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회: 나, 이제 시작이야~ 내정을 -->
아~ 기분 좋게 밥 먹었는데 이게 무슨 꼴이야. 맛있었던 음식 때문에 급상승으로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내려갔다.
아니, 내려간 것도 모자라서 아주 땅속으로 파고들어간 기분이다.
거기에는 아까 했던 일이 어느 정도 분위기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
“히로님,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 그냥 남자 한 명을 끝내고 왔다는 사실이 좀 거슬릴 뿐이야. 내가 좀 심했나?”
솔직히 말하면 그 때 분위기를 타서 남자 한 명의 남자 인생을 끝냈지만 레스토랑을 나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좀 잔인하지 않았나 싶다.
설령 장애인이 되더라도 그 곳만은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남자의 마음 아니던가!
어찌 남자로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수 있었다는 말인가!
앞으로 반성하자 나.
그렇다고 미안해하거나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심했다고는 해도 그건 벌일 뿐이지.
“휴우... 이대로 그냥 가기에도 좀 찜찜한데... 술이나 한 잔 하러 갈까?”
지금 영주성으로 들어가기에는 시간도 애매하니까.
“술이요?”
“응, 물론 고급 와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 그것도 맛있거든. 맥주에는 맛 그 이상의 뭔가가 있지.”
“좋아요. 히로님이 좋아하는 거라니까 한 번 마셔볼래요.”
“난 마셔본 적 있다. 그 때 먹었을 때 나름 먹을 만 했었다.”
“오 그래? 잘 됐네.”
우리들은 웃으면서 주점을 향해 들어갔다.
끼이익!
기름칠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매끄럽게 열리지 않는 문을 열고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고 주문을 했다.
역시 주점에서는 맥주와 마른안주랑 진리지!
“여기 맥주! 오크통 하나 통째로 가져오고 마른안주도 적당히 가져와!”
보통 귀족이라면 천박하다고 절대 하지 않을 큰 목소리를 내면서 하는 주문이겠지만 나는 보통 귀족이 아니거든!
귀족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썼어도 여전히 용병스러운 스타일로 사는 게 편하다는 말이지!
내 주문에 여타의 주점 주인이 그렇듯 뚱뚱한 주인이 서늘한 지하 창고로 내려가서 커다란 오크통 하나를 낑낑 거리며 들고 왔다.
그리고 곳 땅콩과 말린 과일들을 안주로 내왔다.
“자자! 마시자고!”
리엘과 프레이나의 컵에다 맥주를 한 가득 따라주고 내 잔에도 따른 다음 입에대고 원샷을 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내 몸을 세척한다. 이건 쾌감이야!
오랜만에 주점에 오니까 아주 흥이 돋는구나!
“캬아!”
“오 잘 마시는데? 같이 마실까?”
“좋지! 다 이리 오라고!”
아직 오후라도 일이 없는 용병들은 주점에 넘쳐났다.
뭐, 용병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데다가 친근감이 강해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모여서 마신다.
“크하하하하! 그런가? 그 쪽은 어디서 왔나?”
“나? 난 수도에서 일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이리로 내려왔지! 캬아아아!”
“오? 그래? 그럼 이쪽 지리는 초보겠구만!”
“진짜 재밌는 친구구만! 하긴 여기만큼 일거리가 넘쳐나는 곳도 없지! 잘 왔다구 친구!”
“오 여기 예쁜 친구들도 있네! 저 친구 애인이야?”
“아... 저...”
“자자! 저 친구 애인씨! 마시라구!”
“하하! 마셔! 원래 용병들은 이렇게 친해지는 법이라구!”
“그...그럼 조금만..”
리엘과 프레이나는 내 권유에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용병 업계는 이래서 재밌고 친근하다!
역시 나는 용병으로 살아가는 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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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
리엘과 프레이나는 맥주를 조금씩 마시면서 다른 용병들과 즐겁게 노는 히로를 쳐다보았다.
자신들과 있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정말 즐거운 얼굴.
그녀들은 히로 옆에서 큰소리로 웃고 노는 용병들이 너무 부러웠다.
자신들은 그의 미소를 얻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하는데 저 용병들은 순식간에 히로의 얼굴에 미소를 그려 넣었다.
“자자! 원샷 해 봐 친구!”
“좋아! 내가 폭포수를 보여주지!”
콸콸!
“나도 질 수 없지!”
꿀꺽꿀꺽!
하지만 자신들에게 지어주는 미소는 아니지만 정말로 즐거운 것 같은 히로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히로의 얼굴을 안주 삼아서 맥주를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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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취한다....
실컷 마시고 보니 어느 세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너무 취했는지 몸이 제대로 가누려지지 않는다.
히끅! 너무 마셨나?
“으음... 리엘... 프레이나....”
“왜요?”
“부군?”
“사랑해!”
덥썩!
술기운 때문인지 용기가 나서 그런가? 평소라면 할 수 없는 적극적으로 리엘과 프레이나를 안았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볼의 느낌이 너무 좋다. 그리고 날씬해서 그런지 팔 하나로 안고도 넉넉히 남는다.
“히...히로님...”
“부...부군...”
그 때.
“자 다들 여기서 꺼져라! 지금부터 이 주점은 우리 레드 폭스 용병단이 쓸 테니까!”
“헐?”
“레드 폭스 용병단?”
한 용병단이 주점으로 쳐들어왔다.
레드 폭스 용병단이라면 나도 알고 있는 용병단이다. 용병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용병단으로 매우 잔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용병단으로서의 신뢰도가 바닥인 것도 포함된다.
값비싼 물품을 호위할 때 산적으로 돌변해서 그 물건을 약탈한다고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공공연한 소문이지만 아직 물증이 없어서 용병 길드도 잡아 쳐 넣지 못한다고 했던가?
아마 그 이유 중 하나가 레드 폭스 용병단의 강함도 포함된다.
용병단장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으로 나와 같은 S급 용병이라고 들었다.
귀한 S급 용병을 길드에서 내칠 수 없으니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쳇! 저런 더러운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더러우니까 피하는 거지
프레이나의 부축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틀거리는 몸으로 문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 때.
아까 가장 앞장서서 들어온 레드 폭스의 간부가 프레이나의 미모를 잡더니 음흉한 미소와 함께 어깨를 붙잡았다.
“호오? 너, 무지하게 아름답군. 좋다. 넌 오늘 우리의 시중을 들도록 해라.”
“형님! 이 년도 무지하게 예뻐요!”
프레이나 뿐만 아니라 리엘도 저 더러운 음욕 가득한 손으로 잡혔다.
“오호? 그년도 잡아둬라! 오늘 단장에게 바치면 떡고물이 꽤나 떨어지겠는 케엑?!!”
뻐억!
형님이라 불린 쓰레기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내 주먹에 얼굴이 정통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히끅! 쓰레기들이...”
아욱... 너무 취해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역시 분위기를 타다가 너무 마셨나?
“이...개새끼가!”
퍼어억!
와장창!
몸을 비틀거리다가 결국 유저 정도에밖에 오르지 못한 놈의 주먹을 맞고 뒤로 넘어갔다.
씨발. 지금 오러를 돌려서 술기운을 날릴 수도 없는데. 술 취했을 때 오러 운용 잘못하면 오러가 폭발해서 내 몸이 날아간다.
“이 개 같은 새끼가 감히!”
채앵!
놈은 내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검을 꺼내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도 검을 꺼내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런, 머리에 주먹을 맞아서 뇌가 흔들렸나?
용병일이 아니라 의외로 주점에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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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월요일부터 다시 정상연재...하고 싶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