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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148화 (148/248)

# 148

148화

비에리가 히죽 웃으며 주의 깊게 지붕 위를 응시했다.

안개 뒤에 숨겨진 그림자의 숫자는 하나둘씩 더 늘어났다.

그 옆 지붕에서도 여러 개의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적이다!”

비에리가 창을 겨누며 외쳤다.

그때 화살 한 발이 날아왔다.

“흐읍!”

그가 반사적으로 창을 휘둘렀다.

창대가 회전하며 날아온 화살을 쳐 냈다.

치치칙!

하지만 단숨에 꺾일 줄 알았던 화살이 근접전에서 검을 받아내는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불꽃까지 튀었다.

“흐읍!”

상상 이상의 위력에 헛바람을 들이 삼킨 비에리가 잔걸음을 치며 물러났다.

콰지직!

그러자 그가 밟았던 땅이 움푹 함몰됐다.

‘겨우 화살 한 번에?’

비에리가 한쪽 눈을 부릅떴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흥분감이 돈다.

“크큭…….”

창을 쥔 손이 짜릿하다.

‘이 정도의 일격을 받아 본 게 얼마만이지?’

그 생각을 하던 중 파공음이 재차 들렸다.

신속히 창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건 그를 향한 게 아니었다.

“커억!”

그의 곁에 있던 부하 하나가 검도 못 휘둘러보고 목에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날 놀리는구나.”

화살이 빗나갔을 리 없다.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 모인 모두를 사냥감으로 보고 있는 게 틀림없다.

“감히!”

이를 간 비에리의 눈동자가 피처럼 붉어졌다.

지지직!

그의 몸 주위로 보랏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덩달아 척추에 박힌 주먹만 한 크기의 차원의 돌이 더욱 강렬한 빛을 일으켰다.

쐐액!

화살이 그를 향해 다시 날아왔다.

하나, 이번엔 아까와 전혀 달랐다.

서걱!

순식간에 화살을 베어 버린 창날, 그 끝엔 어느새 보랏빛 오라가 솟아올라 있었다.

두세 발 연이어 날아온 화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창을 붕붕 회전시키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아까보다 세 배는 커진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크하하!”

적의와 살의, 투쟁심이 뒤섞인 비에리가 기어코 땅을 박찼다.

쾅!

단련된 허벅지의 힘만으로 뛰어오른 비에리.

순식간에 지붕 위로 짓쳐든 비에리가 붉은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어디 있느냐?’

핏빛 눈동자는 옅은 안개 사이로 숨어든 적을 찾고 있었다.

쾅!

지붕을 부수며 착지한 비에리가 석조 지붕을 무너트리며 달렸다.

이 순간 뒤에 둔 부하들의 목숨 따윈 고려되지 않았다.

투쟁심만이 그를 지배했다.

“어디 갔지?”

화살이 날아온 지점에 멈춰선 비에리가 눈을 돌린 순간.

쐐액!

화살이 다시 날아들었다.

아까보다 더 강력한 느낌이다.

돌아서자마자 오라가 솟은 창을 휘둘렀다.

콰콰콰!

보통 화살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길이의 짧은 화살인데도 쳐 내기가 쉽지 않았다.

‘밀린다!’

화살이 가진 관통력이 강해서 창이 화살을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

비에리가 기합을 넣었다. 오라의 색이 더욱 짙어지며 창이 아까보다 더 날카로워졌다.

펑!

그 힘을 이겨 내지 못한 화살이 통째로 터져 나갔다.

비에리가 창을 회전시키며 파편들을 털어 냈다.

쿠쿠쿵!

하지만 그 여파로 지붕이 밑으로 무너져 내렸다.

파밧!

비에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무너지는 지붕에 더 큰 하중을 두며 위로 솟아올랐다.

달을 등진 채 솟아오른 비에리.

“어헝!”

맹수의 울음소리 같은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 와중에도 화살이 여러 발 쏘아졌다.

비에리는 창을 휘둘렀다.

풍차처럼 휘도는 창이 빛을 발했다.

창날에 맺혀 있던 오라가 창대까지 휘감으며 퍼져나가 흐릿하게 일렁였다.

익스퍼트 상급이어야 가능한 기예.

무기를 전부 뒤덮을 정도의 오라다.

창대에 닿는 모든 게 부서졌다.

화살들로는 더 이상 그를 해할 수 없었다.

쐐액!

화살을 모두 쳐 낸 비에리는 다시 추락하듯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착지했다.

비에리의 눈에 검붉은 망토를 휘날리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이제 넌 독 안에 든 쥐다.’

비에리는 올드 원의 주문을 새겼다.

그가 새긴 올드 원의 주문은 ‘환영.’

주문은 인간의 구강구조로는 발음할 수도 없을 것 같은 기괴한 언어였다.

주문을 외우자 그의 몸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땅을 박찬 그의 몸이 분열되며 여덟 개로 늘어난 것이다.

