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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자동보상-105화 (105/248)

# 105

#105.

콰콰!

둑 역할을 해 주던 돌 더미들이 뚫렸다.

일제히 솟아오르는 물줄기. 그게 장맛비처럼 쏟아졌다.

‘젠장.’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

반사적으로 허공을 향해 손을 들었다.

‘에어펀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공중으로 잠깐 날아올랐다.

붕!

체공한 사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호위대는 정리됐고…….’

휙 고개를 돌려 글로리를 찾았다.

글로리는 정말 잘해 줬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리턴 데드의 숫자만 해도 한 트럭이었다.

하지만 글로리 혼자 감당하기엔 숫자가 너무 많았던 모양.

쾅! 쾅!

차오르는 수면 위로 계속 포격을 가하고 있는 글로리가 보였다.

더 두고 볼 것도 없었다.

‘진공나찰보, 염왕초혼심법.’

불의 수레바퀴를 일으켜 허공을 밟았다.

리턴 데드 무리 한가운데 낙하하는 찬영.

‘홀리 스트라이크.’

유성우처럼 떨어지는 찬영의 오른팔이 통째로 하나의 커다란 형상을 구현했다.

둘레가 5m 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해머.

그 해머가 땅을 향해 내려찍은 순간.

콰직!

반경 3m가 넘는 황금빛 웨이브 파도로 너울거렸다. 수면 위를 덮으며 퍼져나가는 황금빛 물결.

그 물결은 3m 반경 안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마저 막아 버릴 만큼 강력한 파장을 일으켰다.

더구나 리턴 데드는 언데드.

강력한 신성력이 닿자,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파장 안에 자리 잡은 모든 리턴 데드가 단번에 소멸된 건 당연한 일.

글로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리턴 데드마저 모두 녹아내렸다.

어떻게 된 건지 알게 된 글로리의 눈빛에 경외가 실렸다.

“이것이 그의…….힘인가.”

이미 알고 있다. 그는 르리에 땅의 자유를 가져온 갓피스.

존경하며 그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쯤은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너무 놀랍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껏 지금 그를 봐오며 느낀 것은 갓피스라는 자격에 걸맞게 스스로 성장을 일궈 내는 사람이라는 것.

그는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훈련하고 실패한 것들을 되짚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이건 갓피스의 자격을 갖춰 가는 그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힘일 뿐이겠지.’

아마 그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같은 갓피스인 자신마저 경외할 만큼…….

후일 완벽히 자격을 갖춘 그는.

‘어떤 모습일까?’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선 글로리의 시야에 소환한 신성력 해머를 해체시켜가는 찬영이 보였다.

* * *

“후우.”

숨을 몰아쉬는 찬영. 조금 머리가 띵한 느낌이다.

가진 바 대부분의 신성력을 쏟아 부은 여파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6등급 신성마법이다.

1회 사용 직후.

어마어마한 신성력을 잡아먹었다.

대신 파괴력은 눈앞에 보이는 대로 굉장했다.

하나 희열이나 느끼고 있을 새가 없다. 물은 어느새 가슴팍까지 차올랐다.

어서, 나머지 리턴 데드를 정리하고 탈출해야 한다.

쾅!

수면 밖을 뛰어오른 두 손에서 푸른빛 칼날이 피어올랐다.

서걱!

그 즉시 손에 느껴지는 건 리턴 데드의 가죽이 벗겨지며 베이는 것뿐.

놈들은 다가오지 못했다.

수면 위를 발판처럼 밟고 뛰어다니는 자신을 막을 길은 없다.

아니, 엄두도 못 낼 거다.

‘그럴 수밖에!’

빙결에 취약한 놈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공격에 속하는 2서클 아이스 스피어조차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하다.

아슬란을 쥐고 있는 지금의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건.

‘북평검.’

아슬란의 검 끝을 따라서 푸른빛의 작은 섬광들이 흩어지는 게 보였다.

‘천빙강살.’

저건 단순한 섬광이 아니다.

놈들의 가죽을 전부 베어 버릴 날카로운 예기가 담긴 푸른 칼날이다.

쿠쿠쿠쿵!

주위의 물줄기가 아슬란의 검압에 비산했다.

그 사이로 몸통이 통째로 잘려나가는 리턴 데드들.

그러나 놈들은 정말…….

‘질리도록 많네!’

-그그극!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예민해진 감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놈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쐐액!

즉시 물줄기 속을 뚫고 튀어나온 열 댓 마리의 리턴 데드.

공중 위의 둘. 나머지는 물속에서 튀어나왔다.

‘이미 알고 있다!’

‘홀리 웨폰.’

발현된 신성력을 한때 사용했던 브랜든의 갈고리로 변화시켰다.

신성력이 얼마 남지 않긴 했으나, 홀리 웨폰이 워낙 소모도가 적은 신성 마법이라 사용한 것이다.

2등급에 비해 언데드과 몬스터에게 잘 먹히기도 하고!

