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회: 나, 이제 시작이야~ 내정을 -->
“이거 완전히 막장인데? 어떻게 성 안에 남자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냐? 그리고 뭔 방이 전부 침실이야? 무슨 여관이냐?”
전 후작 놈이 하도 여자를 달고 살아서 그런지 그 놈의 침실만 무려 10개다. 그것도 무지하게 비싹고 고급스러운 사치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뭐, 후작이라면 충분히 유지할 능력이 되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는 낭비지. 그리고 이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민들의 고혈을 빨았을테고.
...아무래도 성을 처음부터 재단장을 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영어로 리모델링. 그럼 어디부터 손 봐야할까?
...뭐, 생각할 필요도 없네.
우선 성 자체보다는 성 안에서 거주하고 있는 인원들부터 줄여야겠지.
“일단 필요 없는 잉여 자원들은 모두 성에서 내보내야겠군.”
다른 문제는 천천히 해결해도 되니까.
아, 그리고 성에 돈도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군.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니까.
나는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집사를 불렀다. 하지만 볼수록 예쁘다니까? 가슴도 크고. 그렇다고 그녀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내 곁에 있는 여성들의 미모를 누가 이기겠어?
그냥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지.
“지금 모든 가신들이랑 기사들을 소집해 줘.”
“모든 가신들 말씀입니까?”
“그래, 그리고 그 김에 지금 이 성에 남아있는 자금이랑 매해 걷어지는 세금의 비율을 나타난 장부들 먼저 가져와 줘. 아, 그리고 인구수를 나타내는 도표도.”
“알겠습니다.”
곧이어 집사가 꽤 두꺼워 보이는 장부 2개를 가지고 왔다. 책상 위에 장부를 올려놓은 뒤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가신들을 소집하기 위해 문 밖으로 나갔다.
일은 참 잘하네. 역시 미모도 미모지만 능력도 보긴 했나보군. 하긴, 첩이라면 수 백명이 있는 후작 놈이었을 테니까.
“흠.... 완전 개막장이군.”
반면에 이 새끼 영지 관리는 아주 개판으로 쳐 해댔구나. 뭐야 이건? 세율은 흉작이나 풍작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85%? 심지어 농노들은 95%?
그리고 흉년에는 더 악질적으로 식량을 빌려줬다가 갚지 못하면 노예로 만들어 팔아버렸어?
이거 완전 미친 새끼네.
농노들이나 노예들은 아무리 비싸게 쳐줘도 한 명에 5골드를 넘지 못한다. 단순한 노동의 인력으로만 부리기 때문이다. 즉, 전문직이 아니라서 싸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런 푼돈이나 얻자고 팔아버리다니.
나는 쑤셔오기 시작한 골을 부여잡으며 한 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거 어디부터 손봐야 하냐?”
어디부터 손보긴 아주 싹 다 뜯어고쳐야지.
그리고 성에 남아있는 자금은 50만 골드 쯤 되는군. 세금을 박박긁어 모은 것 치고는 너무 적은데? 혹시 어디로 빼돌린 거 아니야?
“일단 가신들이 모두 오면 그 때부터 시작해야겠구만.”
너무 엉망이라서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프레이나의 힘을 빌려서 이 영지의 어둠의 길드를 정리하는 것 뿐인가?
“프레이나 어디 있어?”
“불렀나, 부군?”
부르자마자 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는 프레이나. 아우 깜짝이야! 그래도 이런 일로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
나는 프레이나의 양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프레이나, 혹시 힘을 빌려줄 수 있어?”
“부...부군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내 말에 프레이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그럼 부탁할게, 이 영지에 있는 어둠의 길드들을 모조리 정리해서 프레이나 네 길드의 하위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자...잠시만 기다려라 부군. 실란!”
“부르셨습니까 군주님?”
프레이나가 부르자마자 어느 세 나타난 수많은 다크엘프들... 헉! 여태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냐?
“그래, 실란, 이 아인언스 백작령의 어둠의 길드들을 정리해라.”
나와 대화할 때 나오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모습과는 다르게 수하를 다루는 모습에서 군주의 기질이 느껴진다. 역시 한 종족을 이끄는 수장이라는 말인가?
훌쩍, 근데 왜 난 이 모양일까.
“이미 정리되어있습니다. 군주님이 이 곳으로 오시는 사이에 미리 정리를 해놨습니다.”
“음, 잘했군. 나중에 상을 줄테니 기대하거라.”
“감사합니다. 그럼.”
슈욱!
프레이나의 말과 함께 다시 사라지는 다크 엘프들. 역시 최강의 어둠의 길드라는 말인가? 후작령 크기의 영지에 있는 어둠의 길드를 며칠 사이에 정리해버리다니.
정말 그 능력이 두려울 정도다.
“이미 정리가 다 되어있다는군, 부군.”
“아, 고마워. 그럼 나중에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다, 나는 이미 부군의 노예. 노예에게 부탁이라는 말은 필요없다.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아니,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럴 수는 없어.”
나는 프레이나를 한 번 꼭 껴안아 주었다.
어디선가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지만 무시하자.
동시에 그 광경을 바람의 정령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던 리엘은 프레이나를 향한 분노로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저 다크엘프 년이 감히 히로님께 무슨 짓을!’
성질 같아서는 당장 싸우자고 했겠지만 히로가 절대 싸우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싸울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대로 저 깜둥이를 두고볼 수는 없는 일.
다음번에 문제가 생기면 꼭 자신이 나설 것이다.
‘그리고...’
히로의 품에 안길 것이다. 아, 어떤 기분일까? 히로의 품 안에 안기면.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실제로 안기며 기절 할지도 모른다.
리엘은 망상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히로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저 깜둥이는 자신의 조직을 이용해서 히로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럼 자신도 그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엘프들과 정령, 그리고 인간들이 무척 좋아하는 엘프주와 세계수의 꽃잎 차 정도야.’
하이엘프주는 아공간에 수천 병이나 들어있다. 단지 마음에 드는 존재가 없어서 선물을 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
뭐, 히로가 원한다면 몽땅 주겠지만.
‘계속해서 히로님을 지켜볼거야. 그리고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반드시...’
도움을 주고 지금의 저 깜둥이처럼 안아달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