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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159화 (159/248)

# 159

159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꿈인가?”

로일 영주가 물었다.

그만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기 힘든 것들이었다.

처음엔 작은 빛이었다.

하지만 그 빛은 어느 순간 난전이 된 해안가를 뒤덮었다.

시선을 뗄 수 없는 빛이었다.

모두가 보았다.

해적도, 영주도, 영지에 속한 병사 등 전부가…….

빛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서 해적은 쓰러졌고 아군은 생존했다.

그 뒤로 그를 따르는 무리가 해적을 무수히 베며 뒤를 쫓았다.

“아닙니다. 하지만…….”

고개를 저은 오르테즈가 말끝을 흐렸다.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 맞다.

하지만 이건 분명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공할 전진 속도다.’

빛을 선두로 시작된 그 전진은 주변을 가득 메운 해적들을 해안가에서 빠르게 몰아냈다.

기사들이 곳곳에서 외쳤다.

“적들이 해안가 뒤로 퇴각합니다!”

정말 그러했다. 원을 그리듯 도열한 방원 진, 그 주위를 가득 메웠던 해적 떼가 사분오열 흩어지며 해안가 안쪽으로 물러났다.

그때 빛의 대열에서 나눠진 한 대열이 로일 영주에게 빠르게 접근해 왔다.

“길을 열라!”

영주가 병사들과 함께 해적들을 빠르게 베어나가며 그들이 다가오기 쉽게 활로를 열었다.

아군인 건 확실했다.

정체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질문은 필요 없었다.

조우한 순간 영주의 눈빛에 이채가 흘렀다.

아는 얼굴이다.

“로레인.”

영주가 나직이 읊조리던 사이 로레인이 접근했다.

곁에 있던 동료와 영주의 병사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주위를 벽처럼 막아섰다.

“영주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로레인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일어나게.”

말에서 내려온 영주가 로레인을 일으켰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말을 잇던 영주가 로레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게 됐다.

“갓……피스?”

로레인 눈 속에 보이는 저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 영주가 모를 리 없었다.

“그대가?”

믿기지 않아 다시 묻는 영주.

그에게 로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됐습니다.”

그녀는 한때 1대대에 속했던 생활을 떠올리면서 영주에게 대답했다.

이렇게 돌고 돌아 그를 다시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놀랍군, 놀라워! 이곳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놀랍거늘, 그대는 여러모로 나를 경악케 하는군.”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십니다.”

담담한 눈길의 로레인이 멀리, 황금빛 서기를 일으키고 있는 찬영을 향했다.

정말이다.

그는 이제 막 움직였을 뿐이다.

* * *

찬영은 그도 모르는 새 어느 순간 뒤따르는 무리와 떨어졌다.

섬뢰보의 발전된 형태인 광속섬뢰보와 북빙진기의 결합.

그게 가속도를 일으킨 것이다.

휙휙.

바람이 칼날처럼 소리를 낸다.

그런데 이 위에 방어력이 보태졌다.

자신에겐 눈부시지 않은 따뜻한 햇살과 같은 광휘.

붓다의 금강신장.

“크헉!”

부딪친 해적이 날아갔다.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금강신장에 부딪치는 해적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투투투툭!

하나같이 폭풍에 휘말려 날아가듯 힘없이 날아갔다.

쿵! 쿵!

붕 떠올랐다가 바닥을 뒹군 시신들은 하나 같이 가슴이 함몰됐다.

입고 있는 갑옷은 물론, 뼈까지 부서졌다.

쿵! 쿵!

하지만 해적과 달리 찬영은 부딪칠 때마다 미약한 진동만을 느낄 뿐이다.

중심이 흐트러지지도 체력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이 정도일 줄이야…….’

목과 어깨, 가슴, 허리 라인이 일체형이 된 비늘 갑옷.

금강신장!

제대로 시험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천혜금골.’

이전과 차원이 다른 수준급 방어력을 가져온 기술.

황금불괴신공은 다른 효과를 포함해 천혜금골의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발동이 시작되면 지금처럼 전신 위로 황금빛 얇은 실드가 생성된다.

놀라운 건 이 힘이 신성력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내 것이 아닌 힘이야.’

이런 걸 기적이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니고 있던 신성력을 쓰지 않는다.

효력이 닿는 삼십 분 동안, 여신의 신성력이 몸 안에 스며든다.

한 번도 섬긴 적 없는 그녀의 자비로운 힘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스륵!

달리는 걸 멈췄다.

더 이상 일직선상에 막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낀 뒤였다.

뒤를 돌아봤다.

달려온 길의 흔적이 보인다.

‘이 정도였나……!’

경악스럽다.

너비가 3m는 되어 보이는 함몰된 길이 고스란히 남겨졌고 해적의 시신들이 주위를 그 주변을 가득 메웠다.

꿀꺽!

해적들에겐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휩싸였고 다른 누군가는 적에 대한 분노에 이를 갈았다.