지잉!

아슬란과 동일한 형태에서 삽시간에 쇠사슬 달린 투척용 갈고리가 된 신성력.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근력, 민첩성을 갖고 있는 지금. 투척용 갈고리가 날아가는 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차르릉!

돌진한 리턴 데드 두 마리의 목을 쇠사슬로 낚아채서.

부웅!

덤벼드는 한 편의 리턴 데드에게 날려 버렸다.

펑! 철썩!

저들끼리 부딪치며 대열이 흐트러진 순간.

‘틈이 보인다!’

지체 없이 아슬란을 휘둘렀다.

쐐액!

빙결 효과와 함께 세 마리의 리턴 데드를 단숨에 꿰뚫었다.

파짓!

꿰뚫다 못해 가죽을 통째로 베어 버리며 재차 칼을 휘둘렀다.

일방적인 공세였다. 놈들을 베고, 얼리고, 부쉈다.

‘괴멸시켜야 해. 그래야 여길 벗어날 수 있어!’

그 생각을 하며 리턴 데드를 반으로 쪼개 버리자 또 다시 수면 위로 짓쳐드는 한 마리의 리턴 데드.

놈의 움직임을 느끼고 아슬란을 휘둘렀다.

한데, 누군가 한 발 더 빨랐다.

쾅!

리턴 데드가 목덜미 째 날아갔다.

포격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본 찬영.

첨벙!

차오르는 물을 벗어나, 어느새 벽에 붙어 있는 글로리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하아, 하아. 방금 전 빚은 갚았다 칩시다.”

찬영이 홀리 스트라이크를 통해 둘러싸여 있던 리턴 데드들을 정리해 준 걸 말하는 거다.

글로리의 주변엔 목숨을 잃은 리턴 데드가 수면에서 둥둥 떠다녔다.

찬영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에어펀치.’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방금 전 미소는 물론 그건 그를 위한 것이기도 했으나.

-탈출로가 개방됩니다.

시야 한편에 자리 잡은 ‘창’을 향해서이기도 했다.

콰콰!

동시에 폭포처럼 쏟아지던 물이 일제히 줄어들었다.

가득 차오르던 물이 일제히 빠져나가는 건 그야말로 장관.

-히든 퀘스트 조건이 완성되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로 인해 크투가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곧이어 두 사람은 함께 벽에 매달린 채 보상을 맞이했다.

-감춰진 트레이드족의 유산으로 인해 크투가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급증하는 변화.

먼저 크투가가 두 단계 상승했고, 글로리에게 경사가 늘었다.

곁에 선 글로리의 몸이 황금빛 서기로 번쩍였다.

나직이 중얼거리는 글로리.

“신성력이 늘어나고 있소. 내게 느껴질 만큼.”

너무 놀라 쉽게 말을 못 잇는 글로리를 보며 찬영도 무척 놀랐다.

‘트레이드족의 유산은 크투가의 강화뿐만이 아니었구나!’

글로리의 신성력이 늘어난 것도 포함이었던 것이다. 사실 기대했던 숨겨진 진실은 아니었으나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수확이다.

적어도.

‘신성력과 트레이드족…… 그리고 나.’

그 셋이 확실한 연결점이 있다는 게 이번 보상으로 더욱 명확해졌으니까.

그 생각이 깊어질 무렵.

‘뭐야?’

난데없이 손끝에 빛이 피어올랐다. 얼른 손을 내려다보자 손바닥 안에 내려앉는 황금빛 깃털들이 보였다.

-엘리야의 깃털 ‘2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따뜻하다.’

한 때 베아트리체와 만났을 때 만났던 그 기분. 아니, 더 나아가 신성력을 처음 사용했을 때 느꼈던 그 기분과 같다.

‘?’라고 표기되었던 그 보상이었던 게 확실하다.

하지만.

‘대체 이게 무엇이기에?’

이곳에서 나오는 걸까? 날개 역시, 유산의 일부였던가?

본질적인 의문이 든 찰나, 찬영은 더 의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새 글로리와 함께 진행된 크투가의 변화가 끝난 것이다.

‘달라졌어!’

어깨에 달린 포신이 각각 두 개씩 더 늘어났다.

왼쪽, 어깨에 모두 3개의 포신이 생긴 거다.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관총?’

얼핏 생김새가 포신 위에 얹힌 있는 기관총을 닮아 있다.

하지만 이건 형태일 뿐.

달리 능력적인 건 후일 가치측정을 해 봐야 알 것 같다.

일단…….

‘여기부터 나간 후에!’

크투가에게서 시선을 돌릴 때 뒤따라 뜨는 창.

-분해가 Lv. 2 상승하였습니다.

꽤나 오랜만에 나타난 분해 업그레이드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은 이걸로 끝날 게 아니었나 보다.

뒤에 보이는 창 덕분에 눈을 부릅떴다.

-분해 Lv. 2로 인해 영약 제작이 가능해집니다.

‘영약 제작이라고?’