여덟 명의 비에리가 지붕 위로 일제히 솟아올랐다.

옅은 안개가 순식간에 그의 시야를 지나쳐 공진을 휘날리며 서 있는 찬영을 드러냈다.

“더 도망가 보아라!”

찬영도 자기보다 세 배는 큰 비에리를 보며 나호스의 활을 거뒀다.

“이만하면 됐어.”

찬영은 힐끗, 지붕 아래를 내려다봤다.

차원의 돌을 이식한 건 이 녀석뿐이다.

렌즈의 붉은 표적이 놈을 가리키고 있다.

‘누가 봐도 놈이 수장이야.’

그래서 화살로 놈을 도발했다.

수장이 전장을 이탈하면 적들은 혼란에 휩싸인다.

‘이미 시작됐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로레인 일행이 난전이 벌어진 항구를 빠른 속도로 휩쓸고 있었던 것이다.

로브를 입고 달리는 로레인은 갓피스의 능력을 쓰지 않고도 해적 사이를 마음껏 누볐다.

그녀가 휘두르는 검은 경쾌하고 날카로웠다.

한 번의 휘두름에, 해적의 목이 하나씩 날아간다.

음악 선율처럼 움직이는 스텝이 한 몫 했다.

그 스텝에 맞춘 움직이는 검은 해적보다 늘 반 박자 빠르게 휘둘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본격적인 전투는 시작도 안 했다.

찬영은 비에리를 맞을 준비를 했다.

‘아슬란.’

검의 새하얀 손잡이를 오른손에 꽉 쥐었다.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꾸준히 르리에에 들러서 근력과 민첩성을 (C) 수준 즉, 800 수치까지 상승시켰다. 근력, 민첩성 관련 약초들을 꾸준히 섭취한 덕분이다. 그리고 그건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스피드, 근력 등의 상승을 불러 왔다.

바로 지금처럼.

쐐애액!

비에리는 여덟의 환영이 되어 찬영에게 창을 찔렀다. 하지만 찬영은 그보다 한 발 빨리 움직였다.

주위를 감싼 창 사이로 발을 옮겼다.

여덟 자루의 창이 일부러 찬영을 피해 간 듯 그를 스쳐 지나갔다.

‘느껴진다.’

성장한 반응 속도는 자신보다 낮은 수준인 그의 창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해 줬다.

“으아아아!”

거듭되는 헛손질에 광기가 오를 대로 오른 여덟 명의 비에리가 찌르고, 회전하며, 암흑 마력이 결집된 공격을 퍼부었다.

슉! 슉! 슉!

수십, 수백의 창이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며 찬영을 덮쳤다.

찬영은 그 그림자 사이를 피하며 물러났다.

찬영은 물러났고 비에리는 뒤를 쫓았다.

비에리가 전진하자 뒤쪽의 지붕이 와르르 무너졌다.

쿠쿠쿵!

둘의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 건물이 붕괴되었다. 찬영은 건물에 파묻히기 전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펑!

허공을 박차자마자 찬영의 발 주변에 화염 수레바퀴가 생성됐다.

진공나찰보의 구현이었다.

“어딜 도망가느냐!”

그 뒤를 비에리가 바짝 쫓았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근력으로 날아오른 비에리가 성난 황소처럼 잔뜩 독이 올랐다.

“영혼까지 꿰뚫어 주마!”

창에 흐르는 보랏빛 오라도 아까보다 더 짙어졌다.

익스퍼트 최상급을 증명하는 강렬한 색채의 오라.

몸 주변에 실처럼 풀어진 오라가 찬영을 향해 쇄도했다.

강력한 일격이 찬영의 턱 밑에 가까워졌다.

“블링크.”

그때 찬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법사? 이제껏 궁수인 줄 알았건만?’

목표를 놓친 비에리의 일격이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늦었어!”

다시 나타난 찬영이 외쳤다.

여기는 허공.

아군들은 저 멀리에서 적들과 뒤섞여 싸우고 있다. 적은 눈앞의 창을 든 놈뿐!

‘지금이야!’

“그래비티 필드 100회 중첩.”

구구구궁!

대기가 울었다.

무려, 마나 10,000을 소비한 중력의 몰아침은 온전히 비에리만을 짓눌렀다.

“흡!”

비에리가 눈을 부릅떴다.

처음엔 창 끝, 그 다음은 창대, 이제는 창을 쥐고 있는 손까지 떨려 온다.

손에서 놓칠 것만 같은 중압감이다.

“크아아아!”

포효를 터트린 여덟 명의 비에리가 압력에 발버둥 쳤다.

그러나 중첩된 대기의 압력은 한낱 인간의 힘으로 제어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쿠쿠쿵!

비에리가 중력에 떠밀려 추락했다.

츠츠츠!

반쯤 부서진 건물 위로 떨어진 비에리가 나머지 건물을 층층이 부서트리며 와르르 주저앉는 건물 잔해 속에 함께 떨어졌다.

