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회: 히로인 집합! -->
내 이름은 히로. 귀족도 기사도 아닌 평범한 평민이며 용병이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것이 현재 내 경지이다.
확실히 어디 가서 얻어맞을 정도로 낮은 경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강한 것도 아닌 그야말로 애매하기 짝이 없는 경지.
현재 A급 용병이 되어서 나름 세력을 갖춘 용병단을 만들 수 있지만 혼자 다니는 것을 즐긴다.
만약 용병을 포기하고 기사가 되려면 어디 작은 남작령이나 자작령이라면 기사단장을, 백작령이나 후작령이라면 평기사 정도의 직위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경지.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름(?) 평범한 내게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특이점이 있다.
바로 내가 환생자라는 점!
나는 21세기 지구에서 조금 의협심이 넘치지만 평범히 살던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걷다보니까 한 어린아이가 차에 치일 뻔하잖아?
여기까지 말하면 알겠지?
그 녀석 구하다가 내가 대신 죽었다.
근데 그나마 어린아이를 구하다가 죽은 나를 신이 어여삐 여기기라도 한 건가?
아니, 어쩌면 그냥 조마굴이라는 곳의 패러디창에 많이 나오는 환생 트럭에 부딪친 걸 수도...
아무튼 나는 그 덕분에 기억을 가진 체로 내가 그토록 원하던 판타지 세계에 환생을 할 수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네가 환생을 하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경지의 검사나 대마법사가 되어서 대륙을 호령할 줄 알았지.
소설은 늘 읽는 사람이 중심인 1인칭이니까.
하지만 신의 축복을 받은 것은 사실인데 그게 참 애매하다. 확실히 마법이나 검술에 재능은 있지만 대성할 정도는 아닌.
그냥 적당히 벌어먹고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경지 정도라는 거다. 이게 뭐야?
근데 더 억울한 것은 부모님은 영웅의 운명에 맞게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12살 때 역병으로 돌아가셨단 말이지?
아니, 어째서 좋은 것은 영웅 트리를 안타고 나쁜 운명만 영웅 트리를 탄 걸까?
아무튼 난 소설에서 부모님 잃고 울던 영웅들을 찌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실제로 겪어보니까 더럽게 눈물나오더라.
하지만 찌질거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당시에도 소드 유저에 올랐던 나는 마나까지 돌려서 땅을 파고 부모님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도시로 나왔다.
어린아이라도 소드 유저라 먹고사는데 그다지 지장은 없었다.
짐을 옮기는 심부름꾼을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노가다를 뛰기도 하고 가끔은 고블린 사냥하러 나가는 용병대에 껴서 사냥도 했으니까.
검기는 발현할 수 없었을 때지만 그래도 마나를 돌리면 성인 이상의 힘을 쓸 수 있었기에 용병대에서 껴주었다.
용병은 오로지 실력으로 말하는 거니까.
어차피 고블린은 마비독을 제외하면 신체능력이 유일하게 인간보다 떨어지고 용병대라면 한두 명이 실수로 마비독을 맞아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지만 돈을 꾸준히 벌어서 도시 안에 작은 집 한 체를 살 수 있었다.
근데 집을 사서 혼자 생활하니까 외롭더라.
집을 사기 전까지는 여관에서 여러 사람들이랑 생활하다보니까 몰랐는데 찬바람이 쌩 부는 집에 혼자 앉아있는 것만큼 쓸쓸하고 외로운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도중에 우리 집 근처에 낡은 천으로 몸을 감싸고 몸을 부들부들 떨던 애들 두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불쌍하기도 하고 외로운 것도 떨칠 겸 그 둘을 집으로 데려와서 보살펴주었다.
아이린과 아르엔이라는 이름을 가진 둘은 착한 아이라서 나를 매우 잘 따랐고 그 덕분에 외로운 것도 슬슬 잊혀갈 무렵 신전에서 신관들과 성기사들이 우리 집을 찾아왔었다.
우리 집에 있는 아이린이 신에게 간택 받은 성녀라나 뭐라나? 그리고 아르엔은 그 성녀의 방패가 되는 성기사가 되어야 한다고 억지로 끌고 가려고했다.
