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회: 떡은 인간이 될 수 없지만 인간은 떡이 될 수 있당께. -->
“이번에는 이 옷을 입어보세요. 깨끗한 피부와 잘 어울릴거에요. 그쪽 분은 이거에요. 이거는 이번에 들어온 신상품인데 그쪽의 은발과 딱 알맞을 것 같아요.”
제길! 또 다른 옷을 권하냐?! 도대체 언제까지 입히고 벗기고를 반복할거야! 그쪽은 장사 안 해?!
“이번에는 이 옷을...”
...저 주인에게 맡기느니 그냥 내가 골라주고 만다!
일단 생각을 해보자.
리엘과 프레이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뭘까? 당연히 엘프와 다크 엘프에게 어울리는 옷이겠지?
일단 리엘은 마음이 편해지는 맑은 녹색의 원피스가 어울리겠군. 새하얀 피부니까 맑은 색이 잘 어울릴 거다.
반대로 프레이나는 검은 피부를 가졌으니 어두운 색보다는 하얀색으로 대조되는 매력을 강조하는 편이 좋겠어.
그리고... 데이트니까 아무래도 얌전해 보이는 스타일이 좋겠지?
옷가게 여주인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리엘과 프레이나에게 수만 가지의 옷을 권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혹시 손님들 저희 가게에서 일할 생각은 없으세요? 수당 많이 챙겨 드릴께요!”
심지어 아르바이트 권유까지 한다. 귀족이라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귀족 특유의 오만함이 없으니 자신과 같은 평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리엘과 프레이나가 알바하면 하루에 수천 벌 파는 것은 기본이겠지. 그 둘 얼굴을 보러 들어왔다가 하나씩만 사가도 그게 수천 벌일 텐데.
“싫어요.”
“싫다.”
물론 리엘과 프레이나는 가볍게 거절해버렸다.
주인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는지 계속해서 미소를 짓고 옷을 권했다. 역시 서비스업!
웃음으로 승부하는구나!
...그나저나 나는 다시 여자들이 옷 삼매경에 빠지자 절망했다. 아까 잡담하는 거 보고 그 때 입었던 옷으로 살 줄 알았는데!
리엘과 프레이나가 다시 한 번 옷 삼매경에 빠졌다는 현실에 절망했다!
...이제는 진짜 내가 나서야 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이 옷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거야!
아까 생각했던대로 옷을 찾자.
이 옷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선 내가 선을 끊어야 해!
그 일념 하나로 돈 생각은 하지 않고 리엘과 프레이나의 몸과 얼굴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옷들을 찾아 나섰다.
아무리 리엘과 프레이나가 내가 골라주는 옷을 기뻐하면서 입을 것이라고는 해도 어울리지 않는 것을 골라줄 수는 없지.
그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역시 커다란 옷가게라서 그런지 옷 말고 장신구도 같이 팔고 있었다.
...리엘과 프레이나도 장신구 하나 정도는 있어야겠지?
옷 말고도 장신구도 몇 개 골랐다.
미안, 진짜 보석이 달린 장신구는 아니라서 미안하다.
리엘과 프레이나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골라서 그녀들에게 내밀며 말했다.
“리엘, 프레이나 이거로 한 번 입어 봐.”
“예? 히로님이 골라 주신건가요? 감사합니다.”
“고...고맙다 부군.”
리엘과 프레이나는 내 권유에 여주인의 권유로 입고 있던 검은 슈트와 수영복 수준의 야한 옷을 벗고 내가 건네준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곧 이어서 탈의실의 문이 열리고 내가 골라준 옷을 입은 그녀들이 나왔다.
“어때요? 어울려요?”
“부...부끄럽게 너무 쳐다 보지마라 부군.”
헉! 정말 너무 예쁘다!
리엘은 치맛단이 하늘거리는 맑은 녹색의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녹색과 대조되는 푸른 가디건, 그리고 양 팔목에 각각 달과 별이 조각되어 있는 팔찌를 착용했다. 다리에는 굽이 살짝 높은 갈색 구두가 그녀를 고귀한 아가씨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특히 존재감이 자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하이엘프 리엘에게 자연과 같은 색의 옷을 입히자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을 합친 것처럼 엄청나게 순진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보였다.
물론 리엘이 어떤 옷을 입든 간에 아름답지 않을 리 있겠냐만은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반대로 프레이나는 자연스러움을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존재감을 뽐내는 스타일로 승부(?)를 걸었다
우선 프레이나는 속이 비치는 하얀 블라우스에 노란색 재킷을 입게 하였고 아래에는 치마 대신 한국에서 자주 입었던 청바지와 비슷한 간편한 옷을 입었다. 팔에는 내가 골라준 하얀 가죽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자 검은 피부와 밝은 옷이 대조되면서 프레이나의 검은 피부가 너무 매력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역시 옷걸이가 좋아야 옷이 산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둘 다 신이 필생의 역작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그 증거로 여태까지 우리들을 보고 있던 옷가게의 남성들이 이제는 아예 침으로 폭포를 만들어서 흘리는 중이었다.
더러워!
“너무 예쁘네! 우리 리엘과 프레이나.”
쪽! 쪽!
“히잉?”
“우움,,,”
이마에 키스를 해주자 리엘과 프레이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품에 안겨들었다. 뒤에서 여러 남자들의 살기가 따갑기는 하지만 무시하자.
열폭해라!! 이 루져들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자제하자. 더 이상 망가졌다가는 내가 곤란해져.
아무튼 리엘과 프레이나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이걸로 계산하면 되겠지?
드디어 이 옷 지옥에서 해방되는 것인가?
“얼마죠?”
“250골드입니다”
...뭐라고요?
내가 잘못 들었나? 겨우 옷 몇 벌이랑 보석도 안 달린 장신구 사는데 250골드?
한국 돈으로 2억 5천?
이게 말이 돼?!
지금 내 전 재산은 7골드라고! 원래 있던 돈 2골드에 루이나에게서 빌린 돈 쓰고 남은 돈 5골드 합쳐서!
그렇다고 리엘과 프레이나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기도 그렇고...
도와줘! 미래에서 온 퍼랭 고양이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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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리엘에게 돈을 빌려서 옷가게에 돈을 지불했다. 정확히는 돈이 아니라 엘프 장인이 세공한 보석으로 지불했다.
하이엘프인 리엘이 인간 세상에서 쓰는 골드가 있을리는 없지 않은가?
엘프들이 세공한 보석과 짠 천은 드워프 장인들이 세공한 보석이나 제련한 검과 비슷한 가치를 보인다.
리엘이 빚을 지기 싫어하는 내 사정을 알고 제일 작은 보석을 건네주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만 골드가 훌쩍 넘어가는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다.
나중에 갚을게.
역시 귀족을 상대로 하는 옷가게답게 보석으로 돈을 지불하고 잔돈을 받는데 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이제 옷도 샀다. 이제 데이트에서는 뭘 해야 하지?
일단 데이트의 기본 코스는 커피+밥+영화다.
이 세계에 영화는 없으니 남은 것은 커피와 밥인가?
그러고 보니 슬슬 배가 고프기는 하군.
“배고프지?”
“조금 고파요.”
“배고프다 부군.”
“그럼 밥 먹으러 가야지. 어디로 갈까?”
============================ 작품 후기 ============================
1. 레스토랑 - 귀족 자제 툭탁퍽
2. 여관 - 양아치 툭탁퍽
골라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