게 살아가는거야.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그 목표를 위해서 격렬하게 사는 거지.”
“...죄송해요... 오빠.”
나는 침울해진 루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샤락샤락한 붉은 머리가 아주 기분이 좋다.
“아니야. 루엔이 나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어. 오히려 고마워.”
“그럼 오빠. 마법이 걸리지 않은 그냥 단단하기만 한 검이랑 레더 아머라면 괜찮겠죠?”
“응? 응... 뭐 그 정도는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
마법무구를 가지면 어느 세 그 강한 마법에만 집중하게 되어서 실력이 퇴보한다. 하지만 단단하기만 한 정도라면야...
“그럼 오빠 따라오세요. 텔레포트!”
“어?”
============================ 작품 후기 ============================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