나는 당연히 막아섰지만 당시에 익스퍼트에도 오르지 못한 실력으로는 성기사 한 명도 이길 수 없었다. 성기사는 나를 베어버리려고 했지만 성녀인 아이린이 막은 덕분에 간신히 살아났지.
그리고 아이린과 아르엔은 신관에게 나를 치료하라고 하고 나중에 찾아오겠다는 말을 하고 신전으로 떠났다.
확실히 나보다 신전이면 더 안전하고 더 좋은 생활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 이상 발악하지 않고 그냥 보내줬다.
그 후로 집에서 며칠을 더 살았지만 이미 사람의 체온에 익숙해진 내가 혼자 사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래서 집을 처분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크를 잡고 고블린을 잡고 하면서 돈을 벌면서 마침내 익스퍼트 하급에 올랐다.
그런데 어느 날 여행을 하다보니까 검은 로브를 쓴 한 노인이 마찬가지로 검은 로브를 쓴 소녀를 쫓아가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는 바로 그 소녀를 지켜주기 위해서 따라갔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자 노인은 음욕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황을 단번에 파악한 나는 며칠 전에 피워 올릴 수 있게 된 오러를 피워서 노인의 심장을 뒤치기로 찔러서 죽였다.
그런데 노인이 죽으면서 몸에서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것 아닌가?
더 신기한 것은 그 소녀가 노인의 몸에서 나온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운을 모조리 빨아들이고는 그대로 앉아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오러 운용의 규칙을 아는 나는 그녀를 뒤에서 지켜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일어났을 때 나는 그녀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흑마법사이며 그 노인이 자신보다 서클이 높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밝혔다.
보통사람이라면 흑마법사라는 사실에 놀라겠지만 판타지 소설에 익숙한 나는 흑마법사든 마법사든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들은 소녀는 놀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루셀이라는 이름을 밝히고 나를 따라서 여행을 시작하겠다고 하였다.
혼자 다니는 것에 싫증이 났던 나는 단번에 수락했다.
하지만 어느 날 루셀이 사람들에게 흑마법사라는 사실이 들통 나고 루셀은 흑마법사의 동료라는 의심을 받는 나를 살리기 위해서 나를 공격하더니 그대로 도망갔다.
나는 루셀이 떠나가자 쓸쓸함에 여행을 마치고 한 촌락 마을에 정착해서 살아가기로 했다.
너무 여행만 하니까 사람의 체온이 그리웠다. 마을에 정착해서 사는데 옆집에 사는 소녀가 무척이나 나를 잘 따랐다.
나도 귀여워서 그 애를 잘 보살펴주고 사탕도 주고 볼에 뽀뽀도 해주면서 잘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촌락 마을에 오크들이 쳐들어왔다.
익스퍼트인 나는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었지만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고 오크를 한 20마리 정도 베니까 한계가 오더라.
이미 마을은 오크에 의해서 불타올랐고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죽었다.
남은 것은 한계에 다다른 나와 내 뒤에서 몸을 떨고 있는 루이나 뿐.
근데 그 때 기적이 일어나서 어마어마한 오러를 피워내는 익스퍼트들과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검의 주인 소드 마스터가 나타나서 오크들을 물리치고 나와 루이나를 구해준 것이다.
그 때 루이나의 정체를 알 수 있었는데 루셀 이상으로 충격을 주었다.
그녀의 정체가 바로 대륙 최강국이며 단 하나뿐인 제국인 레펜하르트 제국의 황녀이며 후계자라는 것이었다.
남의 고통을 알아야 자신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는 황가의 사상에 의해서 황가의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8세부터 13세까지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평민의 밑에서 평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루이나는 울며불며 나와 떨어지기 싫어했지만 내 (기사들의 협박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설득 때문인지 나중에 나를 만나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다시 황궁으로 돌아갔다.
나랑 같이 황궁으로 가자고도 했지만 귀족들의 생활은 눈치가 보여서 거부했다. 나는 귀족 체질이 아니다.
자유를 구속당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도 싫었다.
그 때 루이나가 눈물을 흘리려고 하자 기사들이 분노하면서 내 목을 치려고 했지만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 작품 후기 ============================
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