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구한여성들이 히로인이라 판타지가 수라장-8화 (8/52)

<-- 8 회: 파티장에서 생긴 일 -->

“으으음...”

눈에 퍼지는 빛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니 푹신하고 부드러운 기분이 머리에서 느껴진다. 심지어는 배게에서 좋은 향기까지 난다. 그리고 보이는 살색 피부.

으음, 이대로 영원히 누워있고 싶을 정도군.

....근데 눈에 보이는 살색 피부?

“정신이 드세요?”

살색 피부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루이나와 소설에서 히로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여자들, 즉 히로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루이나가 내 머리에 가볍게 힘을 주면서 누르자 ‘어쩔 수 없이’ 다시 루이나의 무릎을 베고 눕게 되었다.

흠흠... 사실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99% 정도 섞여 있었달까. 뭐 왜 뭐, 이건 남자의 본능이라고!

21세기 지구의 최고 미인인 엠마 왓슨보다 훨씬 미인인 여자의 무릎베개라고!

하하하! 열폭해라! 이 루져들아!

.....내가 무슨 소릴 한 거지?

아무튼 슬슬 일어나야겠다.

일어나서 내 주변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는 히로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루셀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았다기보다는 주변에 있지 않고 저 구석에 멀리 떨어져 있어서 눈에 뜨지 않았다는 표현이 옮았다.

아마 아까 일 때문이겠지?

“괜찮으니까 이리와.”

내 말에 루셀은 우물쭈물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히잇?”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 루셀을 품속으로 끌어당겨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루셀은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후후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 안 싫어 할....거야?”

“물론이지! 내가 우리 귀여운 루셀을 왜 싫어하겠어.”

...근데 거기 검이랑 마법이랑 신성마법이랑 정령술을 든 여성분들은 좀 내려놓으시죠?

지금 저를 죽이시려는 겁니까?

“아무래도 오빠는 공격 당하는 걸 좋아하나 봐.”

“그럼 메테오로....”

“장난치냐!!!”

메테오라니! 지금 이 잉여 검사 한 명 죽이겠다고 수도를 날려버릴 생각이십니까?!! 저에게는 너무 과분한 초 광역 마법입니다만?

그러자 가장 순수한 루엔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오빠는 공격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무슨 마조히스트 줄 알아! 공격당하면 기뻐하게!

설령 마조히스트라고해도 메테오 맡으면 고통을 즐길세도 없이 그대로 세상 하직이다.

“그게 무슨 소리니?”

“하지만 오빠를 아프게 한 그 여자만 쓰다듬어 주고 있잖아.”

“아....”

난 그냥 루셀이 기운차리라는 의미에서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뿐 다른 뜻은 없다.

근데 얘내들이 이렇게 받아들인 거구나.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오해하지 않도록 완전히 기운 차린 것 같은 루셀의 머리에서 손을 때었다.

그러자 루셀은 조금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루엔을 노려보았다.

뭐, 괜찮겠지. 메테다시 메테다시.

“그럼 오빠 이제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거야? 오빠가 황궁 생활을 그렇게 싫어하니까.”

“그거야 당연히 용병일을....”

나는 중간에 말을 멈추었다.

생각 보니까 황녀를 비롯한 초(超) 히로인들 때문에 얼굴이 너무 알려져서 용병일하기 그른건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루이나가 죽음의 공책을 손에 넣어서 신세계의 신이 되려는 중2병 고딩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속였구나!!! 루이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만약 이 상태로 나간다면 나는 그야말로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진 어쌔신들의 습격에 순살 당할 것이 틀림없다.

대단한 것은 히로인들이지 내가 아니니까.

나는 평범한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가진 A급 용병일 뿐이지.

“걱정 마세요. 오빠는 제가 평생 먹여살려드릴 테니까요.”

“차나 음료는 매일 세계수의 꽃잎 차나 제가 직접 담근 하이엘프주 정도면 되겠죠?”

“....그게 더 걱정이야.”

확실히 세계수의 꽃잎 차는 하이엘프의 허락이 있어야만 마실 수 있는 대륙 최고의 차로 신의 음식에 버금간다는 맛을 자랑한다.

더군다나 일반인이 마시면 평생 무병장수 할 수 있고 기사나 마법사가 마시면 절대적으로 경지나 서클이 올라간다고 할 정도로 마나를 풍부하게 내포하고 있는 차이다.

특히나 남자에게 좋다는 소문이...흠흠!

아무튼 이렇게 들었다. ‘듣기만’ 했다.

설마 내가 제국의 황제조차 한 번 마실까 말까한 차를 마셔봤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근데 그런 차를 매일 마실 수 있다...라 그건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된다면 나는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목표가 없이 사는 무의미한 삶이니까.

그나마 지금은 S급 용병이 되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목적으로 살고 있지.

하지만 이 히로인들을 모조리 받아들인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그야말로 폐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목표가 생기는 순간 완료될 테니까.

나는 그런 삶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오랜만에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호의는 고맙지만 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서 편안히 살고 싶지 않아. 인간은 짧게 살지만 대신에 격렬하게 사는 종족. 나는 그 격렬함을 잃고 싶지 않거든.”

나는 의미가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결코 밥만 먹고 놀고 여자들이랑 침대에서 뒹굴기만 하는 그런 ‘죽은’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

“그럼....오라버니가 원하는 삶은 뭔가요?”

성녀인 아이린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은 뭘까? 과연 ‘살아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삶은 뭘까?

격렬함을 잃고 싶지 않아서 항상 높은 목표를 설정했지만 과연 그 목표가 내 꿈일까?

내 목표는...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달까?”

“....증명이요?”

엘프인 리엘과 프레이나, 드래곤인 루엔과 정령인 프리실라는 물론이고 같은 인간인 루이나와 루셀, 아이린과 아르엔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을 지었다.

“응, 난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

내 말에 모두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루이나가 나에게 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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