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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209화 (209/248)

# 209

209화

삼두룡에게서 솟아오른 검은 파장이 회오리쳤다.

화르륵!

그러자 검은 소용돌이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아이스 램파트가 와르르 무너졌고, 그물망처럼 놈을 속박한 광휘의 벽마저 소멸됐다.

찬영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무력감이라니…….

무려 네 명의 갓피스가 쏟아부은 공세였고, 서로의 호흡 또한 정확했다.

한데 저 소용돌이는 순식간에 공격들을 무효화시키고 있었다.

“넌 누구지?”

치켜 뜬 레드 드라켄의 눈동자를 찬영이 노려봤다.

방금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레드 드라켄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말해!”

숨죽이고 있던 레드 드라켄의 주인이 말했다.

-놀랍구나, 아직도 갓피스 따위가 존재하고 있다니……. 자멸을 겪고도 그 뿌리가 남아 있단 말인가?

‘갓피스가 자멸을 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얘기에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찬영은 잠시 그 질문은 접어 두기로 했다.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네가 후크인가?”

-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갓피스여.

대답을 듣는 그 순간, 찬영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존재들이 있었다.

뉴 빌드, 후크 등과 연관이 있으며 그들을 전부 하찮은 존재라고 업신여길 만한 존재들.

놈들이 올드 원 혹은 차원다리의 지배자가 아닌 이상 그들은…….

‘6인의 선지자……!’

전대 갓피스들의 교감을 통해 보았던 기억 속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던 존재들이며 알고 있는 한, 뉴 빌드의 지휘권을 가진 존재들.

“너희들, 6인의 선지자였구나.”

그들이 후크 곁에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에 대해 어떻게 알지?

여유롭던 놈의 목소리에 여유가 조금 사라진 게 느껴진다.

‘그래, 알아도 잘 알지.’

찬영은 이를 뿌득, 갈았다. 그들이 후크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왕성에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조만간 찾아가마.”

긴 얘기는 이 순간 필요 없었다.

대화는 끝이다.

레드 드라켄의 눈동자 위로 아슬란을 내리찍었다.

콰직!

예상은 했지만…….

놈의 눈동자 앞에서 아슬란이 튕겨져 나왔다.

‘역시 암흑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는 건가?’

삼두룡이 공격받은 뒤 검은 소용돌이는 더욱 거세졌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튀어나와 자신의 어깨를 잡았다.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자 툴챠를 쥔 제이나가 보였다.

“여길 벗어나야 해요!”

그녀의 말이 옳았다.

* * *

황급히 소용돌이 범위에서 벗어난 후 제이나가 물어 왔다.

“이제 어떡하죠?”

딱히 자신에게 향한 건 아니다.

모두에게 하는 질문 같았다.

하지만 모두 대답이 없었다. 찬영 또한 달리 특별한 방책이 생각나진 않았다.

유일하게 드는 생각은 하나…….

“저 검은 소용돌이가 지금까지의 공격들을 무효화시킨 것 같군요.”

크아앙!

그사이에도 레드 드라켄은 피어를 일으켜, 몸에 남은 속박들을 전부 해체시키고 있었다.

조만간 우리를 향해 덮쳐들겠지.

찬영이 삼두룡을 쓰러트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로레인이 말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 한 번 더 초 치는 것 같지만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어.”

그녀 말대로 안개들이 걷혀 가고 있었다. 절대적인 방어가 가능했던 안개.

하나, 설상가상.

이제부터는 재사용 시간이 시작된다.

안개 없이 싸워야 한다.

그건 글로리의 크투가가 주었던 이동 및 공격 속도 버프 역시 마찬가지일 터.

“압니다.”

최악의 상황인 것에 동의한 후 놈을 노려봤다.

‘대체, 저 검은 소용돌이는 뭘까?’

순식간에 신성력, 마나를 포함한 전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소용돌이.

하지만 다행인 것도 있다.

“그래도 공격성을 갖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있었다면 진작 바람에 닿는 순간 몸이 녹아내렸을 거다.

어디까지나 레드 드라켄의 전신을 보호하는 방어벽 같은 게 틀림없다.

‘금강신장 같은 방어 기술일 거야.’

금강신장도 총합 가치 이하의 암흑 마력은 무효화시키질 않나, 그것과 같은 이론이라면…….

‘저 검은 소용돌이도 우리의 공격을 그런 식으로 무효화시킨 걸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 아쉽다.

‘적어도 그것만 완성됐다면…….’

우스 동력기를 통해 작업한 ‘????’가 완성만 됐다면 분명 쉬운 상대였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우리의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언제까지 놈의 공격을 막아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로레인이 자신의 생각을 읽은 것 같이 정확히 맥을 짚어 냈다.

그 말대로 딱히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타콰의 절대 방어가 사라진 지금은…….