휘이이잉!

찬영도 뒤따라 착지했다.

그 앞으로 주저앉은 건물의 여파가 먼지 폭풍을 일으켰다.

‘프리징 스킨.’

디푸스 갑옷을 근간으로 공진이 몸을 감싸고, 프리징 스킨이 바람에 떠밀려 날아오는 집채만 한 돌을 산산조각 냈다.

츠츠츠츠!

베어 나가는 소음조차 없었다.

무음의 칼날이 얼리고 베며 날아드는 건물의 잔해를 베어 냈다.

‘이젠 선이 보여.’

처음 검을 휘두를 땐 점과 점을 잇는 데에 급급했다.

북평검이든 염왕권이든 각 동작의 점을 잇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어느새 점이 아닌 선이 느껴진다.

녀석의 창을 느낄 수 있는 건 단순히 우위에 있어서가 아니다.

놈은 점만 쫓는다.

한 점, 한 점을 가격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나보다 늦어.’

수많은 점이 모여 있는 선을 자각하게 되면 점이 어디에 찍혀야 할지 훤히 보인다.

그래서 놈의 점이 어디쯤 올지 직감할 수 있었다.

오라도 마찬가지다.

마나의 점을 잇다 보면 그 점의 흐름이 하나의 선으로 뻗어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가능할까?’

시험해 보고 싶었다.

불현듯 찾아온 생각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많은 전투를 치르며 쌓여 온 경험의 총체다.

그게 무너진 둑처럼 터져 나왔다.

반드시 이 순간이어야만 했다.

찬영이 아슬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휘이잉!

퍼지던 먼지바람이 갑자기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응축된 먼지바람이 향한 곳은 아슬란.

휘감은 천처럼 아슬란을 타고 휘도는 바람은 금방 소용돌이가 되어 휘돌며 대기를 찢고 있었다.

찬영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는 그저 아슬란과 자신에게 몰입되었다.

스쳐 가는 바람마저 느끼지 못할 만큼 검에, 흐르는 오라에 집중했다.

* * *

적아 모두 땅의 진동을 일으키며 위세를 부리는 찬영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저, 저길 봐!”

제리가 외쳤다.

로레인은 또 한 명의 해적을 베면서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바람이 불고 있다.

‘찬영?’

로레인은 그의 힘에 잘게 떨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경외다.

저 멀리, 바람을 다스리는 그의 검이 보인다.

그 검이 푸른빛을 발하자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살얼음이 섞여 날았다.

츠츠츠!

그리고 솟아오른다.

검 전체를 둘러싸는 것도 모자라 검 끝을 타고 솟아오른 한 치 이상의 오라.

그리고 그 오라는 하나의 색만이 아니다.

푸른색 오라 옆에 붉은색 오라가 서로 엉키듯 뒤섞여 있다.

로레인은 들은 적 있다.

저게 무엇인지…… 뭘 뜻하는지!

“소……드 마스터……!”

대륙의 불과 다섯도 존재하지 않았다던 위력의 오라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녀는 전율했다.

이 순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곁에 있다고.

“우리에게 소드 마스터의 가호가 함께한다!”

로레인이 앞장서서 달렸다. 그 뒤를 용병단이 따랐다.

* * *

수송선에 올라탄 채, 난전에 휩싸인 항구를 보던 드레드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7인의 친위대 중 한 명인 그는 전투에 미쳐 있는 비에리가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사고를 친 것이다.

‘비에리……! 그토록 자신감 넘치더니, 패색이 짙어졌군.’

소드 마스터가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부하가 물었다.

“지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놈들이 배에 올라타지 못하게 도개교를 올려라!”

일견 봐도 전황은 좋지 않았다.

그럴 바엔 포로와 보급이라도 챙겨가야 한다.

드레드는 냉정했다.

“죽든 말든 그건 제 놈 몫이지.”

“오, 옳으신 말씀이오!”

진작 혼란 속을 빠져나온 그렉은 드레드의 배에 올라타 있었다.

힐끗, 그렉을 본 드레드가 피식 웃은 후 말했다.

“죽여.”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해적이 고개를 끄덕인 후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지만 베인 건 그렉의 목이 아니었다.

드레드는 얼굴에 튄 피에 눈을 부릅떴다.

허물어지는 부하와 함께 검을 든 여자가 보였다.

“넌, 누구냐?”

지수는 흩날리는 앞머리 사이로 눈을 빛냈다.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화물과 포로를 선적해 놓은 뱃전을 향해 소리쳤다.

“글로리!”

그러자 갑판이 폭발했다.

“으악!”

폭발에 휘말린 해적들이 쓰러진 잔해 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훌쩍 뛰어올라 지수 옆에 섰다.

양 어깨에 포신 세 개를 매단 글로리가 조준점을 잡고 말했다.

“기다렸소!”

두두두두두!

포신이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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