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회: 떡은 인간이 될 수 없지만 인간은 떡이 될 수 있당께. -->
덜컹! 덜컹!
내가 귀족의 작위를 받고 난 다음날부터 7일의 시간이 지났다.
루셀의 힘이라면 마차를 통째로 이동시킬 수 있겠지만 나름 여행의 맛이라고 여기고 루이나와 루셀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뭐, 트러블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무시하자.
아무튼 (내 동의는 없는) 히로인들의 타협으로 루이나와 루셀은 슬픈 얼굴로 마차에서 사라져버렸다.
불쌍하기는 했지만 내가 그녀들을 붙잡았다가는 히로인들끼리 정한 규칙이 깨질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그 둘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근데 둘은 앞으로 어디로 갈 거지?
둘 다 어디간 다고 해도 굶어죽을 사람은 아니니까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기는 한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이언스 백작령에 도착! ....하지는 못했고 대신 리엘과 프레이나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루셀이 리엘의 연락을 받고 울먹이면서 루이나와 함께 텔레포트로 사라진 후 리엘과 프레이나가 찾아왔다.
근데 무지하게 놀랐음.
아니, 리엘이 텔레포트로 마차 안으로 이동한 것은 그렇다 쳐도 프레이나는 내 그림자 속에서 쑤욱하고 튀어나왔다.
이러니 내가 안 놀라겠어?
놀라는 게 당연한 거 아님?
“히로님! 저 왔어요!”
“부군! 드디어 이 몸이 그대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리엘과 프레이나가 그 작은 몸을 내 품 속으로 쏘옥 안겨 들어왔다.
...그녀들의 애교를 보니까 그녀들의 엽기적인 행동에 내려던 화가 가라앉고 화낼 마음도 사라진다.
그래,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나름 추억(?)이라고 여기기로 하자.
그로부터 3일이 더 지나고 나서야 이번에 내 영지가 된 아이언스 백작령 초입을 지나서 영주관이 있는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라. 이건 약속했던 보수야.”
거의 10일 동안 쉬지 않고 말을 몰았던 마부의 손에 2골드를 올려주었다.
그리고 골드로만 끝내기는 좀 그래서 리엘이 나에게 마시라고 준 하이엘프주가 잔뜩 들은 마법 주머니에서 하나 꺼내 마부에게 넘겨주었다.
“이건 무지 비싼 술이니까 먹든지 팔든지 해.”
“감사합니다. 그럼.”
고개를 숙인 마부가 술을 받고 다시 말을 타고 떠나자 나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거 진짜로 무진장 비싼 술이다. 아마 황제 폐하에게 가져가면 남작위 정도는 받을 수 있을걸? 아니, 잘하면 자작위까지.”
뭐, 지가 마시든 팔든 그건 지복이지. 그래도 코르크에 하이엘프주라고 써 놓았으니 어설프게 먹지는 않을거야.
“히로님, 여기가 히로님이 앞으로 사실 영지인가요?”
“음? 응, 정확히는 좀 더 들어가야 하지만 여기부터가 내가 받은 영지는 맞아. 왜?”
“아니에요. 그냥 제가 다스리는 엘프의 숲과 가까워서 좋네요.”
“부군이 다스리는 땅이 이곳이면 우리 길드의 본점을 여기로 옮기도록 하겠다. 부군이 있는 장소가 곳 내가 살아가는 장소이니 말이다.”
뭐, 그 정도라면야... 애초에 어쌔신 길드가 본점이 어디 있다고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지.
그래도...
“너무 눈에 뜨면 안 좋으니까 이 모자를 쓰고 있어.”
솔직히 리엘과 프레이나는 엘프의 특성인 뾰족하고 긴 귀를 제외하더라도 너무 눈에 띄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여러 남자들에게 추파를 당하고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
트러블은 처음부터 피하자가 내 신조이다.
리엘과 프레이나의 머리에 상당히 커다란 모자를 눌러 씌어주었다.
근데 내 손이 머리에 닿으니까 얼굴이 붉어진 것처럼 보인 것은 착각이겠지?
아무튼 10분 정도 더 걸어서 들어가자 돌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웅장한 성벽과 그 밑에 있는 거대한 문과 작은 문, 그 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정지! 이곳은 에리스톤 후작령....이 아니라 아이언스 백자령이다!”
“검문에 응하도록 하라!”
우와, 벌써 일반 병사들에게까지 알려졌나 보네. 이 후작령이 아이언스 백작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질은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양산형 체인 메일과 한 손에 창을 들고 있고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경비병들이 히로의 등장에 경계 태세를 갖추며 말했다.
“신분증을 보이도록 하라.”
“아니면 신분증과 마찬가지로 정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패를 보이도록 하라!”
“응? 신분증?”
“신분증이리면 인간들이 자신의 정체를 증명하는 물체를 말하는 건가요?”
“...인간들이 쓰는 신분증은 없는데?”
‘인간들’이라는 말에 경비병들은 커다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결계태세를 더 갖추며 창을 나를 향해 겨누었다.
“정체를 밝혀랏!”
아니아니, 나는 별로 귀족의 권세를 내뿜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 수 없으려나?
나는 루이나에게 받은 앞으로 아이언스 가문의 증명이 될 인장이 새겨져있는 패를 경비병들을 향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나는 황제 폐하에게 이곳을 하사받은 아이언스 히로 백작이다. 당장 길을 비켜라.”
““헛! 영주님을 뵙습니다!””
신분패를 보여주자마자 경비병들이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경례를 올렸다.
“내가 왔다는 소식은 아직 전하지 말게, 내가 때가 되면 알아서 갈 테니.”
나는 둘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얼어붙은 그들을 냅두고 리엘과 프레이나를 품에 안고 아이언스 백작령에 입장하였다.
이래서 권력이 좋다는건가?
내가 나보다 못하는 놈을 깔아뭉개서 우월감을 느끼는 쓰레기는 아니지만 방금처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니 상당히 쓸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흠, 일단 영주관으로 먼저 갈까? 아니면 좀 놀다가 들어갈까?”
리엘과 프레이나에게 뭍자 둘은 별로 상관 없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만 옆에 있으면 된다는 표시였다.
“그럼 같이 데이트나 할까?”
“데....데이트요?”
“데이트라면 인간들이 결혼하기 전에 하는 것 아닌가? 그럼 그 데이트라는 것을 하면 부군과 바로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