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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158화 (158/248)

# 158

158화

* * *

“로라! 도개교를 내려요!”

갑판 위에 있던 로레인이 외치자마자 강제 정박한 선박이 도개교를 내리기 시작했다.

개전이다.

도개교 위에 모래 바람이 뿌옇게 피어올랐다.

“쳐라!”

그녀가 제일 먼저 도개교 위를 박찼다.

먼지 속으로 몸을 던진 그녀의 뒤로 안두아 섬에서 구출 된 병사들이 뒤따랐다.

열세 척에 이르는 범선들의 등장.

그건 위기에 몰렸던 로일가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지원군이 왔다! 센터스시의 지원군이다!”

국경 수비대 소속 센터스 함대의 출현에 전장에 있던 프람은 짙은 미소를 흘렸다.

센터스 함대가 어디서 갑자기 등장한 건지, 해적에 의해 장악당할 것이라 예상됐던 그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아무도 아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해적들에게 적의를 겨누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전황이 바뀌고 있다.’

전투는 사기에 의해 크게 갈리기도 한다.

죽을 각오를 했던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원군의 등장은 조그마한 희망조차 간절히 만든다.

승기를 잡던 해적에겐 그게 없다.

간절함은 늘…….

‘우리에게 있었다.’

프람이 다가온 해적을 두 명 연달아 다리와 목을 베어 버린 후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히 주위엔 해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을 이끌어 줄 수장이 없어 보인다.

놈들이 혼란에 휩싸이는 게 피부에 느껴질 정도.

‘승기를 잡을 때 몰아붙여야 한다.’

프람은 눈을 돌려 해적이 몰려 있는 한 수송선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그곳에 모인 녀석들은 다가온 적들만 벨 뿐.

먼저 덤비지 않는다.

이동하는 검은 거포를 지키기 위해서인 게 분명하다.

‘성벽을 날려 버린 그 광경…….’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분명 그 보랏빛 광선과 관련이 있는 무기다.

‘잡는다.’

프람은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여세를 몰아라! 호위대는 나를 따르라!”

프람이 선두에 서서 빠르게 검은 별을 향해 이동했다.

수석 행정관의 호위대.

로일가의 8대대가 맹수처럼 움직였다.

* * *

“좋지 않군. 좋지 않아……”

말론은 검은 별이 올라설 수 있게 철판으로 특수 제작된 도개교에 서 있었다.

전황이 바뀌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갑자기 등장한 저 범선과 그 범선에서 내린 지원군 탓이다.

‘드워프를 잡았어야 했거늘…….’

두 명의 드워프는 검은 별을 개량시킬 중요한 열쇠다.

뼈아픈 실책인 셈.

하지만 완성된 검은 별을 적에게 빼앗기는 것보단 덜 아프다.

“말론님, 수송이 끝났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마침 수송선의 항해를 맡은 항해장이 다가왔다.

“수송하라.”

그가 항해장에게 그리 말한 뒤 함께 돌아설 때였다.

승선하는 그의 등 뒤로 화살 한 대가 날아왔다.

쐐액!

말론이 창을 휘둘러 화살을 반으로 쪼개 버리며 돌아섰다.

열 댓 명 정도 되는 기사들이 보였다. 다가오는 걸 보아하니, 출항을 방해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감히……!’

말론은 항해장에게 말했다.

“출항하는 데 얼마나 걸리지?”

“이, 이 분 정도면 됩니다.”

늦다. 이 분 안에 놈들은 도착한다.

까다로운 적이라면 출항을 방해할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겠군.’

말론이 품속에 있던 푸르스름하고 둥근 마법구를 항해장에게 전했다.

통신 마법구처럼 생기긴 했으나 그런 게 아니다.

그동안 연구해 온 기록 등의 집약체가 이 안에 저장되어 있었다.

이걸 항해장에게 넘기는 이유는 단 하나.

“선지자들께 전하라. 나 말론, 맡은 바 소임을 다 이루지 못한 것을 용서하시라고.”

사실 말이 그렇지, 말론은 검은 별을 잃는 것이 두려웠다.

‘어차피 검은 별을 제대로 수송하지 못하는 이상, 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선지자들께선 자신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미 폭발 실험까지 갑자기 나타난 무리에 의해 차단된 마당에 검은 별의 수송까지 이루지 못한다면?

살아 돌아가 봐야 더 끔찍하게 죽을 것이고 신이 될 영생의 기회를 놓치는 게 될 것이다.

순교자로 남는 것보다 두려운 일이다.

“나의 승선과 상관없이 배를 출항시켜라.”

말론이 도개교에서 내려갔다.

* * *

“배가 떠난다!”

프람이 해안가를 벗어나기 시작한 수송선을 보며 더욱 이를 악물고 뛰었다.