“하지만 놈도 마찬가집니다.”

찬영은 대답과 함께 금강신장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총합 가치를 매번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이제껏 쌓아 온 스텟들과 착용한 장비들은 결코 그 수치가 5만보다는 낮지 않을 것이다.

레드 드라켄 역시 공격과 방어 모두를 포함해 측정된 가치일 터.

“제가 착용한 이 갑옷에는 암흑 마력의 항마력이 있죠. 모든 외부 공격을 차단하는 놈의 가죽처럼 저보다 낮은 수준의 공격은 무효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끝도 없을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것이요?”

글로리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쿠쿠쿵!

찬영이 그 질문에 막 대답할 무렵 지진이 일었다.

레드 드라켄이 완벽히 포박을 해체하고 검은 소용돌이를 거둬들였다.

츠츠츠!

입안에서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날개를 양옆으로 쫙 펼치는 레드 드라켄.

-크아아앙!

또 한 번 피어를 일으킨 녀석과 함께 찬영이 르리에 문을 열었다.

“이건 또 무슨 짓이오!”

난데없는 그의 행동에 글로리가 소리쳤다. 예전의 일이 떠올라서 더 당혹스러운 거겠지.

“그때와는 다릅니다. 지금은 감정에 휩쓸린 게 아니에요. 이 중에 놈의 공격에 완벽히 방어가 가능한 분이 있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할 줄 알았고, 그래서 이 질문을 던진 거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에요. 우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젠 그나마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해요.”

“대체 그 최선의 선택이 뭔데!”

로레인이 물었고, 곧바로 그 질문에 대답했다.

“놈에게 먹히는 겁니다.”

화르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개의 머리가 일제히 불길을 토해 냈다.

‘이런!’

더 길게 말싸움 할 시간이 없었다.

“타우린!”

그의 말에 따라 타우린이 돌을 일으켜 일행의 앞을 가로 막고, 찬영이 그 앞에 아이스 램파트를 중첩해 일으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빠르게 부서지고 녹아내리는 장벽.

‘이대로는 안 돼!’

동료들이 불을 피해 문으로 뛰어들 시간은 벌어 줘야 한다.

찬영은 튀어올라 솟아오른 얼음 장벽 위로 몸을 날렸다.

화르륵!

이어서 정면으로 쏟아지는 불꽃.

‘금강신장.’

하나 전신을 두른 얇은 막이 스파크를 튀며 불꽃에 저항한다.

그 덕에 통증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브레스 안에 몸을 내던진 온몸이 황금빛 광휘로 물들었다.

‘천혜금골天惠金骨.’

당연히 알고 있는 대로 레드 드라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까보다 아플 거다.’

받은 그대로 돌려주는 리플렉션 필드와는 달리 이건 200%로 돌려주니까.

-키에에엑!

울부짖으며 불에 휩싸인 놈과 함께 일렁이던 불꽃들이 삽시간에 뜨거운 수증기를 발하며 사라졌다.

“서둘러요!”

설득하고 말고 할 시간이 없다.

그 순간 제이나가 물었다.

“성공할 수 있어요?”

“예상대로라면요.”

“아니면요.”

“다른 걸 생각해 봐야죠. 난 돌아갈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에요. 알잖아요?”

“믿어요.”

제이나가 별안간 입을 덮쳤다.

강하게 입술을 탐닉한 그녀가 여운이 남는 눈빛과 함께 르리에 문으로 몸을 던졌다.

“젠장! 반드시 돌아와!”

고민하던 로레인도 그녀를 뒤따랐고, 글로리가 찬영의 손을 꽉 잡았다.

“또 빚을 지는군.”

“그래야 계속 보죠.”

미소 지은 찬영과 함께 글로리가 돌아섰다. 그 와중에 타우린이 글로리의 손을 벗어나 찬영에게 이마를 맞댔다.

-정령왕아, 같이 있으면 안 돼?

“넌 네 몫을 충분히 다 해 줬어. 지금부터는 내가 해내야 할 일이야. 금방 돌아갈게.”

-정말이지?

조용히 녀석의 이마를 툭툭 두드리며 글로리에게 타우린을 맡겼다.

문 안쪽으로 들어가며 한 번 더 글로리와 자신을 돌아보는 녀석.

하지만 아쉬워도 가야 할 길이다.

‘해제.’

탁.

동시에 르리에 문을 닫았다.

그사이 레드 드라켄이 반사된 불길을 빠져나와 육중한 몸을 털었다.

저벅저벅.

한결 마음의 짐을 던 찬영은 레드 드라켄을 노려보며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크르르…….

레드 드라켄도 머리를 털며 잔뜩 적의 가득한 눈동자를 굴렸다.

쿵! 쿵!