어느 누군간 탐욕스럽게 찬영을 쳐다봤다.

‘저 빛나는 걸 가져갈 수 있다면?’

영리한 누군가가 정적을 깨고 공포심을 밀어내는 욕망을 자극했다.

“저 갑옷이다! 놈을 죽이고 전리품을 가져가자!”

“우리 숫자가 훨씬 많다! 놈은 이미 힘을 많이 썼어!”

도망치거나 주춤거렸던 해적들까지 다시 돌아섰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 해적들의 뇌리를 스쳤다.

공포가 그들을 뒤덮었던 속도만큼 탐욕이란 감정이 그들을 더 빠르게 뒤흔든다.

찬영도 그걸 느꼈다.

‘다시 모인다.’

병장기를 고쳐 쥐고 다시 다가오는 적들.

물러나던 해적이 찬영을 향해 돌아섰다.

밀물 빠지듯 해안가 안쪽으로 밀려난 해적들이 해안가를 따라 쭉 도열한 적들.

“그를 도우라!”

로일 영주가 소리쳤다.

로일의 뿔피리가 울려 퍼지고 군데군데 찢어진 로일가의 깃발이 다시 펄럭였다.

바다를 헤쳐 가는 배의 형태가 그려진 깃발.

그 전포 옆엔 왕국을 상징하는 은색 왕관이 새겨진 또 하나의 깃발이 있다.

왕국의 깃발이다.

두 개의 깃발이 펄럭이자, 얼마 남지 않은 영주의 병력이 기마병을 앞세워 달렸다.

두두두!

해안가 한가운데 선 찬영의 앞뒤로 해안을 등진 영주의 병력과 재배치한 해적이 고함을 지르며 몰려들었다.

땅이 울린다.

그 진동이 모래밭을 디디고 선 찬영에게 명료히 전달됐다.

‘아슬란.’

아슬란이 손에 잡혔다.

심비 처치로 인해 획득한 건 붓다의 유산만이 아니다.

‘+1 업그레이드권’이 있다.

찬영은 눈을 들었다.

아슬란을 쥐자마자 나타난 익숙한 창.

-아슬란 +2

많은 게 바뀌었다. 외관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파생된 효과는 이번에도 굉장했다.

스륵.

찬영이 쥐고 있던 아슬란을 달려오고 있는 해적을 향해 겨눴다.

뿌연 모래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그들을 차분히 노려보는 찬영.

이제 그의 눈엔 일말의 자비심 따윈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곳까지 오며 더 많은 전투를 겪었다.

강렬한 적의敵意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음에도 조금의 두려움이나 흥분감이 없다.

세 개의 심법이 제각기 역할을 하며 더 차분하고 차가운 이성을 유지시켰다.

하지만 전투와 어울리지 않는 차분함이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그동안의 숙련된 경험과 수련이 가져온 실력에 대한 확신.

아슬란을 쥔 이 손에서 단 한 번도 피가 흐르지 않은 적이 없다.

누구보다 더 휘둘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매일 훈련했다. 그리고 이젠 모두가 부른다.

‘소드 마스터.’

찬영의 눈빛이 푸르스름하게 물든 순간.

해적이 탄 기마대가 먼저 접근했다. 영지 병력의 기마를 빼앗은 자들이다.

‘바인드.’

찬영이 주문을 일으켰다.

키란의 반지가 빛을 일으켰다. 캐스팅 시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문과 동시에 마법이 완성되는 신기神奇가 펼쳐진다.

수십 방향으로 뻗어나간 넝쿨.

쿠쿠쿠!

땅 밑을 빠르게 유영한 넝쿨이 빠르게 솟아오르며 윤곽을 드러냈다.

“땅 밑에 뭐가 있다!”

“막아!”

넝쿨의 등장에 해적들이 소리쳤다.

알아차린 건 가상했으나 이미 늦은지 오래다.

콰득!

순식간에 뱀처럼 솟아오른 넝쿨이 기마대 선봉을 무력화시켰다.

헤어나려 해도 소용없다.

5서클 마법 이상의 마법, 혹은 그에 상응하는 힘을 펼칠 수 있는 소유자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놈을 죽여!”

“마법사를 죽여라!”

바인드에 당하지 않은 기마대가 계속 몰려왔다.

‘그래비티 필드.’

그건 중력장도 마찬가지다.

쿠쿠쿵!

20회 중첩된 중력장이 내려앉은 곳은 그 자체로 지옥이었다.

신체 일부만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찬영은 조금의 자비도 두지 않았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잔혹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걸 안다.

저벅저벅.

바인더와 중력에 의해 기마대의 중간 열까지 무너졌다. 하지만 아직 기마대의 후미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해적이 있다.

두두두.

30m쯤 남은 거 같다.

‘지금!’

아슬란이 해적이 달려오고 있는 일부를 겨눴다.

그러자 검 끝에 실리는 어마어마한 풍압.

쉬쉬쉬!

폭풍이 당장이라도 찬영을 중심으로 몰아칠 것 같다.