이를 보자마자 첫 마나 기반을 마련해 줬던 하운드의 심장이 스쳐 지나갔다.

‘희귀한 영약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건가?’

만약 이게 정말이라면 새로운 성장발판이 될 거다.

‘마나를 더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

절로 콱, 주먹이 쥐였다.

최고의 보상이다.

구궁!

때마침 막혀 있던 천장 위에 밝은 빛이 새어나왔다. 암석으로만 가득하던 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저곳이 문이었군.”

글로리가 중얼거렸다.

“나가죠.”

찬영이 천장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얼핏 담담한 듯 했으나, 그의 눈빛엔 강렬한 설렘이 서려 있었다.

* * *

콰지직.

남쪽 구획의 지반이 흔들렸다.

장소는 글로리와 찬영이 진입한 땅굴에서 1km 떨어진 지점.

쩌적!

곧 땅이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흙더미들.

그 사이로 기다란 원통이 지반 위로 상승했다.

사람 스무 명이 자리 잡고 서 있을 너비의 원통.

쿠쿵.

그 원통은 주변 지반보다 1피트 정도 상승한 뒤에야 그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원통 안에서 물에 흠뻑 젖은 토끼 귀가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고개를 배꼼 내민 사람.

“하아…….”

주위를 둘러본 글로리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린 거다.

그를 보며 미소 지은 찬영.

“탈출 한 게 맞네요.”

그 말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지상을 둘러보았다.

꽤나 험난한 전투였다.

‘제약도 많았고…….’

공간이 ‘공동’이라는 한정적 제약을 둔 건 물론이고, 물귀신이 되지 않으려면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제거했어야 했다.

확실한 힘의 우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그동안의 꾸준한 훈련과 단련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크다.

‘마나 소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다양한 공격 패턴이 생겨나고 발전하면서 그에 따른 마나 소모 역시 늘어나고 있다.

‘마나를 더 늘려야 해!’

사실 매일 갖고 있는 숙제였다.

두 개의 심법을 통해 늘어나는 마나폭도 굉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마나 부족에 대한 갈증이 더 많은 부분 해결될 것 같다.

‘영약 제작.’

여길 나오느라 제대로 살펴보진 못한 문구만 봐도 그렇다.

‘당장 봐야겠어.’

탈출도 마쳤으니 다시금 획득한 보상들에 집중하려던 찰나.

콰쾅!

빠져나온 통로가 닫혀갔다.

‘아니, 닫히는 게 아니야.’

붕괴되고 있었다. 그제야 확실히 끝났다고 느껴졌다. 찬영은 글로리와 함께 시원한 마음으로 돌아섰다.

툭.

근처에 털썩 주저앉는 글로리.

“나 답지 않은 일을 벌써 몇 차례나 겪는지 모르겠소. 이런 전투는…….”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젠 익숙하게 싸우시던데요.”

글로리를 칭찬하며 빠져나온 문을 둘러봤다.

일을 마치자 분명, 속이 다 시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마음의 갈증은 전보다 더 커졌다.

성장을 향한 갈증 말이다.

‘아직 부족해.’

최근 익히게 된 블링크. 신성 마법을 완벽히 활용했음에도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 분명 굉장한 마법들이다. 적의 사각지대를 옮겨 다니는 블링크. 강한 신성 충격파를 일으키는 홀리 스트라이크.

그러나 이 둘 모두 마나나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 생겼을 땐…….

‘나를 지킬 수 없어.’

이런 생각을 처음 가진 건 뉴 빌드와의 전투 때였으나, 다시 상기하게 된 것은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해 ‘폭렬.’을 펼칠 수 없게 된 오늘의 전투 덕분이다.

즉, 마나나 신성력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스텟을 근간으로 둔 패턴이 필요한 것이다.

하나, 확실한 계획이 있다.

‘염왕권, 북평검 같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이 기술들을 더욱 정밀하고 강인하게 사용될 수 있게 만들면 돼.’

물론 마나가 근간이 되어야 완벽히 위력을 발휘하는 기술들이긴 하지만 초식 그 자체로도 강력한 기술이다.

이를 지금보다 세밀하게 다듬는 과정은 스텟에 영향을 줄 테고 스텟은 곧 신체의 한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할 거다.

사실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하겠다고 무조건 되는 일들이 아니니까. 아니라면 거짓말이지.

그러나 그로 인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 정도는 이미 각오했어.’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내 선택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차례다.

늘 그랬다.

선택에 책임을 질 때 늘, 어른 같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자격을 갖춘 어른이 되기 위해.

그러자면 선택에 따른 책임, 즉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삼촌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조카 하나 잘 키웠다는 얘기, 그곳에서나마 많이 들으시게 할게요.’

그때 언제 일어났는지, 글로리가 저만치 앞서 걸어가며 소리쳤다.

“돌아갑시다!”

잔뜩 신난 표정이다.

‘나도.’

수많은 보상 창을 보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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