배가 떠나기 전에 잡아야 했다.

그 순간 검은 연기가 프람과 기사들의 시야로 날아왔다.

“피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프람이 소리치며 옆으로 몸을 굴렀다.

“끄아아악!”

연기를 피하지 못한 기사가 온몸이 연기로 휩싸인 채 날아올랐다.

투투투툭.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의 사지가 통재로 찢겨 바닥으로 추락했다.

핏덩이가 되어 버린 기사와 함께 그 시신 위로 검은 연기가 스륵 내려앉았다.

쐐애액.

검은 연기가 다시금 형체를 일궈 내면서 2m의 형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쓰고 있던 로브를 벗은 말론의 장발이 찰랑였다.

그 사이로 서늘한 시선을 굴린 말론이 다시 일어나는 프람을 노려보았다.

프람도 마주하며 물었다.

“배를 어디로 보낸 것이냐?”

배는 빠르게 시야를 벗어나고 있었다.

“너희 왕에게 보냈다.”

말론이 미소 지었다.

프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역시, 그랬군.’

수도로 향한 배를 막았어야 했건만…….

‘늦었다.’

프람이 검을 고쳐 쥐었다.

“너를 베고 배를 쫓겠다.”

“용기가 가상하군. 기사여.”

말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프람이 달렸다.

피어오르는 오라.

오르테즈보다 한층 더 짙은 오라다.

말론은 비웃었다.

이유가 있어 차원의 돌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힘이 없더라도 이런 기사쯤은…….

‘충분하지.’

말론이 기사들을 휘젓고 다녔다.

말론의 빠른 이동에 휩쓸린 프람의 기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타닷!

이를 본 프람이 말론을 쫓았다.

다시 검은 연기가 된 말론이 프람을 놀리듯 그의 시야를 덮었다.

“어림없다!”

프람이 오라 맺힌 검을 휘둘렀다.

연기는 검 사이로 갈라지며 프람의 등을 선회해 날았다.

“끝이다.”

본체를 드러낸 프람이 그의 등 뒤로 창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그 역시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

바닥을 구르며 창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말론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뱀의 눈동자.’

한 수 아래인 놈의 움직임이 더 선명히 보인다.

“네 약점이 보이는구나!”

암흑 마력은 제사장에게 주어진 권능.

그건 신의 힘이다.

자신보다 수준 낮은 검사의 검 따위에 베이지 않는다.

쐐액!

검이 빠르게 말론을 스쳤다.

그때마다 말론은 뱀의 눈동자를 통해 프람을 들여다봤다.

모든 공격이 막혔고 방어할 때마다 피가 흘렀다.

프람은 지쳐갔다.

그리고 조금씩 깨달았다.

‘내 움직임을 알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놈에게 아무 타격도 주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 생각에 이른 순간, 말론의 창이 프람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크흣!”

프람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검을 바닥에 내려찍어 겨우 쓰러지지 않은 프람.

‘망령의 개.’

말론은 그마저도 모자랐는지 두 마리의 망령의 개를 소환해 프람을 향해 날렸다.

망령의 개는 상대의 공포심에 따라 더 강해진다.

어둠의 그림자 두 개가 프람의 다리를 물었다.

“크흣!”

하지만 프람은 개에게 물린 상태에서도 걸음을 옮겼다.

공포심이 크다면 즉사까지 시키는 망령의 개들.

그런데 놈이 계속 움직인다.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

말론이 계속 움직이려는 프람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그래 뭐든 상관없다.

“이만 죽어라!”

말론이 창을 프람의 목을 향해 휘두른 그 순간.

미동 없던 프람이 눈을 들며 몸을 틀었다.

푸욱!

그의 마지막 반항으로 말론의 창이 애초 목표했던 목이 아닌 그의 어깨를 꿰뚫었다.

한데 프람의 눈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아직이다…….”

“뭐?”

그 순간 미동 없던 프람이 자신을 꿰뚫은 창을 더욱 몸 안으로 쑤셔 넣었다.

“왕국을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낸 그의 검이 향한 곳은 말론의 심장.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였나!’

말론은 황급히 연기가 되었으나 너무 가까이 있던 터라, 그의 검을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다.

푸욱!

연기가 되기 직전 허리가 베인 말론이 소리를 지르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크윽.”

말론은 화가 났다.

저따위 기사에게 베이다니…….

‘수치스럽구나!’

그가 망령의 개들에게 소리쳤다.

“먹어라. 전부 먹어 치워!”

“끄아아아!”

프람이 비명을 질렀다.

망령의 개들이 정신없이 죽어가는 그의 몸과 영혼을 먹어 치웠다.

프람은 하늘을 봤다.

해를 가린 먹구름이 보였다.

‘여신이시여. 왕국을 지키소서.’

그의 소원은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의식이 흐려졌다.