휘도는 바람 속에서 대지의 울음소리가 급변했다.

쩌적!

말발굽 소리를 삼켜 버린 대지의 균열 사이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하얀 연기가 아니다. 더운 대기를 삽시간에 서늘하게 만드는 하얗게 센 빙하의 아지랑이다.

‘아이스 램파트 Ice Rampart.’

얼음의 성곽이 균열된 땅을 뚫어 버리고 솟아오른다.

구구궁!

“멈춰!”

“제기랄!”

“멈추라고 해! 말머리를 돌리란 말이야!”

그러나 기마대는 한 둘이 아니다.

뭉쳐 달리던 기마대는 갑작스러운 장애물에 대비하기 힘들다.

멈추는 순간.

“크아악!”

앞에서 달리던 기마병들이 뒤따라오던 기마병들과 충돌하며 넘어지자, 더 뒤에서 돌진하던 기마병들에게 짓밟히고 부딪쳐 땅을 나뒹굴었다.

얼음 성곽에 부딪친 대열의 붕괴.

기마대를 믿고 뒤따르던 해적들이 경악하며 얼음 성곽을 올려다보았다.

쿠쿵!

머리를 훌쩍 넘어 솟아오른 6m의 성벽.

찬영은 어느새 그 위에 올라와 있었다.

“저, 저기 있다!”

경악한 해적이 손끝을 돌려 찬영을 가리켰다.

“올라가자!”

“놈이 벽 위에 있다!”

환히 비추는 태양을 등진 그가 푸른빛의 검신을 들어 올렸다.

푸른 검신이 태양빛을 받아 번쩍인 그때.

혼란에 휩싸인 해적들 한가운데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이, 이게 뭐야……?”

자신의 수염을 더듬거리던 한 해적이 어느새 살얼음이 낀 수염을 느꼈다.

그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돌아본 해적의 곁에 있는 동료들의 눈썹이 하얗게 서렸다.

‘미친…… 여길 빠져나가야 해.’

해적이 소리쳤다.

“도망쳐!”

멀리 지켜보던 찬영의 입술이 달싹였다.

“……늦었어.”

해적들의 한 가운데 몰아친 눈보라.

그게 불러온 것은 푸른빛의 막이었다.

아슬란이 주인으로 섬기는 자의 강림을 뜻하는…….

‘아이스 랜드.’

반경 14m로 퍼져 나간 막이 삽시간에 해적들을 가득 채워 빠르게 얼어붙었다.

모래밭 위에 마치 돔과 같은 반구형의 푸른 막이 생겨난 것이다.

그 속에 갇힌 해적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비명을 지를 여유도 없다.

“으아악!”

수염에 살얼음이 낀 해적은 계속 달렸다.

얼어가는 동료들을 지나치면서 눈을 반쯤 감고 달렸다.

‘저기까지만……!’

손을 뻗어 반구형의 막을 벗어나기 직전.

그림자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쿵!

땅에 착지한 찬영을 보자마자 해적이 공포심에 짓눌려 바닥을 뒹굴었다.

“제, 제발 살려 줘.”

찬영은 바닥을 기어가는 그를 조용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해적의 바지 밑이 축축해졌다.

누린내가 코를 찌르던 그때, 찬영이 해적에게 물었다.

“뭘 할 수 있지?”

“살려만 준다면 뭐든 할게!”

“착각하는군.”

찬영은 무너진 얼음 성벽 뒤로 몰려오는 로일 영주의 깃발을 보았다.

“그런 기회 따위…….”

찬영이 돌아섰다.

“너희에겐 사치야.”

비인간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잔인해지지 않으면, 잔혹해지지 않으면 바로 설 수 없는 세상이다.

찬영은 그 생리를 깨달아 버렸다. 점점 심장이 차가워진다.

프라이의 아슬란이 자신의 이름으로 바뀐 것도 그 때문일까?

-양찬영의 아슬란 +2

세트 형 : 프라이의 북빙진기 보유 시 북풍천하北風天下 발동 가능

-가치 : 12,300

-효과 A : 적중 시 빙결 효과 발생

-효과 B : 마나 520 소모 시 주문 없이 5서클 아이스 헬릭스 스피어 발동.

-효과 C : 아이스차징 40회 연속 시전, 회당 마나 100 소모.

-효과 D : 마나 1,200 소모 시 반경 14m 주문 없이 5서클 아이스 랜드 발동.

-효과 E : 마나 3,000 소모 시 아이스 램파트 발동(지정 지점 중심부로부터 길이 3km, 높이 6m)

힐끗, 창에서 시선을 뗀 찬영의 눈빛은 더 없이 싸늘했다.

해적도 찬영의 대답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 대답으로 느낀 것이다.

삶이 끝났다는 걸.

찬영은 그를 두고 돌아섰다.

저 멀리, 강한 적의와 힘이 느껴진다.

“……군다 바오트!”

찬영은 직감적으로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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