레드 드라켄의 세 개의 머리가 포효하며 찬영에게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렇게 여섯 개의 눈을 마주한 순간, 놈의 꼬리가 날아왔다.

‘블링크.’

사라진 찬영이 나타난 곳은 레드 드라켄의 머리 앞.

‘에어 펀치!’

더 망설일 건 없었다.

펑!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의 풍광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이어서 쏟아진 놈들의 불길이 풍광을 가렸다.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열기가 걷혀져 갈 때쯤 주위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기다렸다.’

이 순간 찬영은 쫙 벌린 레드 드라켄의 혓바닥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그는 그 안으로 들어가길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콱!

그다음 드라켄의 입이 닫힌 건 순식간이었다.

-크아아앙!

숙적을 제거한 만족감 때문일까?

드라켄이 기분 좋게 포효했다.

* * *

좌우로 몸이 흔들리며 끊임없는 홀이 나온다. 홀과 홀의 연결점을 따라 휘말려 가다 보니 흔들리는 내장 속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끈적한 타액에 반쯤 젖은 몸을 일으켜 진동이 일고 있는 놈의 장기 한가운데를 걸었다.

‘날고 있는 건가?’

흔들림을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나저나.’

호흡이 서서히 가빠지고 있다.

이 안엔 강한 독성이 가득하고 산소가 부족하다.

베아트리체의 중화와 각종 심법으로도 쉽게 차단되지 않는 독성.

초고열의 불길을 쏴 대는 위장 덩어리 안이니, 그럴 수밖에.

어쨌든 목표한 대로 놈의 몸통 안에 들어왔으니, 이제…….

지잉.

찬영은 아슬란을 쥐었다.

여기가 놈의 어떤 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의 출혈을 감당해 낼 생물은 그리 많지 않다.

‘몬스터라도 그건 다르지 않아.’

있는 마나를 모두 끌어 모아 오라를 일으킨 뒤 아슬란을 휘둘렀다.

쐐액!

이제 곧 끝이 나겠지.

쐐액, 쐐액!

찬영은 있는 힘껏 놈의 장기의 외벽을 베었다. 그럴수록 어마어마한 양의 출혈이 일었다.

몸에 묻는 점성

다 더 농축된 녹색의 점액, 놈의 피일 것이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울림이 안을 가득 매웠다.

-그오오오!

‘비명!’

놈이 울부짖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 생각에 이른 그때, 디디고 있던 바닥이 거꾸로 뒤집혀지기 시작했다.

‘추락하고 있어!’

뒤집히는 몸을 지탱하며 진공나찰보로 균형을 잡았다. 자신의 공격이 통한다는 걸 확신한 순간이었다.

‘마지막이다!’

끝에 도달해 간다는 걸 직감했다. 어디로 추락하고 있는 것인진 모르지만 내부에서의 공격이 통한다는 걸 확인한 이상, 놈의 숨통을 확실히 끊어야 한다.

찬영은 알고 있는 모든 공격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래비티 필드 중첩, 아이스 스피어, 염왕권!’

마나가 닿는 대로 생각나는 모든 공격을 놈의 내부를 뛰어다니며 휘둘렀다.

온갖 공격들이 놈의 장기를 찢고 부수자, 놈의 피들이 각종 벽에서 콸콸 쏟아졌다.

‘아이스 램파트.’

얼음 장벽이 위장 안에서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하며, 주위를 얼리기 시작했다.

하나 찬영은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빠져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놈의 숨소리가 아직 느껴진다.

거기다 뒤집히던 공간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어떻게?’

발을 디딘 찬영의 눈에 띈 건 서서히 재생되기 시작한 놈의 장기들.

‘무한 재생력까지 갖췄다고?’

생각 못한 변수.

외벽과는 달리 놈의 내장 기관은 어마어마한 속도의 재생력까지 갖추고 있었던 거다.

방금 전 아이스 램파트마저도 더 자라나지 못하고 놈의 재생력에 녹아 버렸다.

“하아, 하아.”

최악의 상황.

하지만 끝날 때까지 여기선 나갈 순 없다.

‘계속…… 계속 공격해야 해……!’

찬영은 이 기회를 살려 놈의 숨통을 끊어야만 했다.

그렇게 반쯤 덮인 눈꺼풀을 애써 치켜뜨며 쥐고 있는 아슬란의 감각마저 둔해지던 그때.

-????가 완성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갑자기 창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하지만 가뜩이나 흐릿한 의식에서 창을 눈여겨 볼 재간은 없다.

탁.

아니, 이젠 아슬란까지 놓쳤다.

다시 쥐어야 되는데…….

어느새 의도와 다르게 한쪽 무릎까지 풀렸다.

일어나, 일어나야 돼.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스스로 되새겼다.

-두려운가?

그다음 순간 빛의 입자들이 인벤토리에서 제멋대로 빠져나와 두 눈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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