고통스럽기는 했으나 마지막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끝까지 왕국을 위해 싸웠질 않나.

‘그거면 됐다.’

무거워진 눈꺼풀을 더는 이기지 못할 것 같다.

프람이 파르르 눈을 떨며 눈을 감은 그때.

간절함에 여신이 응답한 걸까?

혹은 그의 신념을 축복하려는 걸까?

구름이 지나고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햇볕이 그의 눈 위에 따사롭게 내려앉았다.

프람은 햇살에 기분이 좋아졌다.

고통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게 기분 탓이라는 걸 안 건 귓가에 들려온 또렷한 목소리 덕분이었다.

“눈을 뜨십시오!”

프람은 한 남자를 봤다. 남자의 몸에서 은은한 황금빛이 흐르는 중이었다.

여신이 보낸 걸까?

“부탁합니다. 부디 왕국을 구해 주시오.”

프람이 쥐어짜듯 입을 떼며 손을 뻗었다.

찬영은 그 손을 맞잡았다.

체온이 급격히 식어가는 게 느껴진다.

이미 그는 죽어 가고 있었다.

‘편히 쉬십시오.’

찬영은 안겨 있는 프람을 내려놓았다.

일그러졌던 프람의 얼굴이 미소로 변해 있었다.

그사이 말론이 망령의 개를 또 다시 소환했다.

‘믿기질 않는군.’

갑자기 나타난 놈에게 망령의 개 두 마리가 꼼짝 없이 소멸됐다.

두 마리로는 놈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실했다.

‘망령의 개 5회 중첩.’

이거면 충분할 것이다.

“크큭.”

등을 보인 찬영에게 망령의 개 열 마리가 덮쳐들었다.

그런데 그때.

탁.

어깨와 등, 전신을 베어 문 개들 모두가 이빨을 더 박아 넣지 못했다.

매달린 채 안간힘을 써 봐도 그랬다.

아니, 그럴수록 찬영의 몸에서 흐르는 황금빛이 서린 기운이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개에 물린 채 고개를 돌린 찬영.

“널 계속 찾았다.”

로레인을 통해 그가 말론인 걸 확인받은 찬영이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그를 물고 있는 개들의 공격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으로 오며 많은 게 변했다.

심비를 잡은 것만 해도 그랬다. 놈이 남긴 보상 중 하나인 다이아 8급 박스. 그곳에서 나온 열세 개 별 중 하나인 금색 별.

황금불괴신공黃金不壞神功의 창시자, 붓다의 유산이다.

유산은 두 종류다.

그 중 하나는 몸에 착용된 디푸스 갑옷 위에 붓다의 영혼이 깃들어 새로 탄생한 붓다의 금강신장金剛神將.

-붓다의 금강신장金剛神將

세트 형 : 붓다의 황금불괴신공 시전 시, 천혜금골天惠金骨 발동.

-가치 : 12,100

-효과 A : 충격 시 보유 방어력에 추가로 120% 피해 분산

-효과 B : 낙하 시 함께 착용한 아이템 무게 0

-효과 C : 민첩성 50% 상승

-효과 D : 천혜금골 발동 시 받은 피해를 200%로 되돌려 줌(30분간 1회 사용 후 72시간 동안 사용 불가능)

-효과 E : 복마伏魔(소유자 총합 가치 합산보다 가치가 낮은 암흑 마법 피격 피해 무효화)

그리고 이 갑옷의 능력을 개방시키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심법인 황금불괴신공까지…….

“말론.”

찬영이 마저 그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말론은 자신의 온몸이 갉아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안 순간 너무 많은 게 늦어 버렸다. 가슴, 배 모든 부위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크흡…….”

말론이 비틀거렸다.

“내가 왜?”

이 고통은 분명 놈의 것이어야 했다.

방금 보낸 열 마리의 개가 물고 있는 건 분명 놈인데…….

어째서 자신이 고통스럽단 말인가?

“크아아악!”

말론이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는 개들을 말리지 못했다.

개들은 소멸되지 않는 이상, 목표한 대상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대상이 죽고 나야 사라지는 것이다.

“죽여 줘. 제발. 개들을 죽……. 끄악!”

말론이 찬영을 향해 빌었다. 하지만 말론이 살 가능성이 없었다.

찬영이 주위를 둘러봤다.

수많은 자들이 죽고 죽이며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은 전투였을 것이다.

힘들고 지친 하루가 무사히 가길 모두가 기도했을 것이다.

“너희만 없었다면…… 그랬겠지.”

찬영은 냉담히 돌아섰다. 그의 몸에 매달린 열 마리의 망령의 개가 계속 그를 탐할수록 말론의 비명은 더욱 커져갔다. 찬영은 계속 걸었다.

이제 길고 길었던 로일 성의 전투를 끝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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